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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01화 (401/616)

<4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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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으로 출정했던 채화와 채중이 대패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표는 격노를 금치 못했다.

이번에도,

놈들에게 또 졌단 말인가!

만고의 역적을 추종하던 졸개들에게 계속해서 치욕을 당했던 유표는 전투에 참전했던 졸장부 놈들을 모조리 참수하겠다며 고함을 내질렀다.

“천하의 유경승이 그까짓 남양군 하나에 발목이 붙잡혔단 말이냐!!”

수많은 장수들과 함께 번성(樊城)에서 승전보를 기다리던 유표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당장 천하를 도모해야 하건만,

겁쟁이 같은 장졸들 때문에 남양군 정벌에 계속 애를 먹고 있었다.

대체 언제쯤 남양군을 접수할 수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고을들을 접수한 뒤에 오직 완성(宛縣)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애가 탔다.

‘완성을 떨어트린 뒤에…, 기필코 역적의 잔당들을 몰살시킬 것이다!’

남양군을 점거한 무리들은 일전에 동탁을 추종했던 주구였다.

천하를 어지럽힌 역적 놈들.

황실의 웃어른인 이 유경승이 처단해야 마당했다.

역적들을 처단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해방시킴으로서 거병의 명분을 쌓아올리려고 했기에 남양군의 공방전은 유표에게 매우 큰 의미로 작용하고 있었다.

“장수의 마지막 발악에 불과합니다. 머지않아 완성까지 매형의 손아귀에 들어올 겁니다.”

채모가 애써 달래듯이 말했다.

혹시라도 군세를 지휘했던 동생들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제깟 놈이 언제까지 버티겠습니까!”

채모에 이어 장윤이 의견에 가세했다.

놈들은 중과부족이다.

결국 완성에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으리라.

사면초가에 직면한 역적들을 누가 도와주겠는가.

결국 철저히 버림받은 채 말라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방계와 여공이 신야군(新野郡)에서 지원군을 이끌고 오고 있습니다. 지원군과 합세하여 완성에 총공세를 퍼붓는다면 장수는 결국 백기를 들 겁니다!”

“그, 그렇습니다…! 비록 안타깝게 패전했지만 채중 장군과 채화 장군이 장수에게 부상을 입혔잖습니까?”

채모와 장윤의 설득에 유표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결국 노여움을 거둬들였다.

놈들은 고립무원에 직면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구원을 받지 못하리라.

이제 장수의 운명은 풍전등화나 다름없었다.

난전 중에 어깨에 화살을 맞았으니 몸이 성하지 않을 터. 결국 압도적인 병력 앞에 무릎을 꿇게 되겠지.

“주군!”

완성 인근을 정찰하고 돌아온 등제가 다가왔다.

“예상대로 완성은 무너지기 직전입니다. 전투가 지속될 때마다 계속 탈영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붙잡힌 탈영병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척후병의 보고가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연속된 격전으로 소모와 피로가 축적된 장수군에게는 한 줌의 병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전투에서 대부분 전사했으며,

살아남은 병력들 중 일부는 군중에서 탈영했다.

드디어 역적들에게 마지막 철퇴를 내릴 때가 왔다.

유표는 등제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채모와 장윤에게 총공세를 명령했다.

‘기필코 장가 놈의 핏줄을 모조리 끊어버리겠다!’

유표는 편협하고 교만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가로막는 적들에게 절대로 아량을 베풀어주지 않았다.

* * *

조앙은 아버지 이성휘를 쏙 빼닮은 용모 덕분에 어머니들로부터 무한한 총애를 받았다.

동글동글한 얼굴.

진주처럼 또랑또랑한 눈망울.

부푼 찐빵처럼 보드라운 뺨과 오밀조밀한 목소리까지.

게다가 머리가 명석하고 효심이 깊었기에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율란은 어때? 오늘 아침에 사왔는데.”

“맛있숩니다, 어마니.”

벌꿀에 졸인 밤을 우물우물 먹던 조앙이 고개를 꾸벅이면서 대답했다.

어수룩한 발음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금발을 늘어뜨린 여성은 그런 아이를 보며 미소를 헤실헤실 지었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여포가 모성애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조앙이 과자를 우물대면서 대답했다.

“어마니와 아부지를 닮았숩니다.”

“…….”

보드라운 얼굴을 내밀면서 애교를 부리는 도련님의 모습에 여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친의 천재성과 부친의 용모를 닮았을 뿐, 성정만큼은 전혀 닮지 않았다.

실로 천운이다.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말할 길이 없다.

만약 패국조씨 가문의 대업을 계승할 첫 아들이 제 모친을 쏙 빼닮았다면… 분명 후세에 큰 소요가 벌어졌으리라.

“도련님이 오셨네요!”

“안녕하세여, 어마니.”

먹음직스러운 과자를 우물대는 도련님을 발견한 흑발의 여인이 발랄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두 팔을 벌리며 아이를 꼭 껴안았다.

여포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모성애가 느껴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으으, 정말 귀여워!”

“히히히.”

장료가 귀여운 도련님을 꼭 껴안았다. 그에 조앙은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아기자기한 용모와 부드러운 붙임성을 자랑하는 도련님은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부하들에게 또한 귀여움을 받았다.

부디 제 어머니를 닮지 않기를.

귀여운 도련님을 총애하는 여인들이 공통적으로 품은 생각이었다.

“어마니들도 드세여.”

조앙이 여포와 장료에게 오밀조밀한 손을 뻗으면서 과자를 내밀었다.

그 모습에 여포와 장료는 꺅꺅 소리를 지르면서 도련님을 동시에 껴안았다.

대체 왜 이렇게 귀여운지!

그녀들은 자신의 아이처럼 조앙을 귀여워했다.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연모하는 주인님을 쏙 빼닮은 아이인데. 마치 주인님의 유년시절을 보는 듯했다.

“아버지는 어디 계신가요?”

장료가 물었다.

고개를 갸웃갸웃 흔들면서 기억을 더듬어가던 조앙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동생하고 있어여.”

“업무만큼이나 육아도 중요하니까요.”

생떼와 억지를 부리기 일쑤인 말괄량이 외동딸에게 시달리고 있을 주인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곤혹에 처했을 터.

육아에 절망적일 정도로 소질이 없는 천하제일검은 어느 때보다도 다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육아에 능숙한 시녀들마저 고개를 내저을 정도인데 초보아빠는 오죽하겠는가?

지금쯤 이성휘는 딸에게 시달리면서 시녀들에게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으리라.

“난 무조건 아들을 낳을 거야.”

여포가 조앙을 꼭 껴안으면서 말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생떼를 부려대던 조비의 모습을 떠올린 그녀는 아연실색한 낯빛을 보였다.

아들.

무조건 아들이어야 한다.

딸을 키울 자신이 없었으니까.

억척스러운 악동의 광분은 인중여포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시녀 신분으로 조비를 몇 번 돌본 적이 있었기에 더욱 학을 떼는 모습을 보였다.

“앙이가 여기 있다고 들었다.”

아름다운 두 시녀들이 도련님을 한껏 귀여워해주고 있었을 때,

흑발의 여인이 다가왔다.

근위병과 시녀들을 대동하고서 모습을 드러낸 흑발의 여인은 여포와 장료를 보더니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들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은 듯했다.

“어마니!”

과자를 오물조물 먹어대던 유년이 뛰면서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들을 안아든 조조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입가에 묻었구나.”

“어마니들과 함께 먹었숩니다!”

조앙이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조조는 여포와 장료를 노려보면서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한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의 군상을 보여줘야만 했기에 여포와 장료를 노골적으로 힐난하는 일은 자제했다.

“삼쬰!”

조앙이 허저에게 두 팔을 뻗으면서 인사했다.

우락부락한 인상의 호위장은 예를 취하면서 도련님의 인사에 화답했다.

체격의 격차가 워낙 컸던 탓에,

마치 곰과 난쟁이가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 돌아가자.”

조조가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제 가보겠숩니다, 어마니들.”

과연 효심이 깊기로 유명한 도련님답게 어머니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작별을 고했다.

아들의 정성스러운 모습에 여포와 장료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흐음, 어머니라니….”

조앙과 함께 침소로 돌아가던 조조가 중얼거렸다.

아들과 손을 맞잡은 채,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조조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들에게…, 특히 남편의 내연녀들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들을 모두 처첩으로 들이는 것을 허락해버렸으니.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남편을 받아들였던 과거의 자신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오늘 어마니들과 재밌게 놀았숩니다.”

“그러하니?”

“그찌만 소자…! 어마니가 젤 좋숩니다!”

“고마운 말이구나.”

장난꾸러기처럼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들의 모습에 조조는 금방 노여움을 풀었다.

봄바람이 눈이 녹아내리듯,

아들의 맑은 웃음에 응어리가 사라졌다.

천하의 바람둥이를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면서도 결코 미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그 사이에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반드시 이 아이에게… 천하를 물려줄 것이다.’

조조에게 있어 조앙은 후계자 이상의 존재였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하의 단 하나뿐인 보물과 같았다.

사랑하는 남편을 쏙 빼닮은 아들이다.

그런 아들을 가장 총애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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