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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00화 (400/616)

<4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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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세월 동안 이성휘는 패국조씨 가문의 정적이 될 위협들을 계속해서 배제했다.

삭탈관작을 당하고서 재야로 쫓겨났던 공융을 영천군(穎川郡)으로 유배했고, 또한 그를 따르던 일파들도 변방으로 축출하면서 후환을 말소했다.

남은 인물은 화음후(華陰侯) 동승뿐이었다.

“장수교위(長水校尉) 충집을 홍농군(洪農郡)의 치중종사에 임명하고 의랑(議郞) 오석을 하동군(河東郡)의 속관으로 삼으면 될 겁니다.”

뒤이어 이성휘는 조조에게 진언하여 동승의 수하였던 충집과 오석마저 사예주로 쫓아냈다.

장수교위 충집.

의랑 오석.

동승의 심복이며,

반란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훗날 동승이 주도할 반란에서 주축 역할을 할 인물들을 변방의 미관말직으로 보냄으로서 위험요소를 철저히 잘라냈다.

“성휘의 말에 따르겠네.”

그렇잖아도 동승의 수하들은 눈엣가시였다.

튀어나온 자갈,

통행을 방해하는 돌멩이나 다름없었다.

물자를 운송하는 수레가 가도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흩뿌려진 자갈들을 반드시 치워야 했다.

“충집과 오석뿐만 아닙니다. 허도의 수많은 인물들이 동승에게 가담하고 있을 겁니다.”

“공융과 동승 말고도… 수많은 승냥이들이 나를 노리고 있으니 말일세.”

“군사좨주 곽가가 불순분자들을 발본색원하고 있으니, 자세한 진상이 곧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내환을 떠안은 상태에서 원소군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불순분자들은,

분명 원소군과 긴밀하게 내통하고 있을 터.

언제 원소군이 황하를 도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성휘.”

“예, 아만.”

흑발의 여인이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보았다.

‘불쾌한 사건’ 이후,

이성휘는 패국조씨 가문에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잘못들을 이제야 숙지한 것일까.

성심성의를 다하는 남편의 모습에 조조는 간질간질한 고양감을 감출 수 없었다.

“크흠흠….”

하지만 조조는 간질간질한 고양감을 애써 숨기면서 표리부동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대로 경계를 풀면,

다시 새 여자를 들일지도 모른다.

하후돈마저 측실로 들임으로서 처제들을 모두 석권해버린 남편의 호색한 면모에 계속 경계심을 품는 것은 당연했다.

“장수와 유표의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머지않아 결착이 날 것 같습니다.”

“흠, 그렇겠군.”

무려 2년 동안이나 이어졌던 남양 공방전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곧 결착이 날 터.

오랜 승부가 결정되리라.

조조와 이성휘는 결국 장수가 중과부적을 뒤집어내지 못한 채 무너지리라 예측했다. 장수군은 대부분의 거점들을 빼앗기고 완성만을 남겨두고 있었으니까.

“마지막 남은 잔당이 결국 사라지겠군.”

반란을 획책하여 장안성을 점령했던 이각과 곽사가 멸망한지도 2년이 흘렀다.

동탁군의 마지막 잔당,

휘하 병력들을 이끌고 남양군으로 도주했던 잔당은 결국 유표군의 손에 최후를 맞이할 터였다.

그에 조조는 아쉬울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과응보가 아닌가.

동탁을 따른 역적.

백 번 죽어 마땅한 놈이었으니.

“하지만 몇 번이고 유표군을 격퇴해낸 장수를 아군으로 삼는다면 쓸모가 많을 겁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네만….”

이성휘의 말에 조조가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유표군의 파상공세를 상대로 굴지의 용맹을 떨쳤던 남양군 세력을 떠안는다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겠지.

하지만 크게 걸리는 점이 있었다.

“장수가 과연… 투항을 해오겠나?”

낙양대전에서 장제의 숙부였던 중랑장 장제를 참살함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장수에게 있어,

숙부를 살해한 이성휘는 철천지원수일 터.

철천지원수가 군림하고 있는 세력에 투항해올 가능성은 매우 미비했다.

괄괄한 성정의 장수라면 분명 철천지원수에게 굴종할 바에야 차라리 사내대장부답게 죽겠다며 유표군에게 특공을 벌일 게 틀림없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장수는 혈육을 중시하는 인물이니.”

낙양대전에 참전했던 장수는 눈앞에서 숙부가 처참하게 죽는 광경을 목도했다.

저항조차 못한 채,

단칼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결국 장수는 옥쇄하듯이 마지막 불꽃을 토해내면서 생을 마감하겠지.

‘본래 역사대로였다면 투항을 해왔겠지만…, 역사를 지나치게 뒤엎어버린 탓에 엉키고 말았다.’

지금까지 이성휘는 패국조씨 가문의 대업을 이루고자 계속해서 순리를 뜯어 고쳤다.

그러나,

도리어 그것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자신이 지나쳤음을 깨달은 이성휘는 침음을 삼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걱정 말게. 장수 따위를 어찌 아까워하는가.”

일개 군벌에 불과한 놈이다.

용맹과 무력이 제법 출중하나,

목을 맬 정도로 아쉬워할 이유는 없었다.

백전불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이성휘와 조인이 군세를 이끌고 출정한다면 유표군은 꼴사납게 양양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후우.

이성휘가 한숨을 흘렸다.

아내의 위로에 무거운 상념을 떨쳐냈다.

흘러간 일을 아쉬워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남양군 세력의 멸망으로 발생할 결과들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성휘, 잠깐 나가세.”

“알겠습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던 이성휘가 조조를 안아들었다.

공주처럼 대우하듯,

두 팔로 흑발의 여인을 번쩍 들었다.

사내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껴안은 조조는 새치름하게 얼굴을 붉히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잘생겨진 거 같아.’

세월이 흐를수록 일취월장하듯 더욱 잘생겨지는 남편의 용모에 가슴이 계속 두근거렸다.

성숙미라고 해야 할까.

더욱 진중해진 매력이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이러니 사방에서 계집들이 날파리처럼 꼬여들지.

산중의 맹금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이성휘의 눈매를 본 조조는 긴장된 기색을 보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어디까지 잘생겨질 생각인가? 이런 이기적인 남자 같으니. 이러니 내가 매번 전전긍긍하면서 마음을 애태우는 걸세!’

행복과 만족을 넘어,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잘생겼다.

분명 저잣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수많은 숫처녀들이 황홀경에 빠진 표정을 지으면서 쓰러지겠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그대로 주저앉을 것이었다.

위험하다.

만약,

여기서 더 잘생겨진다면….

서주에서 불발된 대학살이 황하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

“앙이와 비를 보러 가시겠습니까.”

“…응. 그렇게 하게.”

남편의 수려하고 훤칠한 용모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조조가 홀린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가문과 부하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철천지원수가 있는 세력에 굴종해야 했다.

숙부를 죽인 놈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호거아의 진언을 떠올린 장수는 번뇌를 곱씹으면서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철천지원수에게 신병을 의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므로.

“소식 들었다. 군중에서 했던 이야기 말이다.”

“숙모님…!”

조숙한 아름다움을 품은 여인이 심사숙고를 거듭하던 장수의 침소에 들어왔다.

장제의 부인이며,

또한 장수에게는 숙모가 되는 귀부인이었다.

국색(國色)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은 어린아이를 다독이듯이 조카를 위로했다.

“제가 어떻게 숙부를 죽인 놈에게 머리를 조아리겠습니까! 숙모님, 걱정 마십시오!”

장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에 장수의 숙모였던 추씨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지아비의 원수를 갚아달라는 말을 하려고 온 게 아니다.”

“예? 그게 무슨….”

“일가를 보전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다오.”

자존심을 고수하다가 결국 가문이 몰살하게 된다면 제사는 누가 지낸단 말인가?

일단 지금은,

거머리처럼 잔악하고 사나운 유표에게서 무사히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일 터.

유표는 오만하고 포악하다.

자신의 통치를 반대하던 형주의 사대부들을 모조리 학살하는 만행을 벌이지 않았던가.

추씨는 유표군이 남양군에 입성하면 조조가 서주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대학살을 벌일 것이라며 몹시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성휘는 숙부를 죽인 원흉입니다! 숙모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놈에게 고개를 숙인다면 명도(冥途)에 계신 숙부께서 통곡하실 겁니다!”

게다가 이대로 조조군에 귀순한다면 천하가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비웃을 게 분명했다.

원수에게 고개를 숙인 놈.

죽음이 아까워 숙부의 원수에게 굴종한 졸장부.

서량을 종횡무진하며 수많은 전공들을 쌓은 숙부를 존경하여 한평생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 장수에게 있어 철천지원수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치욕이었다.

“일가가 결국 멸문지화를 당하면… 네 숙부의 제사는 누가 지낸단 말이냐? 일찍 사별했던 네 부모의 제사와 조상님들의 제사는 어찌할 것이냐?”

“…….”

숙모 추씨의 연이은 물음에 장수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주먹을 쥐었다.

대를 지켜야 한다.

명맥을 이어나가야 한다.

어머니처럼 보살펴주었던 숙모의 충고에 장수는 끝내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철천지원수에게 굴종하는 것은 숙부에게 불효와 불충을 범하는 것이지만,

알량한 자존심을 챙기고자 가문의 명맥을 포기하는 것은 숙부는 물론, 일찍 여읜 부모와 조상님들에게까지 불효를 범하는 것이었기에.

“조조에게, 귀순하겠습니다…!”

결국 고집을 이어나가던 장수가 귀순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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