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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96화 (396/616)

<3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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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와 하후돈의 염문을 들은 허도 백성들은 “또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놀랍지도 않다.

벌써 몇 번이고 벌어진 일이니.

패국조씨 가문의 처제들에 이어 패국하후씨 가문의 처제까지 섭렵한 천하제일검의 업적으로 호색한의 명성을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대단하구먼, 천하의 여장부를 배필로 두고서도 바람을 피울 수 있다니…!”

“천하제일검이 아닌가? 배포와 담력이 한낱 범인들과 어찌 같겠나.”

제후들을 호령하는 여장부를 아내로 두고 있음에도 계속 바람을 피우는 이성휘의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오라버니, 변태…!”

마찬가지로 소식을 들은 유협은 부끄러움을 억누를 수 없었는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정말 완벽한 오라버니지만,

무분별한 여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였다.

대체 얼마나 미녀들을 곁에 끌어들일 생각인지….

궁녀들이 수군거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패국의 여걸이라면 분명….”

“사실상 같은 핏줄이지. 패국조씨 가문의 가주께서 사실은 하후씨였는데 양자로 들어왔다고 하잖아.”

“세상에나!”

과연 영웅호색이라는 말은 틀림이 없었다.

담대하고 고결한 영웅이,

이토록 여색을 밝히는 성정을 가지다니.

궁녀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면서 얼굴을 붉혔다.

“주군께서 이번에도 받아들이실까?”

“흠, 지금까지 계속 참아오셨으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주지 않겠나.”

소란스러운 것은 군부의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주군께서 이번에도 관용을 베푸실까.

중원을 호령하는 주군께서 진심으로 격노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알기에 장수들은 두려움에 물든 반응을 보였다.

“크흠!”

허도의 백성들이 불쾌한 소문을 지껄여대고 있음을 알게 된 조조가 헛기침을 늘어놓았다.

병력을 동원한다면 강제로 소문을 틀어막을 수 있을 터.

그러나 조조는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한두 번도 아닐 뿐더러…,

이런 자질구레한 사건에 병력을 동원하는 것부터가 창피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표기장군이 의도적으로 건무장군에게 접촉했던 것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건무장군이…”

“원양이 성휘에게 반했다는 뜻이로군.”

“예, 정황으로 미뤄볼 때 그렇습니다.”

군사좨주 곽가의 보고에 조조는 침음을 삼켰다.

알고 있다.

내심 짐작하고 있었다.

남편은 의도적으로 여성을 유혹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자렴과 자효도.

그리고 자신까지도….

언제나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든 여성들 쪽에서 먼저 다가왔을 뿐이다.

‘나와 자렴, 자효가 그랬던 것처럼… 원양도 성휘에게 푹 빠지고 만 것이겠지. 본인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사내들이 미녀에게 모여들 듯,

여인들 또한 강인한 남성에게 빠지기 마련이다.

조조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본인도 항상 청려하게 빛나던 이성휘에게 빠져들지 않았던가. 도저히 범람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할 정도로 그에게 빠져들었다.

“종친들이 다들…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명부.”

머리카락을 금발로 짙게 물들인 여인이 안타까움에 찬 눈길로 주군을 바라보았다.

기구하다.

참으로 기구하지 않은가.

사촌들이 모두 한 남성을 연모하고 있다.

가련하게 날갯짓하면서 하얀 들꽃에 모여드는 나비들처럼 말이다.

천하제일의 남편.

남자 보는 눈이 똑같은 사촌들.

유일하게 남은 하후돈마저 이성휘에게 빠져들게 되면서 패국조씨 가문과 패국하후씨 가문의 아가씨들이 모두 한 사내를 연모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말이지.”

진궁의 말에 대답한 조조는 시름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대체 얼마나 더 황하에 빠트려야 되지?

허도에서 황하까지 이어지는 운하를 개통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정도였다. 운하를 뚫는다면 황하까지 이동하기 수월해질 테니까.

“성휘! 남편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네! 매정하게 뿌리치면 간단할 것을…! 모든 분야들에서 만능을 자랑하는 사내가 여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말뼈다귀 수준으로 우유부단해진단 말인가?!”

매사에 철저하며,

빈틈을 보이질 않는 철두철미한 성정이-

여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없이 답답해진다.

연모한다고 고백하는 여자들을 뿌리치질 못하고 결국 받아들이는 우유부단함…. 그 성정에 조조는 계속해서 뒤통수를 맞아왔다.

“큼큼.”

“…….”

주군의 울분이 곽가와 진궁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 * *

그래서 언제 혼례를 올릴 거냐.

혹시 혼례를 올리기도 전에 아이를 가진 것은 아니겠지?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친척들의 거센 질문공세에 하후돈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대문을 막아버렸을 것을.

저잣거리에서 떠도는 낭설들을 토대로 계속 어림짐작을 해대는 친척들의 모습에 손이 근질거렸다.

만약 집안 어르신들이 아니었다면 월도라도 휘둘렀을 것 같은 반응이었다.

“사실무근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무슨 황당무계한 말씀들을 하십니까?”

동생 하후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실무근이다.

황당무계할 따름이다.

백성들의 과장된 낭설들로 속단할 일이 아니다.

친척들의 파상공세에 점점 궁지에 내몰리는 누이의 모습을 본 충성스러운 동생은 필사적으로 항변하면서 격앙된 분위기를 잠시 억눌렸다.

“어제 하늘하늘한 비단옷을 입었다면서?”

“옛날부터 사내처럼 투박한 의복들만 입던 우리 조카가 비단옷을 입고 사내와 시간을 보내다니….”

물론 저잣거리에 떠돌고 있는 소문들이 허무맹랑한 낭설에 불과할지도 모르나,

천하제일검을 연모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조조의 남편을,

조인과 조홍을 측실로 둔 그를,

지금까지 관철해온 여장부로서의 모습을 잠시 내려놓을 정도로 연모하는 것이리라.

호색한을 연모하는 조카딸의 모습에 친척들이 우려하는 것은 매우 당연했다.

“이성휘를 연모합니다!”

하후연이 계속 손사래를 치면서 친척들을 진정시키고 있었을 때,

돌연 하후돈이 소리쳤다.

정열적인 붉은 머리카락을 둔부까지 늘어뜨린 미녀는 부끄러움에 어깨를 떨면서도 진심을 고백했다.

모두 알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숨겨봤자 무엇 하겠는가.

괄괄한 성정의 여장부답게 하후돈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과연 패국의 여걸다웠다.

“하늘하늘한 비단옷을 왜 입었냐고? 이성휘를 자빠뜨리려고 했어요! 독주를 먹인 다음에 기정사실을 만들려고 했었다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에,

친척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손사래를 치며 만류하던 하후연도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자, 자빠뜨려?”

“기정사실이라니….”

거침없는 선언에 당혹스러워한 것은 패국하후씨 가문의 친척들이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인정할 줄은 예상치 못한 듯하다.

암호랑이처럼 맹렬한 기세를 내질렀던 하후돈은 곧장 발걸음을 움직였다. 씩씩한 여걸의 모습에 마당을 가득 메웠던 친척들이 좌우로 물러섰다.

“어, 어디 가십니까?!”

하후연이 소리쳤다.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계집처럼 전전긍긍하는 것은 역시 내 성정에 안 맞아!”

나는 패국의 여걸이다.

결코 물러섬이 없으며,

두려움에 빠지는 일 또한 없었다.

설령 사촌에게 내쳐지더라도 끝까지 다짐을 관철하리라.

이성휘를 향한 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하후돈은 당당하게 고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묘재!”

“예, 누님!”

대문을 넘어섰던 하후돈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하후연을 불렀다.

“술 좀 가져와! 이왕이면 독한 술로!”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던 하후돈은 맨정신으로는 불가능했는지 술에 의지하려 했다.

뻣뻣하게 굳은 어깨.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진 발걸음.

분명 지금 상태로 나섰다간 제대로 말도 못하고 돌아설 게 틀림없었다.

이윽고 무겁게 찰랑이는 술병을 건네받은 하후돈은 독하기로 유명한 고량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벌컥-. 벌컥-.

입가에서 술이 넘쳐흐를 정도로 호쾌하게 들이켜는 누이의 모습에 하후연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 * *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 이성휘는 스스로에게 근신을 명령했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지라도,

분명 자신의 태도와 행동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원인으로 작용했을 테니까.

집무실을 비운 뒤 침소로 복귀한 이성휘는 오늘 서고에서 가져온 서책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복잡해진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

‘자렴과 자효에 이어 원양까지….’

눈앞이 캄캄하다.

두 처제들에 이어,

아내와 친자매처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사촌마저도 매료시키다니.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이번 경우에 한해서만큼은 정말 무죄였으니까.

‘봉선과 문원에 대해서도 막막한 상황인데.’

여포와 장료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아내에게 허락을 받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그 상황에,

하후돈과의 염문이 발생했다.

이번에야말로 아내가 나를 죽이려 하지 않을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촌들을 황하의 소용돌이에 빠트리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성휘는 마치 칼바람을 맞은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진 것을 느꼈다.

“거, 건무장군?!”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잠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

침소 바깥에서 병사들이 웅성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혹과 황당함이 감도는 목소리였다.

대체 무슨 일이지?

건무장군이라면… 분명 하후돈일 텐데.

“후아아…!”

탁.

침소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반쯤 고무망태가 되어버린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풍만한 가슴과 늘씬한 몸매가 매력적인 여걸.

저잣거리에 파다하게 퍼진 염문의 주인공이 분명했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인사불성인 채로 침소에 들이닥쳤다.

“야!”

“원양 님.”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 내가 너 좋아할 수도 있잖아!!”

“…예?”

난데없는 고백에 이성휘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취한 채로 등장해서는,

박력 넘치는 폭탄고백을 해왔다.

비틀대는 발걸음과 함께 딸꾹질을 해대기 시작하는 하후돈의 모습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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