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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95화 (395/616)

<3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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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불야성의 시가지에서 벌어졌던 불상사는 조조에게 곧장 보고되었다.

표기장군 이성휘가,

건무장군 하후돈과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당시 하후돈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어여쁜 규수들조차 무심코 질투를 품을 정도로 아름답게 치장한 상태였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보게.”

흑발의 여인이 깍지를 낀 채 물었다.

꾸욱.

깍지를 낀 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애써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보일 정도였다.

“원양 님을 호위했습니다.”

“그리고?”

“안전하게 저택까지 모셔드렸습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이런 뻔뻔한 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저 무표정이 오늘따라 얄밉게 보였다.

무관들에게 현장을 들킨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꼬박꼬박 대답을 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몇 번씩이나 연모하는 남편에게 뒤통수를 당했던 조조였기에 불신 가득한 눈길로 노려보았다.

“믿지 않겠네! 믿을 수가 없네! 지금까지 성휘가 거짓말을 했던 게 어디 한두 번인가?!”

“…….”

반박할 수 없다.

아내의 힐난에 이성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전례들이 넘치는 탓에,

변명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이성휘는 성난 아내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과 불륜을 범했음에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 듯하다.

“이 거짓말쟁이! 호색한! 난봉꾼!”

부름을 받고서 사공부로 다급하게 달려온 남편에게 매도를 쏟는 조조.

자렴과 자효에 이어,

기어코 원양마저 건드렸다.

괄괄한 호걸처럼 씩씩하고 다부진 모습만을 일관해온 사촌이 사대부 규수처럼 아름답게 치장한 채로 밤거리에 나섰다고 한다.

분명하다.

틀림없었다.

동네 바보가 아니고서야 사촌의 속마음을 간파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틀림없이… 성휘를 연모하고 있는 것이리라.

자렴과 자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 사람새끼도 아냐…! 축생! 성휘는 축생일세!”

인간 이하.

금수의 반열에 들어섰다.

두 사촌들에 이어 마지막 사촌까지 끌어들인 그 후안무치한 작태에 분노가 치밀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음에도 질투를 억누를 수 없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에 이어 패국하후씨 가문의 여식마저 함락시키면서 마침내 사관왕을 달성한 남편의 업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아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닥치게!”

“…….”

“매번! 매번 그 말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왜 자꾸 변명을 해대는 건가! 혹시 우리 남편께서는 입이 열한 개라도 되나?”

짜증이 담긴 손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 조조가 앙칼진 목소리를 내질렀다.

또!

이번에도 또!

사공부로 올라온 보고를 받고서 얼마나 놀랐던가.

친애하는 지아비와 사촌이 지방 사대부의 여식들과 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왜 싸움이 벌어졌으며,

대체 왜 둘은 같이 있었단 말인가.

어젯밤에 벌어졌던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서 이성휘를 부른 조조는 심문하듯 남편을 몰아붙였다.

“권세와 권위에 의지하여 황도에서 포악을 떨친 계집들은 머리를 깎이고서 황도에서 추방할 것이며, 감히 한나라의 표기장군과 건무장군에게 위해를 가했던 호위무사들은 모두 목을 베어라.”

조조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사좨주 곽가에게 냉철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규수들에게는 추방을,

호위무사들에게는 참형을 선고했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밤놀이가 벌어졌으나…

그럼에도 이성휘와 하후돈을 굳게 친애하는 조조였기에 위해를 범한 자들에게 엄벌을 주문했다.

“아만, 죄송합니다….”

“당장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

당장이라도 던질 것처럼 벼루를 쥐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자질구레한 변명도 듣기 싫다.

온몸으로 격노를 표현하는 아내의 모습에 이성휘는 뒷걸음질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 *

아내에게 된통 몰매를 맞을 뻔한 이성휘는 두 처제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사공부를 나서자마자 조홍과 조인을 마주했다.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성휘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에휴, 또 사고 쳤다면서요?”

조홍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태원왕씨 가문의 수양딸에 이어,

이제는 기어코 패국의 여걸마저 함락시켰다.

과연 대단한 업적이 아닌가.

분명 이성휘라는 이름은 ‘천하제일검’이라는 무명과 함께 ‘천하제일의 난봉꾼’이라는 별명으로 천손만대에 남으리라.

“이제는 원양 언니까지…! 정말 대단하다니까.”

경악을 넘어,

이제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다음에는 대체 어떤 여자를 또 꼬셔댈까.

매일 아침마다 기대감에 벅차오를 정도였다.

“서방님께서는 무인들의 정점에 등극하신 천하제일의 대장부다. 나는 원양 언니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말을 당장 언니한테 해보든가.”

“…….”

애써 이성휘를 변호한 조인이었지만 조홍의 뒤이은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지금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황하의 소용돌이와 다시 재회하게 되리라.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언니의 모습을 떠올린 조인은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그럼… 어르신들은 어쩌려고요? 우리들에 이어 원양 언니까지, 분명 노여움이 어마어마할 텐데.”

원로들과의 화해를 위해 공들였던 노력들이 와르르 무너지게 될 터.

자칫 최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조홍과 조인이 위태로운 눈길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 * *

백주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하후연이 대경실색한 낯빛을 한 채 달려왔다.

“누, 누니이이임!!”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고아한 자태를 뽐내면서 저택을 나섰던 누이가 싸움박질을 벌이고 돌아왔다.

그것은 놀랍지 않았다.

누이는 싸움을 즐기는 괄괄한 성정이었으니까.

문제는 표기장군 이성휘와 함께 신분을 숨긴 채 밤거리를 거닐었다는 염문이 황도에 쫙 퍼진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근거 없는 낭설들이 확산되었을 정도로 소문이 크게 들썩였다. 수많은 백성들이 어젯밤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대,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황망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소란을 떨어대는 동생의 모습에 하후돈은 짧게 대답했다.

본인도 당혹스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설마 어젯밤의 일이 이렇게 빨리 퍼질 줄이야.

직접 싸움박질을 목격했던 상인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머지않아 주변 도시들까지 소문이 확산될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황도가 떠들썩합니다! 누님과 표기장군의 소문 말입니다! 벌써부터 연분을 맺었다드니…!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드니…!”

“입 닥쳐! 죽고 싶냐!”

“켁… 켁켁!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떠들썩한 낭설들을 읊어대던 하후연은 돌연 누이에게 멱살이 붙잡혔다.

이미 연분을 맺었다.

사실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더라.

이성휘와 관련된 낭설들을 하후연에게 들은 하후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으로 소문이 확대와 과장을 반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크윽…!”

하후돈이 침음을 토해냈다.

봉숭아처럼 얼굴을 붉히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자신을 진심으로 저주했다.

나는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헛소문,

그냥 신경을 꺼버리면 그만이니까.

마음대로 지껄이라지. 묵묵부답으로 계속 일관한다면 관심도 곧 불씨처럼 꺼질 테니까.

‘분명 성휘도 이야기를 들었겠지…? 들었겠지! 당연히 들었겠지!’

비명을 지르고 싶다.

고함을 힘껏 내지르고 싶었다.

헛소문을 듣고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이성휘의 모습을 상상한 하후돈은 다시없을 수치심을 느꼈다.

혹시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모두 너 때문이라며,

무리하게 밤나들이를 요구한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휘는 맹덕의 남편이니까….

틀림없이 지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을 터였다.

“야, 묘재! 어떻게 좀 해봐!!”

“제가 말입니까?!”

“이 누님께서 곤경에 처했잖아! 어떻게든 도와주는 게 동생의 역할이라고!”

“아닛…!”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할 곳이 없던 하후돈은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던 하후연을 타박했다.

무리한 억지인 줄 알지만,

하소연할 사람이 동생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생에게 억지를 부리면서 매달렸다.

한껏 부풀려진 낭설들에 휩쓸린 하후돈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폭 가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 그래도…! 여기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은 없겠지?’

곤경에 직면한 처녀가 중얼거렸다.

수치스러운 낭설들,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들까지.

작금의 상황보다 더 악화될 일은 없겠지. 밑바닥까지 내몰린 상태였으니까.

“원양아, 소문이 사실이더냐!”

“소문처럼 천하제일검의 아이를 가진 것은 아닐 테지?!”

대문이 덜컥 열리면서 일가친척들이 저택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친가 사람들은 물론,

외가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뒤이어 후발주자로 친가와 외가의 지인들까지도 가세하면서 널찍한 마당을 가득 메우기에 이르렀다.

“혼례도 안 치른 몸으로 임신이라니!”

“차라리 천하제일검과 혼례를 올리는 것이 좋겠구나!”

온갖 낭설들을 주워들었는지,

한꺼번에 몰려든 패국하후씨 가문의 친척들은 즉시 가중회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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