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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94화 (394/616)

<3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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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극에서는 언제나 달콤한 분위기를 방해하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련한 여성을 지키는 주인공.

주인공의 활약을 부각하기 위해 없어선 안 될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커헉!”

“크아아악!!”

고운 치맛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발로 걷어찬 뒤,

무쇠처럼 단련된 주먹으로 연타를 갈긴다.

지면을 도약함과 동시에 무부들의 얼굴에 발길질을 꽂는 아리따운 규수. 그 모습에 무부들은 아연실색한 채 칼자루를 뽑아들었다.

“어딜 감히!”

그보다도 먼저 하후돈이 월도를 뽑아들었다.

스릉-!

대체 어디에 숨겨뒀는지,

치맛자락이 펄럭인 것과 동시에 위용을 드러냈다.

양손으로 월도를 휘두른 하후돈은 무부들이 뽑아들었던 칼날을 일제히 부러뜨렸다. 금속의 비명과 함께 검의 파편들이 떨어졌다.

“뭐,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열 명에 달하던 무부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나가떨어졌다.

검도 휘둘러보지 못한 채,

촌구석에서 상경한 사대부 가문의 계집처럼 보이던 년에게 당하고 말았다.

마치 요술에 홀린 것만 같았다.

어떻게 계집 하나에게 장정 열 명이 제대로 반격조차 못하고서 쓰러진단 말인가. 분명 사술을 쓴 게 틀림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죠?”

“감히 어떤 년이 양국소씨 가문에게!”

방금까지 어울렸던 규수들이 달려왔다.

제법 명망 있는 명문가였는지,

규수들은 가식을 떨듯 제 일처럼 나섰다.

가문의 호위무사들을 투입하여 무례를 범한 연놈을 쓰러트리려 했다. 명령을 받은 호위무사들이 검을 뽑아들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꺼억… 꺽꺽!”

하후돈이 뒤이어 가세한 호위무사들에게 적의를 표출했을 때,

지켜보던 이성휘가 개입했다.

주먹을 날려 호위무사를 쓰러트렸다.

천하제일검의 주먹에 가격당한 호위무사는 반쯤 얼굴이 함몰된 채 피를 철철 뿜어냈다.

“싸, 싸움이다!”

“시가지에서 싸움이라니…! 당장 위병들을 불러!”

허세와 오만으로 물든 사대부와 호족들에 호위무사들을 내세우며 싸우는 것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지엄한 국법과 규율에도,

으름장을 놓기를 좋아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의 교만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예주 일대에서 이주한 중앙 사대부.

지방 군현에서 상경한 지방 사대부.

난세를 접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던 권력계층이 허도로 몰려들면서 신경전이 빈번하게 치러지고는 했다.

“컥!”

“끄아악!!”

황급히 대피하던 행상인들은 스무 명의 호위무사들이 차례대로 나가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일기당천을 보여주듯,

두 남녀는 화려한 무쌍을 선보였다.

검을 뽑아든 호위무사들을 상대로 압승을 거둬내는 모습에 현혹되었는지 도망치던 발걸음을 멈추고서 현장을 주시했다.

“커흡-!”

뛰어난 무술을 뽐내면서 호위무사들을 때려눕힌 투희(鬪姬)가 양국소씨 가문의 규수를 붙잡았다.

목을 틀어쥔 뒤,

허공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무력하게 붙잡힌 규수는 온몸을 비틀어대면서 발악했지만 목을 틀어쥔 손아귀는 꿈쩍도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에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드디어 잡았다, 이 씨발년.”

아름다운 미녀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나왔다.

어여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감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위세를 부려댄 규수를 노려보았다.

호위무사들을 믿고 오만방자를 떨던 양국소씨 가문의 여식은 절박함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꺽꺽 신음을 토해냈다.

“내 앞에서 감히 저 사람한테 위해를 가하려고 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지?”

한 줌의 위세를 믿고 이성휘에게 감히 위해를 가하려 했다.

내가 있는 앞에서,

내가 뻔히 두 눈을 뜨고 있음에도.

당장 베어버리라며 포악을 떨어대던 계집의 모습을 떠올린 하후돈은 목을 그대로 부러뜨리려고 했다.

“그만, 이제 됐습니다.”

이성휘가 손을 뻗으면서 하후돈을 붙잡았다.

충분하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남은 호위무사들을 모두 쓰러트린 이성휘는 하후돈에게 고개를 내저으면서 제지했다.

“하악! 하아…! 쿨럭쿨럭!!”

처참하게 살해당할 위기에 봉착했던 양국소씨 가문의 규수가 흙바닥에 툴썩 주저앉은 채 기침을 토해냈다.

침을 뚝뚝 흘리면서,

거세게 호흡하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조금만 더 이어졌다면 분명 죽었으리라.

생애 처음으로 죽음을 목도했던 여인은 아연실색한 채 공포를 토해냈다. 뒤이어 흙바닥을 나뒹굴면서 하후돈과 이성휘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당장 싸움을 멈춰라!”

“감히 폐하께서 계신 곳에서 싸움이라니!”

놀라 도망쳤던 행상인들로부터 신고를 받고서 급박하게 달려온 무관들이 소리쳤다.

많은 병력을 끌고 왔는지,

횃불과 창검을 치켜든 병사들이 사방을 포위했다.

황도(皇都)에서 싸움을 벌여 백성들을 빠트린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한다.

허도를 수비하는 무관들은 감히 한밤중에 거리에서 소란을 일으킨 주범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저 괴물이에요!”

“감히 양국소씨 가문의 여식과 우리들에게 돌연 위해를 가했습니다!”

호위무사들이 모두 당하는 광경을,

거기에 양국소씨 가문의 여식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광경을 목격했던 규수들이 소리쳤다.

황도를 수비하는 위병들이 왔다.

제아무리 괴물이라도 창검으로 무장한 장졸들을 상대로는 어쩔 수 없을 터.

명망 높은 사대부 가문에 위해를 가한 촌뜨기 연놈은 결국 대리시로 압송될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추, 충!”

“표기장군! 거, 건무장군까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급히 출동한 무관들은 난투전에서 무쌍을 선보였던 남녀를 보자마자 경례를 취했다.

뒤이어 이성휘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무관들은 억울하다며 발악하는 처녀들과,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기절한 호위무사들을 대리시로 끌고 갔다.

* * *

반쯤 산발이 된 머리카락.

가시덤불을 나뒹군 것 같은 너덜너덜한 의복.

거기에 땀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화장까지.

농담으로라도 “기품이 넘치시네요.”라는 말을 못할 정도로 하후돈은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미안.”

난투전을 뒤집었던 투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달콤한 분위기의 밤놀이가,

자신의 경거망동으로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냥 참고 물러났다면 한밤중에 난투전이 벌어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을….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보일 것처럼 숙연함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시작한 일입니다.”

그녀의 사과에 이성휘 또한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했다.

도발을 건 쪽은 나다.

그렇기에 사과를 해야 될 쪽은 나였다.

얌전히 노리개를 포기하고 물러났다면 난투극을 치르는 일은 없었을 터. 물러서려 하지 않는 오만한 기질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으, 응…. 물론 괜찮지!”

난폭했던 움직임 때문에 치맛자락이 헤지고 찢어졌을 뿐이다.

설마 이 하후원양이,

그깟 조무래기들에게 일격을 당했을까.

불편하기 그지없는 의복을 입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보다 능숙하게 쓰러트렸겠지.

위병들에게 끌려가는 그 순간까지도 고함을 내지르면서 발악하던 계집들을 피떡으로 만들지 못한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

“앗!”

과장된 몸짓으로 씩씩함을 자랑하던 하후돈이 돌연 한쪽 발을 절뚝였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은 채,

거친 행동과 함께 발길질을 휘두른 탓이다.

발목을 접질렸는지 한쪽 발을 계속 절뚝거렸다.

“무리하게 걸었다간 더 심해질 겁니다.”

“어, 그렇겠지…?”

“제 등에 업히십시오.”

“뭐, 뭐… 뭐뭐뭐?!”

이성휘가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하후돈에게 기꺼이 등을 내밀었다.

돌발적인 제안에,

하후돈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등에 업히라니…!

오랫동안 교제한 남녀에게 허락되는 애정행각이 아닌가.

갑작스럽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성휘와 함께 밤놀이를 나오면서 나름의 기대감을 품었지만…, 설마 가련한 처녀처럼 사내의 등에 업히는 상황이 벌어질 줄은 몰랐기에 몹시 당혹스러웠다.

‘매, 맹덕…! 미안!’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솟구치는 희열을 참으며,

위아래로 계속해서 씰룩이는 뺨을 억눌렀다.

유혈을 동반했던 난투극으로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했건만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터질 것 같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펑 터질 것만 같았다.

“응…,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가슴속의 배덕감에 변명하듯,

하후돈은 사촌의 남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등에 매달렸다.

다부진 등을 맞이했다.

여성에게는 없는,

사내의 넓고 듬직한 등이었다.

연모하는 사내의 등에 업히게 된 하후돈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갈대풀로 가슴을 간질이는 듯한 쑥스러운 애정이 마음속에 전해졌다.

“원양 님.”

“어.”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그 부름에 하후돈이 대답했다.

“그런데… 제게 할 말이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어, 어…! 그랬지.”

물음을 받게 된 처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전하고 싶은 말.

이 사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지만….

“지, 지금은 말 안 할래…. 까먹었어.”

마음을 애태우면서 연모해온 사내와 몸을 밀착하고 있던 처녀는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속삭임을 흘리면서 고개를 파묻었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제대로 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부끄러워서.

너무 행복해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낯짝으로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너를 진짜 좋아해. 고백은 아직 무리지만….’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패국의 여걸은 애처로운 마음을 간직한 채 입술을 꾹 다물었다.

듬직한 등에 업힌 채,

결코 그에게 보여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공지에 업로드한 조조 & 원소 설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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