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0화 〉 막간. 여장부의 일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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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에 사로잡힌 조조가 사촌들을 황하에 던져버렸다는 소식이 허도에 알려졌다.
그 뒤에 구출,
물에 젖은 생쥐꼴을 한 채로 돌아왔다.
허도 백성들은 질투의 화신으로 등극해버린 조조를 두려워하는 한편, 처제였던 조홍과 조인을 모두 첩으로 들인 이성휘의 호색한 성벽에 혀를 내둘렀다.
“자렴에 이어 자효까지…!”
“아무리 천하제일검이라지만 이것은 너무 오만하지 않습니까!”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이 불만이 뒤섞인 목소리를 냈다.
가문의 여식들을 모두 처첩으로 들인 천하제일검의 오만한 면모에 대한 불만이었다. 게다가 그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낙양제일미로 명성이 높은 태원왕씨 가문의 수양딸까지 첩으로 들이지 않았던가.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으나,
이것은 분명 패국조씨 가문을 우롱하는 처사였다.
만천하가 패국조씨 가문을 어떻게 보겠는가?
가문을 대표하는 원로들은 조숭에게 대안을 기대하는 눈치를 보냈다. 지혜와 현명함을 갖춘 조숭이라면 적절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으음.”
조숭이 침음을 삼켰다.
팔짱을 낀 채 불편함을 내비치며,
분노를 애써 억누르듯이 다부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무거운 분위기를 발산하는 조숭의 모습에 원로들은 긴장감을 꿀꺽 삼켰다. 그 모습이 비분강개를 터트리기 직전의 상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위하고 낚시 가기로 했는데….’
그러나 원로들의 짐작과는 달리,
조숭은 여전히 하나뿐인 사위를 총애하고 있었다.
낚시와 사냥을 함께 즐기면서,
사위에게 딸 자랑을 마음껏 할 생각을 가득했다.
게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자가 태어나지 않았는가. 손자까지 보게 된 조숭은 다행다복(?幸??)의 기쁨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원로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모두 본인이 원해서 첩실이 된 게 아닌가. 아무리 가문을 대표하는 가주라도 남녀문제에 왈가왈부를 할 수는 없겠지.’
가문을 대표하는 주인이나,
권력에서 물러난 뒷방 늙은이일 뿐이다.
그렇기에 사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꺼려했다.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잘 해결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조숭은 이 문제를 유야무야 넘기려고 했다.
“물론 세간의 시선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섣불리 결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은 매형을 가문으로 불러 문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 조숭을 대신하여 조덕이 입을 열었다.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표기장군 이성휘를 불러 문책하도록 하겠다.
조덕의 말에 원로들은 노골적으로 관여할 생각까지는 없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께서 직접 문책하신다면야….”
“저희들도 일이 커지기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원로들 중에서 이성휘에게 직접 문책할 수 있을 정도로 강심장인 사람은 없었다.
한나라의 표기장군이며,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는 최고의 무장이 아닌가.
게다가 맨손으로 사람을 때려죽이는 괴력난신의 심기를 자칫 건든다면 다짐육이 될 게 분명했다.
원로들은 이성휘를 경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했기에 직접적으로 맞서려 하지 않았다.
“그럼 당숙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당부의 말을 남긴 원로들은 용무가 끝난 듯 조용히 물러갔다.
원로들이 모두 물러간 것을 확인한 조숭은 곧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들 조덕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사를 제쳐둔 채 급히 처리해야 될 일이라도 있는 걸까. 냉철한 모습을 일관하던 조숭이 사뭇 진지해진 표정을 지으면서 무언가를 준비했다.
“낚싯대는 모두 챙겼느냐?!”
조숭이 크게 소리쳤다.
그에 배낭을 짊어진 조덕이 대답했다.
“예, 물론입니다! 노복들에게 모두 옮겨두라고 지시했습니다.”
혹시라도 사위와의 약속시간에 늦을까 조숭은 다급하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원로들과의 회의 때문에,
자칫 지각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봉착했다.
어젯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을 정도로 낚시를 학수고대해온 조숭이었기에 유독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위와 이틀 동안 낚시라니… 하핫!”
“고기들이 잘 잡히는 명당을 수배해뒀습니다. 분명 만선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기대되는구나!”
낚시와 사냥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취미였다.
그렇기에,
오랜 취미에 목을 메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사위에게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 싶었기에 조숭은 오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두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가타부타 지껄이기는…!”
아까운 시간을 잡아먹은 원로들에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조숭이 급히 마차에 올랐다.
그 뒤,
대문이 열리자마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자랑스러운 사위가 기다릴까 조숭은 마부를 계속해서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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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 뒤에 찾아오는 두통은 절제를 지키지 못한 어리석은 자들에게 내려지는 형벌과 같다.
현재 이성휘는,
과음의 형벌을 지독하게도 받는 중이었다.
머리를 도끼로 쪼개는 듯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두통이 벼락처럼 머리를 강타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침음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제아무리 천하제일검이라도 해도 과음 뒤의 두통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는 듯했다.
“후우….”
장인어른, 처남과 함께 낚시에 끌려오게 된 이성휘는 가쁜 숨을 토해내면서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하루 푹 쉬웠으면 좋으련만,
결국 장인어른의 취미에 따라오고 말았다.
어떻게 장인어른과의 약속을 무를 수 있겠는가.
조홍과 조인을 후처로 들이면서 패국조씨 가문에게 많은 빚을 지게 된 상황이었기에 극심한 두통에도 불구하고 낚시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곧 그녀가 표주박을 건넸다.
그에 이성휘는 망설임 없이 표주박에 담긴 물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시원한 물을 마시니 그나마 진정되는 듯하다.
이성휘는 관자놀이를 짓누른 채로 그녀에게 감사를 건넸다.
“그래서 제 주량을 아는 게 중요하지. 물론 주량대로 마셔도 머리가 아플 때도 많지만 말이야.”
하후돈이 어깨를 으쓱였다.
과연 호쾌한 애주가답게,
술에 있어서는 매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과음의 고통에 시름하는 이성휘를 어수룩한 후배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원양 님은 어떻게….”
“나도 낚시 좋아하거든.”
설마 하후돈도 낚시를 즐길 줄이야.
그래서 취미가 같은 숙부님을 따라온 것일까.
능숙하게 낚싯대를 다루는 하후돈의 모습을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았다. 그녀를 따라하기 위해서였다.
“모르면 내가 가르쳐줄까?”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꽤 쉬워. 하다보면 익숙해질 거야.”
하후돈의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성휘는 조숭과 조덕 부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과연 능숙한 전문가들답게,
본격적으로 낚싯대들을 드리우고 있었다.
사실 이 자리에 내가 없어도 괜찮았던 게 아닐까.
능숙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홀로 덜떨어진 새내기를 맡게 된 것만 같았다.
“자렴과 자효가 맹덕에게 끌려갔다며?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하후돈의 물음에 이성휘는 침묵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어젯밤의 광기를 밝힐 수 있겠는가.
독한 담금주에 취한 채 밤의 폭군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난교를 벌였던 자신을 말이다.
식탁 위에 올라선 세 자매들,
그녀들에게 달덩이처럼 새하얀 둔부를 치켜들 것을 명령했다.
쾌락이 범람하는 교성을 내지르면서 온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던 그녀들의 모습은 이성휘의 뇌리 속에 매우 선명하게 잔존하여 있었다.
“이 호색한.”
하후돈이 이성휘의 뺨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친근한 연인처럼,
사내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히죽 웃었다.
여친 미만. 여사친 이상.
수춘성 공방전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하후돈은 부쩍 이성휘에게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애정행각을 보여주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연히 부정하면 안 되지. 대체 몇 명이나 측실로 들인 거야?”
“…….”
정실 조조.
측실 조홍. 조인. 초선.
혼례를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여성들만 네 명.
그리고 앞으로 여포와 장료가 후발주자로서 혼례를 치르게 될 예정이다.
호색한.
자신에게 실로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1처 3첩.
진심을 다해 구애하는 여성들을 막지 않고 모두 받아들임으로서 생긴 결과였다.
“좋아한다고 달려들던 다 받아주는 거야?”
하후돈이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말해야 될까.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매우 난감한 물음이었다.
지금까지 구애해온 여성들 중에 받아들이지 않았던 경우가 없었다. 진심으로 연모하는 여인을 마음에 두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럼 나도… 받아주려나? 지금까지 다 받아줬었잖아.”
하후돈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두 손으로 낚싯대를 움켜쥔 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만약 누이의 가녀린 모습을 하후연이 목격했더라면 대체 이 부끄러움 많은 처자는 누구냐며 비명을 질렀겠지.
군부의 장졸들로부터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복점하고 있는 패국의 여걸이 수줍음을 곱씹으면서 두 어깨를 바르르 떨고 있었다.
“하핫! 월척이다!”
“대단하십니다, 아버지!”
부끄러움에 물든 여장부의 물음에 이성휘가 대답하려는 순간,
낚시에 열중하던 조숭과 조덕의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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