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5화 〉 막간. 패국조씨 가문의 나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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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는 한없이 미안할 뿐이었다.
일편단심의 사랑을 받았건만,
그녀의 사촌동생들과 관계를 맺는 파렴치한 불륜을 벌였다.
어디 그뿐인가.
낙양제일미 초선은 물론,
전쟁의 무희(??)라고 불리는 여포와 장료와도 관계를 맺었다.
당장 이혼을 요구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전심을 다해 구애하는 여성들을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하는 그 우유부단한 성벽이 결국 양손에 가득 떠안은 풍성한 꽃다발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냈다.
“서방님~”
흑발의 여인이 배시시 웃으면서 매달렸다.
교태가 섞인 아양을 떨며,
술잔이 가득 넘치도록 빛깔 좋은 술을 대접했다.
화려한 의복과 사치스러운 장신구들로 치장한 여인은 사랑하는 남편의 옆을 차지한 채 첩실의 영향력을 한껏 과시하듯 노골적인 애정행각을 보여주었다.
“서방님을 위해 마련한 술이에요.”
조홍이 슬쩍 유혹하듯 속삭였다.
매력적인 눈길을 흘리며,
비음이 섞인 목소리와 함께 요염한 몸짓을 보냈다.
곽가에게 선물한 적 있는 머루주.
천만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는 주조가의 명주를 무려 두 병이나 가진 조홍은 사랑하는 서방님에게 기꺼이 머루주를 진상했다.
“처음 보는 술이군요.”
“후후, 구하느라 제법 고생했죠.”
조홍이 새치름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정말 어렵게 구한 명주였지만,
사랑하는 서방님을 위해서라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술을 한 모금 마신 이성휘가 놀라움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그를 본 조홍은 뿌듯함에 어깨를 으쓱였다.
“…….”
불여우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사촌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흑발의 여인이 벌떡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선 뒤,
천박한 자태로 유혹하던 사촌처럼 연모하는 사내의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무뚝뚝한 얼굴에 질투와 시기가 물들었다.
결코 멍청한 연적에게 뒤쳐질 수 없었던 조인은 이성휘에게 몸을 기대면서 팔짱을 꼈다.
“이 돌덩이가!”
“천박하긴….”
조홍과 조인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질투가 역력한 표정으로,
이성휘를 사이에 둔 채 첨예하게 대립했다.
과연 패국조씨 가문의 견원지간답게 분위기가 매우 살벌했다.
“염치가 없지 않아? 얻어 마시는 주제에.”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쥐어짜낸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악당에게 듣고 싶지는 않아.”
“누가 쥐어짜냈다고…! 정당한 고리대금이야!”
시일에 돈을 못 갚으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선산과 봉토마저 빼앗는 희대의 악당.
일말의 가책을 느낀 듯,
조홍은 양자의 합의에 따라 진행되었던 공명정대한 계약이었음을 강조했다.
“으음.”
머루주를 마시면서 향긋한 풍미를 탐닉하던 이성휘는 조홍과 조인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얼굴을 보건데 독한 담금주에 취기가 돈 듯했다.
연이어 술잔을 들이킨 탓이다.
항상 날카롭던 눈빛이 다소 흐릿해져 있었다.
“서, 서방님?!”
“으읏…!”
으르렁대며 서로를 노려보던 조홍과 조인이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항상 근엄하던 서방님이,
이토록 과감한 모습을 보일 줄 몰랐기 때문이다.
사납던 암호랑이들이 온순한 집고양이처럼 금세 얌전해졌다.
허리를 안긴 채 품에 들어오게 된 그녀들은 부끄러움에 몸을 떨면서도 기쁜 듯 미소를 흘렸다.
“헤, 헤헤…! 응큼하셔라!”
두 눈을 가늘게 뜬 조홍은 교활한 불여우답게 곧바로 이성휘에게 매달렸다.
그의 목덜미를 껴안은 뒤,
요염하게 젖은 숨결을 흘리면서 아양을 떨어댔다.
여민 옷고름을 슬쩍 풀었다.
금실로 수놓은 의복이 사르륵 흘러내리면서 풍만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형태 좋은 젖가슴이 유혹하듯 출렁 흔들렸다.
“파, 파렴치하기는…!”
유두가 노출되지 않았을 뿐,
새하얀 젖가슴이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퇴폐적인 광경에 조인은 말을 더듬으면서 당혹감을 표현했다.
가느다란 어깨와 풍만한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낸 조홍의 모습은 천박한 기녀를 보는 듯했다. 개국공신 가문의 여식임에도 기녀처럼 음란한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새로운 안주는 어떠세요?”
요염한 미소를 지은 조홍이 상체를 푹 숙이면서 물었다.
출렁이는 젖가슴이 드러났다.
당장이라도 분홍색 유실이 보일 것처럼 아슬아슬한 구도였다.
지금까지 대쪽 같은 이성휘를 유혹해온 조홍이었기에 매료에 매우 능숙했다. 과연 불여우 1호다운 매혹이었다.
‘또 선수를 가로채려고…!’
음란한 현장을 바라보던 조인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함을 참을 수 없었는지,
으스러뜨릴 것처럼 술잔을 꽉 쥐었다.
당장 자신도 가세해야 하겠으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끄러움도 기꺼이 감수하는 조홍처럼 뻔뻔스러운 성정이 아니었기에 함부로 시도할 수 없었다.
“…….”
드륵.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연회장에 흑발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벌하게 보일 정도로 싸늘한 표정을 지은 여인.
갑작스러운 언니의 등장에 조홍과 조인은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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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언니의 등장과 함께 조홍과 조인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아연실색한 채 이성휘와 거리를 벌렸다.
차라리,
귀신이 낫지 않았을까.
절대로 발각돼선 안 될 상황을 들켜버린 조홍과 조인은 오들오들 떨기 바빴다.
특히 젖가슴을 드러내면서 이성휘를 유혹했던 조홍은 사형을 앞둔 사형수 같은 낯빛을 하고 있었다.
“후우, 잠시만 눈을 떼도 이 꼴이로군.”
조조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초저녁부터 연회를 즐기고 있을 줄이야.
천하의 바람둥이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노려보던 조조는 이윽고 그의 옆에 앉았다. 자리에 털썩 앉는 것과 동시에 이성휘의 몸이 움찔 떨렸다.
“자렴.”
“네, 네…! 네에!”
사촌언니에게 호명된 조홍은 제 손으로 풀어헤쳤던 옷고름을 동여매면서 대답했다.
곧 끌려가게 될 터.
어쩌면 다시 황하에 내던져질지도 모른다.
황하에 서식하는 물고기들과 다시 재회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며 자포자기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잔을 가져와라.”
“넷!”
조조가 손을 들면서 말했다.
그에 조홍은 혹시라도 불호령이 떨어질까 재빠르게 움직였다.
“음, 머루주로군.”
현장을 난입한 조조는 당당하게 술을 들이켰다.
예상과는 달리,
매우 태연한 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던 조홍과 조인은 예상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사촌언니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성휘, 그대도 한 잔 하게.”
“감사합니다.”
조조가 건넨 술잔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취기가 확 달아났는지,
두 눈에서 날카로운 총기가 느껴졌다.
처제들과 즐기고 있는 음란한 술자리에 아내가 난입했다. 술이 확 깰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성휘는 온전한 모습으로 아내와 술을 나누게 되었다.
“떨 필요 없다. 해코지를 가하진 않을 테니.”
곁눈질로 눈치를 살피는 두 동생들을 보며 조조가 말했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당장 저 도둑고양이들의 머리를 술병으로 작살내버리고 싶었지만….
이제 더 이상 질투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매번 사나운 신경전을 벌이면서 남편을 몰아세우지 않았던가.
결국 남편의 바람기를 받아들이기로 맹세한 조조는 두 동생들을 겸허히 용서하기로 했다.
“아만.”
“이 바람둥이 같으니.”
숙연한 표정을 짓는 이성휘의 얼굴을 본 조조는 피식 웃으면서 그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메마른 입술을 훑으며,
사랑스러운 남편과 시선을 교환했다.
술 몇 잔에 취기가 올랐는지 조조의 새하얀 얼굴이 아름다운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바람둥이여도 기꺼이 사랑하겠네.”
달콤한 머루주를 입술에 머금은 조조가 바람둥이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입술을 폭 겹치면서,
머금고 있던 머루주를 건넸다.
달콤한 과일주가 턱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조조는 뺨을 붉힌 채 요염한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으음… 으응…!”
두 동생들이 토끼눈을 한 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입맞춤에 열중했다.
술이 들어간 탓일까,
평소보다 더욱 과감하고 정열적이었다.
입술을 꾹 물었다.
혀를 움직이면서 입 안을 훑었다.
툭툭 건드릴 때마다 입술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하아, 하아…!”
농밀한 입맞춤에 열중하던 조조가 숨을 내뱉었다.
잠시 숨이 막혔는지,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숨결을 토해냈다.
술과 타액으로 물든 입술을 혀로 훑으면서 맛을 느낀 조조는 요염하게 젖은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으읏!”
“…읏!”
요염하면서도 아름다운 입맞춤을 바라보던 두 사촌동생들은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달아오른 숨소리를 연신 흘렸다.
언제나 완벽하던 면모만을 보여주었던 언니의 흐트러진 모습에 몸이 달아오른 것이리라.
조홍과 조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허벅지를 달싹이면서 하복부를 마찰했다. 하복부에 힘을 줄 때마다 허리를 움찔움찔 떨어댔다.
“자렴과… 자효를 안아도 좋네. 허락하겠네.”
발정 상태의 암고양이처럼 애처로운 호흡을 토해내고 있는 사촌동생들의 모습을 본 조조가 속삭였다.
“물론 내가 먼저일세.”
사랑스러운 속삭임에 이성휘가 마른침을 삼켰다.
절세의 요녀처럼,
뇌쇄적인 웃음을 흘리는 아내의 모습에 억눌러두었던 원초적인 욕망이 용솟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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