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3화 〉 막간. 패국조씨 가문의 나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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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은 사촌언니 조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종친이었다.
평동장군(????)을 역임한 뒤,
허도를 방위하는 도호장군(????)에 임명되었다.
궁궐의 수비와 금군의 통솔권까지 관장하는 조홍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자랑했다. 사촌언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아….”
지고의 권력자이며,
중원 굴지의 부자였던 흑발의 여인은 한숨을 흘리면서 안타까움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발랄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는 오늘따라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구실로 덮쳐야 하나.”
사촌언니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던 조홍이 심려에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홍의 고민,
그것은 ‘형부하고 또 동침하고 싶은데 마땅한 구실이 없다.’였다.
언니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음에도 동생은 매력적인 형부를 따먹을 궁리나 하고 있었다.
“큭! 무뚝뚝한 석녀 주제에… 감히 끼어들기는!”
사랑하는 형부의 몸에 올라탄 채 허리를 계속 들썩들썩 흔들던 뻔뻔한 철면피를 떠올렸다.
자신이 들어온 줄 알면서도,
그를 무시한 채 교미에만 집중했다.
실로 뻔뻔한 조인의 행동에 노기가 치밀었다.
‘그 석녀만 없었어도 작전은 성공적이었는데!’
흐트러진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음란한 교성을 흘리던 조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냉철한 면모를 내려놓은 채,
한 마리의 암컷이 되어 본능에 몸을 맡겼던 조인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어젯밤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에잉!”
답답함을 느낀 조홍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는 듯,
늘씬한 두 팔을 쭉 뻗으면서 기지개를 켰다.
“언니한테 콱 일러버려?”
바닥을 나뒹굴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조홍이 돌연 벌떡 일어났다.
불륜의 향연을 목격한 뒤,
문을 쾅 닫아버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말해 본인은 사건을 목격한 증거인이지 불륜에 가담한 동조자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육욕에만 집중하던 조인의 모습에 화가 난 조홍은 자칫 본인에게 있어 ‘자폭’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방도를 떠올리기까지 했다.
“안 돼, 안 돼…. 석녀와 나를 도매금처럼 묶어버린 뒤에 그대로 황하에 빠트릴지도 몰라.”
자신과 조인을 밧줄로 꽁꽁 묶은 채 육중한 바위와 함께 황하에 빠트리는 광경을 떠올렸다.
냉혈한 언니라면,
사랑하는 남편과 관련된 일이라면 한없이 무자비해지는 언니라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륜을 저지른 두 동생들을 망설임 없이 깊은 강물에 영원히 수장시키겠지.
꼬르르르륵….
언니의 발길질과 함께 차디찬 강물에 빠졌던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린 조홍은 아연실색한 채 어깨를 오들오들 떨었다.
“으으, 하지만 이러다가 서방님을 빼앗기기라도 하면….”
늘씬한 허리와 매력적인 골반을 자랑하는 쭉쭉빵빵한 몸매는 조홍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홍등가의 기녀처럼,
뇌쇄적인 신음소리와 함께 허리를 흔들어대던 조인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뚝뚝하던 석녀가 저렇게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다니….
서방님의 양물을 뿌리까지 물면서 부드러운 엉덩이를 들썩이던 조인은 남성의 마음을 쏙 빼놓는 요녀와도 같았다.
“일단 언니한테 이르는 건… 보류해두자.”
내 목숨을 위해서라도.
언니에게 어젯밤 일을 일러바치는 것은 본인에게도 매우 위험부담이 컸다.
그렇기에,
조홍은 함구하는 것을 선택했다.
* * *
다음 날,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던 조홍은 성난 발걸음과 함께 이성휘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사공부에 위치한 집무실.
현모양처를 주장하는 아내의 독단으로 사공부에 머물게 된 남편. 그는 현재 집무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자렴?”
“그래요, 자렴이에요! 자효가 아니라!”
빼액! 소리를 내지르는 둘째 아내.
지금까지의 경험들로 유추하건데,
그녀는 지금 극도로 흥분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화난 이유는 뻔했다.
사촌과 동침하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리라.
“그 어젯밤은….”
“듣기 싫어요! 또 변명하려고!”
“…….”
“태원왕씨 가문의 시녀도 임신시킨 주제에! 이제는 석녀까지 임신시키려고요?”
팔짱을 낀 채 성난 목소리로 일갈하는 조홍.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이성휘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어젯밤 광경을 들켜버릴 줄이야.
오랜만에 조인과 동침했던 이성휘는 농밀한 육욕에 집중하느라 경계가 무뎌졌다. 설마 밤일을 치르는 도중에 설마 조홍이 난입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흥!”
조홍은 야속함이 섞인 콧방귀를 끼면서도 이성휘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크흠,
그녀가 돌연 헛기침을 했다.
소리를 내질러서 목이 마르다. 냉큼 최상급 찻잎으로 우려낸 차를 대접하라는 뜻이었다.
그녀의 까칠한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이성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차를 대접했다.
김이 모락모락 흘러나오는 찻잔을 건네받은 조홍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는 어떻습니까?”
“뭐, 그럭저럭… 먹을 만하네요.”
다행히도 차가 입에 맞았는지,
조홍은 눈꺼풀을 슬쩍 내리면서 새침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급한 불은 끈 듯하다.
“어젯밤은… 뻔하죠, 분명 석녀가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유혹한 거죠? 우리 서방님은 언제나처럼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결국 받아준 거고.”
“…….”
무장이 아니라 무당을 해도 될 것 같다.
용한 족집게처럼,
단번에 알아맞힌 조홍의 혜안에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훤히 꿰뚫어본 것처럼 정확히 맞춘 걸까.
“…어젯밤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조홍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중얼거렸다.
그 석녀 때문에,
계획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설마 무뚝뚝하고 촌스러운 사촌이 얍삽하게 순서를 빼앗으리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사촌에게 순서를 빼앗긴 게 크게 분한 듯했다.
“죄송합니다, 자렴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항상 준비해두고 있었어야죠. 특히 언니와 동침하지 않는 날에는 말이에요.”
아니,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니.
조홍의 막무가내 같은 말에 곤혹감을 머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 석녀와 순번이라도 짜둬야 하나….”
서방님과 언니는 1주일에 사나흘 정도는 함께 동침했다.
다시 말해,
자신과 석녀에게 주어지는 시일은 1주일에 겨우 사흘에 불과했다.
그 사흘 동안에만 이성휘와 동침을 할 수 있었으므로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순번표라니….”
“저와 석녀뿐만 아니라, 태원왕씨 가문의 낙양제일미와 병주의 촌년들과도 동침할 거잖아요!”
사촌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다른 여자들까지도 신경을 써야 했다.
초선. 여포. 장료.
자랑스러운 서방님께서 주변 미녀들을 모두 처첩으로 들인 바람에 더욱 골치가 아팠다.
“미안합니다.”
“흥, 은근슬쩍 사과로 덮으려고요? 입으로만 하는 사과가… 그거 하나뿐이에요?”
토라진 표정을 지은 흑발의 여인이 입술을 슬쩍 내밀면서 신호를 보냈다.
말로 전하는 사과가 아닌,
입을 이용한 ‘다른 사과’를 원하는 듯했다.
“읏!”
시선을 마주한 조홍이 짧은 침음을 흘렸다.
입술을 달싹이더니,
어서 안아달라는 듯 한쪽 팔을 내밀었다.
부끄러움에 물든 순진무구한 반응에 이성휘는 조홍의 늘씬한 허리를 껴안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쪽.
도톰한 입술에 도장을 찍듯이 짧게 입맞춤을 했다.
공무를 처리하는 집무실이었기에 농후한 애정을 나눌 순 없다. 그래서 이성휘는 둘째 아내의 무리한 요구에 짧은 입맞춤으로 대신했다.
“헤헤….”
붉게 상기된 홍조를 그린 흑발의 여인이 헤픈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뒤이어,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더요. 한 번으로는… 부족해요.”
“알겠습니다.”
재물을 밝히는 인색한 성정답게 애정행각에 있어서도 탐욕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그에 이성휘는 다시 한 번 도톰한 입술을 훔치면서 자신의 온기를 전했다.
할짝.
조홍이 혀를 내밀면서 이성휘의 입술을 핥았다.
사내의 메마른 입술을 핥으면서 덧칠하듯이 달콤한 타액을 발랐다. 허리를 강하게 껴안는 이성휘의 거친 포옹에 조홍은 무심코 신음을 흘렸다.
“하응!”
그에게 예속된 듯한,
그에게 완전히 붙잡힌 듯한 종속감에 휩싸였다.
당장 그에게 안기고 싶다.
잠시 무위로 돌아갔던,
밤일을 당장 진행하고 싶었다.
해가 중천에 뜬 백주대낮이었음에도 말이다.
“서방님….”
사랑스러운 눈길로 이성휘를 주시했다.
퉁명스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귀여운 눈웃음과 함께 이성휘에게 매달렸다.
마치 작은 산토끼가 된 것처럼 부드러운 뺨을 이성휘의 가슴에 비비면서 그의 목덜미에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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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은 들뜬 마음을 떠안은 채 죽간을 들고 사촌언니의 집무실로 향했다.
밤일 순번제.
언니가 보내는 시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일 동안 자신과 조인이 이성휘와 함께 잠자리를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어떠세요, 언니?”
조홍이 방긋 웃으면서 물었다.
특단의 비책을 내놓은 듯,
그녀의 표정은 한껏 의기양양했다.
“내 남편을… 돌아가면서 따먹겠다고?”
“네! 언니께서 독점하시는 시일을 제외한 나머지를 저와 석녀가 돌아가면서 채우는 거죠.”
다재다능한 재녀로 유명한 조홍의 안타까운 단점이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탄식이 나올 정도로 눈치가 없다는 것이다.
사촌언니가 지금 애써 광분을 참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자신의 생각을 떠들어대기 바빴다.
“태원왕씨 가문의 계집이나 병주 출신의 비천한 촌년들한테는 한 달에 이틀을 줘도 감지덕지겠죠.”
“…….”
어서 칭찬해달라는 듯,
조홍은 언니에게 기대감이 섞인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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