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화 〉 379. 전쟁의 풍운으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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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주목(???) 유언은 태상(太?)을 역임한 고관대작이었으나 자신의 야망을 이루고자 변방의 지방관을 자청한 인물이었다.
심복들과 익주로 향한 뒤,
전(?) 익주자사였던 극검의 폭정으로 크게 혼란스러웠던 군현들을 정벌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보인 유언은 익주 호족들을 규합하여 빠르게 세력을 모았다. 숙청과 회유를 통해 거병에 성공한 유언은 천하를 도모하려는 야망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중원 세력이 감히 파촉(??)을 도모할 수 없도록 관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중원 전역을 통일한 조조군이 관서마저 삼켜버린다면 곧 파촉마저 점령하려 들 터.
그래서 유언은 날카로운 기동력을 발휘하여 관서의 군벌들을 제패한 마등과 한수를 지원했다.
정복활동에 돌입한 정서장군 마등과 진서장군 한수를 지원함으로서 조조군을 막아내는 방패로 삼으려는 의도였다.
“5천의 군사를 줄 터이니 마등과 한수를 뒤에서 돕도록 하라. 서량의 비렁뱅이들이 관서에 세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물자들도 지원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주군.”
교위(??) 손조에게 병력 5천을 맡겼다.
그 뒤,
장남 유범을 파견하여 서량군과 동맹을 체결했다.
익주의 독자세력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조조군이 관서를 지배해선 안 된다. 그렇기에 한나라의 반란분자였던 마등과 한수를 크게 경시하면서도 구태여 동맹을 맺은 것이다.
“마등과 한수는 난세를 틈타 변경을 어지럽혀온 마적에 불과하다. 군사와 물자를 동원하여 지원하되, 절대로 그들을 믿어선 안 된다.”
유언은 매우 냉혹한 성정이었다.
또한 이해득실을 철저하게 따지는 계산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마등과 한수는 소모품일 뿐,
결코 대등한 동맹관계로 여기지 않았다.
어떻게 한경제(???)의 후예인 이 유군랑이 비천한 마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는가? 반란을 수차례 일으키면서 황실과 조정을 기만해온 놈들은 소모품으로 쓰는 것이 합당하리라.
“삼보의 환난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황야를 떠돌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 익주의 신민으로 삼을 것이다.”
유언은 차남 유탄을 양주의 무도군(???)으로 파견하여 삼보 지역의 백성들을 거두려 했다.
익주는 험준한 산세에 숨은 변방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인구가 부족했다. 유언은 삼보 지역의 피난민들을 받아들여 부족한 인구를 채우고자 했다.
“첫째 형님과 둘째 형님을 사예주와 양주로 보내신단 말씀입니까…? 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사남 유장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첫째 형을 동맹의 사절로,
둘째 형을 피난민들의 회유에 투입했다.
혹시라도 바깥으로 나간 형님들에게 변괴라도 생길까, 유장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그럼 네가 가겠느냐.”
“저, 저는!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유언이 물었다.
그에 유장은 아연실색한 낯빛을 손사래 쳤다.
“안에서는 통치에 불만을 품은 호족들이 이를 갈면서 아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리고 바깥으로는 오랑캐들이 풍요로운 군현들을 침탈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익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유언군에게 완전히 복속된 상태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복종하고 있으나,
교활한 모략을 통해 토착세력들을 일소하면서 익주를 집어삼킨 유언을 크게 원망하고 있었다.
또한 북쪽에서는 강족(??)과 저족(??)이 계속해서 위협을 행사하고 있었고, 남쪽에서도 남만(??)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익주의 모든 위협들은 천하를 거머쥘 자격을 있는지를 묻는 시련이다! 이 유군란이 과연 파촉(??)의 황제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역경이란 말이다!”
익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을 모두 굴종시키고 황제에 등극할 것이다.
유언은 바들바들 떠는 유약한 아들에게 유황불처럼 타오르는 야욕을 드러내면서 의지를 일깨우려 했다.
기필코 황제가 될 것이다.
그 야망을 위해 일부러 익주자사를 자청하여 온 것이 아닌가.
하나부터 열까지 오로지 야욕만을 위해서 계획들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모략가는 광기에 찬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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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자사(???史) 유표는 세력을 크게 떨치고 있는 다른 군벌들만큼 매우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동탁에 의해 형주자사가 된 뒤,
단기필마로 형주로 내려온 유표는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반란을 경험해야 했다.
원술의 간계로 형주자사 왕예가 살해당하면서 형주의 호족들이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그에 유표는 형주의 대명문가였던 괴씨, 채씨 가문과 동맹하여 반란을 모두 소탕하면서 권력을 거머쥐었다.
“드디어 죽었군, 원공로.”
원술이 가축들의 분뇨로 넘실대는 연못에서 허우적대다가 죽었다는 소식에 유표는 크게 기뻐했다.
간적에게 어울리는,
실로 마땅한 죽음이었다.
수춘성에서 원술을 끔찍하게 처형한 이성휘에게 고마움을 느꼈을 정도로 통쾌하게 여겼다.
형주의 지배권을 두고 원술군과 계속해서 반목해온 관계였기에 그의 죽음을 더욱 환영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며칠 동안 연회를 벌였을 정도였다.
“주군, 조조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삼보 지역을 정벌했을 정도로 완강한 세력입니다.”
“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네.”
군사 괴량의 말에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군,
황실과 조정을 장악한 중원 최강의 군벌.
중원 전역을 정벌하여 천하에 가장 근접하게 된 조조군의 위세는 실로 두렵기 짝이 없었다.
조조는 불과 몇 년 만에 환난에 휩싸였던 지역들을 모두 석권한 최강의 군벌이었다. 또한 그녀의 옆에는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는 표기장군 이성휘가 있었다.
“천하제일검 이성휘… 백전무패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가 너무도 두렵네.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마저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이 쓰러트리지 않았는가.”
구강군에서 위세를 떨치던 양주의 폭군을 순식간에 멸망시켰다.
믿을 수가 없는,
공포와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전과였다.
원술군이 멸망함으로서 중원을 통일한 조조군과 세력권을 마주하게 된 유표는 시름을 토해냈다. 승승장구를 반복하고 있는 조조군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땨문이다.
“게다가 강동의 호랑이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서 설치고 있지 않나? 갈수록 점입가경이로군.”
유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관자놀이를 꾹 짓눌렀다.
조조군만으로도 벅찬데,
양주에서는 오군손씨 가문의 군세가 설쳐대고 있었다.
강동으로 피신해온 손견은 유요군을 상대로 수많은 승전들을 거두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곧 말릉성에서 양주자사 유요와 양주의 패권을 건 일전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조조도…! 손견도…! 감히 장강을 넘어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매형!”
형주의 군권을 관장하는 장수였던 채모가 맹수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채씨 가문의 함대가 있는 한,
외적들은 형주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강의 주도권은 아군 함대가 꽉 쥐고 있다.
설령 천하제일검 이성휘가 원술과 동탁의 잔당들을 정벌했을 때처럼 대군을 이끌고 내려올지라도 장강에서 거뜬히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놈들은 수전(?戰)을 모릅니다! 평생 땅이나 밟고 살아온 북쪽 놈들이 뭘 알겠습니까?”
채씨 가문은 양양군을 중심으로 거대한 무역사업을 해온 대명문가였다.
수십 척의 군함들을 거느렸으며,
또한 가문 휘하에 수많은 상단들을 두어 대규모 무역사업을 펼쳐왔다.
수로를 이용한 무역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을 쌓아올린 채씨 가문은 막강한 수군과 함께 수많은 사병집단을 보유하면서 형주를 대표하는 무가(?家)로 성장했다.
“내가 어찌 처남을 믿지 않겠는가? 외정은 모두 처남에게 맡기겠네.”
“예!”
채모.
양양채씨 가문의 가주이며,
또한 군부를 관할하는 유표군의 2인자였다.
그를 보여주듯 채모는 남군(??), 강하(??), 장릉(??)의 군사권과 행정권을 관장하고 있었다. 사실상 독립된 권한들을 가진 도독에 가까웠다.
“매형께서 맡겨주신다면 조조군에게 먼저 선제공격을 가하겠습니다!”
아군 함대는 무적이다.
한 척의 함선도 보유하지 못한,
유명무실한 힘을 가졌을 뿐인 조조군은 허점투성이였다.
함대를 동원하여 수로와 인접한 군현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다면 조조군은 크게 휘청거릴 터. 여세를 몰아 맹공을 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닐세. 먼저 도모해야 될 적수가 있지 않은가.”
원술이 버리고 떠난 폐허에 세력을 두고 있는 동탁의 잔당이 있었다.
중랑장(中?) 장수.
표기장군 이성휘에게 숙부를 잃은 장수는 사예주의 잔병들을 긁어모아 남양군에 세력을 형성했다.
숙부를 따라 수많은 전장들을 누빈 장수는 매우 용맹한 무인이었다. 남양군을 공격했던 유표군을 몇 번이고 격퇴했을 정도였다.
“형주를 통일한 뒤에 조조군과 일전을 벌이겠네!”
군세를 동원하여 남형주(???) 4군까지 정복해낸 유표군에게 남은 과업은 남양군의 정복뿐이었다.
남양군,
오직 남양군 하나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표는 조조군이 전후를 수습하면서 소강기를 거치고 있는 틈에 장수군을 멸망시키려 했다.
장수를 죽이고 남양군을 장악한다면 조조군의 심장부인 예주(??)를 직접 공격할 수도 있을 터.
남양군 정벌은 천하통일의 대업을 위한 중간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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