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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77화 (377/616)

〈 377화 〉 377. 전쟁의 풍운으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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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군의 패망을 예견했던 손견은 군세를 이끌고서 단양군(???)으로 나아갔다.

역양(??)에 도착한 뒤,

원술의 원수였던 단양태수 주흔을 격파하고 거점을 점령했다.

주흔과 그의 두 동생들을 모두 무찌른 손견은 처남(?男)이었던 오경을 새 단양태수로 삼으면서 본격적인 정복활동에 뛰어들었다.

“단양태수 주흔이 잔당들과 회계군으로 도망쳤습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사방을 빈틈없이 모두 포위했거늘, 잘도 빠져나갔군!”

불과 수천 명에 불과했던 손견군은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을 보유했던 주흔을 토벌했다.

손견은 원술의 명령으로 주흔과 몇 차례 교전을 벌인 적이 있었기에 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주흔은 결코 내 적수가 아니다.

그렇게 확신했기에 손견은 소수의 병력으로 거점을 공격하는 아슬아슬한 도박을 감행할 것이리라.

“주군, 유요가 번능과 장영을 파견하여 무호(??)에 진을 쳤다고 합니다.”

“유요…. 양주자사 진온의 후임인가.”

양주자사 유요는 전임자였던 진온을 계승하여 원술을 끊임없이 견제해온 양주의 세력가였다.

한나라의 종친이며,

청렴하기로 명망이 높은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양주 백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지방관이었기에 침략자였던 손견으로선 매우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아버지, 저를 선봉에 세워주세요!”

백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호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선봉이 되어 적을 무찌르겠다.

과연 호랑이의 딸답게 실로 용맹했다.

양주자사 유요를 무찌르면 양주의 중심지인 말릉성(???)이 손아귀에 들어온다. 말릉성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한다면 다른 군현들도 쉽게 거머쥘 수 있으리라.

“그래, 좋다. 너에게 맡기마!”

“예!”

“하지만 절대로 유요를 죽여선 안 된다. 기필코 생포하거라.”

아버지의 허락에 손책은 용맹무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제 가슴을 툭 두드렸다.

그러나,

뒤이은 아버지의 요구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요는 주흔과 마찬가지로 전선에서 계속해서 아버지와 격돌했던 인물이었다. 유요의 수급을 벨 생각으로 가득했던 손책은 의문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유요는 황실의 종친이다. 게다가 조정대신들의 신임을 받는 학자이기도 하다. 유요를 시살한다면 천하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게다.”

“네, 알겠습니다.”

손견은 양주자사 유요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뒤에 양주의 군현들을 정복할 생각이었다.

그는 훌륭한 명분이 되어줄 터.

거병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명분이 필요했다.

원술의 휘하에서 정세를 관망해온 손견은 기민하면서도 노련한 통찰력을 기르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가문의 명성과 무명만으로는 양주를 제패할 수 없다. 그동안 전쟁에서 수많은 전공들을 쌓았지만, 양주의 오만한 사대부와 호족들을 휘하로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있어 오군손씨 가문은 단숨에 벼락출세한 벌거숭이에 불과했다.

손무(??)의 후손을 주장하나,

오군손씨 가문은 군현에서 속관을 역임해온 신흥호족에 지나지 않았다.

힘을 동원하여 강제로 굴복시킨다고 하더라도 사대부와 호족들로부터 충성을 받아낼 순 없을 터.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이 처절하게 몰락하던 순간을 보았던 손견은 명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설령 힘이 있더라도 명분이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으음, 명분이라….”

아버지와의 담화를 마친 뒤,

군중으로 돌아온 손책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명분.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전투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던 장수로서의 삶만을 보아왔기에… 군주로서의 아버지가 매우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원술에게 독립하여 새로운 세력의 군주가 되신 주군은 이제 실리와 명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

자태와 용모가 빼어난 미소년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친우에게 말했다.

그에 손책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아버지께서는 쳐부수고 정복하는 과업에만 전념하셨는데…. 그 이후로 많이 달라지셨어.”

“달라져야 하니까.”

그녀의 물음에 주유는 확고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변해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세력을 주도하는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장수로서의 모든 행동들을 바꿔야만 했다.

양주의 폭군을 배신하고서 단양군으로 내려온 강동의 호랑이는 천하를 향한 대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워. 그냥… 전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음. 너다운 말이로군.”

특공 밖에 모르는 바보가 바로 오군손씨 가문의 장녀가 아니던가.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유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그에 손책은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공근, 우리들이 말릉현 토벌을 맡게 됐어. 휘하 장졸들에게도 일러둬.”

“알겠다.”

“나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서 대기할게. 그때처럼 실태를 보일 순 없으니까.”

조조군에게 팽성에서 대패를 당했던 경험을 떠올린 손책은 숙연함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승기를 확실히 거머쥐었음에도,

적들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패배하고 말았다.

어른과 싸우는 어린아이처럼 적들의 반격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한 채 대패했던 괴로운 경험은 손책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다음에는 절대로 안 질 거야.’

손책은 쓰라린 패배를 가슴에 묻어두면서 절치부심의 각오를 맹세했다.

병장기를 들어올리며,

오랜 친우와 함께 군막을 나섰다.

선봉장에 임명된 손책은 아버지의 대업을 완성하기 위한 첫 단계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 * *

조조군이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삼보 지역까지 진군해왔음에도 마등과 한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력을 정돈하며 대비했을 뿐,

서량의 두 군벌들은 마지막까지 침묵했다.

동맹관계를 맺었던 동백이 결국 패망하여 조조군에게 끌려갔음에도, 대응하지 않는 냉철한 모습을 보인 마등과 한수는 군소 군벌들을 정복하는 일에 계속 박차를 가했다.

“무릎을 꿇고 복종해라! 그러면 살려주겠다!”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언월도를 치켜들면서 궁지에 몰린 장졸들을 위협했다.

이대로 죽든가.

아니면 복종을 택하든가.

패자들에게 생존이 달린 양자택일을 들이밀었다.

농서동씨 가문의 잔당들이 벌였던 폭정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거병했던 군벌들은 거대함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항복… 하겠소.”

“이제부터 정동장군을 따르겠소이다.”

군벌들은 조조군의 정벌로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관서를 정복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성휘가 물러간 뒤,

천재일우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마등과 한수가 병마들과 함께 북쪽 황야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장안성이 불타면서 삼보 지역은 쇠퇴하고 말았다.

쇠퇴와 몰락의 상징이 되어버린 군현에는 도적들이 항상 들끓기 마련이다. 무수히 많은 군벌들이 거병한 삼보 지역이 바로 그러했다.

“큭! 웃기지 마라!”

“역적의 졸개였던 놈들이 감히!”

얌전히 투항해온 자들과 달리,

굴복과 굴종에 반대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동탁의 끄나풀이었던 놈들에게는 결코 굴종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건방진 놈들이!”

그러나 격앙된 외침은 곧 그치게 되었다.

푸화악­!

뜨거운 선혈과 함께 머리가 떨어졌다.

포로들에게 모욕을 당한 소녀는 날카로운 언월도로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금마초는 무슨! 천하제일검에게 겨우 일합에 나가떨어진 년이!”

“닥쳐!!”

마초가 짐승 울음소리처럼 거친 고함을 토해내면서 언월도를 내질렀다.

푸욱­!

날카로운 칼끝이 가슴을 찔렀다.

마지막 순간까지 발악하던 포로마저 살해한 소녀는 가쁜 숨소리를 씩씩 토해냈다.

결코 건드려선 안 될 역린을 들켜버린 것처럼 마초는 어깨를 바들바들 떨면서 괴로워했다. 분기를 토해내는 소녀의 얼굴은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진 채였다.

“누님, 적들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후열을 정비하고 있던 마휴가 달려왔다.

전황을 어느 정도 수습했는지,

일군을 지휘하던 동생들이 속속히 집결했다.

앳된 얼굴의 동생들을 본 마초는 급히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잔당들은?”

“방덕 교위가 모두 토벌했습니다.”

마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던 마초는 용맹무쌍한 동생들을 바라보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자랑스러운 동생들,

서량의 용맹한 풍운아들과 함께 승리를 축하했다.

계속된 연전연승으로 군벌들을 제패한 마등군은 관서의 맹주에 등극했다. 오랜 동맹이었던 한수군과 관서를 침공한 덕분에 정복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과연 누님이십니다!”

“단기필마로 돌격하여 적장들을 베지 않았습니까!”

전투에 참전하여 여러 활약을 세운 동생들이 두 눈을 빛내면서 누이를 치켜세웠다.

여덟 번을 싸워,

여덟 번을 모두 이겼다.

연이은 전투에서 승리한 서량의 금마초는 위풍당당한 전공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관서에서 용맹을 떨친 무인들을 쓰러트린 금마초의 용맹은 동생들을 매료시켰다. 동경에 찬 동생들의 시선에 마초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뭐, 그렇지…!”

낙양대전에서 이성휘에게 단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병장기를 휘둘러보지 못한 채 무력하게 패배했다.

그 무력한 패배가,

계속해서 마초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 동생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기에 누이는 애써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동생들의 선망과 기대를 위해서라도…! 천하제일검을 반드시 이겨야 돼!’

나는 서량의 금마초이며,

세 명의 동생들을 둔 맏이였다.

항상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했다.

패배의 굴욕감에 주저앉을 수만은 없었기에 두려움을 참아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동생들의 선망을 위해서라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으니까.

“…누님.”

그 속마음을 알아챈 듯,

마휴는 누이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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