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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76화 (376/616)

〈 376화 〉 376. 폭풍이 치기 전의 고요(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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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왕윤의 수양딸이 표기장군 이성휘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다.

패국조씨 가문의 여식들은 물론,

낙양제일미라 불리는 절세미녀와도 관계를 맺었다.

한나라 제일의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는 천하제일검의 흥미진진한 연담에 백성들을 귀를 기울였다.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활약과 업적들을 달성해내는 영웅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창피해서 바깥을 돌아다닐 수가 없더군!”

흑발의 여인이 길길이 날뛰면서 소리쳤다.

두 눈을 부릅뜨며,

매번 불륜을 저지르고 다니는 바람둥이를 노려보았다.

야심차게 수도를 옮기자마자 불쾌한 소문들이 좌중에 들끓었다.

새로운 수도로 몰려든 백성들이 북적북적하게 활기를 띄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으나… 백성들이 삼삼오오 모여든 좌중마다 불쾌한 소문이 떠도는 것이 큰 문제였다.

“두 사촌들에 이어 사도의 수양딸까지 건든 겐가!”

아내가 불호령을 내렸다.

사랑스럽게 웃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흑발을 늘어뜨린 미녀는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이성휘는 별다른 변명조차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죄, 죄송합….”

“또! 또─!! 또 죄송하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할 텐가! 이번에는 절대 안 봐줄 걸세!!”

계속 침묵하던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이 마치기도 전에,

조조가 사자후에 가까운 고함을 내지르면서 강제로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아내의 불호령에 남편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푹 숙여야만 했다.

“설마 회임을 한 여자가 또 있는 것은 아니겠지!”

“예, 없습… 없을 겁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아내의 연쇄적인 취조에 바람둥이 남편은 아연실색한 모습을 보였다.

조홍. 조인. 여포. 장료.

지금까지 육체관계를 맺은 여인들의 면면을 떠올리면서 만약의 가능성을 유추했다. 만약 초선처럼 임신을 한 여성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봉선과 문원은 당연히 아니겠지…. 계속 정벌에 참전했었으니까.’

여포와 장료는 제외,

그렇다면 조홍과 조인은 어떨까.

만약 사촌동생들이 아이를 임신했다면 조조가 모를 리 없을 터. 그러니 조홍과 조인이 임신을 했을 가능성 또한 희박했다.

후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아만.”

“뭐가 말인가?”

“초선 소저에게… 관용을 베풀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조조는 회임을 고백했던 초선에게 자애로운 관용을 베풀었다.

정성스럽게 대우했으며,

또한 산모에게 좋은 보약들을 내리기까지 했다.

바닥에 엎드리면서 용서를 구하던 사촌들에게 검을 뽑아들었던 아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애로운 대우였다.

“아이는 죄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 계집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성휘의 혈육이지 않나.”

남편의 혈육이며,

또한 본인이 낳은 아들의 이복동생이었다.

만약 왕윤의 수양딸에게 치도곤을 가했다가 태중의 아이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아들을 볼 면목이 없을 터.

아이를 가진 무거운 몸을 애써 이끌고서 찾아온 초선의 모습에 조조는 처음으로 관용을 베풀었다.

“아만.”

“차, 착각하진 말게! 성휘와 그 계집을 용서한 것은 절대로 아니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싸움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뿐일세!”

이성휘의 부름에 흑발의 여인은 팔짱을 낀 채 쑥스러움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결코,

그대와 사도의 수양딸을 용서한 게 아니다.

감격이 느껴지는 남편의 목소리에 조조는 새침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혹시라도 쉬운 여자로 보일까, 애써 표독스러운 모습을 연기하는 것 같았다.

“아만을 위해 앞으로도 분골쇄신하겠습니다.”

“흥, 그건 당연히 해야 될 일이 아닌가. 현모양처의 마음에 몇 번이고 못질을 했으니 말일세!”

남편의 다짐에 콧방귀로 응수해버린 조조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면서 퉁명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여자를 덥석 데려올까.

천하의 바람둥이에게 푹 빠져서 일편단심을 맹세해버린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일단 나오기나 하게. 갈 곳이 있으니!”

자리에서 일어선 조조가 이성휘를 재촉했다.

급히 가야할 곳이 있다며,

시무복을 걸친 조조는 바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독불장군처럼 발걸음을 세차게 내딛는 아내의 뒷모습을 본 이성휘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뒤따랐다.

* * *

조조와 이성휘는 부드러운 불빛을 발산하는 등불에 의지한 채로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했다.

허도의 정경이 환하게 보이는,

불야성의 거리를 이루고 있는 허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었다.

밤하늘에 수놓은 샛별들처럼 도시를 아득하게 뒤덮고 있는 불빛들이 펼쳐졌다. 허도의 아름다운 절경을 목격하게 된 이성휘는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허도는… 우리들의 모든 것일세. 지금까지 일궈냈던 모든 것들이 이 도시에 있네.”

밤하늘의 장막을 밝히는 환한 불빛들을 두 눈에 담아냈다. 앞장서서 절경을 응시하던 조조는 감성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이성휘는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성휘가 없었다면 어둠을 밝히는 저 찬란한 불빛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겠나? 성휘가 나를 위해 분골쇄신을 다해준 덕분일세.”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쑥스러움에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진심을 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처음 고백했을 때가 떠올랐다.

아내와 쌓은 추억이,

아내를 향한 사랑이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밤하늘의 산들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본 이성휘는 조조의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겼다.

“나는 반드시 이 허도를 지켜내고 싶네. 천하를 호령하는 통치의 상징으로서 영원불멸의 업적들을 새길 걸세.”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수많은 우여곡절들을 극복한 끝에 세워낸 도시였다.

한나라의 새로운 수도이며,

패국조씨 가문의 천하를 달성할 상징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도시를 지켜내겠다.

중원의 패자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결연한 각오를 곱씹으면서 북쪽을 노려보았다.

바로 그곳에….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쌓아올린 유산들을 위협하는 일생일대의 적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최종국면일세.”

“…예.”

천하의 패권을 결정한 최종국면.

조조는 기필코 하북까지 제패하여 천하의 주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그에,

이성휘는 고개를 숙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 어떤 국면이 펼쳐지더라도 끝까지 따르겠노라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맹세했다.

* * *

원술군에 이어 동탁의 잔당들마저 일소한 조조군은 여세를 몰아 수도를 옮기는 변혁을 감행했다.

황실과 조정을 복종시킨 것은 물론,

지방의 제후들까지 복속시키면서 견고한 세력을 만들었다.

한 발 앞서 중원을 제패한 조조군은 뒤를 맹렬하게 추격해오고 있는 후발주자에게 결코 순위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맹렬한 독주를 이어나갔다.

“설령 4개 주의 군단들을 총동원하더라도… 지금의 조조군은 결코 이길 수 없어요.”

황금처럼 찬연하게 빛나는 금발을 어깻죽지까지 늘어뜨린 여인이 자리에 기댄 채 말했다.

오만한 위엄을 뽐내고 있었음에도,

하북 전역을 제패한 여장부는 패색을 입에 담았다.

정공법으로는 결코 숙적을 이기지 못한다.

원소는 대전에 집결한 참모들과 백전불패의 조조군을 쓰러트릴 수 있는 비책을 의논했다.

“놈들을 찢어놓아야 합니다.”

심배가 입을 열었다.

확실한 방안이 있다는 듯,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조조는 중원을 제패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정적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감한 결단과 독주가 오히려 독이 된 겁니다.”

과감한 결단은 보수세력의 불만을,

안하무인과도 같은 독주는 기존 권력계층의 반발로 이어졌다.

조조군을 겨눈 불만과 반발은 일촉즉발의 간두지세(??之?)를 만들어냈다.

불만과 반발을 오로지 ‘힘’으로 계속 억눌러온 조조군이었기에, 만약 불만과 반발이 일거에 폭발하게 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되어 조조군을 휩쓸 터였다.

“맹덕의 못된 버릇이죠. 항상 독주만을 거듭해왔으니까요. 불만과 반발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과감한 판단과 결단력.

그것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양날의 칼날과 같았다.

치명적인 결점임을 증명하듯 조조를 노리는 수많은 정적들이 도처에 존재했다.

정적들은 독주를 거듭하는 그녀가 결국 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강한 힘에 억눌린 채로 복종해야 했던 불만과 반발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과 같았다.

“절대로 맹덕에게 빼앗기지 않겠어요. 맹덕이 쥐고 있는 모든 것들을 빼앗겠어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게 된 원소는 야욕의 화신과도 같았다.

천하를 향한 욕망을,

한 사내를 향한 정욕을 받아들였다.

강력한 목적의식을 품게 된 하북의 패자는 오랜 고질병이었던 우유부단함을 완전히 떨쳐냈다.

‘천하도, 성휘도…. 당신에게서 모두 빼앗겠어요.’

정복.

혹은 찬탈.

후세의 역사가들로부터 어떤 멸칭으로 불리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빼앗겠다.

나는 차지하겠다.

천하도, 그 사람도….

응당 내가 가져야 마땅하니까.

관도대전

조조군, 원소군.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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