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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75화 (375/616)

〈 375화 〉 375. 폭풍이 치기 전의 고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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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허도(??) 천도.

조조군의 독단으로 결정된 천도가 마침내 이루어지게 되었다.

황실과 조정의 행렬들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진류군을 떠나 허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본 군중들은 패국조씨 가문의 천하를 예견했다.

“어서 짐들을 옮겨라!”

“오늘 밤에는 허도에 도착해야 한다! 서둘러라!”

조조군 무관들이 성난 고함을 내지르면서 병졸들을 계속해서 재촉했다.

수도 이전은 위대한 주군께서 학수고대하며 준비해온 대업이었기에 긴장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폐하.”

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오라비에게 다가왔다.

혹여 작은 문제라도 있지 않을까,

황태제 유협은 어가(??)와 어마(?馬)를 꼼꼼하게 살피는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였다.

모든 준비들을 완벽하게 끝마친 뒤, 유협은 유변에게 예를 취하면서 그 사실을 알렸다.

“이제 수레에 오르시지요.”

“음, 그러마.”

유변이 발걸음을 움직였다.

함께 기다리고 있던 황후 당씨가 그 뒤를 따랐다.

이윽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후궁이었던 귀비(??) 동씨도 뒤를 졸졸 따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치 제가 황후라도 되는 것처럼 유변의 뒤를 바짝 달라붙는 모습에 유협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라비의 어심을 흐리는 못된 여우가…!’

교태를 흘리면서 오라비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 후궁의 존재가 영 달갑지 않았다.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것은 물론,

부친 동승과 친족들을 중용하라는 청탁까지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순진한 오라비를 이용해먹는 사특한 꽃뱀.

달콤한 속삭임으로 청탁과 이간질을 번번이 일삼는 동씨의 사특한 면모는 궁인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귀, 귀비는 타실 수 없습니다.”

황제, 황후와 함께 어가에 오르려는 동씨의 모습에 환관들이 급히 막아서면서 만류했다.

귀비 동씨의 사납고 표독스러운 성정을 잘 알고 있기에 환관들은 새파랗게 질린 낯빛을 보였다.

“이것들이 감히…!”

아니나 다를까,

환관들의 만류에 동씨가 이를 빠득 갈았다.

감히 천것들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듯했다.

“후궁은 어가에 오를 수 없다. 귀비는 기본적인 궁중예법조차 모르는 건가?”

당장이라도 환관들에게 손찌검을 할 것처럼 흉흉한 모습을 보이던 동씨에게 유협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에,

동씨가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건방지게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서 지적하는 계집아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보위를 물려받게 될 황태제에게 감히 치기를 들이댈 순 없었기에 치맛자락을 꾹 붙잡으면서 참아야 했다.

“폐하, 소첩은 어가에서 폐하를 보필하고 싶사옵니다.”

결국 유협을 이길 수 없었던 동씨는 가냘픈 여인처럼 연기하면서 유변에게 매달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울음기에 젖은 목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태도를 돌변하는 동씨의 모습에 환관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홉 꼬리들이 달린 여우처럼 행동하는 그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알겠소. 귀비도 어가에 타시오.”

유변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황제는 후궁의 억지를 받아주었다.

이복동생에게는 이해해달라는 듯이 눈짓을 슬쩍 보냈다.

“귀비는 궁중에서의 생활이 익숙하지 않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구나.”

대전에서 공융을 몰아세웠을 때처럼 다시 한 번 엄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으련만….

우둔하게 느껴질 정도로 온순한 성정이었던 유변은 후궁의 억지를 받아주었다. 그렇기에 동씨는 매번 곤궁에 처할 때마다 거짓 연기로 위기를 모면하고는 했다.

후우.

유협이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처럼 교태스러운 몸짓으로 어가에 오르는 동씨의 모습을 보며, 황실에 큰 우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

동탁의 잔당들을 모두 처단한 이성휘는 두 달이 지나서야 진류군에 도착하게 되었다.

제법 시일이 길어졌다.

전후처리에 계속 매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수한 참모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문제들을 해결한 이성휘는 우여곡절을 치른 다음에야 비로소 돌아올 수 있었다.

“성휘!”

“아만….”

흑발의 여인이 환열에 물든 미소를 지으면서 두 팔 벌려 이성휘를 끌어안았다.

행복과 고마움을 담아,

사랑하는 남편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려온 조조는 남편과의 재회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삼보 원정은 다른 원정들에 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었다.

“성휘가 조금만 더 늦게 돌아왔더라면… 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 걸세.”

조조가 농담하듯 말했다.

그에,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저는 설령 아만이 꼬부랑 할머니가 되더라도 남은 평생을 사랑할 겁니다.”

아내가 장난삼아 던진 농담이었음에도 이성휘는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또한 그리웠는지,

숨김없이 제 마음을 드러냈다.

진심이 담긴 고백에 흑발의 여인은 얼굴을 폭 붉히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수많은 인원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흠!”

“흐흠… 흠흠.”

주군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 장수들은 멋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돌린 채,

어색함이 역력한 헛기침을 했다.

오랜 이별 끝에 마주하게 된 재회이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품에 달려들었던 상황이었기에 주변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짐짓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수들의 반응에 조조는 당장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봉선 님, 엄청 부러우시죠?”

“아니! 아닌데!”

애달픔이 느껴지는 눈길로 하염없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여포에게 장료가 힐끗 눈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에 여포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마찬가지로 현장을 지켜보던 순유와 가후도 부러움에 찬 애달픔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계속 기다리신 겁니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면면들을 훑어본 이성휘가 고개를 돌려 조조에게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않은가.”

여러 악재들이 들이닥쳤던 위험천만한 정벌전이 아니었는가.

장안성의 소실.

이각과 곽사의 대두.

농서동씨 가문의 발호.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랑하는 남편을 걱정했다.

조조는 무려 두 달 동안 진류성과 허도를 왕복하면서 이성휘를 기다렸다. 수많은 고초들을 겪었을 남편을 가장 먼저 환영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서 허도로 가세. 우리들이 쌓은 모든 것들을 옮겨두었다네.”

우리들이,

나와 당신이 쌓은 모든 것들.

흑발의 여인은 부드러운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면서 속삭였다.

끝까지 함께해준 충성스러운 부하를 향한 고마움과 함께, 사랑하는 남편을 향한 애정을 담아낸 목소리로 감사를 전달했다.

“허도는… 나와 성휘가 쌓은 유산일세.”

“황송한 말씀이십니다.”

원술군을 정벌했고,

동탁의 잔당들까지 일소했다.

조조는 사랑하는 남편과 허도에서 느긋하게 휴가를 즐길 생각에 들뜬 모습을 보였다.

허도로 돌아가자마자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순욱과 진궁, 두 참모들에게 모든 업무들을 떠넘길 생각이었으니까.

‘성휘도 오랜 원정으로 심신이 고달할 테니, 탕치를 목적으로 온천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절경으로 유명한 강산을 유람하기도 하고… 오붓하게 뱃놀이를 즐기면서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면서.’

게다가,

아들에게 슬슬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번창을 위해서라도 후계들이 많이 필요했다. 느긋하게 쉬는 동안에 후계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되지 않겠는가.

흑발의 여인은 새하얀 보름달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를 그리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기대했다.

“명공의… 아이를 가졌사옵니다.”

그러나,

기대감을 철저히 박살내는 충격적인 소식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의 상간녀가,

오랜 세월 동안 남편과 간통을 저질러온 여자가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

조조가 두 눈을 끔뻑였다.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듯,

혼란과 당혹감으로 뒤덮인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사촌들은 조심스러운 곁눈질로 언니를 바라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꽝 폭발하는 활화산처럼 분노가 쏟아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곧 백발마녀가 출현하게 될 터.

조홍과 조인은 그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었다.

“…귀관의 혈육이 분명한가?”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조조는 담담하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초선에게 물었다.

태연하면서도 엄숙했다.

남편의 불륜사실을 들었을 때마다 길길이 날뛰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언니의 달라진 변화에 조홍과 조인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지켜보았다.

“그러하옵니다.”

연분홍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시녀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조와 시선을 마주했다.

“또! 또…! 또 못된 짓을 저질렀군.”

이를 빠득 갈면서 바람둥이 남편을 저주했다.

그를 용서했을 때,

지금까지 숨겨온 상간녀들의 존재를 줄줄이 고백하지 않았던가.

‘겸허히 용서해주도록 하겠네.’라고 말을 툭 꺼내자마자 불륜을 고백하던 씹새끼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이는 잘 크고 있는가.”

조조가 물었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초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했다.

“아무 탈 없이… 건강하옵니다.”

“그런가.”

흑발의 여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무거운 상심과 회한에 물든 한숨이었다.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두 사촌동생들에게 연이어 배신을 당했던 조조는 해탈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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