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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74화 (374/616)

〈 374화 〉 374. 폭풍이 치기 전의 고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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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少?) 공융이 탄핵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융이 누구던가?

그는 모든 유자들이 존경하는 대학자였다.

대학자가 삭탈관직을 당했다는 사실은 맹렬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공융을 평소부터 흠모해온 유자들은 조정의 간신들이 모함하였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문거 선생께서 삭직되었단 말인가!”

“패국조씨 가문에게 사직을 팔아넘긴 조정대신들이 선생을 모함한 것일세!”

“우리 유생들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당장 궐문으로 가서 황상에게 철회를 요구해야 하네!”

공융의 지지기반은 학인과 유생들로 이루어진 학벌계층이다.

국학(國?)을 아군으로 끌어들였으며,

재야의 명사들을 응집하여 민중의 여론을 좌지우지했다.

자신의 야망과 목적을 위해 명성과 학식을 동원하여 학인들을 규합했다. 명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조의 명성까지도 이용해먹는 그 모습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졌다.

“이,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화음후(???) 동승이 겁에 질린 목소리를 냈다.

그토록 온화하던 황제가,

조정대신들이 모두 모인 대전에서 노여움을 내비칠 줄이야.

무골호인으로만 여겼던 꼭두각시 황제가 크게 격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명분으로 삼은 조정대신들은 눈엣가시였던 공융을 탄핵하여 내쫓아버렸다.

“일단 재야로 내려가서 학인과 유생들의 여론을 움직여보겠습니다.”

“이대로 재야에 내려가겠단 말이오?”

결국 제 발로 재야로 내려가겠다는 공융의 말에 동승이 놀라며 물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백 명이 넘는 유생들이 궐문에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결국 우유부단한 성정의 황제는 유생들의 집단상소에 놀라 탄핵을 철회할 터. 삭탈관직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전횡을 일삼는 패국조씨 가문을 몰아내야 하지 않소! 선생께서 이대로 재야로 내려간다면…, 대체 누가 대업을 이끌 수 있단 말이오?”

재야로 도망치려는 듯한 공융의 태도에 아연실색하여 소리쳤다.

이대로 그가 떠난다면,

자신은 의지할 곳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될 터.

무자비한 냉혈한인 조조가 지금까지 공융의 파벌에 편승해온 자신을 살려둘 리 없었다. 설령 황제의 장인이라고 할지라도 자객들을 동원하여 제거할 가능성이 높았다.

“시간을 들여… 거사를 도모하려 합니다.”

“거, 거사…! 거사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경직된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뱉는 공융의 모습에 동승은 두 눈을 부릅떴다.

거사라니!

대체 무슨 거사를 준비한단 말인가.

재야로 내려가서 거사를 준비하겠다는 공융의 발언은 동승을 충격에 빠트렸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극단적인 행동에 돌입하려는 성현의 후예를 바라보았다.

“이번 탄핵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황실과 조정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무, 무슨…!”

황제에게 버림받았고,

황태제에게 곧바로 내쳐졌다.

조정대신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으면서 삭탈관직마저 당하게 되었다.

생애 다시없을 치욕을 당하게 된 공융은 황실과 조정이 결코 자신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패국조씨 가문을 몰살한 뒤,

무능한 황실과 탐욕스러운 조정을 모두 갈아치우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재야의 명사들을 규합하여… 거사를 도모하겠습니다.”

준비를 위한 후퇴일 뿐,

결코 간신들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기필코 돌아와 치욕을 가한 조정대신들에게 복수하겠다며 동승에게 맹세했다. 위험천만한 그 모습에 동승은 아연실색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내게 씻을 수 없는 망신을 주다니…! 내 기필코 가만두지 않겠다!’

공융은 자신의 이상과 명망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석탑처럼 쌓아온 이상과 명망에 오점으로 남게 될 모욕을 입힌 자들을 진심으로 증오했다.

추악하고 교활하며… 황실과 조정에 견마지로의 충성을 주장하면서, 사실 자신의 이상과 명망에만 매달려온 간신은 낭떠러지에 내몰리게 되자 드디어 ‘내면’을 드러냈다.

* * *

공융의 실각으로 그의 파벌은 힘을 잃고 말았다.

화음후 동승은 침묵했고,

추종하던 관료들은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건을 키울 생각이 결코 없었던 유변은 공융만을 삭탈관직하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우유부단한 황제다운 결과였다.

“드디어 녹봉이나 축내던 버러지들이 사라졌군.”

흑발의 여인이 조정에서 추방당한 공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아집과 교만에 물든 간신을 비웃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이상과 공명 밖에 모르는 놈.

조조는 전광석화처럼 추진력을 발휘하여 공융을 탄핵한 조정대신들의 정치공세에 감탄했다. 물론 그 뒤에 유협 또한 개입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말이다.

“언니, 똘마니들은 어떻게 할까요?”

“응당 없애야겠지.”

사촌동생 조홍의 물음에 조조가 대답했다.

무익한 버러지들,

놈들을 조정에 둘 이유가 없었다.

이번 달 안으로 황실과 조정을 허도로 옮길 예정이다. 그때 공융과 동승을 추종해온 관료들을 변경으로 좌천시키려 했다.

“다들 모였습니다.”

“알겠다.”

문을 열고 들어온 조인이 집무실에 있던 조조와 조홍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드디어,

천도(??) 준비가 모두 끝났다.

막대한 인력과 물자들을 동원하여 진행했던 토목공사가 완공되었다. 한나라의 수도가 드디어 완성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었다.

“우금 장군, 병마들을 이끌고 허도로 진군하라.”

“존명!”

사촌동생들과 집무실을 나선 조조는 내원에 집결한 장수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먼저 우금에게 명령을 내린 뒤,

다른 장수들에게도 휘하를 이끌고 허도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진류군을 방위하던 병력들이 새로운 수도로 이전하여 새롭게 배치되는 것이다. 조조는 일군을 지휘하는 장수들을 속속히 허도로 출격시켰다.

“낙양에 이어 장안마저 참화에 휩쓸렸다. 백성들의 걱정과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제장들은 새로운 수도의 방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조조의 엄명에 제장들은 우렁찬 고함소리로 대답했다.

“자효, 허도의 방위를 맡기겠다.”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조인에게 새로운 수도의 방위를 일임한 사촌언니의 결정에 조홍이 입술을 삐죽였다.

중요하면서도 명예로운,

군주의 경사이신을 받고 있는 총신에게만 허락되는 역할이 아닌가.

무뚝뚝한 사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자렴.”

“네, 언니.”

쀼루퉁한 표정을 보이던 조홍이 사촌언니의 부름에 급히 대답했다.

“천자와 조정대신들의 행렬을 호위해라. 결코 호위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네!”

사촌이 맡은 역할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조홍이 발랄한 어조로 대답했다.

친애하는 사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일임한 흑발의 여인은 진류군에 남기로 했다. 원정에서 돌아올 남편이 진류군을 경유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장안성이 화열지옥에 휩쓸리는 참상이 전해졌다고 하나… 성휘라면 능히 정벌을 성공할 수 있을 터.’

충성스러운 부관을,

사랑하는 남편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

원술을 정벌했을 때처럼 동탁의 잔당들을 격멸하고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항상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조조는 지금까지 심혈을 기울여온 천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주군!”

험상궂은 얼굴의 거한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조조에게 다가왔다.

호위장 허저였다.

허저의 옆에는 전선에서 도착한 전령이 있었다.

“표기장군께서 농서동씨 가문의 잔당들을 일소하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전령의 보고에 흑발의 여인이 환희에 찬 미소를 머금었다.

믿음에 보답하듯,

두 역도들의 수급과 함께 승전보가 도착했다.

장안성의 소실로 크게 위태로웠던 전쟁을 대승으로 장식한 이성휘의 전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내 남편이다!”

또한 남편 자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조정대신들과 합심하여 공융을 탄핵했던 왕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과는 달리,

공융은 순순히 삭탈관직을 받아들였다.

아집과 오만에 찌든 괴물이 얌전히 물러난 것에 찜찜함이 들었다. 그러나 왕윤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단순한 기우라고 판단했다.

‘공문거는 이상과 명성에 집착할 뿐인 간신에 불과하다.’

패국조씨 가문이 군권을 거느리고 있지 않은가.

백면서생이,

학자와 유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인 공융이 우발적인 행동을 벌일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탄핵당한 공융은 재야에서 유생들을 가르치는 학자의 삶을 살게 되리라. 백면서생의 분수에 어울리는 말로였다.

“몸은 괜찮은 것이냐?”

“괜찮아요, 아버지.”

양아버지의 물음에 작약꽃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이 대답했다.

잠시 책무를 내려놓은 뒤,

본가로 돌아오게 된 초선은 ‘휴식’에 전념했다.

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과 아름다운 꽃송이들을 바라보던 낙양제일미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헌데 언제쯤 고백할 것이냐. 표기장군에게 말이다.”

정성스러운 손길로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는 외동딸의 모습에 왕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딸을 힐난할 생각은 없다.

금지옥엽처럼 키운 딸아이를 애엄마로 만든 이성휘를 탓할 생각 또한 없었다.

서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짝을 지어주지 않았던가.

물론 예비 사위로 점찍었던 사내는 이미 처와 아들이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말이다.

“명공께서 무사히 돌아오신다면… 계속 전전긍긍하며 숨겨온 사실을 고백할 거예요.”

아이를,

당신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반드시 경애하는 명공에게 고백하리라.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계속 명공과의 만남을 슬쩍 피했었지만… 계속 숨긴 채로 살 수만은 없는 일이었기에 각오하고서 고백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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