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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72화 (372/616)

〈 372화 〉 372. 폭풍이 치기 전의 고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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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은 대요현에서 농서동씨 가문의 잔존세력을 멸망시키면서 정벌을 달성했다.

고석을 참살하였고,

최후까지 저항하던 서영의 목을 베었다.

드디어 동탁의 잔당들이 모두 일소되었다.

전투를 승리로 장식한 조조군은 한양군의 백성들로부터 이각의 수급까지 받게 되면서 숙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괜찮아, 주인님?”

여포가 물었다.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본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피곤했을 뿐이다.”

그래,

잠시 피곤할 뿐이다.

도중에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던가.

불바다에 휩싸였던 장안성의 끔찍한 정경을 떠올린 이성휘는 하후돈에게 전령을 파견했다.

“수춘성에서도 그렇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조심스럽게 두 눈을 뜬 미녀가 곁눈질로 슬쩍 사내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중원의 남쪽을 정벌하였으며,

또한 중원의 서쪽까지 정벌하였다.

대군을 동원하여 원술군을 멸망시키고 동탁의 잔당들까지 일소했다. 또한 후환이 될 요소도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들을 모두 처리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제아무리 초인이라도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책무를 다했을 뿐이다. 무리라고 할 것도 없어.”

무뚝뚝한 목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한 이성휘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고민의 응어리가 남은 듯,

경직된 얼굴로 깊은 상념에 빠졌다.

여포는 근심하는 이성휘의 모습을 우려하면서 옆에 앉았다. 주인의 주변을 맴돌면서 끙끙 앓는 애완견을 보는 듯했다.

“무릎 베고 누울래? 지, 지금이라면 특별히 호의를 베풀어줄 수 있는데!”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얼굴을 붉히면서 부드러운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았는지,

밤일까지 치른 관계였음에도 애정행각에 다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랑스러운 시녀의 배려심에 이성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지만 괜찮다.”

이성휘가 손길을 뻗으면서 여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스한 온기.

머리를 부드럽게 짓누르는 감촉.

연모하는 주인님의 손길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리우면서도 애틋한 부드러움이 마음을 간질였기 때문이다.

주인님의 호의어린 손길에 행복해진 여포는 두 눈을 감은 채 흥흥 콧소리를 냈다. 매번 자신을 앞서나가는 장료에게서 선수를 따냈기 때문이다.

“고맙다.”

“다, 당연하지….”

안도가 느껴지는 이성휘의 속삭임에 여포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뜨거운 수증기가 사출될 것처럼 달아올랐다.

달군 자갈처럼.

가열된 찻주전자처럼.

머리를 쓰다듬는 감촉이 이어질수록 여포는 사춘기 소녀처럼 입술을 달싹이면서 수줍어했다.

“조치를 취해놓기는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군. 잠시 상태를 살피고 와야겠다.”

“그 계집 말이야? 걱정할 게 뭐가 있다고.”

손길을 거둔 뒤,

자리에서 두 다리를 일으켰다.

근심이 담긴 중얼거림을 내뱉은 이성휘에게 여포는 볼멘소리를 내면서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 *

여포를 대동한 채 막사를 나선 이성휘가 도착한 곳은 어느 군막이었다.

둔영 중심에 세워진 군막.

험상궂은 인상의 무관들이 엄숙하게 경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무관들에게 경례를 받은 이성휘는 이윽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군막으로 들어서는 그의 얼굴은 다소 경직된 상태였다.

“이게 누구야? 아주 대단하신 위선자께서 오셨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힐난과 저주가 섞인 날카로운 조롱이 날아들었다.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소녀의 두 눈에는 증오와 원망이 가득했다.

“그렇게 착한 척 위선을 떨고 싶으셨어? 역적의 손녀까지 살려주시고 말이야. 천하제일검께서 내리주신 성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위양군(???) 동백.

그녀는 분명 동백이 틀림없었다.

결국 전장에서 이성휘에게 사로잡힌 동백은 아무런 효용성도 없는 포로로 전락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롱하려는 것처럼 자신을 살려둔 이성휘의 행동에 동백은 격노를 드러냈다. 같잖은 동정에 토악질이 올라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의 생사여탈권은 황상에게 있다. 황명을 받들고서 출진한 내가 그것을 빼앗을 순 없지.”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잖아? 너는 분명 황명을 무시하고 날 죽이려고 했으니까.”

“맞다, 그랬었지. 하지만….”

동백의 매서운 지적에 대답하려던 이성휘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말하기 싫다.

밝혀야 될 이유도 없으니.

이성휘의 침묵에 동백은 독이 오른 표정을 지었다.

말을 이어나가는 중에 말끝을 흐리면서 끊어버리는 이성휘의 행동에 열이 받은 듯했다.

“이각이 죽었다.”

“뭐…?”

“심복들과 한양군까지 도망쳤다가 그곳 백성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피투성이가 된 이각의 머리가 도착했다.

훼손이 매우 심했으나,

분명 도망쳤던 이각의 수급이 확실했다.

결국 이각이 죽었다는 말에 동백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경악을 토해냈다.

“그 오만방자하던 놈이… 결국 변방의 촌부들 따위에게 죽었다고? 아하하! 하하하핫!!”

가문을 배신하여 장안성의 권력을 거머쥐었던 이각이 이름 모를 촌부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의 처참한 말로에,

동백은 진심으로 유쾌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배신과 변절을 반복해온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최후였다.

뒤에서 상항을 주시하던 여포는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동백의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웃음소리에서 지독한 광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내가 웃을 처지는 아니지. 나도 머지않아 이각처럼 처참하게 죽을 테니까.”

자리에 앉은 소녀는 얼굴을 찌푸린 채 경멸을 보내고 있던 여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릇 인간이란 그에 걸맞은 마지막을 맞아하기 마련이다.

이각이 그러하였듯,

나 또한 그에 걸맞은 최후를 맞이할 터.

고개를 돌린 동백은 철천지원수를 노려보면서 삶에 더 이상 미련이 없음을 알렸다.

“황상께서 처분할 문제다.”

포로로 잡았을 때부터,

생사여탈권은 황제에게 양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성휘의 대답에 동백은 어째서 자신을 죽이지 않았냐는 물음을 재차 던졌다. 그리고 이성휘는 그녀의 물음에 다시 침묵으로 대답했다.

* * *

이성휘가 삼보 지역을 평정하고 있었을 때,

구강군에 투입된 유비군은 연전무패를 계속 달성하면서 용맹을 떨쳤다.

전투마다 승리를 거뒀으며,

병력들을 동원하여 남방에서 주름잡던 군벌들을 제압했다.

청주에서 황건적을 상대로 무쌍을 기록했던 유비군은 양주에서도 무적을 이어나가면서 만천하에 드높은 무명을 입증해냈다.

“하, 항복하겠소!”

“황실과 조정에 충성을 바치겠소이다.”

원술의 극악무도한 통치에 저항해온 지방관들이 유비군에게 투항해왔다.

군벌들을 격파하였으며,

원술의 잔당들까지 성공적으로 일소한 유비군의 활약에 감화된 것이리라.

여강군의 태수였던 육강을 시작으로 구강군의 지방관들이 투항하면서 유비군의 영향력은 더욱 강성하게 발전했다.

“훌쩍!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양주 전선에 투입된 유비군은 구강군(九??)과 여강군(???)을 거느리게 되었다.

벼락출세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세 자매 중 막내가 눈물을 훌쩍였다.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리는 수춘성을 거점으로 세력을 평정하게 된 유비군은 황실과 조정의 이름으로 지방관들을 거느리기에 이르렀다.

“거지처럼 중원을 떠돌던 게 엊그제 같아. 그때 거적조차 없어서 밤새 오들오들 추위에 떨었는데.”

“익덕, 네가 독우를 매질해서 어쩔 수 없이 도망쳤던 게 아니냐.”

“그건 그 새끼가 잘못한 거고….”

둘째 언니의 지적에 막내는 일말의 반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꿋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니.”

“응, 왜?”

창호틀에 앉아 수춘성의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던 여인이 동생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백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깊이 고심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었다.

그에 불안감이 앞섰는지,

관우는 맏언니의 모습에 우려를 품었다.

“혹시 우려되는 바라도 있으십니까?”

“글쎄.”

두루뭉술한 대답을 한 유비는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흘렸다.

“평화롭구나­ 싶어서. 조금 늘어졌다고 할까….”

난세가 종결되고 태평성대가 도래한 것처럼 중원은 평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황폐화된 땅은 농토로 개간되었으며,

가을이 되면 황금빛 물결이 되어 풍요를 노래했다.

곤궁과 배고픔을 끝내고 풍요와 넉넉함을 맞이하게 된 중원의 백성들은 조조를 진심으로 경애하고 있었다.

‘성현의 후예와 황제의 장인이 패국조씨 가문의 통치를 뒤엎으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과연 그들이 조조를 이길 수 있을까.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민심을 등에 업은 조조의 통치를 깰 수 있을까.

현실을 등한시한 채 탁상공론이나 지껄이는 성현의 후예가 견고한 권력구도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

황제를 설득하지 못했고,

조정대신들을 아군으로 들이지도 못했으니.

‘감히 우리 자매들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포섭하려 하다니…. 간덩이가 부었네.’

유비군이 황실과 조정에 반복하여 참전을 청원했던 이유는 공융의 포섭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공융은 한낱 백면서생일 뿐,

결국 대업에 실패하여 몰락하게 되리라.

성현의 후예와 함께 두 손을 맞잡고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기에 유비군은 양주 전선에 참전하여 공융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유비 님.”

“네.”

바깥에 있던 무관이 다가왔다.

면담을 위해 먼 길을 온 손님이 있는 듯했다.

“별가종사(????) 미축이라는 자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미축… 이라.”

무관의 말에 유비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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