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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69화 (369/616)

〈 369화 〉 369. 거악의 불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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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배신했던 철천지원수를 죽였다.

그러나,

나머지 한 명을 놓치고 말았다.

이각이 심복들과 함께 달아났다는 소식을 척후병에게 들은 동백은 즉시 추격군을 편성했다.

‘덫을 빠져나가다니…! 미꾸라지 같은 놈!’

반드시 놈들을 모두 괴리현에서 죽였어야 했다.

복수의 달성을 위해,

치밀하게 매복을 준비했던 게 아닌가.

동백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초조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각이 포위망을 빠져나간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각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분명히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다!”

동백군은 기병들을 동원하여 전장 주변을 계속해서 수색했다.

하지만,

기병들은 이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전장을 탈출한 이각은 심복들과 함께 진창(??) 방면으로 도주해버린 뒤였다. 서쪽으로 달아난 이각은 한양군(???)으로 곧장 질주하고 있었다.

“위양군!”

고석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충격적인 급보를 입수한 듯,

아연실색한 채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조군이 장안성에 당도했습니다!”

“이성휘…!”

표기장군 이성휘.

경애하던 할아버지를 죽인 철천지원수.

동백이 이각과 곽사만큼이나 증오하는 사내가 바로 이성휘였다.

놈은 할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수급을 궐문에 매달았다.

농서동씨 가문의 도약을 꺾어버린 이성휘를 결단코 용서할 수 없었다. 놈만 없었더라면 분명 할아버지께서는 웅대한 야망을 이루셨을 테니까.

“놈들은 5만 대군입니다!”

“위양군, 우선 퇴각하셔야 합니다!”

소식을 들은 무관들이 동백에게 철퇴를 요청했다.

아군 병력은 불과 5천.

그에 반해 조조군은 5만에 달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놈들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상대는 천하제일검 이성휘였다. 일기당천의 괴물이 당도했다는 소식에 동백군 무관들은 혼비백산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성휘! 이성휘─!!’

불과 3만의 군세로 십만 대군을 대파한 천하제일검과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낙양대전에 참전했던 동백이 잘 알고 있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전장을 돌파하던 괴물의 모습은 지금도 악몽에 나올 정도였다. 악몽의 상징과도 같은 괴물의 존재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퇴각하라!”

동백이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쥐어짜내듯 목소리를 냈다.

만용에 삼켜질 순 없다.

어리석은 용기에 목숨을 잃을 수는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이다. 가문을 배신한 뒤 권력을 거머쥐었던 변절자를 참살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영.”

“예, 위양군.”

“소금에 절인 곽사의 수급을 가져오세요.”

갑자기 생각이 떠오른 듯,

동백은 소금에 절인 곽사의 수급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그에 서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명령에 따랐다.

* * *

조조군의 진격은 대홍수와도 같았다.

가로막는 것들을 모두 분쇄하듯,

견고한 갑주를 걸친 기마군단은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거친 황야를 질주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마적단들은 만약에라도 조조군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멀리 달아났다. 이각과 곽사를 습격했을 때와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표기장군!”

위속이 소리쳤다.

함양에 들어섰을 때였다.

“전투가 벌어졌던 모양이군.”

수많은 주검들이 황량한 벌판 위에 쌓여 있었다.

꽤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는지,

난잡하게 찢겨나간 주검들이 눈에 띄었다.

그것을 본 이성휘는 척후들을 동원하여 병력이 이동한 흔적을 수색했다. 이윽고 살아남은 적들이 괴리현 방면으로 이동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동하라!”

“역적들이 괴리현으로 갔다!”

함양 인근에서 접전의 흔적들을 발견했던 조조군은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놈들은 괴리현으로 갔다.

분명 그곳에도 흔적이 존재할 터.

전속력을 내어 추격한다면 적들의 후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휘는 병마들을 끊임없이 재촉하면서 추격을 이어나갔다.

“괴리현에서도 접전이 벌어졌던 모양이군.”

흔적을 밟으면서 추격한 조조군은 마침내 괴리현에 도달하게 되었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사방에 널브러진 처참한 시체들.

핏물이 미처 마르지도 않은 채 뚝뚝 떨어지는 시체들을 본 이성휘는 경과가 오래 지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저, 저기 좀 봐!”

현장을 수색하던 여포가 크게 소리쳤다.

경악할 만한 것을 발견한 듯,

방천화극을 짊어진 여인은 적토마를 재촉하면서 그것이 있는 장소에 다가섰다.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발견한 것은 장대 위에 매달린 사내의 수급이었다. 억센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서 장대에 매달아놓은 수급은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대역죄인(大??人) 곽사(??).

그 아래에는 핏물로 글자를 기록한 넝마가 크게 휘날리고 있었다.

곽사.

흉명(?名)을 본 이성휘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맞아! 음흉하고 추잡하게 생겨먹은 얼굴은…! 분명히 곽사가 틀림없어!

여포가 장대를 홱홱 흔들었다.

분풀이를 하듯,

억센 손길로 장대를 힘껏 내팽개쳤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곽사의 수급을 들어올린 여포는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로 그것을 노려보았다.

“…황실과 조정에 보내야 하니 수습해둬라.”

“알았어.”

이성휘의 명령에 주먹을 들어올렸던 여포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곽사는 죽었다.

목 없는 귀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낙양을 불바다로 만든 두 역적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으로 왔건만…. 결국 누군가가 선수를 쳤다. 그것이 불만이었던 여포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주변을 수색하던 장료가 너덜너덜한 상태의 패잔병들을 끌고 왔다.

동백군과 교전을 치렀던 이각과 곽사의 병사들이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들은 전장을 계속 떠돌다가 결국 조조군의 척후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위양군 동백이 이각과 곽사를 습격했다고 해요.”

“동백…?”

예상치 못한 이름을 듣게 된 이성휘는 잠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양군 동백,

분명 제후에 책봉된 동탁의 손녀였다.

농서동씨 가문은 이각과 곽사에게 모두 몰살당했을 터. 어떻게 살아남아 이각과 곽사를 도모할 수 있었단 말인가.

“가문의 친족들이 모두 이각과 곽사의 손에 살해당했으니… 놈들에게 복수하려고 습격한 것 같아요.”

장료의 말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많으나,

지금은 의구심을 덮어둘 수밖에 없었다.

위양군 동백에게 이각과 곽사가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이성휘는 곧바로 행방을 추격했다. 동백의 존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 *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동백군은 썰물이 빠져나가듯 신속하게 대요현(大??)으로 퇴각했다.

마침내 곽사를 죽였으나,

동백은 복수의 달성에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두 배신자들과 같은 철천지원수였던 이성휘가 턱밑까지 추격해왔기 때문이다. 동백은 마등과 한수의 영역으로 철군하려 했다.

‘하필이면 이각을 놓치다니…!’

곽사는 행동대장일 뿐,

배신을 계획했던 수괴는 이각이다.

가문을 멸족시킨 원수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사실에 동백은 안타까움을 흘렸다.

“위, 위양군─!!”

후열을 지휘하던 고석이 새된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와 동시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천둥이 몰아치는 것 같은 둔음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을 가릴 것처럼 솟구쳤다.

죽음이 도래했다.

동백군은 낙양대전의 대패를 떠올려야 했다.

황실과 조정의 군기들을 크게 치켜들면서 진격해오는 조조군의 기마군단은 철군하던 동백군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표, 표기장군의 대장기…!”

“조조군이다! 조조군 놈들이 왔다!!”

신속한 기동력을 자랑하는 기마군단은 대요현 방면으로 퇴각한 동백군을 단번에 따라잡았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어떻게 벌써 아군을 따라잡는단 말인가.

괴리현에서 두 역적들을 사냥했던 동백군은 조조군에게 역으로 내몰리는 사냥감 신세에 직면했다.

“놈들을 포위하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노도처럼 밀려든 조조군은 좌익과 우익을 동원하여 동백군을 겹겹이 에워쌌다.

동백군의 병력은 불과 5천.

반면 조조군의 병력은 1만 5천에 달했다.

또한 여포와 장료가 포위망을 지휘하고 있었다.

날개가 달리지 않고서는 절대로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사방을 포위당한 동백군은 생사결을 각오해야 했다.

“병력들이 얼마 되지도 않네.”

“봉선 님, 절대로 동백을 놓쳐선 안 돼요.”

여포와 장료가 병장기를 치켜들었다.

농서동씨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열후에 책봉되었던 동탁의 손녀를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위양군 동백.”

수많은 장수들을 거느린 이성휘가 위풍당당한 면모를 발산하면서 선두에 섰다.

곽사를 죽인 소녀를 찾는 듯,

침음을 삼키면서 병장기를 치켜들고 있는 동백군의 면면들을 훑었다.

“이성휘!”

이윽고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장수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농서동씨 가문의 패업을 무너뜨린 제일적이 눈앞에 있다.

제일적에게 겁쟁이의 면모를 보일 순 없다.

그렇기에 동백은 망설임 없이 철천지원수를 노려보면서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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