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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67화 (367/616)

〈 367화 〉 367. 거악의 불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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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를 떠돌면서 약탈이나 벌이던 마적들 따위에게 발목이 붙잡히고 말았다.

비천한 족속 주제에,

감히 누구의 앞을 막아선단 말인가.

스스로를 대사마(大?馬), 대장군(大??)이라 칭하면서 권력을 과시해온 이각과 곽사는 굴욕감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창검을 치켜들었다.

“관서의 거렁뱅이들이 감히 대장군 곽사의 앞을 막아선단 말이냐!”

곽사는 수많은 용장들을 거느렸던 동탁군에서도 강용(??)으로 무명을 떨친 장수였다.

특히 날렵한 창술이 유명했는데,

서량의 용맹한 전사들을 모조리 쓰러트렸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심복들과 함께 돌격을 감행한 곽사는 창을 힘껏 내지르며 마적들을 쓰러트렸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마적들은 외마디의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크하하! 이 오합지졸들이!”

가렴주구에 빠졌어도,

전장에서 뽐내던 강용은 결코 빛바래지 않았다.

날카로운 창끝이 목덜미를 꿰뚫었다.

목덜미에 구멍이 뚫린 마적은 핏물을 울컥 토해내면서 굴러떨어졌다.

강용의 무장이 날뛸 때마다 마적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바빴다. 창이 번뜩일 때마다 목이 떨어지는 모습에 마적단의 두령들은 아연실색을 금치 못했다.

“어서 놈을 막아라!”

“계속 술독에 빠졌던 놈이 어떻게…!”

믿을 수가 없다.

배신이나 일삼던 놈이,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던 주제에,

전성기와 비교하여 조금도 투색되지 않은 일기당천을 뽐내고 있었다. 사나운 포효를 내지르면서 달려드는 곽사의 모습은 악귀를 떠올리게 했다.

“커헉!”

멀리서 지켜보던 두령들 중 한 명이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말에서 떨어졌다.

창이 날아들었다.

허공을 꿰뚫은 창끝이 가슴을 꿰뚫었다.

금은보화에 집착했던 마적단의 두령은 누런 황금은 구경도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그 모습에 경악한 두령들은 말머리를 돌리면서 달아나려 했다.

“과연 곽사로군!”

마적단들이 사분오열하며 흩어졌다.

수적 열세에 처했음에도,

강용의 무장은 거뜬히 열세를 이겨냈다.

그렇기에 이각은 곽사를 동등한 관계로서 받아들인 것이다. 곽사의 압도적인 위용이 필요했으니까. 그 덕분에 이각은 앞을 가로막던 마적들을 모두 분쇄할 수 있었다.

“놈들이 도망치고 있다! 어서 서둘러라!!”

이각이 크게 소리쳤다.

길이 뚫렸다.

서량으로 이어지는 가도가 열렸다.

이각과 곽사의 병력들은 쓰러진 주검을 짓밟으면서 나아갔다. 적들이 언제 뒤를 밟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성휘, 그 괴물만이 아니라… 장안성에 남겨진 놈들이 앙심을 품고 추격해올 수 있다. 놈들이 뒤를 밟지 못하도록 최대한 서둘러야겠군!’

강을 도하하여 함양에 도착한 이각은 가쁜 숨을 토해내면서 병력을 재정비했다.

동관에 도착한 중원의 정벌군.

불바다가 된 장안성에 남겨진 잔병들.

증오와 원한을 품고 있을 적들이 언제 후미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사나운 마적들을 상대하면서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더욱 조급해졌다.

“분명 그 비천한 놈들은 우리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서 함양에 매복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매복하고 있었던 말이냐!”

“자, 장군…!”

누군가의 술수처럼,

첫 단추부터 이상하게 꼬이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곧장 함양을 통과하여 괴리(??)에 도달했어야 했다.

이각은 목소리를 떨면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기우일 뿐이다! 분명 마적단들은 장안성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달려올 것일 터. 미리 예상하고서 매복했을 리 없다!’

일자무식에 불과한 마적단들 따위가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겠는가.

우연이다.

한낱 우연성에 지나지 않는다.

함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병력을 재정비하던 이각은 ‘우연’이라고 결론 내리고는 다시금 말에 올랐다.

“배신자 이각이다!”

“장안성을 불바다로 만든 놈들을 죽여라!!”

우여곡절을 치른 끝에 함양을 벗어나려 했을 때,

병마들이 달려들었다.

불바다가 된 장안성을 탈출한 장졸들이었다.

어떻게 불바다가 된 장안성에서 탈출했단 말인가.

이각과 곽사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불바다를 돌파해낸 장안성 병력들이 맹렬하게 추격해왔다.

“크학!”

“어떻게 쫓아왔단 말인가!”

장안성에서부터 추격해온 병력들이 활을 쏘면서 후미를 공격했다.

비겁한 배신에 모멸감을 품은 듯,

공세를 가함에 있어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아군이었던 병력들은 둘로 나뉜 채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각과 곽사의 배신으로 촉발된 반목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이었다.

“곽사! 어떻게든 괴리현에 도달해야 하네! 우리들을 맞이하기 위한 병력들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음…! 알겠네!”

함양에서 마적들과 싸우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하고 말았다.

결국 뒤를 따라잡혔다.

후열이 차례대로 공세에 휩쓸리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틈이 없음을 인지한 이각은 후열들을 버리고 괴리현으로 도망치려 했다. 괴리현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과 합세한다면 금세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 테니까.

“후열은 버린다! 진군을 멈추지 마라!”

이각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후열은 이미 틀렸다.

공세에 휩쓸린 채 진형마저 무너졌다.

섣불리 그들을 구원하려 했다간, 도리어 공세에 함께 휩쓸릴 뿐이다. 제발 살려달라는 부하들의 간곡한 울부짖음을 무시한 이각은 각자도생을 선택했다.

‘괴리현에! 어떻게든 괴리현에 가기만 하면…!’

한혈마에 계속 박차를 가하면서 내달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으나,

그렇다고 하여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사히 농서군에 도착하면 권토중래하여 오늘의 치욕을 되갚아주겠다며 이를 빠득 갈았다.

“곽사!”

“걱정 말게!”

흙먼지를 뒤집어쓴 이각과 곽사가 살아남은 병력들과 함께 괴리현에 도달했다.

빗발치는 화살들.

얼마 전까지 부하였던 자들의 급습까지.

연쇄적으로 가해진 위협들을 모두 돌파해낸 이각과 곽사는 환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괴리현의 장졸들이 자신을 맞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었다.

“쏴라!”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이각과 곽사에게 장대비처럼 매서운 화살세례가 날아들었다.

파바바박­!!

화살들이 연이어 빗발쳤다.

삼면에서 가해진 화살세례에 수많은 병사들이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영문도 모른 채 정체불명의 군세에게 공격당한 이각과 곽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이각!”

“나도… 나도 모르겠네!”

풍파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3천의 군세가 갑작스러운 급습에 흔들렸다.

히이잉­!

군마가 울음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또한 올라타고 있던 무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쏟아지는 화살비에 벌집이 된 병마들은 비명조차도 내지 못한 채 절명했다.

“배신자 이각을 죽여라!”

“휘황찬란한 언월도를 든 놈이 곽사다!”

괴리현에 매복하고 있던 병사들이 벌떡 일어서면서 성난 함성을 내질렀다.

농서동씨 가문의 사병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동백과 함께 도주했던 병력들이었다.

욕망과 영달을 위해 충성해온 가문을 배신한 두 역적들을 처단하고자 동백이 검을 뽑아들었다. 계속 복수를 다짐해온 동백은 원수들을 노려보면서 총공세를 명령했다.

“농서동씨 가문을 멸절시킨 역적들이다! 모조리 다 죽여라!!”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다.

연쇄적으로 이어진 급습들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이각과 곽사의 병력은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군세를 이끄는 소녀를 본 이각과 곽사는 경악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지긋지긋한 악연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동관을 신속하게 통과한 하후돈의 선봉대가 장안성에 당도했다.

곧이어 그들은,

시뻘겋게 물든 장안성의 정경을 보게 되었다.

병장기를 늘어뜨린 채 병력들을 지휘하던 하후돈은 눈앞의 참화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경악에 찬 표정과 함께 두 눈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 장안성이…!”

“장안성이 불타고 있다!”

홍염의 파도에 둘러싸인 장안성의 정경은 유황불로 만들어진 지옥을 보는 듯했다.

가옥들이 폭삭 쓰러졌다.

화염에 휩싸인 시가지 너머로 백성들의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언젠가 보았던 풍경이다.

화염에 잠식당한 죽음의 수도.

몰락을 상징하게 된 낙양의 지옥을 재차 보는 듯했다.

“이 지독한 놈들!”

“역적의 잔당들답게… 만고의 역적과 다를 바 없는 놈들입니다!”

하후돈이 지휘하는 선봉군은 동탁 토벌전에도 참전했던 적 있는 정예부대였다.

그렇기에,

장안성의 참화에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낙양에 이어 장안마저 역적들의 마수에 유린당했다는 충격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기필코 이각과 곽사를 죽여 대가를 치르게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주변을 일소하고 백성들을 구출한다! 전위, 표기장군에게 당장 소식을 알려!”

“알겠습니다!”

머리를 냉정하게 가라앉히면서 이성을 회복한 패국의 여걸은 곧바로 대처에 나섰다.

주변의 잔당들을 토벌한 뒤,

불길에 갇힌 장안 백성들을 구출할 것을 명령했다.

‘그때 이성휘는 낙양 백성들을 구출하고자 오랜 숙적이었던 여포와 손을 잡았다고 했었지.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백성들을 구하려고….’

낙양의 참화에 뛰어들었던 이성휘는 수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구출해냈다.

일체의 망설임 없이,

백성들을 구하고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의 숭고한 행동을 떠올린 하후돈은 두 주먹을 쥐면서 병마들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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