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66화 (366/616)

〈 366화 〉 366. 거악의 불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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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물자를 실은 수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연속해서 장안성으로 유입되었다.

기이했다.

이상할 정도로 수송량이 늘었다.

곡식들을 실은 수레는 분명 아닐 것이다. 몇 년 동안 흉작을 겪었던 삼보 지역에 저렇게 많은 곡식들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것을 수상쩍게 생각한 동백은 기병들을 투입하여 물자를 옮기던 수송대를 습격했다.

“온통 기름입니다!”

“이 수레에는 땔감들이 가득 실렸습니다!”

병사들을 살해한 뒤 수레를 탈취했다.

기름과 마른 장작들.

화계(火?)에 동원되는 자재였다.

장안성으로 계속 수송되던 물품들이 기름과 장작이었음을 알게 된 동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왜 그러십니까, 위양군.”

고석이 물었다.

그에 동백이 입을 열었다.

“이각…! 곽사…! 놈들은 장안성을 불태울 생각이에요!”

“장안성을 말입니까?”

이각과 곽사가 장안성을 불태우려 한다.

만약 낙양 대방화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과거의 부귀영화를 상징했던 서쪽의 수도를 불태울 수 있냐며 어깨를 으쓱였으리라.

장안성은 옛 수도가 아닌가.

한나라의 수도였음은 물론,

과거 수많은 왕조들이 들어섰던 왕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인물이 앞장서서 낙양을 불태웠던 이각과 곽사였다. 놈들이라면 분명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정벌군을 따돌리고자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를 것이었다.

“낙양에 이어 장안까지….”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장안성,

두 배신자들이 있는 곳을 응시했다.

수송대를 습격한 덕분에 이각과 곽사의 속셈을 알게 된 동백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고심에 빠졌다.

‘저들의 속셈을 알았다면, 응당 속셈을 역으로 이용해서 되갚아줘야지.’

드디어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복수를 결행할 때가 왔음에,

늑대처럼 사나운 소녀의 두 눈이 번뜩였다.

동백은 희열에 물든 미소를 지으면서 와신상담하듯이 억눌러둔 복수심을 불태웠다.

“정벌군의 진공에 놀란 두 머저리들이 스스로 빈틈을 보였네요. 이토록 엉성하고 부실하게 거사를 준비하다니.”

적이 목덜미를 보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어뜯어야 하지 않겠는가.

황야의 비적들이 수송대를 습격한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한 동백은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충성스러운 심복들에게 철통과도 같은 호위를 받고 있는 두 배신자들을 끌어낼 방법이 떠오른 듯했다.

* * *

낙양에 집결했던 정벌군이 동관(??)에 이르렀다.

빠르다.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홍농군을 통과했던 5만의 정벌군이 결국 동관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이각과 곽사는 조급함을 금치 못했다.

“벌써 놈들의 선봉이… 동관에 도달했단 말이냐!”

동관은 삼보(三?)의 입구와도 같은 관문이다.

놈들이 동관에 도달했다는 것은,

거대한 공포가 턱밑까지 차올랐음을 의미한다.

이각과 곽사가 공포에 떠는 것은 당연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전장에서 날뛰던 괴물이 빠르게 장안성으로 육박해오고 있었으니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네!”

“걱정 말게… 이미 준비는 끝나지 않았는가?”

돌탑을 쌓아올리듯 두 달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각과 곽사는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제,

장안성을 불태울 때가 왔다.

조조군의 진격이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을 정도로 신속했으나 대방화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이각과 곽사의 부하들이 모든 준비를 끝낸 채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태워라!!”

이각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조리 태워버려라­!”

곽사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질렀다.

“예, 장군!”

급보를 들은 이각과 곽사는 곧장 심복들과 함께 궁궐을 빠져나왔다.

그 뒤,

무관들에게 대방화를 명령했다.

양주 전선에서 종군하던 시절부터 강직하게 이각과 곽사에게 충성해온 부하들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한나라의 전(?) 수도에 불을 질러버렸다.

“당장 궁궐에 불을 질러라!”

“어깨에 붉은 띠가 없는 놈들은 모두 적이다!”

말에 오른 무관들이 저잣거리를 질주하면서 횃불을 내던졌다.

화아악­!

횃불이 떨어지자마자 불길이 솟구쳤다.

기름을 축축하게 머금은 담벼락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시뻘건 불길이 궁궐 외곽을 휘감아버렸다.

“부, 불이다!”

“궁궐에 불이 붙었다!”

경조윤(?北?)에 소속된 관료들이 놀라 소리쳤다.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관료들이 문을 열어젖히며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관료들은 궐문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이각과 곽사의 부하들에게 살해당했다. 날카로운 병장기들에 난자당한 주검은 불구덩이에 집어던져졌다.

“커헉! 쿨럭쿨럭!!”

“대체 무슨 짓이냐! 우리는 아군이다!”

날카로운 창검은 이편과 저편을 가리지 않았다.

광기가 몰아치듯,

붉은 띠를 두른 장졸들은 장안성을 수비하든 위병들을 급습했다.

방금까지 같은 아군이었음에도…

이각과 곽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장졸들은 돌연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 채 목숨을 잃었다.

“장군, 궐문 밖까지 모시겠습니다.”

무관이 칼끝을 늘어뜨린 채 말했다.

앞을 가로막던 병사들을 여럿 죽였는지,

날카로운 칼끝에서 핏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심복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시가지를 가로지르던 이각과 곽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아아악!”

“불이다! 사방에 불이 붙었다!”

장안성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

이윽고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백성들의 비명과 통곡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동탁군에 의해 장안으로 끌려오게 된 낙양 백성들은 다시 한 번 참화를 겪게 되었다. 불지옥이 된 시가지를 본 백성들은 그때의 공포를 다시 떠올린 것처럼 절망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커헉!”

“아아아악!!”

말을 탄 무관이 힘껏 질주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도망치던 백성들이 핏물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흙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백성들은 이윽고 말발굽에 짓밟혔다. 참상으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들이 점점 빠르게 늘어났다.

“이랴!”

“어서 서둘러라!”

눈앞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비명과 함께 유린당하고 있었음에도 이각과 곽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백성들의 희생과 죽음은 항상 당연한 것이었기에.

잔인무도하기 짝이 없는 서량의 이리들은 흙바닥에 쓰러진 백성들을 깔개처럼 짓밟으면서 성문을 통과했다. 비참한 죽음들을 뒤로 한 채 성을 빠져나온 것이다.

“이각과 곽사가 도망친다!”

“놈들이 성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다!”

버림받은 채 방치되었던 장안성의 장졸들이 격앙된 고함소리를 내질렀다.

이각과 곽사가 도망치고 있다.

장안성에 불을 지른 뒤,

중원의 정벌군을 피해 서량으로 달아나려 했다.

무수히 많은 위험 끝에 살아남은 장안성의 장졸들은 배신감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당장이라도 두 배신자들을 죽이려고 했다.

“결국 우리들을 배신했을 버러지가…!”

“권력을 차지하려는 네놈들의 속셈을 모를 줄 알았더냐! 네놈들은 불구덩이 속에서 죽어라!”

시커먼 그을음을 덮어쓴 채 불길 속을 헤매고 있는 장졸들을 향해 이각과 곽사는 코웃음을 쳤다.

놈들이 아무리 발악한들,

장안성을 뒤덮은 불길을 빠져나올 순 없을 터.

장안성의 장졸들을 모두 배신자로 낙인찍은 이각과 곽사는 단번에 내쳐버리는 무정한 모습을 보였다. 배신과 변절로 권력을 거머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서 서두르세!”

“알겠네!”

이각의 재촉에 곽사가 말에 박차를 가했다.

농서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대한 빨리 여정을 다그쳐야 했다.

안정군(???)과 한양군(???)을 통과해야 한다.

분명 도착하기까지 족히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터. 노도처럼 진격해오는 정벌군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안일하게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으하하하! 이각과 곽사가 아닌가!”

“감히 대장군과 대사마를 자칭했던 놈들이 대체 어디로 허겁지겁 도망치느냐!”

이각과 곽사가 장안성을 탈출하여 함양(?)에 이르렀을 때,

정체불명의 병력들이 앞을 막아섰다.

관서(??)를 떠도는 마적들이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마적들이 클클 웃음을 터트리면서 이각과 곽사를 위협했다.

장안성을 허겁지겁 탈출한 역적들이 금은보화를 잔뜩 짊어진 채 서량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소문을 입수한 마적들은 곧장 이각과 곽사를 습격해버렸다.

“금은보화를 썩 내놓고 가라!”

“얌전히 넘긴다면… 죽일 테지만 말이다!”

수많은 군벌들이 날뛰는 무법지대였던 관서는 잔인한 마적들이 활개를 치는 지역이기도 했다.

상단들을 약탈하며,

때로는 고을까지 습격하여 살인과 방화를 일삼아온 마적떼가 두 배신자들을 노렸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도창도설에 현혹된 마적들은 서로 동맹을 맺은 상태였다. 족히 그 규모가 수천 명은 넘을 듯했다.

“비천한 마적들 주제에!”

“금은보화라니, 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냐!”

무식한 마적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올 줄 알고 함양에서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대체 무슨 헛소문을 들었는지,

다짜고짜 금은보화를 내놓으라는 요구에 이각과 곽사는 얼이 빠진 반응을 지었다.

그러나 무식하고 하찮은 마적들에게 얌전히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이각과 곽사는 검을 뽑아들면서 마적들에게 대응했다.

“제 분수도 모르는 놈들!”

“서량으로 향하기 전에 네놈들부터 다 죽여주마!”

급히 도주하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하더라도 이각과 곽사는 동탁군에서 손에 꼽히는 맹장이다.

그리고 또한,

이각과 곽사를 호위하는 병력들은 수많은 전쟁터들을 누볐던 정예부대였다.

날랜 늑대처럼 용맹한 서량 기병대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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