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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65화 (365/616)

〈 365화 〉 365. 칼의 마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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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과 곽사는 심복들을 동원하여 대방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장안성을 불태운 뒤,

무리들과 함께 서량으로 달아난다.

조조군이 대규모 정벌군을 편성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내린 결단이었다. 몇 번이고 죽음의 위협을 느꼈던 그들은 지금도 이성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장안성의 궁궐을 두고 떠나려니 참으로 아쉽군.”

웅장한 궁궐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곽사가 아쉬움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농서동씨 가문이 거느렸던 처첩들로 육욕을 마음껏 풀면서 주지육림을 누렸을 때를 회상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생존이 중요하지 않겠나?”

“자네의 말이 맞네.”

발에 채일 정도로 금은보화가 넘쳐난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잃는다면 모든 게 허사일 터.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배신과 변절로 권력을 쥐게 된 농서동씨 가문의 역적들은 생존을 가장 우선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권력을 찬탈했기에 더욱 집착이 강했다.

“장안성에 불을 지른 뒤에 심복들과 함께 빠져나가면… 낙오된 놈들은 어찌 되는 건가?”

곽사가 물었다.

그에 이각이 입을 열었다.

“불에 타죽거나 성난 백성들에게 죽겠지.”

대수로울 것 없다는 목소리였다.

수천 명이 죽든,

수만 명이 죽어나가든….

놈들 중에는 분명 권력을 노리는 배신자가 있을 것이었다.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는 교활한 이리들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부하들을 총동원하여 거사를 준비하고 있네. 주로 민가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말일세.”

“장안성의 궁궐도 반드시 태워버리게. 이성휘, 빌어먹을 괴물 놈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일 정도로 말일세.”

“명심하겠네.”

낙양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참상이 다시금 장안성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궁궐도,

백성들이 모인 시가지도.

사람들의 손으로 쌓아올린 모든 만물이 불구덩이에 집어삼켜지게 되리라.

이미 낙양에서 끔찍한 만행을 한 차례 범했던 적이 있었음에도 이각과 곽사는 장안성을 불지옥으로 만들려 했다.

“한시가 급하다! 당장 서둘러라!”

“장안성은 불구덩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부귀영화의 수도였던 낙양에 이어 전(?) 수도였던 장안마저 위기를 맞이했다.

탐욕에 눈이 먼 망자들에 의해,

이미 썩어버린 고목이나 다름없는 한나라는 다시금 신진화멸(??火?)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만약 두 역적들의 의도대로 장안성에서 화열지옥이 벌어지게 된다면 낙양 대방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었다.

* * *

각 전선에 배치된 병력들이 집결했다.

낙양을 중심으로,

사공(??) 조조와 함께 중원을 제패했던 병력들이 운집되었다.

정벌군의 규모는 5만 이상.

과거 동탁을 정벌하고자 중원의 제후들이 결집했을 때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규모 정벌군이었다. 구름처럼 몰려든 정벌군은 천하의 제후들을 호령하는 조조군의 위용을 증명하고 있었다.

“고각을 크게 울려라!”

“하동군에서 온 병력들이다. 어서 깃발을 들어라!”

고요함이 계속해서 흐를 뿐이던 폐허에 활화산처럼 뜨거운 전의가 솟구쳤다.

중원의 용사들이 집결했다.

멸망과 몰락을 상징하는 폐허에 계속 밀려들었다.

철갑을 두르고 병장기를 치켜든 병마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마치 새로운 시대의 바람을 예고하는 듯했다.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흑발의 여인이 경탄의 눈길로 5만에 달하는 정벌군을 바라보았다.

예리한 창검과 빛나는 갑주,

수많은 전장을 누비면서 단련한 정예병들까지.

종횡무진으로 전진하면서 광활한 벌판을 가득 메워버리는 군세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들을 지휘하는 장수가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천하제일검의 군세라면 응당 이 정도는 돼야지!”

방천화극을 치켜든 여인이 소리쳤다.

아름다은 금발을 나부끼며,

붉게 물든 눈동자로 군세를 응시했다.

장료와 마찬가지로 여포 또한 중용무쌍한 위압감을 뽐내면서 집결한 군세들에 크게 감탄한 것 같았다.

“이각…! 곽사…! 빌어먹을 버러지들의 수급을 드디어 치는 날이 오는구나!”

투항해온 자신들을 비웃었던 이각과 곽사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의 조롱을,

그들의 멸시를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으니까.

반드시 복수하겠노라고 벼르면서 오늘과 같은 날을 오기만을 기다렸다.

‘동탁의 사주를 받고 낙양에 대방화를 일으켰던 쓰레기가 바로 놈들이었지. 그때 희생당했던 수십만 명의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놈들을 반드시 죽이겠어!’

꾸욱­!

방천화극을 굳게 쥐었다.

이각. 곽사.

수많은 악행들을 일삼으면서 불의(不?)를 행한 것으로도 모자라, 반평생 충성해온 주군의 가문을 도륙하는 불충(不?)마저 저지른 버러지들.

시궁창과도 같은 난세를 한시라도 빨리 종결시키기 위해서라도 놈들을 기필코 죽여야만 했다.

“봉선 님.”

“어.”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그러게.”

장료의 말에 여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꾸했다.

병주 출신의 촌년이,

조정군을 지휘하는 장수가 되었다.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지금까지 겪었던 무수히 많은 우여곡절들을 떠올린 여포는 두근대는 고양감을 느끼면서 각오를 다졌다.

‘아직이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테니까.’

천하무쌍이 되겠다는 꿈을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다.

수많은 군세들을 호령하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했던 저 너머까지 정복할 것이다.

장대한 야망을 품은 여걸은 방천화극을 치켜든 채 군세를 바라보면서 총대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 *

이성휘가 내일 낙양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을 때,

집무실에 들어온 이성휘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흑발의 여인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성휘가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설마 그녀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귀관. 아, 아니… 성휘.”

“아만.”

주군으로서가 아닌,

당신의 아내로서 온 것이다.

숙연함에 젖은 목소리를 들은 이성휘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부름에 입을 열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동자를 애처롭게 떨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본 이성휘는 결국 숨겨두었던 비밀을 알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미안하네!”

도톰한 입술을 꾹 깨물면서 어깨를 바르르 떨던 여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

그와 동시에,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사륵 흩날렸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행동에 이성휘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돌발적인 행동에 뻣뻣하게 굳었을 정도였다.

“그대에게…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일들을 맡겨버렸네. 나는 정말 못난 아내일세.”

아니다.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에 이성휘는 즉시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대가 혼자 괴로운 일을 겪었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했네.”

혼례를 올렸을 때,

분명 사랑하는 남편에게 맹세하지 않았는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모두 함께 나누겠다고.

남편이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한 자신에게 깊은 혐오감이 밀려들었다. 홀로 괴로워했을 것을 생각할 때마가 가슴이 아파왔다.

“미안…, 미안해….”

흑발의 여인이 달려들었다.

두 팔을 허리에 두르면서,

작은 다람쥐처럼 품에 안겨들었다.

눈물기에 젖은 목소리를 들은 이성휘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아내를 안아주었다. 두 팔을 천천히 내리면서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각오했으니까요.”

“…괜찮을 리가!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떨리는 어깨.

울음에 잠긴 목소리.

사랑하는 아내를 끌어안은 이성휘는 쓴웃음을 흘리면서 두 팔에 담긴 온기를 느꼈다.

“그대가 괴로워하는데… 내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나….”

죄책감에 물든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손에 파고드는 유리조각처럼,

슬픔과 괴로움이 밀려들면서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조조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두 눈을 끔뻑이면서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을 응시했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음에도 그 안에 담긴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후세대를 이끌어나갈 우리들의 아들을 위해서입니다. 그저 올바른 길로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윽고 조조가 울음을 터트렸다.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겨서 오열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 모습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직하고 성실하며…

또한 한없이 진심을 다할 뿐인 남자였다.

“서, 성휘…!”

“예.”

구슬픈 울음소리가 그쳤을 때,

흑발의 여인인 쑥스러움으로 물든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촉촉하게 물든 눈동자.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뺨.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울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도톰한 입술을 연신 달싹거렸다.

“내일 떠나지 않는가?”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말일세…!”

이성휘의 대답에 흑발의 여인은 결심을 내린 듯 당찬 표정을 지었다.

그 뒤,

의복을 고정하던 매듭을 풀었다.

매듭이 사르륵 풀리면서 새하얀 목덜미가 요염하게 드러났다. 안에서 흘러나온 달콤한 체취가 욕망을 자극시키는 듯했다.

“오늘 밤에는 그… 나를 안아주지 않겠는가?”

거절한다면 삐치겠다는 듯,

흑발의 여인이 귀엽게 입술을 삐죽였다.

사랑스러운 교태를 이길 수 없었던 이성휘는 두 팔로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그리고 능숙한 손길로 매듭을 툭 풀어낸 의복을 벗기면서 새하얀 나신을 쓰다듬었다. 거친 손길이 부드러운 살결을 자극할 때마다 도톰한 입술 사이로 부끄러운 신음소리가 흘러넘쳤다.

“아읏, 거기는 가슴…! 아앙! 빠, 빨면 안 되네­! 아직 앙이한테도 못 줬는… 아아앙!!”

슬픔이 환열로,

무거운 죄의식이 뜨거운 열기로 뒤덮였다.

남편의 거친 애무에 아내는 숨을 헐떡이면서 두 어깨를 움찔움찔 떨어댔다.

“역시 자렴과 자효보다 작다고? 크으으!! 어서 자지를 꺼내보게! 사정없이 물어줄 테니!!”

달콤함을 뚝뚝 흘리는 아담한 가슴을 보자마자 무심코 말실수를 한 이성휘.

조조가 광분하듯 짐승 울음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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