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4화 〉 364. 칼의 마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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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농양씨 가문이 발칵 뒤집혔다.
원술의 아내가,
양표에게 있어 처남댁(?男?)이 되는 진씨가 스스로 목을 매단 채 죽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진씨는 외진 창고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창고를 관리하던 노복에게 발견되면서 비극이 알려졌다.
“어, 어서 내리게!”
“세상에…!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대명문가의 가택에서 사람이 죽었다.
결코 세상에 알려져선 안 될,
세간의 지탄을 받게 될 게 분명한 참사였다.
그를 알기에 노복들은 황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어, 어르신!”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비보를 듣고 궁궐에서 급히 달려온 양표가 크게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수춘성을 정벌하고 돌아온 표기장군 이성휘가 직접 부탁하면서 맡기지 않았던가. 만약 이 사실이 이성휘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노여움을 피할 수 없으리라.
분명,
우리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알고 있느냐?”
“모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씨가 목을 매달았을 때,
딸 원엽은 사랑채에서 오침을 하고 있었다.
들키지 않도록 자는 틈을 노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분명했다.
종친의 설명에 양표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탄식이 섞인 한숨을 토해낸 양표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깊은 비관에 시달려온 것은 알고 있으나… 어미가 어떻게 딸아이를 두고 갈 수 있단 말이냐.”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낀 양표는 털썩 주저앉았다.
처남(?男)과 조카에 이어,
처남댁마저 그 뒤를 따르고 말았다.
남은 혈육은 가족들을 모두 떠나보낸 조카딸 뿐.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양표는 어떻게든 조카딸만이라도 살려야한다며 울음기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양수가 도착했다.
노복에게 소식을 들은 듯,
급히 퇴궐한 양수는 황망함에 물든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정말 숙모님께서…!”
그 말에 양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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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농양씨 가문에서 벌어진 참상은 수많은 유언비어들을 만들어냈다.
근거가 없는 낭설은 물론,
음모에 가까운 헛소문들도 무성했다.
각종 소문들로 진류군이 삽시간에 떠들썩해졌다.
‘조조가 살수를 보내어 원술의 처를 죽였다.’
‘후환이 미칠까 두려웠던 홍농양씨 가문이 몰래 노복들을 동원하여 원술의 처를 죽인 것이다.’
단순히 추측에 불과한 소문들이었음에도 진류군 백성들을 현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퍼트리듯,
조조와 홍농양씨 가문이 흉수인 것처럼 유언비어가 확산되었다.
그에 조조군은 위병들을 대거 투입하여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자들을 단속하면서 치안을 감독했다.
“…….”
순유에게 비보를 듣고서 홍농양씨 가문의 가택으로 발걸음을 했던 이성휘는 탄식을 토해냈다.
혼란에 빠진 가문.
가택을 바라보면서 웅성대는 군중들.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함으로서 비보의 진위를 알게 되었다.
“오셨습니까, 표기장군.”
“잠시… 안에 들어가겠다.”
무거운 발걸음을 터덜터덜 내딛으면서 돌아온 이성휘는 아들 조앙의 침소에 도착했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어,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보모들의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조앙을 본 이성휘는 안도와 함께 죄책감에 물든 쓴웃음을 흘렸다.
“공자께서는 방금 주무셨습니다.”
“얼굴만 보고 가겠다.”
이성휘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귀여운 아들의 얼굴을 하염없이 주시했다.
육아를 전담하는 보모들은 평소답지 않은 무방비한 모습에 눈치를 슬쩍 살폈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이성휘는 결코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은… 잘 크고 있나?”
이성휘가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쑥쑥 자라고 계시옵니다.”
보모들 중 한 명이 나섰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만족한 것일까.
벽을 등진 채 앉은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를 물려다오. 혼자서 아들을 보고 싶다.”
이성휘가 보모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혼자서,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숙연함에 물든 목소리를 들은 보모들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내실을 나섰다. 보모들은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문 너머에서 대기했다.
“후우….”
이성휘가 무거운 한숨을 흘렸다.
곧이어 푹 숙인 고개를 들며,
부드러운 포단 위에서 자고 있는 여린 생명을 바라보았다.
“코오오….”
미약하게 숨소리를 내쉬던 갓난아기가 귀여운 코골이를 했다.
그 모습에 이성휘는 쓰게 웃었다.
“미안하구나.”
눈앞의 아들에게,
어쩌면 다른 누군가일지도 모르는 사과를 전했다.
무거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린 이성휘는 자조 섞인 한숨을 푹 내뱉으면서 오늘 벌어졌던 비극을 떠올렸다.
‘내가 망가뜨렸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가정을… 내 손으로 찢어발겼다.’
아비는 굴욕적인 최후를 맞이했고,
아들은 형장으로 끌려가 단칼에 목이 잘렸다.
그리고 비관을 이기지 못한 어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마지막 남은 딸은 무간지옥이나 다름없는 고통을 평생 절감하는 형벌을 떠안게 되었다.
‘위선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들을 두 손으로 찢어발겨온 주제에 이제 와서 후회라니…. 이것이 위선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수많은 생명들을,
전장에서 수많은 목숨들을 거둬왔다.
도망치던 적들을 죽였다.
눈물을 흘리면서 목숨을 구걸하던 적들까지도 모두 죽였다.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후회하는 척 행동하며 위선이나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모멸감이 치밀었다.
“우우웅.”
자괴감에 몸을 떨고 있었을 때,
포단에서 자고 있던 갓난아기가 잠꼬대와 함께 몸을 뒤척였다.
그 모습을 본 이성휘는 피식 웃으면서 밑으로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아비는 괜찮다.”
꿈나라를 마음껏 헤엄치고 있을 아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부성애에 물든 목소리로 아들에게 속삭였다.
“나는… 아무리 더럽혀져도 괜찮다. 설령 피범벅이 된 손이 평생 남게 되더라도. 네가 앞으로 후대를 찬연하게 빛내준다면 말이다.”
각오하지 않았던가.
태어난 새 생명을 보았을 때,
궂은일들을 모두 도맡겠다고 각오했다.
평생 오명을 뒤집어쓸 것을 각오하고서 도살자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후세대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모두 말소하기로 맹세했다.
‘괜찮다…. 그러니 괜찮다….’
영문도 모른 채 새로운 세계에 떨어진 이후부터 두 손을 더럽혀왔다.
생존을 위해 죽여야 했고,
역할과 책무를 위해 죽여야만 했다.
어차피 더럽혀진 손이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피범벅이 된 두 손이 깨끗해질 일은 결코 없으리라.
‘그렇기에 반드시… 내 대에서 살육을 끝내마. 원죄의 무게에 빠져 질식하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망념에 빠진 채,
죄책감이나 앓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천하를 평정하여 난세를 끝장내겠다는 맹세를 이루기 위해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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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끝낸 조조는 곧바로 조앙의 침소로 향했다.
아들의 뺨에 입맞춤을 한 뒤,
사랑스러운 모습을 만끽하면서 잠에 들려고 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침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성휘는 떠난 다음이었다.
“오셨습니까, 주공.”
“무슨 일은 없었는가?
“그것이….”
잠시 말끝을 흐리던 시녀가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표기장군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성휘가?”
이성휘가 한밤중에 다녀갔다는 말에 조조는 뜻밖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출진 준비로 바쁠 텐데,
무슨 이유로 너눅한 밤에 다녀간 걸까.
혹시 출진하기 전에 사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함이었을까. 조조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헌데… 표기장군께서 안색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시녀의 말에 다른 시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그 모습이 위태로웠다.
위태로운 기색을 한 남편이 아들의 침소를 잠시 다녀갔다는 시녀들의 말에 조조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녀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사온데… 잠깐 혼잣말을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혼잣말?”
“착각이온지는 모르겠사오나, 눈물을 보이신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성휘의 부탁으로 잠시 바깥에서 대기했던 보모들 중 한 명이 말을 덧붙였다.
잠시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눈물까지 보인 것 같았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딛었던 조조는 연이은 보고들에 두 눈을 바르르 떨어야 했다.
분명,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
“보좌를 맡겼던 원양이라면 그 이유를 당연히 알고 있을 테지.”
조조는 곧 하후돈에게 연통을 넣었다.
당장,
일체의 지체 없이 집무실로 오라.
사랑하는 지아비가 심적으로 크게 불안한 상태임을 알게 된 조조는 맹목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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