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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62화 (362/616)

〈 362화 〉 362. 무엇도 버릴 수 없기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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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의 비참한 말로로 인해 원소군과 조조군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한쪽이 멸망할 때까지 싸우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음을 의미했다.

구강군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여남원씨 일가가 멸족했다. 살아남은 인원은 여성들 뿐, 사내들은 모두 붙잡힌 채 처형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원매, 원서, 원춘경은 원소에게 울분을 토해냈다.

“원술을 제외한 나머지 종친들은 무사히 장례를 치러줬다고 하나… 비명 속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변치 않습니다!”

“기필코 놈들에게 복수해야 합니다! 조조와 이성휘를 반드시 죽이겠습니다!”

통한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복수를 맹세했다.

동탁에게 멸문지화를 당한 이후,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여남원씨 일족이 다시 재해에 휩쓸리고 말았다.

살아남은 여남원씨 가문은 하북에 있는 종친들 뿐이다. 양주에 있던 원씨 종친들은 대부분 살해당하거나 실종되었다.

“당한 대로 돌려준다…. 아니, 당한 것의 수십 배로 돌려준다…! 그게 바로 우리 여남원씨 가문의 가훈이죠.”

지금까지 사세삼공의 대명문가는 결코 치욕과 복수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설령 평생이 걸리더라도,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여남원씨 가문은 뼈에 새겼던 복수를 달성해냈다. 치욕과 복수를 반드시 원수에게 되갚는 것이 여남원씨 가문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전군에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원소의 말에 여남원씨 가문의 종친들이 대답했다.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당장이라도 군세를 이끌 것처럼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원소는 활화산처럼 들끓는 종친들의 염원을 지금 당장 들어줄 순 없었다.

“수년 동안은 계속 내실을 다져야 해요. 유주와 병주, 청주를 완전히 통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조군과 전면전을 벌일 순 없어요.”

아군보다 한 발 앞서 영토들을 제패한 조조군과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하북과 중원,

세력도는 엇비슷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전력의 격차가 노골적으로 존재했다.

조심스러운 성정의 원소는 위험부담이 높은 도박을 감행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설령 강경파의 반발을 떠안는 한이 있더라도 수년 동안은 전력 강화에만 신경을 기울일 때였다.

“하아….”

종친들을 돌려보낸 금발의 여인은 근심으로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숙연한 표정과 함께,

격정이 물든 붉은 눈동자가 바닥 아래를 향했다.

연모하는 사내와 결국 원수지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절대로 부하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다.

‘원술을 증오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저와 이제 결별하겠다는 뜻인가요.’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던 이복동생이 가축들의 분뇨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목숨을 잃었다.

처음에는 통쾌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놈은,

어릴 적부터 자신과 어머니를 핍박해온 망나니였기 때문이다.

얼녀.

노비 년.

화냥년에게서 태어난 천것.

한낱 반쪽짜리에 불과한 계집년.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로 모멸감을 토해내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원술 특유의 비아냥대는 목소리.

뇌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몰려왔다.

“원술, 성심성의를 다해 당신의 죽음을 애도해주겠지만…, 저는 당신의 최후를 슬퍼해줄 생각이 일말도 없어요.”

기뻐하면 모를까,

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여남원씨 가문에 충성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슬퍼해줘야 했다.

봉기에게 명령하여 수춘성에서 살해당한 원술과 종친들의 넋을 달래는 의식을 준비하는 한편, 부하들에게는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도록 지시했다.

“결국 성휘와 싸울 수밖에 없다면, 그것이 바로 하늘이 정한 숙명이라면…. 과거에 발목 잡혀서 당신을 봐줄 일은 없을 거예요.”

전력을 다해 부딪친다.

온 힘을 쏟아내어 적수를 무릎 꿇린다.

그것이 바로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통용되는 난세의 방식이니까.

* * *

농서동씨 일가의 수급들을 진류군으로 보낸 이각과 곽사가 듣게 된 답변은 ‘전쟁’이었다.

조조군이 정벌군을 준비하고 있다.

표기장군 이성휘,

불과 한 달 만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함락시키고 여남원씨 가문을 도륙한 천하제일검이 만승천자의 군대를 일으키려 한다.

이각과 곽사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전장을 누비던 괴물을 떠올리면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결국 우리들을 다 죽일 셈인가…!”

협상은 결렬되었다.

황실과 조정은 진상품으로 보낸 수급들을 받아들였을 뿐, 관직과 봉토를 내려달라는 조건에 전쟁준비로 응수했다.

결국 헛물만 켠 셈이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희망을 접어야 했다.

“빌어먹을 놈들! 받아쳐먹기만 했군!”

이각이 이를 빠득 갈면서 중얼거렸다.

관직과 봉토는커녕,

오히려 황실과 조정을 자극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성난 말벌들로 득실대는 벌집을 건드린 격이다.

농서동씨 일가의 수급들을 보낸 대가로 조조군으로부터 총공세를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이보게,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곽사가 물었다.

그에 이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괴물이 온다고 하지 않나. 당장 도망쳐야지.”

“도망? 이 장안성에서 농성하지 않고….”

“자네는 얼마 전까지 농서동씨 가문에 충성했던 장졸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농성을 거론하는 곽사의 말에 이각이 입을 꾹 비틀면서 조소를 흘렸다.

배신으로 권력을 잡았기 때문일까.

곽사와 심복들을 제외한 누구도 신뢰하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 끝에 권력을 장악한 이각과 곽사는 주지육림에 빠질 여유도 없이 환난에 대비해야 했다.

“그럼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중랑장(中?) 장제의 조카인 장수가 원술이 떠난 남양군에서 계속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만.”

“…농서로 몸을 피하세.”

장안성을 버리고 서량으로 도망치자는 이각의 제안에 곽사는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물론,

그의 제안에 일리가 있었다.

원래부터 자신들은 서량 출신이 아니었는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친분이 있는 여러 호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 게다가 조정군이 서량까지 추격해올 가능성이 낮았다.

“농서동씨 일가가 미처 처분하지 못한 재산들이 농서군에 있다는 정보를 들었네. 그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지 않겠나?”

오랫동안 충성해온 가문마저 멸족시켰는데 이제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여생을 유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각의 말에 현혹된 곽사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옳네!”

전쟁터를 휩쓸었던 괴물과 싸운다는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곽사는 잘 알고 있었다.

승산이 없을 뿐더러,

또한 이각의 말처럼 부하들에게 배신당할 위험성이 높았다.

고향이 그리웠던 곽사는 심복들과 장안성을 탈출하기로 계획했다.

“장안성을 평화롭게 넘겨준다면 이성휘도 만족하고서 돌아가지 않겠나.”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네.”

“뭐?”

이각의 대답에 곽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부족하다니?

여기서 뭘 어찌할 생각이란 말인가.

“장안성을 불태우세. 동탁이 관동 제후군의 추격을 뿌리쳤을 때의 방법을 쓰잔 말이네!”

견벽청야(???)의 전술을 입에 담았다.

낙양을 불태웠을 때처럼,

장안을 초토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각의 주장에 곽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너무 부담이 크지 않겠나? 장안성을 모두 불태우기 위해선 많은 준비들이 필요하네. 낙양을 불태웠을 때도 그러지 않았는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는가. 장안성을 불태워버리면 그 괴물도 서량까지는 오지 못할 걸세.”

보급선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만약 장안성이 소실된다면,

삼보 지역에 입성한 정벌군은 병참에 큰 한계를 겪게 될 것이다.

이미 한 차례 대방화를 저질렀던 전적이 있는 이각과 곽사는 두려울 게 없었다.

“…불태우세.”

마침내 결단을 내리게 된 곽사가 각오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는가.

안위와 부귀영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저지를 용의가 있다. 설령 그 과정으로 인해 수많은 백성들이 죽게 될지라도.

* * *

마등과 한수의 도움으로 장안성을 탈출했던 동백은 신평(??)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각과 곽사의 배신.

농서동씨 가문의 멸문지화.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비보를 들어야 했다.

농서동씨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동백은 반드시 배신자들에게 복수하겠노라며 이를 빠득 갈았다.

“놈들의 동태는 어떤가요?”

한순간에 복수귀로 전락해버린 소녀가 두 눈을 부릅뜨면서 물었다.

초췌해진 몰골.

푸석푸석하게 변한 머리카락.

고귀함이 흘러넘치던 용모는 온데간데없었다. 오랜 가뭄에 말라버린 우물처럼 메말라버린 듯했다.

가문을 멸족시킨 두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과업에만 혈안이 된 동백은 천신만고 끝에 수습한 병력들을 거느린 채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계속 잠잠합니다. 아마 장안성의 병력들을 수습하는 일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입니다.”

서영이 착잡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이후,

동백은 척후병들을 계속 파견하여 장안성의 동태를 살폈다.

“놈들은 결국 빈틈을 보일 거예요. 만약 그때를 포착한다면… 사생결단으로 놈들을 끝장낼 겁니다.”

초췌하게 변한 복수귀가 유황불처럼 넘실대는 복수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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