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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59화 (359/616)

〈 359화 〉 359. 무엇도 버릴 수 없기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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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농양씨 가문의 여식, 양수는 고귀한 기품과 선명한 화려함을 품은 아가씨였다.

허리까지 늘어뜨린 탐스러운 금발.

새하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나선처럼 빙글빙글 말려져 있었다.

우수한 모범생이자 제일의 신동.

고결한 혈통의 아가씨임을 자랑하는 듯한 홍농양씨 가문의 여식은 조조를 대면하고 있음에도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묻겠다. 그것은 네 꾀인가?”

조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양수는 그 물음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겸손은 허울일 뿐이다.

물음에 되묻는 일 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

조조가 무익한 문답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린 행동이었다.

“꽤 그럴 듯한 꾀였다. 간악한 무리들에게 가담하려 했던 네 아비에 대한 죄는 묻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사공.”

부친 양표의 죄를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는 조조의 말에 양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공융, 동승과 함께 멸문지화를 당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음에 양수는 근심을 거둘 수 있었다.

‘저 빌어먹을 살덩이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불필요하게 출렁출렁 흔들리는군. 나를 기만하는 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양수가 고개를 푹 숙이자 커다란 젖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폭이 넓은 의복을 입었음에도,

커다란 흉부의 존재감을 감출 수 없었는지 출렁 흔들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너는 이런 거 없지~?’라며 자신을 크게 조롱하는 듯했다.

“학식과 식견이 제법 뛰어난 것 같다만… 성년식은 치렀나?”

“소녀의 나이가 어려 성년식을 아직 치르지 않았습니다. 내년에 치를 예정입니다.”

“…….”

성년식을 치르지도 않은 어린 계집에게조차 가슴에서 졌다는 사실에 조조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런 빌어먹을 년.

지금까지 먹은 끼니들이 모두 가슴으로 간 건가?

여남원씨 가문의 핏줄을 이은 계집답게 일거수일투족이 모조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저 젖탱이.

산 채로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계속 위아래로 출렁출렁 흔들리고 있다.

‘흥, 하여간 원가 년들은 믿을 수가 없군.’

탐스럽게 흘러내린 금발.

샛노랗게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

잡티조차 없는 새하얀 얼굴과 갸름한 이목구비.

이미 성인 여성의 요염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풍만한 가슴과 늘씬한 몸매까지.

천부적인 재능과 함께 백옥을 깎아낸 것 같은 아름다운 용모. 마치 그녀는 하늘의 총애를 모두 독차지한 것처럼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주부(??)의 벼슬을 내리겠다.”

“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벼슬을 내린 조조의 행동에 양수가 놀란 듯 되물었다.

조조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 양수는 무심코 무례를 범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또 다시 크게 흔들리는 젖가슴. 부드러움과 탄성이 옷 너머로 보이는 듯하다.

납작한 가슴을 가진 여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군부의 막하(?下)에 배속될 것이다.”

“분에 넘치는 은혜… 정말 감사합니다, 사공!”

군대를 통솔하는 군부의 참모에 임명되었다. 그 결정을 양수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삼공(三?),

혹은 구경(九?)을 보좌하게 될 줄 알았으나….

패국조씨 가문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군부에 배속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곧 조조의 신임을 얻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분명 아무런 권한이 없는 한직에 배속되어 인질처럼 감시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양수는 외가가 여남원씨 가문이라는 이유로 출셋길에 큰 불이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술이 외숙부였으며,

하북 4개 주를 제패한 대군벌 원소가 어머니의 이복동생이었다.

경계와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만약 3대 대명문가에 속한 홍농양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머지않아 여남원씨 가문과 내통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멸문지화를 당했으리라.

“나는 유능한 인재를 아낀다. 한나라 제일의 신동이라 불리는 인재라면 더욱 곁에 둬야겠지.”

흑발의 여인은 소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의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내심을 간파당했음에,

양수는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네가 충성을 저버리지 않는 한은 말이다.”

나를 배신하면 죽이겠다.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신뢰와 충성을 배신한다면 망설임 없이 죽이겠다.

날카롭게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를 본 양수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과연 천하의 제후들을 호령하는 여걸이다…!’

여남원씨 가문과 인척관계인 홍농양씨 가문을 기용하는 조조의 넓은 아량과 포용력에 놀란 양수는 감탄을 머금은 표정을 지었다.

과연 이 여걸은,

천하를 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패국조씨 가문에 견마지로의 충성을 다하겠노라고 맹세했다.

‘되도록이면 부관과 마주치지 않도록 떨어트려둬야겠군. 분명 저 천박한 젖탱이를 흔들어대면서 부관을 유혹할 것이 틀림없으니….’

감격에 찬 소녀와는 달리,

흑발의 여인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소녀에게 질투를 보내고 있었다.

외가가 여남원씨 가문이다.

필시 배필이 있는 사내를 빼앗기를 좋아하는 그 음탕함까지 물려받았을 게 분명했다.

* * *

조정이 크게 들썩였다.

홍농양씨 가문이 공융과 동승을 문전박대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조정대신들은 광록대부 양표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자 궐문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딸 양수를 보내 1주일 동안의 병가를 신청한 양표는 대문 앞에 피객패를 내건 채 잠적해버리고 말았다.

“크흠!”

“화음후와의 약속을 보류해야 할 것 같소이다.”

사대부들이 잠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홍농양씨 가문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공융과 의 관계를 단절해버렸기 때문이다.

양표를 따랐을 뿐,

공융과 동승을 선망해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젯밤 소식을 들은 사대부들은 지금까지의 입장을 단번에 철회해버렸다.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자들 같으니!’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리는 조정대신들을 보며 공융이 이를 빠득 갈았다.

원칙과 신념을 매번 뒤바꾸는,

실속에 따라 움직이는 속물들이 따로 없다.

광록대부 양표를 끌어들여 사대부들의 지지를 얻어내려 했던 공융의 계획은 홍농양씨 가문의 여식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제 처남이 끔찍하게 살해당했거늘…! 어찌 대명문가의 수장이라는 작자가 계집처럼 도망쳤단 말인가!’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이 분뇨더미에서 이틀 동안을 허우적대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은 천하에 모르는 백성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조강지처의 동생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성휘와 패국조씨 가문에 일절 반발하지 않는 양표의 소극적인 행보에 공융은 크게 분개했다.

“표기장군이 입궐했다고 합니다.”

“크흠!”

장수교위(????) 충집이 공융에게 슬쩍 다가오면서 소식을 전달했다.

그에 공융이 침음을 삼켰다.

“천하제일검이 돌아왔단 말인가?”

“드디어 정벌군을 이끌고 돌아온 게로군!”

공융과 마찬가지로 이성휘가 입궐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정대신들이 반색하며 그를 반겼다.

그리고,

이성휘를 모략했던 관료들은 공융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이제 이성휘가 정벌을 끝내고 돌아왔으니 이전처럼 음해와 모략을 꾸미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오!”

“과연 늠름하군.”

갑주를 걸친 이성휘가 휘하 장수들과 함께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원술군을 모두 격파한 뒤,

견고한 철옹성마저 떨어트린 천하제일검의 드센 위용에 조정대신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왕윤과 사손서 등의 조정대신들이 호의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반면 공융과 동승은 반목질시가 담긴 눈빛으로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폐하, 역적 원술과 무리들을 모두 토벌하고 돌아왔습니다.”

“승전보를 들었다네. 정말 수고가 많았네.”

폭정을 일삼았던 역적을 참살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출했다.

유변은 압제에 시름하던 백성들이 이제야 도탄지고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아이처럼 승전보에 기뻐하는 유변의 반응을 본 공융과 동승은 침음을 삼켜야 했다. 이성휘를 절대적으로 총애하는 모습에 한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난공불락의 요새를 불과 보름도 안 되어 떨어트렸다고 들었다! 그대는 과연 한나라를 대표하는 명장이네!”

황제 유변과 마찬가지로,

황태제 유협 또한 두 눈을 반짝이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과찬이십니다.”

황제와 황태제의 찬사에 이성휘는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뒤이어 고개를 돌려,

맞은편에 있던 흑발의 여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흑발의 여인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한 달하고도 열흘이 넘도록 연모하는 남편과 잠시 이별했기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에는 강한 환열과 함께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그 아름다운 미소에 이성휘 또한 입가에 미소를 담아내면서 대답해주었다.

“그대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음흉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한나라의 충신인 그대를 감히 참소했었다.”

햇볕처럼 화사한 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이성휘에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꾹 눌러온 듯,

이성휘가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내심을 밝혔다.

의젓한 표정을 지은 유협은 오라비와 다름없는 천하제일검을 모략한 음흉한 무리들을 노려보았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그대의 용맹한 위용을 보니, 조정 내부에서 떠돌던 소문들이 음해이자 모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네.”

그 말과 함께 유협은 이성휘에게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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