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화 〉 358. 조조의 우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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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춘성 공방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성휘는 진류군에 귀환하자마자 골치 아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공(??) 조조의 심복들이 공경들의 가택을 습격했다는 것이었다.
문패가 떡하니 붙여진 가택의 대문을 수백 발에 달하는 화살들로 장식했다. 대문과 담벼락을 촘촘한 가시들이 박힌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렸다는 소식에 이성휘는 침음을 삼키고 말았다.
“공융, 양표, 동승의 가택을 필두로 주인님을 시기하여 모략했던 무리들의 가택이 습격당했다고 해요.”
“잘 됐네, 쌤통이다!”
장료의 설명에 여포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놈들,
제 주제도 모르고 감히.
조조와 평소 불편한 관계였던 여포조차도 이번만큼은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준 조조의 행동에 감명을 받은 듯했다.
‘모두 조정의 거두들이군….’
공융. 양표. 동승.
모두 조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고관대작이다.
이번 사건으로 조정에 큰 풍파가 발생했을 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패국조씨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파벌들이 더욱 강경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했다.
“후우….”
선두에서 말을 몰고 있던 이성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옆에 있던 순유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낭군을 헐뜯고 시기하는 무리들에게 망설임 없이 화살을 날려버리는 현모양처라… 엄청 부러운데요?”
“시끄럽다.”
이것을 과연
현모양처(???)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악처(??)는 아니긴 한데….
심복들을 동원하여 살벌한 경고장을 날려버리는 아내라니, 실로 두렵기만 하다.
“이번만큼은 비서랑의 말이 맞사옵니다. 천하의 어떤 아내가 이 정도로 지아비를 위해 성심성의를 다할 수 있겠사옵니까?”
순유와 함께 나란히 말을 몰고 있던 가후마저 말을 덧붙이자 이성휘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기는 하다만….
남편을 향한 애정을 살벌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에 이성휘는 난감함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
이성휘는 황실과 조정에 승전보를 전하고자 부하들과 함께 궁궐로 곧장 향했다.
분명,
혼란이 더욱 촉발될 터.
한껏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을 듯한 조정의 분위기를 떠올린 이성휘는 심려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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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곤경을 결코 묵과할 수 없었던 양수는 기발한 꾀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대문을 못질하여 틀어막은 다음에 종이 한 장을 그 위에 붙인 것이었다.
?(살 활).
오직 한 글자만이 적힌 종이였다.
양수의 명령을 받아 대문에 종이를 척 붙인 노복들은 그 의미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글자 하나만 적히지 않았나.”
“한나라 제일의 신동이라 불리신 아가씨가 내린 생각일세. 분명 우리들이 모르는 깊은 뜻이 있겠지.”
수수께끼 같은 명령에 의문이 생겨났다.
그러나,
노복들 중 그녀를 불신하는 이가 없었다.
당대 최고의 명사들이 극찬을 했던 천재가 바로 집안 아가씨였기에 의심 없이 믿고 따랐다.
“광록대부, 우리들이 왔으니 문을 여시게.”
술시(??)가 되었을 쯤,
홍농양씨 가문의 가택 앞에 인원들이 도착했다.
소부(少?) 공융과 화음후(???) 동승, 그리고 그를 따르는 관료들이 양표와 앞으로의 대국을 긴히 의논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었다.
그러나 빗장을 걸어둔 대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 아무도 없느냐! 어서 문을 열어라!”
시랑(?) 왕자복이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이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
모든 인원들이 가택을 비우기라도 한 것처럼 몇 번이고 소리쳤음에도 묵묵부답이기만 했다.
“이런 무례한 사람을 봤나…!”
“소부 어르신과 화음후 어르신의 행차이거늘.”
저녁에 약속을 미리 정하였음에도 빗장을 걸어버린 채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는 양표의 행동에 여러 관료들이 불만에 찬 목소리를 토해냈다.
무슨 동냥하러 온 거지도 아니고,
멀뚱멀뚱 선 채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라니.
유교를 창시한 성현의 후예와 만승천자의 장인까지 있건만, 어떻게 이런 박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광록대부가 변심을 한 게 아닌가?”
화음후 동승이 물었다.
그에 공융이 침음을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양표는 심약하고 소심한 성정입니다. 분명 패국조씨 가문과 싸우는 것이 두려워… 계집처럼 대문에 빗장을 걸어둔 것일 테지요.”
소심익익한 작자 같으니라고.
공융은 대의에 동참해줄 것 같았던 양표가 돌연 변심한 것에 대해 모멸감을 내비쳤다.
허나 우려할 것은 없다.
이미 조조는 양표를 정적으로 규정했을 터.
패국조씨 가문이 위해를 가해온다면 양표는 질겁하며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올 것이 분명했다. 이미 우리들은 한 배를 탄 동지나 다름없으니.
“음…?”
뒷짐을 진 채 불쾌감을 내비치던 공융은 대문에 붙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대문에 붙은 종이 한 장.
그것을 본 공융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게 대체 무엇이오?”
옆에 있던 동승이 물었다.
한참 종이에 적힌 ?이라는 글자를 보던 공융은 정답에 도달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돌연 험악한 표정을 지은 공융의 모습에 동승은 당혹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발칙한!”
“대, 대체 왜 그러시오?”
동승이 재차 물었다.
그럼에도,
공융은 대꾸하지 않은 채 분통을 터트릴 뿐이다.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이던 거짓된 가면이 스르륵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대문에 붙은 종이를 팍 떼어낸 공융은 사정없이 구기고는 흙바닥에 내팽개쳤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관료들은 의구심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감히! 감히이!!”
노여움에 물든 얼굴을 한 공융이 거센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공융의 고함소리에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인자하기로 유명한 성현의 후예가 고함을 버럭버럭 내질렀기 때문이다.
“어서 소부를 말려라, 어서!”
수많은 백성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아차린 동승이 부리나케 관료들에게 소리쳤다.
그에 관료들이 손을 뻗으면서 치욕을 토해내던 공융을 한사코 만류했다.
“…….”
홍농양씨 가문의 가택 앞에서 야단법석을 일으키고 있는 공융과 무리들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군사좨주 곽가의 명령을 받들어 공융과 동승의 동태를 몰래 감시하고 있던 공작원이었다.
눈을 매섭게 번뜩이며,
홍농양씨 가문의 가택 앞에서 벌어진 일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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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가에게 소식을 들은 조조는 파안대소하듯 웃음을 터트렸다.
대문에 붙은 종이 한 장.
종이에 적힌 ?이라는 글자.
그것을 본 공융이 노여움을 금치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초승달처럼 가느다란 눈웃음을 지었다.
“홍농양씨 가문은 공융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입증되었군.”
공융과 동승은 물론,
여론에 편승했던 양표까지 싸잡아서 족치려고 했던 조조는 노여움을 풀게 되었다.
한바탕 소란을 일으켜서 무죄임을 입증하지 않았는가.
홍농양씨 가문의 지혜로운 대처에 조조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양표를 용서했다. 물론 모두 용서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근데 그게 왜…. 무슨 뜻이에요, 언니? 종이 한 장을 그냥 대문에 붙였을 뿐이잖아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조홍은 도무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우 종이 한 장을 대문에 붙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겨우 그것으로 언니의 노여움을 풀어냈단 말인가.
속뜻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조인도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조조를 힐끗 쳐다보았다.
“대문(大門)에 활(?)이 적힌 종이를 붙였으니 그것은 활(?: 트일 활)이 된다.”
“아, 그런 뜻이었네요…. 그런데 그게 왜….”
“우리 가택의 대문이 아무리 넓고 높더라도 네놈들에게 열어줄 수 없다, 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홍농양씨 가문의 가택을 찾은 공융과 동승을 ‘대문을 열어줄 가치도 없는 족속’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인배.
혹은 거지, 불한당.
글자 하나만으로 공융의 체면과 자존심을 꺾어버렸다. 그 신묘한 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홍농양씨 가문의 진의를 간파해낸 조조는 광록대부 양표가 이런 대담한 짓을 꾸몄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동부언(????)처럼 일을 떠벌려서 스스로 무고를 증명해낸 건가. 약해빠진 양표가 대담한 모략을 꾸몄을 리는 없고… 양표의 딸년이 한나라 제일의 신동이라 말을 들을 정도로 장래가 유망한 천재라는 말을 들었었지.’
대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잠시 심사숙고하던 조조는 홍농양씨 가문의 여식이 수많은 명사들의 인정을 받은 신동임을 떠올렸다.
그래… 분명 양표의 딸년이 꾸민 꾀이리라.
“봉효.”
“예, 주군.”
“광록대부 양표의 여식을 사공부로 불러들여라.”
홍농양씨 가문의 계집은 자신들이 감시받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토록 대담하게,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공융과 무리들에게 다시없을 망신을 준 것이다.
성현의 후예와 황제의 장인을 상대로 망신을 준 홍농양씨 가문의 여식이 궁금했던 조조는 그녀를 곧 사공부로 불러들였다.
* * *
이윽고 홍농양씨 가문의 여식이 조조의 부름을 받고서 사공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뒤이어,
양수는 사공부의 관료를 따라 조조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조심스러운 발걸음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원의 패자를 발현했다. 고귀한 기품과 단정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식을 처음으로 본 조조는 당혹감에 물든 지었다.
‘뭐야, 이 젖탱이는….’
출렁출렁.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
조홍과 조인에 필적할 만큼 커다란 거유가 두 어깨가 흔들릴 때마다 출렁거렸다.
분명 외가가 여남원씨 가문이라고 했던가.
생애 최대의 연적을 떠올리게 하는 짙은 금발과 커다란 가슴을 본 조조는 이를 빠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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