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7화 〉 357. 조조의 우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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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少?) 공융에게 가담했던 양표와 여러 관료들이 백주대낮에 치욕스러운 봉변을 당했다.
급습을 가한 조조군 장졸들에 의해 수백 대에 달하는 화살들이 가택의 대문과 담벼락에 박혔다. 그것을 목격한 백성들은 이윽고 조조가 피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며 몹시 두려워했다.
이번은 경고일 뿐이다.
하지만 이 다음은,
표기장군 이성휘를 음해한 자들에게 화살이 날아들 것이었다.
“폐하, 어찌 백주대낮에…! 폐하께옵서 계신 진류군에서 이런 망측한 일이 벌어진단 말이옵니까!”
절색의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황제 유변에게 매달렸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충심이 깊은 열녀처럼 통곡하듯 어깨를 떨었다.
그 모습에 유변은 착잡함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안타깝게 생각하오…. 허나 표기장군은 황실과 조정을 구한 영웅이지 않소. 그를 무고하려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오.”
귀비(??) 동씨의 말에 유변은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성휘를 옹호했다.
천하제일검은 한나라의 충신이다.
어찌하여 공융과 신하들은 충신을 참소하였단 말인가.
이성휘를 향한 유변의 신뢰는 가히 절대적이었기에 애첩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폐하! 어찌하여 공경들에게 후안무치한 무례를 범한 사공을 두둔하는 것이옵니까!”
동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듯 외쳤다.
그에 유변은 난감함에 물든 반응을 보이면서 고개를 슬쩍 피했다.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애첩의 호소에도 유변은 정국에 관여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했다.
“짐에게 무슨 힘이 있겠소…. 그만하시오, 귀비.”
조조군에게 추대되어 진류군에 입성한 이후부터 계속 정무에 관여하지 않은 채 쥐 죽은 듯 살아왔다.
나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나라를 지키지 못했고,
사직을 지켜내지 못한 어리석은 황제에 불과하다.
뛰어난 선정으로 백성들로부터 무한한 민심을 얻고 있는 조조에게 전권을 위임한 유변은 벌써 태상황(太上?)으로 물러난 것처럼 관여하기를 꺼려했다.
‘유약한 허수아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면 정말 무골(無?) 수준이잖아?’
부친 동승에게서 언질을 받은 동씨는 계속해서 유변을 부추겼다.
조조는 간웅일 뿐이다.
언젠가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조씨의 나라를 세우려 할 것이 틀림없다.
침대맡에서조차 조조를 계속 힐난했음에도 결코 결단을 내리지 않는 유변의 우유부단한 모습에 동씨는 줏대가 없는 무골이라며 속으로 비꼬았다.
‘하지만 이 유약한 황제를 어떻게든 움직이도록 부추겨야 아버님과 소부 어르신께서 오만방자한 패국조씨 가문을 몰아내실 텐데….’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패국조씨 가문을 축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황제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떻게든,
유약한 황제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동씨는 아첨과 교태를 동원하여 유변을 어떻게든 정국의 굴레에 끌어들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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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하는 남편을 참소하려 했던 공경들의 가택들에 급습을 가했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흑발의 여인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크게 분통을 터트렸다.
감히,
녹봉이나 축내는 버러지들 따위가!
나의 사랑스러운 남편에게 중상모략을 일삼다니!
“공융. 양표. 기필코 그 두 놈을 죽여 버리겠다.”
탄핵 상소문을 발언한 공융.
편승된 여론에 가담하듯 나선 양표.
또한 공융을 추종하는 무리들에 이르기까지.
조조는 그들에게 결단코 자비를 베풀지 않겠노라며 이를 빠득 갈았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 언니…! 고정하세요.”
다짜고짜 심복들을 동원하여 공경들의 가택에 활을 날려버린 사촌언니의 극단적인 행동에 조홍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다음은 필시,
공경들을 향해 활을 날릴 게 분명했다.
혹시라도 사촌언니가 공경들의 시체로 진류군을 피바다로 물들이지 않을까, 그것이 두려웠던 조홍은 새파랗게 질린 낯빛을 한 채 한사코 만류했다.
“공융의 가택에 화음후(???) 동승과 광록대부(光?大?) 양표를 비롯하여 여러 관료들이 출입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작원들을 풀어 동승의 무리들을 감시해온 곽가가 조조에게 동태를 보고했다.
놈들의 목적은 분명,
패국조씨 가문의 지배권을 몰아내려는 것일 터.
청주에서 굴러들어온 돌은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정세를 이끌어나가는 간악한 처세술을 보였다.
“화음후…. 권력에서 밀려난 더러운 잡놈이 공융과 손을 잡았단 말이로군.”
“분명 동귀비도 가담하고 있을 것입니다.”
좨주부(???)의 공작원들을 동원하여 조정대신들의 동태를 살폈다.
첩보와 공작,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여 패국조씨 가문에 반대하는 불순분자들의 동태를 끊임없이 살피고 경계했다.
“그들을 치시겠습니까?”
곽가가 물었다.
그에 조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일단 수춘성에서 복귀하고 있는 부관을 기다리겠다.”
공융과 동승을 축출하는 것은 조조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황제의 장인.
유학을 창시한 성현의 후손.
아무런 명분도 없이 공융과 동승을 제거해버린다면 여론이 크게 들썩이게 터. 패국조씨 가문을 옹호하는 사대부들조차 돌아설 위험이 있었다.
“광록대부 양표…. 분명 홍농양씨 가문은 여남원씨 가문과 인척관계였지. 원술의 누이와 혼인을 했을 터인데.”
처남(?男)의 비참한 최후에 우격다짐을 느끼게 된 걸까.
틀림없다.
제 처남을 죽인 부관에게 앙심을 품은 것이리라.
감히… 탁상공론이나 지껄이던 샌님 따위가!
양표는 공융과 동승에게 떠밀리듯이 가담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명백히 패국조씨 가문을 향한 도전이었으며 난세의 간웅을 향한 적대행위였다.
양표는 공융, 동승과 함께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설마 광록대부 양표까지 치시려고요?”
“부관을 모략하는 자는 신불(??)이라고 할지라도 가만두지 않겠다.”
조홍의 물음에 조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니.”
조조가 곽가와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있었을 때,
조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표기장군이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난공불락의 요새를 함락시키고 원술군마저 결국 멸망시킨 천하제일검이 연주에 도착한다.
수춘성을 점령한 뒤,
후속조치를 유비군에 전임한 이성휘는 강행군을 감행했다.
장졸들을 재촉하며 강행군을 벌인 덕분에 이성휘는 공방전이 종결된 지 열흘 만에 연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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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빙글빙글 돌면서 산책하다가 기절초풍할 일을 겪게 된 홍농양씨 가문의 여식은 소스라치게 놀란 기색을 보이면서 급습의 진상을 파헤쳤다.
이윽고,
한나라 제일의 신동은 진상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공융, 동승 같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소인배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음을 듣게 된 것이었다.
“아,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노랗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운 금발을 종아리까지 늘어뜨린 처녀가 경악을 토해냈다.
풋풋한 매력이 담긴 미형의 얼굴은 질겁한 채 일그러진 상태였다.
대체 어쩌려고,
그런 소인배들과 함께 배를 탔단 말인가…!
게다가 상대는 조조.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는 중원의 패자였다.
공융과 동승 같은 입만 산 머저리들과 함께 난세의 간웅에 맞선다는 것은 멸문지화를 의미했다.
“이, 이 아비도 모르겠다…!”
“네?”
“조정에서 잠깐 불쾌감을 드러냈을 뿐이거늘…. 아무래도 공융의 술수에 빠진 것 같구나.”
공융이 더러운 혓바닥을 놀리면서 아버지를 현혹했음을 알게 된 양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정쟁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버지를 꾀어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 삼았음에 치를 떨었다.
천하에 어느 딸이,
아버지를 호구로 만든 사기꾼들에게 분통을 터트리지 않겠는가.
“공융, 그 더러운 협잡꾼이 아버지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단 말이네요!”
“바지사장?!”
온화하고 청순한 규수의 입에서 나온 단어란 말인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분노를 토해내고 있는 외동딸의 모습에 양표는 식은땀을 주륵 흘렸다.
천재들이 모두 그러하듯,
한나라 제일의 신동이라 불린 양수 또한 난폭한 면모가 존재했다.
홍농양씨 가문과 여남원씨 가문의 핏줄을 물려받은 양수는 오만한 자존심을, 그리고 고상한 긍지를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아가씨였다.
“아버지! 앞으로 그 소인배들과 어울리지 마세요!”
“오늘 밤에 우리 가택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대문을 틀어박아야죠! 화살들이 박힌 대문을 보수한다는 것을 핑계로 대못을 박아버려요!”
절대로 그 작자들을 가택에 들여선 안 된다.
만약 그들을 안에 들인다면,
결코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니.
조조에게 정적으로 낙인찍힌다면 우리 홍농양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피할 수 없다. 조조는 절대로 자신의 적을 살려두지 않는 여인이기 때문이다.
“고맙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제가 방안을 강구해볼게요. 아버지가 그들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니까요.”
능동적으로 위험에 대처하는 외동딸의 모습에 양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수많은 명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신동답게 딸은 능수능란한 학식과 재주를 뽐냈다.
머지않아 조정에 입조하게 될 터.
양표는 딸의 찬연한 장래를 위해서라도 멸문지화의 위기를 무사히 모면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 기특한 효녀에게 닭갈비를 대접해야겠구나.”
“다, 닭갈비요?!”
아버지 양표의 말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낀 양수는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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