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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54화 (354/616)

〈 354화 〉 354. 적통의 죽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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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들의 분뇨로 더럽혀진 구정물을 헤집으면서 힘없이 비명을 토해내던 원술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이틀 동안 돼지처럼 나뒹굴던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은 결국 더러운 진흙더미에 얼굴을 처박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결국 원술이 죽었다.

소식을 들은 이성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술의 시체와 함께 더러운 연못을 진흙들로 막아버려라.”

“예, 표기장군!”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렸던 폭군에게 실로 걸맞은 최후가 아닌가.

마지막까지 꿀물을 찾다가,

결국 똥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죽어버렸다.

또한 원술은 죽어서도 평생 똥물에 파묻힌 채 구천을 떠돌게 되었다.

“여남원씨 가문을 추종해온 심복들은 목을 베어 죽이고, 일반 병졸들은 모두 석방하라.”

“알겠습니다!”

이성휘는 원술과 함께 농성했던 병사들에게 석방을 명령했다.

또한,

원술의 시녀들도 모두 풀어주었다.

후환이 되지 않도록 장훈과 그 일파들만 정리한 이성휘는 마침내 수춘성을 완전히 평정했다.

“드디어 여남원씨 가문의 공자를 꺾었네.”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왔다.

승리를 자축하기 위함인지,

그녀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새하얀 뺨이 불그스름하게 물든 것으로 볼 때 대낮부터 술을 즐긴 모양이었다.

“분명 맹덕도 수춘성의 승전보를 들으면 크게 기뻐하겠지. 원술 때문에 계속 골치가 아팠잖아.”

마침내 수춘성이 함락되고 원술군이 멸망하면서 조조군은 온전히 원소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남쪽은 더 이상 경계할 이유가 없다.

손견의 무리들이 강동으로 향했지만,

한 줌의 병력조차 안 되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었다.

거대한 적을 쓰러트린 이성휘는 수춘성의 주변 군현들을 모두 점령했다. 또한 조정에 투항해온 뇌박과 진란을 남겨두어 영토를 수비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순둥이로만 생각했었는데… 설마 여남원씨 가문의 공자를 똥물에 처박아버릴 줄이야.”

구정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원술의 꼴사나운 모습을 떠올렸는지 하후돈이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까지 거들먹대던 폭군에게 실로 어울리는 죽음이 아닌가.

가장 더럽고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원술은 분명 역사에 오랫동안 그 오명을 남기게 될 터였다.

“하지만 너답지 않았어. 지금까지 항상 적장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는 지켜줬잖아.”

“제 사욕을 위해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폭군에게만큼은 예외입니다. 그리고 저는…, 원술에게 분명 최소한의 예우를 다해줬습니다.”

“아, 그랬지.”

그가 보내온 친필서한에 적힌 조건들을 모두 수용하여 명예로운 투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그 다음에 가장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보급관 왕후에게 물으니 병참에 쌀 10만 섬 정도가 여유분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원양 님께서 부하들을 동원하여 구강군에 구휼을 베풀어주십시오.”

“내가?”

“오랜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분명 패국하후씨 가문과 패국조씨 가문의 이름을 칭송할 겁니다.”

이성휘의 말에 하후돈이 어깨를 으쓱였다.

“음…. 네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탐욕스러운 폭군을 처단하고 민중을 구제하는 것은 영웅에게 허락된 책무가 아니겠는가.

자신에게 선뜻 기회를 베푸는 이성휘의 선의에 하후돈은 겸연쩍은 듯 뺨을 긁적였다.

그러더니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성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뭐야, 혹시 뭐야? 설마 나도 꼬시려고?”

“아닙니다.”

“결국 나까지 홀라당 넘어가버리면 정말로 다 죽이려고 들 텐데. 그럼 맹덕의 질투를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겠어?”

하후돈의 장난기 가득한 물음에 이성휘는 아연실색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길길이 날뛰던 아내의 모습을,

두 번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하에 위개를 떨쳤던 천하제일검이 낯빛을 흐리고 있는 모습을 본 하후돈은 유쾌한 듯 웃음을 터트리면서 이성휘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아하핫! 농담이야, 농담! 설마 내가 천하의 난봉꾼한테 마음을 줄 리가 없잖아!”

그 말에 이성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난봉꾼이라…,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반박하기 어렵다.

특히 눈앞의 미녀는 아내와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사촌이자 막역지우였기에, 이성휘로선 유구무언의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맹덕의 눈치가 많이 보이지?”

“아니… 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성휘가 착잡함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하후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힘내. 맹덕은 여전히 너를 사랑하니까. 물론 너도 마찬가지지?”

“예, 그렇습니다.”

“시간이 차차 지나면 화해할 수 있을 거라고.”

무려 2년 동안 조조의 연애상담 역할을 맡은 적 있는 하후돈이 아닌가.

새침한 사촌의 마음 정도는,

손바닥 위에 올려둔 것처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엉켰지만 완전히 풀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정성과 성의를 다한다면 상심에 빠진 아내와 화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큼, 큼큼…! 그렇게 말해주니 조금 부끄럽네.”

진심으로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하후돈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취기에 더해,

두근대는 심장에서 흘러나온 감정이 화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머쓱함이 몰려들었다.

어색한 듯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분명 평소 같았으면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을 텐데….

“그럼 이제 슬슬 일어날게. 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예, 알겠습니다.”

하후돈은 애써 서두르는 기색을 보였다.

은연중에 품었던 마음을 들킬까,

늘씬한 몸매의 미녀는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듯 가쁜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바라보며 품었던 연정이.

소중하게 간직한 채 묻어두었던 연모가.

혹시라도 사내를 향한 감정이 드러나게 될까, 하후돈은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 *

은연중에 마음을 품게 된 여인이 막막함에 젖은 한숨을 내쉬면서 건물을 나섰을 때,

동생 하후연이 다가왔다.

“누님!”

수춘성의 주변 군현들을 점령하고 돌아온 하후연은 긴급한 일이 발생한 듯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여강군으로 도망친 원술의 잔당들이 항복해왔습니다.”

“잔당들이?”

“원술의 식솔들을 호위하던 유훈과 그의 무리들입니다.”

“음, 유훈이라면….”

원술군의 장수였던 유훈은 패국조씨 가문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패국조씨 가문과의 친분을 믿었는지,

유훈은 수춘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무리들과 함께 투항해왔다.

또한 계속 호위하고 있던 원술의 식솔들을 호위해온 원술의 식솔들을 조조군에게 팔아넘겼다.

“아버지! 어디 계시옵니까, 아버지!”

소년의 앳된 목소리가 구슬프게 울렸다.

원술의 아들,

원요의 목소리였다.

유훈의 배신으로 수춘성까지 압송된 원술의 처자식들은 한순간에 죄인의 신분으로 떨어졌다.

아내 진씨.

아들 원요. 딸 원엽.

그리고 여강군으로 함께 도망쳤던 원사, 원요, 원윤도 함께 붙잡혀오게 되었다.

“요, 요야…!”

한 살 많은 누이 원엽이 아버지를 애타게 찾으면서 구슬프게 우는 동생을 꼭 껴안았다.

그 모습에 잠시 조조군의 진중이 숙연해졌다.

비록 아비는 천하의 쌍놈이나,

열 살도 안 된 자식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동생과, 동생을 두 팔로 안으면서 다독이는 누이의 모습을 본 하후돈은 잠시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정성을 확인받기 위해 원술의 식솔들을 모두 잡아왔소!”

조조군에게 투항한 유훈이 하후돈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포상을 받게 될 것을 기대한 듯,

유훈은 들뜬 목소리로 제 공로를 자랑했다.

패전 소식을 듣자마자 일말의 가책도 없이 제 주군을 배신하고 주군의 식솔들을 팔아넘겼다. 더러운 배신자의 들뜬 목소리에 하후돈은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

하후돈은 연민에 찬 눈길로 원술의 딸과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비가 범한 죄들로 인해,

결국 멍에를 떠안은 채 살게 될 터.

어쩌면 죽어버린 부친보다도 끔찍한 치욕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처우가 결정될 때까지… 군막에서 쉬게 해줘.”

“알겠습니다, 누님.”

누이의 숙연한 목소리에 하후연은 침음을 삼키면서 대답했다.

어린 누이와 동생,

어찌 연민을 느끼지 않을까.

겁에 질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크게 안쓰러웠다. 원술을 증오하던 자들도 그의 딸과 아들에게만큼은 잠시 동정을 품었을 정도였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소식을 듣고 도착한 이성휘가 하후돈에게 말했다.

그 뒤,

여남원씨 일가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원술의 아내와 딸은 진류군으로 압송하되, 원술의 아들과 종제들은 목을 쳐라.”

일말의 망설임 없이 참형을 명령했다.

후환은 마땅히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번 전쟁의 명분이지 않은가.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원요의 모습에 이성휘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결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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