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52화 (352/616)

〈 352화 〉 352. 적통의 죽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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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조조군이 성문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일말의 망설임 없이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실로 치졸하고 비겁한,

소인배에게 어울릴 졸렬함이었다.

적들이 옹성(??)까지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그것을 두려워한 원술은 성문을 두드리면서 애원하던 부하들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통곡과 간원을 철저히 외면한 채 내성에 틀어박혔다.

“주, 주군…!”

심복들 중 유일하게 원술의 곁에 남은 장훈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깥에서 응전하던 모든 장수들이…! 조조군의 손에 참수되었습니다.”

교유. 양강. 이풍. 악취.

일군을 지휘하던 장수들이 모두 목 없는 귀신이 되고 말았다.

장대 위에 수급이 매달렸다.

두려움을 심어주려는 의도인지 내성에서 잘 보이는 장소에 장대들이 세워졌다.

성벽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병사들은 대경실색하며 온몸을 떨어야 했다.

“이, 이성휘…! 이 빌어먹을 개백정 같으니라고!!”

여남원씨 가문에 충성해온 장수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본인이 사지로 내몬 주제에,

부하들의 죽음에 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술을 호위하던 무관들은 반쯤 돌아버린 광인처럼 보이는 주군의 모습에 낯빛을 흐렸다.

“환관 년의 병력들이 모두 수춘성에 집중되어 있지 않느냐! 분명 얼녀가 군세를 일으켰을 거다! 결국 환관 년의 군세는 장기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을 테지!”

처참한 몰골을 한 광인은 여전히 희망을 못 버렸는지 본인에게 이로운 가능성을 지껄여댔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한 가능성이었다.

결국 조조군이 보름을 버티지 못하고 군량이 다 떨어진 채 철수할 것이라는 예견이 틀리지 않았던가.

원술의 예측과 예견은 대부분이 엉터리에, 제 자신에게 이로운 대로 지껄여대는 허상에 불과했다.

“버티면 이긴다! 놈들이 물러나면 와신상담의 각오로 군세를 일으킬 것이다! 치욕을 안긴 연놈들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으리라!!”

원술이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단 한 놈도 살려두지 않으리라.

지금까지 겪은 치욕의 수백 배에 달하는 고통을 안겨주겠노라고 다짐했다.

병력의 대부분을 잃고 내성에 틀어박힌 채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집념이었다.

“목이 타는구나. 어서 꿀물을 가져오너라.”

원술이 고개를 돌리면서 시녀들에게 명령했다.

그에 시녀들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겨, 경황 중에 몸을 피하느라…. 미처 꿀을 챙기지 못하였사옵니다….”

내성으로 급히 달아나는 와중에 꿀을 챙겼을 리 없었다.

적들이 턱밑까지 쫓아왔는데,

대체 누가 태평하게 꿀에 신경을 썼겠는가.

원술의 노여움이 두려웠던 시녀들은 아연실색한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럼 꿀물이 없단 말이냐!”

울화통 때문에 속이 뒤집혀 꿀물로 계속 끼니를 대신하던 원술은 시녀들의 대답에 분개를 쏟아냈다.

꿀이…,

꿀물이 없다니!

그럼 무명소졸들처럼 맹물이나 마시란 말이냐!

속에서 천불이 나는 듯했다.

깊은 울화통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 뱃속의 울화를 꺼트릴 수 있는 차가운 꿀물이 필요했던 원술은 입술을 연신 달싹이면서 갈증을 토해냈다.

“하, 하옵고….”

노여움을 쏟아내던 원술을 향해 시녀들 중 한 명이 말을 더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식량이 부족하옵니다. 보리가 사흘치 밖에….”

다급하게 도망쳐온 터라 식량마저 부족했다.

꿀물을 찾기 전에,

먼저 끼니부터 걱정해야 될 판국이었다.

비축해둔 쌀조차 없을 정도로 상황이 궁핍했다. 남은 곡식이라고는 겨우 보리 밖에 없을 정도였다.

고귀한 혈통을 자랑하던 여남원씨 가문의 도련님은 평민들이 먹는 꽁보리밥으로 끼니를 채워야 했다. 자신의 혈통과 출신에 강한 자존감을 가진 원술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치욕이었다.

* * *

수춘성의 외곽을 점령한 조조군은 원술이 틀어박힌 내성을 포위한 채 대기했다.

크게 서두를 것은 없다.

곧 저들의 군량이 바닥날 것이니.

상황이 뒤바뀌게 되었다.

이제 군량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원술군이었다.

조조군은 뇌박과 진란이 보낸 양곡으로 고질병이나 마찬가지였던 군량 부족을 해결했다. 더 이상 조조군은 장기전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아군 병력이 전면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사면초가에 내몰린 원술군은 절대로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 없겠죠.”

포위망의 지휘를 맡은 장료의 보고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원술을 궁지에 내몰았다.

몇 겹으로 둘러싼 포위망을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함락을 위해 수많은 장졸들이 희생되었다.

그들의 희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기회에 원술의 목을 베어야 했다.

“내가 그 망나니의 목을 벨 거야.”

여포가 이를 빠득 갈면서 말했다.

놈은 반드시 죽여야 할 악적이다.

가렴주구를 위해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지 않았던가.

폭군의 대명사가 된 동탁을 떠올린 여포는 제 손으로 원술의 목을 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

“…….”

여포의 호언에 이성휘는 침묵했다.

무언가를 고심하듯,

두 눈은 그저 원술이 틀어박힌 옹성을 응시할 뿐이었다.

“저 안에 군량이 부족하다면… 결국 원공로는 며칠도 못 버티고 항복하겠지. 배를 곯아본 적이 없는 멀쑥한 도련님이잖아. 제발 밥 좀 달라며 사정할걸.”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원술은 참을성이 많은 작자가 아니다.

불과 며칠이 가겠는가.

배고픔에 결국 백기를 들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 공방전에 피해를 늘리고 싶지 않았던 조조군은 옹성을 포위한 채 잠자코 기다렸다. 결국 제 발로 원술이 뛰어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승전보는 보냈나?”

“예, 방금 전령이 출발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공방전의 결과를 조조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승전보를 듣고 기뻐하기를 바랐으니까.

물론,

조금은 아내의 화가 풀리기를 바라는 속물 같은 마음도 있었다.

“맹덕의 뒤끝은 엄청 오래 갈 텐데. 승전보 정도로는 안 끝날 거라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속내를 훤히 들여다본 것 같은 하후돈의 말에 이성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모습에 하후돈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내의 눈치를 보는 남편.

하후돈은 조조와 이성휘의 관계를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요절복통 치정극을 누구보다 좋아했다.

풋풋한 밀당을 할 때부터 관망해오지 않았던가.

망부석처럼 둔감한 남자.

2년 동안 전전긍긍하며 짝사랑해온 여자.

혼례를 치르면 조금 잠잠해질 줄 알았더니, 오히려 연애를 할 때보다 더욱 거친 치정을 하고 있었다.

‘부럽긴 하네…. 나도 그런 격렬한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서 목적을 달성해낸 사촌처럼 뜨거운 연애를 해보고 싶다.

과연 나는,

맹덕처럼 한 사내를 연모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연심에 고심하고 번민하던 사촌의 모습을 계속 보아온 하후돈이었기에, 그녀 또한 연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 * *

외곽 함락으로부터 열흘째가 되었을 때,

고립무원의 처지에 내몰렸던 원술로부터 서한이 도착했다.

서한을 보낸 인물은 장훈,

원술의 곁에 유일하게 남게 된 측근이었다.

호위를 위한 무관들을 대동한 채 원술의 서한을 전달한 장훈은 혹시라도 조조군에게 위해를 당할까, 서한을 전하자마자 곧장 옹성으로 돌아갔다.

“뭐라고 적혔는데?”

“읽어봐라.”

금발을 늘어뜨린 여인이 애완견처럼 고개를 갸웃갸웃 흔들면서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장훈이 전한 원술의 친필서한을 여포에게 보여주었다.

“나 읽을 줄 몰라.”

“…….”

원술의 서한을 받아든 채로 두 눈을 끔뻑끔뻑 뜨고 있던 여포의 대답에 이성휘가 침묵했다.

설마 병주의 비장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듯하다. 이성휘는 침묵으로 당혹감을 표현했다.

“제가 읽어드릴게요.”

장료가 방긋 웃으면서 여포에게 말했다. 그에 여포는 두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과 조정의 깃발을 들고… 좌우 장수들을 대동한 채… 우렁찬 고각소리를 내며….”

먼저 서한을 읽기 전에 내용을 훍어보던 장료의 안색이 굳어졌다.

지극히 무례하고 뻔뻔한,

멸망을 앞둔 군주가 보낸 서한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몰상식한 내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바라는 대로 해줄 생각이다.”

“주인님!”

이성휘의 말에 장료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얼토당토않은,

들을 가치도 없는 조건들이 아닌가.

파상공세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정복해낸 아군이 패배자의 정신 나간 헛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당장 총공세를 감행하여 오만한 폭군을 저잣거리까지 끌어내야 마땅했다.

“물론 성문을 열고 투항한 다음에 생사를 판결하는 것은 내 권한이겠다만.”

“…네, 알겠습니다.”

조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기만책일 뿐이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폭군에게 관용과 자비를 베풀 생각은 일말도 없었으니까.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도탄지고에 빠트렸던 폭군은 결코 존재해선 안 될 괴물이다.

폭압과 폭정에 시름하며 죽어간 백성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적통의 피를 회남(??)에 흩뿌려야 마땅했다.

“그래서 대체 무슨 내용인데? 문원하고 주인님, 이제 그만 따돌리고 나한테도 좀 알려줘.”

애완견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갸웃 흔들어대던 여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성휘와 장료에게 온몸으로 궁금증을 발산했다.

“문원, 도와다오.”

“네!”

주인님의 관심에서 제외되었다.

“아이씨!”

그에 여포는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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