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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49화 (349/616)

〈 349화 〉 349. 수춘성 공방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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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몰려든 조조군이 수춘성을 단번에 포위해버렸다.

사면초가에 가로막힌 채,

몰락의 절망에 떨던 원술군은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표기장군(????)의 대장기가 펄럭였다.

황군(??)의 군기들이 강한 바람을 맞이하면서 나부끼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새카맣게 밀려든 조조군을 목격한 원술군 병사들은 아연실색한 낯빛을 보였다. 그들은 망연자실한 채 어깨를 떨 수밖에 없었다.

“성벽 한 번 더럽게도 높네. 공성전에서 제법 애를 먹겠는걸….”

방천화극을 든 여인이 고개를 들어 성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난공불락의 요새임을 주장하듯,

원술군의 근거지인 수춘성은 높은 성벽과 넓은 해자를 자랑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들을 갈아 넣은 걸까.

휘하 병력은 물론,

구강군 백성들까지 모두 동원하여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철옹성을 쌓은 것이리라.

“표기장군.”

주변 군현들을 정찰하고 돌아온 성렴과 위속이 말에서 내린 채 이성휘에게 다가왔다.

무언가를 포착한 듯,

그들의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구강군은 말 그대로 지옥입니다. 대부분의 백성들이 유리걸식을 하고 있었고, 굶어죽은 백성들의 시체들이 온 고을에 가득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원술의 사치와 향락을 부담해야 했던 구강군은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폭군의 지독한 가렴주구.

거기에 더해 구강군에 흉작마저 휩쓸었다.

그럼에도 원술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대규모 전쟁과 토목공사에만 매진했기 때문에 구강군은 더욱 피폐해지게 되었다.

결국 굶주림을 이길 수 없었던 백성들은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르렀다.

“원공로, 역시 예상을 빗나가질 않는단 말이지.”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과연 허영에 찬 필부답게,

그 행동들이 모두 비겁하고 추잡했다.

조조의 명령을 받고 이성휘와 함께 원술군 토벌에 참전하게 된 하후돈은 어깨 위에 언월도를 짊어진 채 총대장의 공격 명령을 기다렸다.

“가뭄으로 인한 흉작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였다고 하더라도… 사치와 향락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만행입니다.”

구강군의 끔찍한 사정을 듣게 된 이성휘는 두 눈을 부릅뜨면서 수춘성을 노려보았다.

반드시 멸해야 될 폭군.

원술은 결코 살려둬선 안 될 악적이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태평성대를 위해서라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도탄지고에 빠트린 폭군의 숨통을 끊어내야 했다.

“장수들은 휘하에서 공성을 준비하라.”

“예, 표기장군!”

포위를 끝낸 이성휘는 곧바로 공성을 준비했다.

저 빌어먹을 요새를,

폭압과 폭정으로 세워진 권력의 요새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의 고통과 괴로움으로 쌓아올린 수춘성을 기필코 함락시키리라. 원술의 폭정에 계속 시달려온 양주 백성들도 분명 그것을 원할 터였다.

* * *

여포와 장료를 비롯,

휘하 팔건장(???)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4만 명에 달하는 병력들이 총공세를 감행하면서 수춘성의 두터운 성벽을 두들겼다.

적의 요새를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퍼부었다. 그리고 공성병기들을 일제히 출격시키면서 수춘성의 성벽을 더욱 과감하게 가격했다.

“쉴 새 없이 퍼부어라!”

“보병들은 충차를 엄호하라! 충차를 지켜야 한다!”

말을 탄 장수들이 전장을 누비면서 쩌렁쩌렁한 고함을 내질렀다.

성문을 돌파하라.

성벽을 무너뜨려라.

충차가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벽력거들이 성벽과 성벽 너머로 육중한 바윗덩이를 날려 보냈다.

“불과 한 달 만에 대군을 이끌고 나타나다니…!

수춘성의 방위를 총지휘하던 교유가 새카맣게 몰려든 조조군을 노려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전광석화와 같은 조조군의 기동력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조조군은 수성에 치명적인 공성병기들을 대동한 채 수춘성을 포위한 상태였다.

저 무거운 공성병기들을,

어떻게 이 단기간에 수춘성까지 끌고 왔단 말인가.

‘설마 이 모든 것을 예견하고서 전선에 공성병기들을 배치한 것인가! 예주에 미리 공성병기들을 배치시켰다고 한다면…!’

조조군은 아군이 외우내환에 휩싸이며 쇠퇴하게 될 것을 미리 예견했음이 분명했다.

그것을 예상하였기에,

예주 전선에 공성병기들을 집중시킨 것이리라.

작금의 국면을 예견하고서 지금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온 조조군의 전략에 경악하고 말았다.

“돌덩이가 날아든다!”

“큭! 응전하라! 조조군 놈들에게 활을 퍼부어라!!”

이풍, 양강, 악취가 공성을 시작한 조조군에게 반격을 퍼부었다.

수춘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다.

적들의 공격이 제법 매서웠지만,

두터운 성벽은 공성병기의 공격에도 완강하게 버텨냈다.

운제를 든 조조군 병사들이 수춘성의 넓은 해자에 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원술군은 그 틈을 노려 화살을 퍼부으면서 공세를 저지했다.

“크학!”

“해자를 넘어라!”

공성병기들을 총동원하였음에도 난공불락의 요새를 단번에 떨어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조군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그에 원술군은 사력을 다해 반격했다.

싸움이 계속 길어질수록 수춘 공방전은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변모되었다. 양측은 피해와 부담에 아랑곳 않은 채 공세를 계속 이어나갔다.

“똘마니 녀석들이… 제법 거센데?”

“예상한 일입니다.”

적들이 사력을 다해 저항하고 있다.

화살을 계속 쏘아댔으며,

아군 병사들에게 끓는 기름을 퍼붓기까지 했다.

저항을 거듭하는 원술군의 모습에 이성휘와 하후돈은 침음을 삼켰다. 수춘성이 예상보다도 훨씬 완강하고 견고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원술은 다시 재기하여 맹덕 님의 후환이 될 겁니다.”

원술은 두 번이나 재기에 성공한 전적이 있었다.

동탁에게 쫓겼을 때,

형주자사 왕예를 배반하여 그의 병력을 흡수했다.

남양군을 두고 떠났을 때,

양성 전투에서 대패하여 많은 병력을 잃게 된 원술은 구강군으로 거점을 옮기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원술은 계속해서 난항을 딛고 일어섰다.

놈은 분명,

아군이 포위를 풀고 물러나면 재기를 시도할 터.

반드시 원술을 이번 전투에서 죽여야 했다.

“일단 군량부터 마련해야 돼. 수춘성 공략은 절대로 단기간에 끝낼 수 없을 테니까.”

지금부터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하후돈의 말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춘성은 과연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저 견고한 철옹성을 단기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병주 출신의 장졸들은 대규모 공성전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공성에 동원된 부대들은 대부분 사예주와 연주 출신이었다.

“그럼 군량부터 마련해야 되겠군요.”

“뭐, 그렇겠지.”

최대한 출병을 서두르느라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군량을 마련하지 못했다.

원술이 지방 군현들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수춘성으로 집결시키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포위망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소녀에게 맡기시옵소서.”

이성휘와 하후돈이 군량 부족에 대해 잠시 골머리를 앓고 있었을 때,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가 요염한 눈웃음을 지으면서 나섰다.

미리 대책을 마련해두었는지,

가후는 매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무슨 방도가 있는 건가?”

군수물자의 부족은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 세력마다 겪는 고질병이나 다름없었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물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대규모 병력을 장기간 동원해야 하는 공성전은 그것의 몇 배에 달하는 군수물자들이 필요했다.

“성덕현(成??)에서 거병한 뇌박과 진란이 원술군의 곡창들을 매우 빼앗지 않았사옵니까.”

“그것들을 도로 뺏는다?”

이성휘의 물음에 가후가 의미심장한 꿍꿍이가 느껴지는 미소를 흘렸다.

사특하면서 요염한,

요녀의 교태처럼 느껴지는 미소였다.

간계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가후의 모습에 주변 장수들이 아연실색한 낯빛을 지었다.

“소녀는 인도적인 방법을 선호하기에, 교섭을 통해 그들을 설득할 것이옵니다.”

“그럼 설득이 안 된다면 무력을 동원하겠다는 말이로군.”

“과연 소녀의 영예로우신 주군.”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주군의 대답에 참모가 눈웃음을 흘렸다.

“주군께서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계시옵니다. 천하제일검의 힘은 곧 적들에게 두려움이 되겠지요.”

힘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상대를 굴종시키게 만든다.

천하제일검의 위명을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까.

가후는 힘에서 나오는 공포와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임을 이성휘에게 알려주었다.

“훌륭한 말이다. 새겨듣도록 하지.”

“후후, 과찬이시옵니다.”

이성휘의 말에 가후가 웃음을 터트렸다.

공포를 이용하라.

두려움을 휘둘러라.

이성휘는 마치 지식욕이 뛰어난 우등생처럼 가후의 말을 명심하여 가슴에 새겼다.

“만약 뇌박과 진란이 요청을 거절한다면… 내가 직접 창검을 들고 성덕현으로 갈 것이다.”

“한낱 졸개들 따위가 영예로우신 주군을 어찌 감당하겠사옵니까.”

과연 학습이 빠르다.

가후가 기쁨에 찬 미소를 흘렸다.

우수한 학생을 둔 스승의 기쁨을 느낀 가후는 뒤이어 원술군을 무너뜨릴 방도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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