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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47화 (347/616)

〈 347화 〉 347. 가시투성이 장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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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의 배신과 외부 침공을 동시에 받게 된 원술은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돌아온 것은 싸늘한 거절뿐이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선택과 결단에 따라 생사가 좌우되는 난세가 아니던가. 몰락을 앞둔 여남원씨 가문의 공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선뜻 내밀어줄 정도로 아량이 넓은 위인은 천하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이 육시랄 놈들! 근본도 모를 필부들 따위가 감히 내 명령을 거부했단 말이냐!”

입에 피거품을 문 원술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깊은 모멸감을 내뱉었다.

여강태수 육강. 진왕 유총. 양주자사 진우.

오군(??)의 사대부 따위에 불과한 놈이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이 내리는 명령을 거절한단 말인가!

한나라 황실의 먼 방계에 불과한 양주의 제후왕(??王)이 양식을 빌려달라는 호소를 외면한단 말인가!

내 양주자사에 임명해주었거늘,

주군이 급박한 궁지에 내몰리자 인면수심처럼 곧바로 외면한단 말인가!

“변방의 촌놈 사대부 따위가…! 황실의 먼 방계 따위가…! 내가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면 평생 서주에서 경전이나 읽었을 놈 따위가…! 감히, 감히, 감히!!”

자신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복종해야 마땅한 잡놈들에게마저 외면 받고 말았다.

모멸감에 얼굴이 시뻘게진 원술은 당장이라도 군세를 동원하여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노라며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원공로다.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이며…,

빛나는 영광과 드높은 명예를 취해야 마땅한 위인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었던 원술은 몰락에 직면한 상황이었음에도 오만에 가까운 자존심을 내세웠다.

“아, 아버지!”

문이 활짝 열리면서 어린 소년이 걱정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달려왔다.

몰락을 직감한 것일까.

세상물정에 어두운 어린 소년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쇠퇴와 몰락은 더욱 노골적으로 여남원씨 가문을 위협해오고 있었다.

아연실색한 채 달려온 아들 원요의 모습을 본 원술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는지 낯빛이 어두워졌다.

“요, 요아야!”

“아버님! 편찮으시다고 들었사옵니다!”

“괜찮다… 이 아비는 괜찮다…!”

품에 달려든 아들을 꼭 끌어안은 원술이 스스로에게 되뇌듯 중얼거렸다.

괜찮다.

모두 잘 될 거다.

겁에 질린 아들을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로 다독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수들은 더욱 착잡해진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훈!”

“예, 주군!”

원술의 부름에 유훈이 대답하면서 예를 취했다.

“당장 내 식솔들을 데리고 여강태수 육강을 의지하러 가라! 변방의 천것이라도 여남원씨 가문의 친족들을 문전박대하지는 않겠지!”

사방에서 적들이 계속 압박해오고 있음을 느낀 원술은 포위망이 형성되기 전에 식솔들을 빼내려 했다.

통한을 금치 못할 결정이나,

어떻게든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을 보존해야 했기에 여강태수 육강에게 손을 뻗었다.

하늘을 찌를 듯하던 오만함이 한풀 꺾인 것일까.

배신자 놈들을 모두 처단하고 단양태수 주흔과 그의 동생들을 요절낼 것이라고 부르짖던 원술의 태도에 두려움이 감돌았다.

“주, 주군…!”

유훈이 무릎을 꿇은 채 당장이라도 오열할 것처럼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내몰렸단 말인가.

여남원씨 가문이,

사세삼공의 영광을 누리던 명문가가…!

동탁에게 멸문지화를 당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풍랑에 휩쓸려야 했던 여남원씨 가문은 이제 존속조차 위태로운 처지에 직면했다.

팽성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기령과 수많은 장졸들을 떠올린 유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장훈! 지금 당장 군세를 이끌고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단양태수 주흔을 막아라! 일단 놈들부터 막는 게 급선무다!”

“알겠습니다!”

뒤이어 원술은 교유에게 수춘성을 견고하게 수비할 것을 명령했다.

이풍. 양강. 악취.

그들 또한 교유와 함께 수춘성의 방비를 맡게 되었다.

회남(??) 지역에서 봉기를 일으킨 백성들이 노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군현의 관아들을 불태우고 창고를 약탈하면서 원술군의 수명을 무자비하게 갉아먹었다.

“주, 주군…! 적들이 당도했습니다!”

급히 달려온 진익이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그에 원술은 소스라치게 경악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진익에게 물었다.

“어디서 온 적들이냐…! 뇌박과 진란이냐? 그게 아니면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주가 놈들이냐!”

반란을 일으킨 뇌박과 진란.

역양을 휩쓸면서 북방을 개시한 주흔.

심지어 양주의 지지기반이었던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외면당한 원술은 고립무원의 처지나 다름없었다.

먹잇감을 목졸라 죽이는 뱀처럼 주변을 압박해오던 적들이 마침내 수춘성에 도달하였음에 원술은 아연실색한 채 진익의 대답을 기다렸다.

“조조군…! 조조군입니다! 조조군의 군세가 여음(??)에 집결했다고 합니다!”

중원의 패자가 군세를 일으켰다.

몰락의 원흉들이,

아군에게 두 번씩이나 치욕을 안긴 놈들이 수춘성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포악한 산짐승들이 피비린내를 맡고 서서히 몰려드는 것처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원술군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턱밑으로 다가온 것이다.

“조조…! 이 빌어먹을 환관 년이! 나를 조롱하러 온 게로군!!”

남방에서 위세를 떨치던 아군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은 모두 조조군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조조,

그 빌어먹을 년만 없었더라도…!

처참한 몰골을 한 채 몰락을 맞이하던 원술은 조조군이 구강군에 당도했다는 말을 듣고는 입에 피거품을 물었다.

* * *

조조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원소와 원술이 결코 동맹을 맺는 일이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복누이인 원소를 증오하여 공손찬과 손을 잡았던 원술이 아닌가. 심지어 원술은 원소를 제거하기 위해 남흉노, 흑산적을 충동하는 비겁한 간계까지 쓰는 치졸한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결국 원술은 자멸하게 될 터.

그럼에도 조조는 군세를 동원하여 원술을 짓밟으려고 했다.

“장군, 구강군의 고을들이 모두 불타고 있습니다.”

원술군의 폭정에서 촉발된 민란의 불길은 구강군의 고을들을 집어삼키기에 이르렀다.

시커먼 연기가 솟구쳤다.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주에 주둔하고 있던 기병부대를 이끌고 구강군에 도착한 호군장군(????) 하후연은 두 눈으로 원술의 몰락을 목격하게 되었다.

“하채현(下??)이 무너졌습니다.”

“관아를 모두 불태운 백성들은 곧 강을 건너 수춘성을 공격할 겁니다.”

무려 10만 명으로 불어난 대규모 민란은 구강군을 단번에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버렸다.

성난 민심을 통해,

얼마나 원술의 폭정이 지독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연이은 대패들로 인해 생겨난 전비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백성들이 마침내 폭동을 일으켰다. 높은 세율과 계속된 흉작으로 지칠 대로 지친 백성들이 여남원씨 가문의 통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음.”

제아무리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하더라도 결국 수춘성은 외부의 공격에 무너지게 될 터였다.

굳이 군세를 동원할 필요가 있을까.

하후연은 아비규환이 지옥이 되어버린 현장을 바라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원술은 죽은 목숨이 아닌가.

설령 목숨을 부지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 다시 예전처럼 천하를 도모하지 못하리라.

아비규환의 현장에 군세를 투입시키는 일은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구강군의 변란에 개입하게 된다면 자신들 또한 원술처럼 사방에서 밀려드는 적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군!”

진류군으로 떠났던 전령이 마침내 돌아왔다.

곧 전령은 하후연에게 조조의 명령을 전달했다.

“으음!”

조조가 보낸 서한을 읽은 하후연은 침음을 삼키면서 불길에 휩싸인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들이 불타고 있다.

야심과 욕망이,

제 분수도 모르고 천하를 도모하려 했던 암군의 모든 것들이 잿더미가 된 채 바람이 실려 날아갔다.

“두려워 말라! 원공로는 종이호랑이일 뿐이다.”

하후연이 검을 뽑아들면서 휘하 장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윽고 서주에서 온 기병부대들은 참화가 이어지고 있는 전장에 뛰어들었다.

“공격하라!”

“수춘성까지 단번에 나아간다!”

날랜 기병들이 군중을 휩쓸었다.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격파하며,

사방이 참화로 뒤덮인 수춘성으로 나아갔다.

하후연의 역할은 수춘성까지 이어지는 진격로를 여는 것이었다. 머지않아 예주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들이 원술군을 쓸어버리기 위해 양주 전선에 투입될 테니.

‘설마 천하제일검이 직접 나설 줄이야…!’

병주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흑산적 무리들을 무찔렀던 만승천자의 군대가 구강군에 도착한다.

천하제일검이 도착하는 순간,

구강군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혔던 원술 세력은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급히 구강군으로 급파된 하후연은 사촌누이에게 선봉대의 역할을 받았다. 용맹과 군략을 겸비한 하후연은 수많은 병력들을 뚫어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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