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화 〉 344. 절대 조조를 건드리지 마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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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뒤끝이 매우 오래가는 성격이라는 것은 그녀의 종친들도 인정할 정도였다.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1년?
아니면 10년…?
어쩌면 평생 용서를 베풀지 않은 채 평생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뒤끝이 매우 심한 것은 사실이나,
결국 여러 여성들과의 문란한 외도로 그녀에게 모멸감을 준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뒤끝을 당하는 당사자는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푸훗!”
“분명 바람을 피웠다고….”
“언제나 일편단심인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뒤끝의 여파로 표기장군부에서 집무실을 빼게 된 방을 빼게 된 이성휘는 사공부로 향하게 되었다.
내궁(??)에 발을 들이자,
주변을 돌아다니던 궁녀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는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궁녀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럼에도 이성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표, 표기장군.”
“위용 높은 천하제일검이 어쩌다가….”
매 맞은 남편의 몰골을 한 이성휘를 목격한 관료들이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병상련의 심정처럼,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쯧쯧. 혀를 차면서 탄식했다.
사납고 포악한 성격으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조맹덕을 아내로 두고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동정과 연민이었다.
“맹덕 님.”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결국 사공부에 도착하게 된 이성휘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조조를 알현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식은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밤새도록 매 맞은 뒤의 첫 만남이었기에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천하제일검이 이토록 겁먹은 모습이라니. 지금 이성휘는 어느 때보다도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흥.”
조소가 담긴 코웃음.
상대방을 향한 모멸감이 담겨져 있다.
바짝 엎드린 채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았다.
천하의 나쁜 놈.
난봉꾼. 구제불능의 저질.
아내의 붉은 눈동자가 질투의 불길을 머금고 있었다.
“분부를 받들고자… 왔습니다.”
자신감이 크게 꺾인 듯 작은 목소리로 우물쭈물 중얼거리는 이성휘. 그에 흑발의 여인은 다시 한 번 코웃음을 치면서 입을 열었다.
“아랫것들에게 옆의 대각(??)을 비우도록 명하였다. 앞으로는 그곳을 집무실로 쓰라.”
“…알겠습니다.”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화해가 거의 이뤄질 뻔했으나,
결국 한 걸음을 남겨둔 채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니….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살벌한 시선을 보내는 아내. 무시무시한 마녀처럼 보일 정도였다.
“앞으로 귀관을 철저히 관리할 걸세.”
“예?”
“임자가 있는 유부남을 호시탐탐 노리는 살쾡이 같은 계집들이 문제였네. 사특한 계집들로 둘러싸인 공간에 계속 있었으니 결국 한눈을 팔았겠지.”
“…….”
억측처럼 들리면서도,
맞는 말처럼 들리는 추론이다.
풍만한 젖가슴을 흔들면서 유혹하던 여포와 장료의 모습을 떠올린 이성휘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앞으로 귀관을 보필할 속관들을 모두 선발해두었네. 모두 남성이지.”
“…예?”
“표기장군부의 부하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만큼은 용인하겠으나… 불필요한 접촉은 앞으로 자제하게.”
견실한 성정의 남편이 바람을 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변에 불여우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아내는 남편에게 목줄을 채우듯이 다방면에서 압박했다. 결코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끔 말이다.
* * *
도겸군을 구원하기 위한 전투에서 대패를 당한 원술군은 세력이 휘청거릴 정도의 쇠퇴를 맞이했다.
수많은 병력을 잃었으며,
하후돈과 맞섰던 기령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조조군에게 두 번이나 굴욕적인 대패를 당한 것으로 모자라, 여남원씨 가문에 맹목적으로 충성해온 맹장까지 잃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수춘(??)으로 돌아온 원술은 양주의 사대부와 호족들로부터 의심과 불신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삼첨도의 달인이었던 기령이 죽었다는군.”
원술은 양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물자를 지원해준다면 서주의 풍요로운 곡창지대를 봉토로 하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로 처참했다.
전쟁의 대패로 인해 물심양면으로 군대를 지원했던 사대부와 호족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형주에서 도망쳐온 원공로 따위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문제였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네…. 수만 명의 군세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입성한 원공로를 누가 막을 수 있었겠는가.”
물자를 마련하기 위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원까지 처분했던 호족들은 원술을 증오하게 되었다.
그간 얻은 것은 눈곱만큼 뿐,
원술이 전쟁을 벌일 때마다 막대한 부채를 계속 떠안아야 했다.
빈털터리가 된 채 파산한 호족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에 사대부와 호족들은 원술의 몰상식한 통치가 계속 이어진다면 구강군은 결코 몰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크게 두려워하기에 이르렀다.
“술을 가져와라! 어서 술을 가져오란 말이다!!”
콰다당!
양주의 사대부와 호족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내는 수춘성에 돌아오자마자 술독에 빠져 살았다.
전쟁에서 또 대패를 당했다.
도겸 일가가 모두 참살되었으며,
서주의 풍요로운 곡창지대들은 모두 환관 년의 발치에 떨어지고 말았다.
술이,
단번에 취해버릴 독주가 필요하다….
지옥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뱃속의 울분을 꺼트리기 위해선 보다 독한 술이 필요했다.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여남원씨 가문의 미공자는 연이은 실패들로 한없이 좌절하고 말았다.
“조맹덕, 이 빌어먹을 년…! 환관 집안의 더러운 년 주제에 감히!!”
틀림없다.
분명 그 년은 나를 조롱하고 있을 것이다.
원술의 미려하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질투가,
굴욕감이,
한없는 증오가 불덩이가 되어 밀려들었다.
뜨겁게 달군 쇳덩이를 삼킨 것처럼 뱃속에 울화통이 치미는 듯했다. 울분을 어떻게든 꺼트리고 싶었던 원술은 술을 계속해서 들이키기 바빴다.
“고정하십시오, 주군!”
“지금은 전후를 살펴야 할 때입니다!”
장훈과 교유가 간곡하게 호소하듯 대낮부터 고주망태가 된 주군에게 진언했다.
전쟁이 끝났으나,
결코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사대부와 호족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또한 구강군을 호시탐탐 노리던 주변 군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이은 대패들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린 원술군을 치려는 게 분명했다.
“기령…! 어서 기령을 불러 그 무도한 것들을 응징하라고 하라!”
술상 위에 엎드린 채 허우적대던 원술이 취기를 토해내면서 소리쳤다.
그에 장훈과 교유는 황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기, 기령 장군은 전사하지 않았습니까?”
“하핫! 그래, 그랬었지…. 날 지키려다가 결국 하후씨 년에게 죽었지…!”
기령은 하후돈이 휘두른 묵직한 언월도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멍한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낸 원술은 이윽고 허망함에 찬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기령은 죽었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군세와 싸우다가 결국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그 덕분에 원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만약 기령이 목숨을 바쳐 조조군을 막지 않았다면 결코 목숨을 부지한 채 수춘성으로 돌아올 수 없었으리라.
“기령이… 기령이 죽었단 말이지…!!”
증오를 짜내듯이 울화를 토해냈다.
바들바들.
술잔을 바스러뜨릴 것처럼 강하게 움켜잡았다.
부하들의 죽음을 뒤로 한 채 꼴사납게 목숨을 부지한 자신이 실로 원망스러웠는지, 원술은 시뻘겋게 물든 낯빛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쿨럭!”
고개를 푹 숙인 채 온몸을 떨던 미공자가 돌연 기침을 토했다.
뱃속의 뜨거운 울화를 토해내듯,
비천한 얼녀와 더러운 환관 년에게 당한 치욕을 쏟아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모와 굴욕,
뱃속에 들어찬 응어리가 이윽고 쏟아졌다.
“커허억!”
울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원술은 기침과 함께 핏물을 토해냈다.
노비에게서 태어난 년에게 수모를 겪고, 환관 집안의 계집에게 치욕마저 당한 원술은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모멸의 응어리를 쏟고 말았다.
“주군!”
“어서 의원을 불러라!”
정신을 잃듯 토혈하며 쓰러진 원술의 모습에 장훈과 교유가 비명을 내질렀다.
우리들의 주군께서,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께서 쓰러졌다.
천하의 패권을 향해 몇 번이고 도전하였으나, 계속해서 좌절을 겪어야 했던 원술은 세력의 쇠퇴와 몰락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말았다.
“혀, 형님!”
급보를 전하고자 부리나케 달려온 원윤은 피를 토한 채 쓰러진 종형(??)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주군을 부축하며 내실을 나서는 장훈의 모습을 보고 있던 교유가 원윤에게 물었다.
그에 원윤이 분기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손견이 배신했소이다! 수춘성에 있던 가솔들을 데리고 도망쳤소!”
“소, 손문대가 말입니까…!”
연이은 실패로 세력이 꺾이게 된 원술이 결국 멸망하게 되리라는 것은 매우 자명한 일이다.
손견이 식솔들과 함께 달아났다.
뿐만 아니라 여남원씨 가문의 비호를 대가로 충성을 맹세한 제후와 지방관들 또한 독자행동에 나섰다.
원술군의 쇠퇴는 복속과 신종을 맹세했던 부하들의 분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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