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2화 〉 342. 절대 조조를 건드리지 마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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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 조조는 자신을 적대하는 무리들에게 매우 잔인하기로 유명했다.
적대관계의 군벌들은 물론,
자신을 경계하는 정적들에게도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 바 있었다.
절대 조조를 건드리지 마라.
부친과 남편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도겸군을 멸망시키고 단양도씨 가문을 처단한 무관용적인 살육은 조조를 단숨에 공포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렸다.
“자네, 소식 들었나?”
“표기장군이 사도 어르신의 여식과 바람을 피웠다는 소식 말인가.”
“그뿐만이 아닐세! 듣자하니…, 휘하의 여성 장수들과도 염문을 뿌렸다더군!”
“세상에 맙소사!”
사공 조조의 남편인 표기장군 이성휘가 여러 여성들과 바람을 피운 사실이 삽시간에 알려졌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이성휘의 문란한 사생활이 금세 조정대신들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실로 파급력이 큰 이야기였기에 소문은 날개가 돋친 것처럼 빠르게 확산되었다. 마른 갈대밭에 들불이 퍼지는 듯한 속도였다.
“믿을 수가 없군…! 그 강직하고 견실한 성품의 천하제일검이 그런 난봉꾼이었다니!”
“원래 점잖은 선비일수록 속내를 알기 어렵다고 하지 않나. 표기장군이 그런 파락호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난봉꾼. 파락호.
두 처제들로도 모자라,
태원왕씨 가문의 수양딸과 휘하의 여성 무장들과도 염정(?)을 쌓은 이성휘에 대한 평가였다.
처첩들을 여럿 뒀을 정도로 호색한 조정대신들조차도 아연실색하며 혀를 내둘렀다.
서주에서 시산혈해를 일으킬 뻔한 조맹덕을 아내로 뒀으면서도 무분별하게 염문을 흩뿌리고 다닌 이성휘는 과연 전무후무한 최고의 난봉꾼이었다.
“크흠!”
“이런 남사스러운….”
여러 여성들과 몰래 염문을 뿌리고 다닌 사실을 아내에게 이실직고했다가 떡이 될 정도로 맞았다더라.
이성휘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본 목격자들이 날개 돋친 듯이 확산되던 소문에 살을 더했다.
모두 사실로 판명되고 있었기에 이야기를 들은 조정대신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 사도….”
“괜찮네. 나는 개의치 않으니.”
상서복야(書??) 사손서가 목소리를 떨었다.
그에 사도(??) 왕윤은 태연자약한 모습을 일관하면서 허허 너털웃음을 흘렸다.
“거리낌 없이 조맹덕에게 우리 선아와의 관계를 고백하다니, 이 얼마나 사내다운 행보인가?”
과연 천하제일검이로군!
크게 노여워할 법도 하건만,
오히려 왕윤은 사위의 난봉꾼 같은 행보를 응원했다.
사공 조조를 아내로 두고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 않고 삼처사첩을 두려는 배포가 사내대장부답다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도께서는 참으로 대범하십니다.”
“딸아이가 반한 사내일세. 응당 장인으로서 사위를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나.”
허허 웃음을 터트린 왕윤이 뒷짐을 진 채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에 사손서는 왕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대범함에 혀를 내둘렀다.
* * *
표기장군 이성휘가 두 처제들은 물론, 사도 왕윤의 수양딸과도 염문을 뿌렸다는 소식은 황실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휘하의 여성 장수들과도 내연관계였다고 한다.
여포. 장료.
뛰어난 위용과 용맹으로 천하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여장부들과도 불륜을 피웠다. 그 소식을 환관에게서 들은 황제 유변은 멋쩍은 듯 뺨을 긁었다.
“크흠… 크흠흠.”
이렇게 남사스러울 수가 있나.
두 처제들과 바람을 피웠고,
태원왕씨 가문의 수양딸과 휘하의 여성 장수들과도 바람을 피웠다.
사실상 정부(??)라고 한다.
가장 신뢰하던 천하제일검이 삼처사첩을 개의치 않는 호색한이었음에 유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사내가 여색을 밝히는 것이 허울이 될 수 있겠는가…. 그는 만백성이 인정한 영웅인 것을.”
이성휘가 여색을 밝히는 호색한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황실과 조정을 몇 번이고 구한 영웅이다.
물론 좀 지나치긴 하지만…,
한나라를 향한 충심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었다.
여전히 이성휘를 신뢰하고 있었던 유변은 혹시라도 이번 사건으로 그가 정치공세에 내몰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천하의 호색한을 걱정했다.
“폐하.”
“화, 황후…. 왜 그러시오?”
호색한을 두둔하는 남편의 모습에 황후 당씨가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에 유변은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화음후(???) 동승의 여식을 후궁으로 간택한 이후부터 유변은 황후 당씨의 눈치를 번번이 살피는 처지였다.
“소첩은 이번 일에 대해서만큼은 폐하와 견해가 다르옵니다. 천하제일검은 폐하와 소첩을, 황실과 조정을 구한 영웅이나…, 조강치저의 가슴에 멍에를 입힌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아니옵니까?”
이상하다.
분명 황후는 천하제일검을 꾸짖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짐의 어심이 바들바들 떨린단 말인가.
“오늘 아침에 협아가 표기장군부로 가지 않았소?”
아내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딜 수 없었던 유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성난 조강지처에게 밤새도록 얻어맞았다고 한다.
그에 유협은 이성휘가 걱정된다며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표기장군부로 향했다.
“흠흠, 천하제일검이 걱정이오.”
너스레를 떨듯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연 유변은 발걸음을 살금살금 움직이면서 아내의 곁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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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성휘의 모습은 ‘쫓겨난 남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둔기로 맞은 듯한 시퍼런 눈두덩이.
들짐승들 여럿이 할퀸 듯한 선명한 손톱자국.
거기에 뺨에는 마치 도장으로 찍은 것처럼 매우 선명한 손바닥들이 새겨져 있었다.
정말 암호랑이에게 당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불륜을 이실직고한 뒤에 된통 얻어맞은 이성휘의 모습은 매우 심각했다.
“약 발라드릴게요.”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성이 실소를 터트리면서 말했다.
퉁퉁 부은 얼굴.
너무 익어버린 과일을 보는 듯하다.
시퍼렇게 부은 눈두덩이에 날달걀을 문지르고 있던 이성휘의 모습은 실로 처연하고 처량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게 어디예요?”
순유가 그리 중얼거리면서 이성휘의 얼굴에 금창약을 듬뿍 발랐다.
워낙 상처부위들이 넓은 탓에,
치덕치덕 붙이듯이 금창약을 발라야 했다.
여인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사내의 얼굴을 섬세하게 훑었다. 상처를 건드릴 때마다 아픔이 느껴졌는지 손길이 꾹꾹 누를 때마다 이성휘의 미간이 움찔움찔 떨렸다.
“…분명 이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다.”
아니,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조조는 뒤끝이 매우… 매우 강한 여인이니까.
겨우 폭행만으로 뒤끝을 끝낼 여인이 아니라는 것은 표기장군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혹시 같이 휩쓸리진 않을까,
조조의 사나운 폭거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던 흑발의 소녀는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무, 무섭사옵니다….”
잿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퉁퉁 부은 이성휘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설마 남편의 잘생긴 얼굴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버릴 줄이야. 대체 얼마나 빡쳤으면….
불륜을 범한 남편의 말로.
여러 여성들과 염문을 뿌린 끝에 징벌을 맞이했다.
두 처제들은 물론, 낙양제일미와 휘하의 여성 장수들과도 사실혼 관계를 맺었다. 관계를 맺은 이후부터 계속 축첩 관계를 맺어왔으니 사실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괜찮은가, 그대!”
밝은 햇살처럼 눈부신 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걱정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뛰어왔다.
아기자기한 얼굴에 온통 걱정이 가득했다.
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금창약을 치덕치덕 바르던 이성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오빠가 걱정되어 황급히 달려온 여동생을 보는 듯했다.
“그대의 잘생긴 얼굴이 바닥에 으깨진 수박처럼 엉망진창이지 않은가!”
금발의 소녀가 고사리처럼 가냘픈 두 손을 뻗으면서 금창약을 바른 이성휘의 얼굴을 매만졌다.
잘생긴 얼굴이,
늠름하던 얼굴이 망가졌다.
오로지 이성휘만을 오매불망 생각하면서 장래를 기다리던 유협이었기에 더욱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 괜찮습니다.”
걱정이 가득 담긴 유협의 애처로운 눈길에 부끄러움을 느낀 이성휘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중얼거렸다.
이 순진무구한 소녀에게,
자라나는 새싹에게 벌써부터 어른의 추악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익! 조조, 그 여자가 감히…!”
친오빠처럼 경애하는 사내의 얼굴을 바퀴에 짓눌린 반죽처럼 만들어버린 독부.
아직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유협은 오빠를 이 꼴로 만든 조조를 원망할 뿐이었다.
“저는 마땅히 벌을 받은 겁니다. 받아 마땅한 죄를 저질렀으니까요.”
“그럴 리 없다! 강직한 성정의 그대가 잘못을 저질렀을 리 없지 않은가!”
“…….”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뺨을 바르르 떨면서 분노하는 금발의 소녀. 이성휘가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차마 어린아이에게 ‘사실 아름답고 귀여운 내연녀들을 좌우로 끼고 놀다가 마누라한테 혼난 겁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이성휘는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푸훗!”
“크… 크흡!”
분노하는 소녀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순유와 가후가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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