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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38화 (338/616)

〈 338화 〉 338. 부부 싸움은 칼로 하늘 베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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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달려온 진궁에게 소식을 듣게 된 조조는 금세 사색이 되어버렸다.

진심이다.

부관은 진심으로 태형을 받으려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알리는 경종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듯했다. 조조는 잠시 넋을 잃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 그게 정말인가…?!”

소스라치게 놀란 조조가 진궁에게 소리쳤다.

그에 진궁이 대답했다.

“천하제일검이 단단히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휘하 장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형벌을 단행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성휘는 절대로 꾀를 부릴 인간이 아니다.

속일 의도가 결코 없을 것이며,

또한 주군을 위협하려는 기만 또한 아니리라.

그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태형 2백 대를 감당하려는 것이었다.

표기장군부의 내원(??)에 흉흉한 형틀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진궁에게 듣게 된 조조는 이성휘가 진심으로 한 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 당장… 당장 멈추라고 전하라!”

흑발의 여인이 아연실색한 채 새된 목소리를 내질렀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공포가 마음을 옥죄는 듯했다.

그를 반증하듯 왜소한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어젯밤 이성휘가 전한 말을 떠올린 조조는 결국 자신이 그가 극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계속해서 몰아세웠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나 때문이다…. 내가 부관을 몰아세운 탓이다…!’

두 사촌들과 몰래 관계를 가지면서 자신을 기만했던 이성휘가 여전히 미웠다.

현모양처를 배신한 작자를,

어떻게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성휘를 사랑했다.

이성휘를 향한 연심이 선명하게 색채를 흩뿌리면서 마음속을 뒤덮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는 새하얗게 질린 낯빛을 한 채 진궁에게 재차 소리쳤다.

“명령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장 막아라!!”

허락할 수 없다.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

지금도 여전히 그가 미웠지만…, 채찍에 온몸이 찢어발겨져도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내가 연모하는 사내이며,

또한 내가 낳은 아들의 아빠이기도 했다.

­50대를 맞으면 반신불수가 되고, 1백 대를 맞으면 제아무리 천하장사라도 며칠 안에 죽습니다.

경악이 담긴 조덕의 말을 회상한 조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형벌을 막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미 결단을 내린 이성휘를 막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성휘는 한 번 결심을 내린 일을 반드시 완수해내는 외골수였기 때문이다.

그를 떠올린 조조는 진궁에게 특단의 방책을 명령했다.

* * *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충성을 맹세한 주군을 속였으며,

귀여운 아들을 낳은 아내를 배신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배신감에 눈물을 흘렸다. 구슬픈 울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오열했다.

모두 나 때문이다.

내가 그녀에게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끼긱.

끼익­!

형틀이 세워졌다.

이성휘의 명령을 받은 표기장군부의 위병들이 형벌을 집행할 형틀을 번쩍 든 뒤에 고정시켰다.

집행을 위한 기구.

붉은 얼룩들이 덕지덕지 묻은 형틀이 표기장군부의 내원에 우두커니 섰다.

죄수들의 피와 살점으로 만들어진 붉은 얼룩.

그를 본 병사들은 오금이 저렸는지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죄수들의 피와 살점을 삼킨 형틀은 존재만으로도 강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미, 미쳤어?!”

허리까지 금발을 늘어뜨린 여성이 대경실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소식을 들은 여포는 곧장 표기장군부로 달려와 형틀에 오르려는 이성휘를 막아섰다. 두 팔을 뻗으면서 온몸을 다해 저지했다.

“물러서라.”

“다, 닥쳐! 죽어도 못 비켜!”

이성휘의 명령에 여포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사납게 몰아쳤다.

저 형틀에 자신이 매달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물러설 수 없었다. 사랑하는 주인님이 매질에 피투성이가 되는 꼴은 죽어도 볼 수 없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이런 극단적인 결단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태형 2백 대라니요!”

“부디 다시 재고해주십시오!”

형틀에 오르려는 이성휘를 만류한 것은 비단 여포뿐만이 아니었다.

여포처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결단을 물리칠 것을 간원했다.

태형 2백 대라니!

형틀 위에서 죽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검 한 자루로 수많은 군벌들을 평정했던 천하제일검이 만약 태형으로 사망하게 된다면 필시 천하의 큰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터였다.

이성휘의 위용과 무력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장수들이었기에 목숨을 건 탄원으로 태형을 막으려 했다.

“가로막는 자들은 군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다.”

무릎을 꿇은 채 가로막고 있는 장수들을 향해 무거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모두 군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이성휘의 날선 경고에 휘하 장수들은 움찔 떨었다.

“그렇게 말하면 누가 물러설 줄 알고!”

그러나 위풍당당한 성정의 여걸에게 그따위 경고는 먹혀들지 않았다.

경고를 들은 여포는 두 팔을 번쩍 들면서 더욱 과감하게 이성휘를 가로막았다.

“비키라고 했다.”

“시, 싫다고 했잖아! 그렇게 맞고 싶으면 그냥 나한테 맞던가!”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

여포의 행동에서 결연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이대로 물러선다면 평생 후회하게 될 상황이 벌어지게 되겠지. 그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여포는 최악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 온몸을 내던졌다.

“어, 어어….”

형틀 앞에 선 채 채찍을 늘어뜨리고 있던 집행인이 이성휘와 여포의 살벌한 대치를 보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든 격이라고 할까.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가.

채찍을 든 집행인이 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표기장군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형벌을 강행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군부를 대표하는 장수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반대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어떻게 채찍을 들 수 있겠는가.

만약 태형을 강행하는 도중에 천하제일검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자신 또한 무사하진 못할 것이었다.

“미안하다.”

여포를 제치면서 사과를 남긴 이성휘는 이윽고 윗옷을 벗으면서 상체를 노출했다.

흉터투성이의 몸이 드러났다.

수많은 날붙이에 베인 상흔들이 보였다.

실로 무지막지한 상흔들뿐이다. 비명횡사를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들이 온몸에 흉터로 존재했다.

“표기장군!”

“집행인은 어서 썩 물러나라!”

지금까지 저 많은 흉터들을 모두 떠안은 채 살아왔단 말인가?

두 눈을 바르르 떨던 장수들은 채찍을 든 집행인을 향해 일갈했다. 당장 형틀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당장 칼자루를 뽑을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발산했다.

그럼에도 이성휘는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씩,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다가섰다.

절규하듯 막아섰던 여포를 뿌리친 채 걸음을 움직이는 모습에서 드센 완강함이 보였다.

웃통을 벗은 채 형틀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이성휘의 모습을 본 장수들은 안타까움에 찬 신음을 토해냈다.

“집행을 멈추십시오­!”

고조되던 상황에 극한까지 치달았을 때.

이성휘의 발걸음이 마침내 형틀에 도달했을 때.

이전이 표기장군부에 도착했다.

무거운 갑옷을 걸친 이전이 조조가 친히 내린 명령을 이성휘에게 알렸다.

“사공 어르신의 명령입니다, 표기장군.”

“명령?”

“만약 표기장군께서 형벌을 강행하신다면 모든 제장들을 처벌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성휘가 완강한 고집을 자랑하는 외골수라는 것은 조조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공법 대신,

휘하 장수들을 모두 처벌하겠노라는 으름장으로 이성휘를 붙잡았다.

또한,

“감히 한나라의 표기장군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자가 있다면 구족(九?)을 모조리 멸해버리겠다는 말씀 또한 덧붙이셨습니다.”

허억­!

집행인이 채찍을 황급히 떨어트렸다.

고래 싸움으로 모자라 용왕까지 끼어든 격이다.

처자식과 친척들의 얼굴이 떠오른 집행인은 아연실색한 채 이성휘의 눈치를 살폈다. 제발 중지해달라는 간곡한 시선이었다.

게다가 구족을 멸하겠다고 선고한 인물이 바로 서주에서 수십만 명의 백성들을 상대로 대학살을 일으킬 뻔한 조조였기에 더욱 모골이 송연해졌다.

“…물러나라.”

“예, 표기장군!”

고개를 잠시 숙인 채 상념에 빠졌던 이성휘가 이윽고 노심초사하며 바라보던 집행인을 뒤로 물렸다.

그에 집행인은 혹시라도 이성휘가 마음이 바뀔세라 급히 현장을 떠났다.

“내가 자청한 형벌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성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나를 미워하고 있을 텐데.

분명 내가 벌을 받기를 바랄 텐데.

눈물을 흘리면서 오열하던 그녀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떠올린 이성휘는 강한 자괴감을 느꼈다.

속였다. 배신했다.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평생 곁을 보필하겠노라고 맹세했던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렇기에 혹독한 형벌을 자청하여 스스로를 학대하듯 몰아붙이려 한 것이다.

“이성휘!”

어깨 위에 윗옷을 걸친 이성휘가 몸을 돌리면서 형틀을 바라보았을 때,

흑발의 여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형벌이 집행될 뻔한 현장에 개입했다.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살벌한 얼굴은 장수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왜소한 체격의 여인이 걸어왔다.

철컥. 철컥.

걸을 때마다 의복과 연결된 장신구들끼리 부딪치면서 소리를 냈다.

“누가 감히 독단으로 형벌을 집행하라고 했는가!”

곧 이성휘를 발견한 흑발의 여인은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면서 새된 목소리를 내질렀다.

혹시라도 막지 못했을까,

그대로 형벌이 집행되었을까.

가슴에 사무치는 걱정을 떠안은 채로 표기장군부에 급히 도착한 조조는 성큼성큼 내딛으면서 이성휘에게 다가섰다.

“이따위 짓거리를 저지르면… 내가, 내가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손을 번쩍 들었다.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사내의 뺨을 내리쳤다.

짜악­.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시선으로 애증의 대상을 노려보았다. 최악의 방법으로 용서를 구하려 했던 남편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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