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화 〉 337. 부부 싸움은 칼로 하늘 베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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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200대.
그리고 변방으로 유배.
이성휘는 아내를 배신하고 주군을 기만한 죄인에게 태형(??)과 유형(?)을 내려줄 것을 부탁했다.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고개를 숙이면서 두 형벌들을 내려줄 것을 호소한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린 조조는 급히 집무실로 돌아와 동생 조덕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누님!”
얼떨결에 집무실로 소환된 조덕은 바짝 엎드리면서 하명을 기다렸다.
그에 조조가 입을 열었다.
“만약 죄를 범한 나쁜 놈에게…! 마음씨 고운 현모양처의 가슴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멍에를 입힌 파락호에게…! 태형 2백 대를 때린다면 어떨 것 같으냐.”
“예, 예…?!”
영문도 모른 채 불려와 영문 모를 질문을 받게 된 조덕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쁜 놈.
멍에를 입힌 파락호.
분명 매형을 일컫는 것이 틀림없었다.
자렴 누님에 이어 자효 누님까지 매형에게 매료되어 관계를 맺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는 조덕은 단번에 그것을 이해했다.
그런데 태형이라니?
게다가,
무려 2백 대라니!
찰나의 순간에 머리를 최대한 빠르게 굴린 조덕은 이윽고 누이의 말뜻을 완전히 헤아렸다.
“아, 안 됩니다! 2백 대라뇨! 매형을 죽일 생각이십니까?!”
조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아무리 매형이 잘못을 저질렀어도,
어떻게 제 남편에게 태형 2백 대를 내린단 말인가.
언젠가 장난처럼 툭 ‘만약 부부싸움을 벌어지면 매형께서 엄청 고생하시겠군.’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설마 그 장난처럼 말했던 농담이 진짜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조덕은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50대를 맞으면 반신불수가 되고, 1백 대를 맞으면 제아무리 천하장사라도 며칠 안에 죽습니다.”
예주(??) 패국(?國)의 치소에 소속된 결조(??)에 잠시 몸을 담았던 적 있는 조덕이었기에 각 형벌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조가 동생 조덕을 급히 집무실로 부른 것이었다.
“아, 아무리 매형이 잘못을 범했어도 태형 2백 대를 친다니요! 누님, 다시 한 번 재고해주십시오!”
“내가 정한 게 아니다…. 부관이 내게 직접 부탁했던 벌이지.”
“매형께서 말입니까!”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매형이 천하를 벌벌 떨게 만든 무인이라 해도 태형을 2백 대나 맞으면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다.
설령 목숨을 부지한다고 하더라도 반신불수가 되는 것만큼은 피하지 못하리라.
모골이 송연해졌다.
학질이 걸린 것처럼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럼 어째서 부관이….”
“태형 2백 대를 각오할 정도로 깊이 사죄하고 있다는 의중이 아니겠습니까.”
“으음.”
조덕의 말에 조조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면서 침음을 흘렸다.
무조건 죽는다.
태형 2백 대는 결코 가당치 않은 형벌이다.
감히 두 사촌들과 몰래 불륜을 범한 남편을 진심으로 원망하고 있었지만 죽일 생각은 결코 없었다.
밉고 야속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부관은 내 남편이며, 우리 앙이의 아빠다. 물론 콱 때려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말이다. 감히 이 현모양처를 두고 바람을 피워? 본인이 여자로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괘심하기 짝이 없군.”
흑발의 여인이 이를 빠득 갈면서 중얼거렸다.
이 현모양처가 있는데,
감히 현모양처의 두 동생들과 바람을 피다니.
괘씸하고 또 괘씸하다.
본인의 성격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 부드럽고 유순하지 않음은 알고 있으나… 어떻게 혼례를 치르기 전에 그렇고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협소한 아량과 배포만큼이나 뒤끝이 심한 조조였기에 이성휘를 향해 계속해서 분통을 터트렸다.
‘물론 매형이 먼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누님과 결별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조카를 위해서라도.’
게다가 드센 성격의 여걸들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이 바로 누이가 아닌가!
만약 매형과 결별하게 된다면 누이는 평생 애 딸린 이혼녀로 살아야 할 것이기에 조덕은 결별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진심으로 염원했다.
* * *
동생 조덕을 돌려보낸 뒤,
시녀들을 거느린 채 침소에 도착한 조조는 침상에 누웠음에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상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복잡함에 빠진 뇌리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한참이고 이불을 뒤척이던 여인은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부채꼴로 펼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울음을 뚝뚝 흘리면서 사죄하던 조인과 필사적으로 자신의 앞을 막아섰던 조홍이 떠올랐다.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졌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난제에 빠진 것 같았다.
두 눈을 끔뻑이면서 천장을 바라보던 조조는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을 문제임을 깨달았는지, 결국 애꿎은 이불만 두 손으로 두드리면서 분풀이를 했다.
‘나중에 사과를 해야겠지.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하나… 동생들에게 검을 빼들다니.’
모멸과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짜고짜 검을 빼든 것은 분명 어리석은 행위였다.
감정에 휩쓸렸을 뿐인,
용렬하고 무지한 폭력이었다.
날카로운 칼끝을 늘어뜨린 채 사촌들을 위협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조조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설마 자효가 눈물을 보일 줄이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감정을 드러내는 바가 없었던 사촌이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조조는 그 모습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사죄를 할 만큼 부관을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다는 것일까…. 진심이 담긴 연정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어째서 연모의 대상이 부관이란 말이냐. 다른 사내였다면… 신분과 혈통, 지위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줬을 것을.’
같은 가문이기 때문일까.
자렴은 물론,
자효까지도 부관을 연모하게 되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세 여식들이 한 사내를 동시에 연모하게 된 상황에 조조는 탄식을 금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 부관은 항상 어디를 가던 간에 여자들이 뒤를 졸졸 쫓아다녔으니!’
존재만으로도 여심을 뒤흔드는 최고의 색남.
그것이 바로 이성휘다.
황제의 동생을 꼬셨으며,
그의 휘하 장수들도 모두 은연중에 연심을 툭툭 보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연주에서 천하제일검을 남몰래 연모하지 않는 숫처녀가 없다는 불쾌한 소문이 들릴 정도로 수많은 처녀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개중에는 진짜 상사병에 걸린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빌어먹을 남자 같으니! 조금만 덜 생겼어도,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추남이었어도 이런 고민을 겪는 일은 없었을 것을!’
결국 조조는 모든 책임들을 이성휘에게 떠넘겨버렸다.
새벽까지 고민을 한 결과,
역시 문제의 원흉은 희대의 색남으로 기록될 게 분명한 이성휘였다.
* * *
인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 조조는 뇌리를 가득 메운 근심 때문에 악몽을 꾸게 되었다.
형틀에 묶인 채,
심한 매질을 당하는 이성휘가 나오는 꿈이었다.
매섭게 생긴 채찍을 휘두르는 집행인은 7척의 거구를 자랑하는 호위장 허저였다.
어째서 호위장인 허저가 형벌을 집행하는 집행인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허저는 두터운 팔을 힘껏 휘두르면서 채찍을 내리쳤다.
쫘아아악!!
피부가 찢어발겨졌다.
뒤이어 근육이,
근육 다음에는 뼈가 드러났다.
날카로운 쇳조각들을 박은 무자비한 채찍은 사람의 살점을 뜯어내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채찍을 휘두르는 집행인은 황소를 맨손으로 질질 끌고 다닐 정도의 괴력을 자랑하는 허저였다.
“흐으… 하아아!!”
끔찍한 악몽을 꾼 흑발의 여인은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꿈이다.
그저 악몽이었을 뿐이다.
우악스럽게 돌돌 말린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게 된 조조는 새된 목소리로 허저를 불렀다.
“중강! 중강을 데려와라!”
“아, 알겠사옵니다!”
침소에서 눈을 뜨자마자 허저를 찾는 조조의 날카로운 부름에 시녀들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이윽고,
호위장 허저가 도착했다.
조조의 침소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전각에서 밤을 보낸 허저는 무거운 갑옷을 걸친 채 주군의 부름에 응답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실로 용맹한 호걸다운 면모였으나,
악몽 속에서 남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채찍으로 때리던 악당으로 출현하였기에 조조의 눈에는 그저 밉살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중강, 보름 동안 휴가를 주겠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와라.”
“…예?”
“당장 꺼지란 말이다.”
“히잉.”
미련한 슭곰처럼 생긴 거구의 사내가 주군의 이유 모를 횡포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철통처럼 주변을 호위했거늘,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박대한단 말인가.
혹시 내 얼굴을 보고 조앙 공자께서 울음을 터트리신 것을 꼬투리 잡는 게 아닐까?
얼떨결에 보름 동안의 유급휴가를 받은 허저는 예를 취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정확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주군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후우….”
혹시 모를 위협을 보름 동안의 유급휴가로 정리해버린 조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것으로 안심이다.
저 슭곰 같은 녀석을 당장 눈앞에서 치웠으니 악몽이 현실화될 일은 결코 없을 터.
‘내가 너무 예민하게 행동했나…. 부관이 설마 진짜로 태형 2백 대를 치르려는 것은 아닐 테지.’
조덕도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각오를 보이기 위함일 뿐,
진심으로 그것을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태형 2백 대를 맞고 살아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의 절반인 1백 대만 맞아도 채찍질을 당한 죄수는 죽음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세숫물을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린 탓에 매우 찝찝하다.
조조의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한 시녀가 물이 가득 담긴 세숫대야를 가지고 왔다.
“명부!”
흑발의 여인이 차가운 세숫물로 얼굴을 씻은 다음에 식은땀에 젖은 목덜미를 훑고 있었을 때,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가 조조에게 달려왔다.
원소군이 선전포고라도 가한 것처럼 진궁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린 채였다.
“표기장군부에 형틀이 세워졌습니다! 천하제일검이 스스로 제 형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
주르륵.
새하얀 얼굴을 타고 세숫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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