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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32화 (332/616)

〈 332화 〉 332. 호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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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 태원군(太??)에서 귀환한 뒤,

이성휘는 육아에 전념했다.

출산 당시에 곁을 비웠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이성휘는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정도로.

“엄청 작네.”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는 이성휘의 모습에 여성이 입을 열었다.

타오르는 불길처럼 정열적인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녀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면서 아기를 안은 천하제일검에게 다시 말했다.

“아들은 어때?”

“수유할 때 말고는 대부분 자고 있습니다.”

제 엄지를 쪽쪽 빨면서 곤히 자고 있는 조앙을 바라보며 이성휘가 대답했다.

여느 아이들처럼,

조앙 또한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다.

이제 겨우 생후 3주가 흘렀을 뿐이다. 아기들이 잠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이성휘가 물었다.

그에 하후돈이 장난기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천하제일검이 육아에 푹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지.”

“딱히 대단할 건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엄청 대단한 일이지. 천하를 뒤흔들었던 무인께서 보모가 됐다는데.”

“보모 아닙니다.”

하지만 이성휘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떨어졌다.

한손에는 아기를,

한손에는 아기 장난감을 들고 있다.

혹시라도 아들이 다칠까 항상 무장하고 다니던 청강검과 의천검은 내실 밖에 둔 채였다.

급습과 암살을 우려하여 그 어느 상황에서도 항상 검을 차고 다니던 천하제일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우리 조카님이 엄청 온순한 성정이라서 다행이야. 맹덕을 닮았으면 벌써부터 울고 불면서 난리를 피웠을 거라고. 아마 보모들의 혼을 쏙 빼놓았을걸.”

이성휘는 아내 조조를 성격파탄자로 취급하는 하후돈의 말에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그 말들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후돈은 조조와 함께 유년을 함께 보낸 종매였기에 자신보다 훨씬 많이 알 터였다. 게다가 그녀의 말에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에 반박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안 믿겨져. 맹덕이 애엄마가 되다니…. 솔직히 나는 평생 노처녀로 살 줄 알았다고. 짝사랑하는 남자한테 말도 한 번 못 붙여보고 2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맹덕이잖아.”

“…….”

조조의 종매이자,

또한 조조의 연애상담 역할.

과연 하후돈은 조조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조조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주로 하후돈과 상담을 하고는 했으니까.

­오늘 성문교위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본인의 용모에 마음이 흔들린 게 틀림없다!

­당장 아버지에게 알려 혼사 준비를… 아들 이름은 뭐라고 짓는 게 좋을까!

우연히 짝사랑하던 사내와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온갖 호들갑과 오두방정을 떨던 사촌이 아니었는가.

평생 마음만 애태우다가,

짝사랑하는 사내가 결국 다른 여자가 맺어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패배자가 될 줄 알았다.

만약 거병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하지 않았다면 결국 원본초와 맺어지게 되었겠지.

“진짜 다행이야. 너희들이 결국 맺어져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하후돈은 쾌활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던 이성휘의 옆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아기 이불을 베개 삼아,

드러누운 채 이성휘를 올려다보았다.

풍만하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녀가 들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두 눈을 치켜뜬 채 바라보는 모습에서 야릇한 매력이 느껴졌다.

“만약 네가 맹덕의 곁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분명 맹덕은 여러 과오들을 범했겠지. 서주뿐만이 아냐. 분명 평생 후회로 남게 될 실책들을 저질렀을 거야.”

그녀의 말에 이성휘는 답할 수 없었다.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진 듯,

조조에 대해 말하는 하후돈의 모습에 잠시 굳어버렸다.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종매이기에 미래를 알고 있는 자신이 놀랄 정도로 자세하게 예견한 것이겠지.

그 예견을 통해 이성휘는 하후돈이 사촌을 매우 아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마워. 맹덕이 지금의 행복을 누리게 된 것은 모두 네 덕분이야.”

“과찬이십니다.”

“겸손하기도 하셔라.”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성휘의 모습에 하후돈이 하핫 웃음을 터트렸다.

귀여운 남자 같으니.

뺨을 쿡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이래서 사촌이…

아니,

패국조씨 가문의 사촌들이 그에게 빠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용감하고, 싸움도 잘하고…. 친절하고 상냥하면서, 거기에 견실하고 정직하기까지 하잖아. 게다가 또 은연중에 귀여운 모습들도 보여주고.’

대체 뭐지,

팔방미인도 이런 팔방미인이 없다.

과연 맹덕과 자렴이 이 남자에게 빠질 만했다.

고귀한 혈통의 아름다운 여식들을 차례대로 함락시킨 이성휘의 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죄 많은 남자 같으니.”

붉은 머리카락을 부채꼴로 이부자리 위에 늘어뜨린 미녀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맹덕과 자렴뿐만 아니라…,

이 하후원양의 마음까지 흔들다니.

만약 제부(??)가 아니었다면 당장 침소로 데려간 뒤에 아기 만들기를 해버렸을 텐데.

‘아니, 못할 건 없잖아? 이 하후원양이 뭐가 부족하다고. 자렴보다 몸매가 좋다고 확신하는데.’

물론 자렴까지 첩실이 된 마당에 자신이 후발주자로 끼어들지 못할 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종제를 애지중지하며 보필해온 그녀였기에, 봄바람처럼 불기 시작한 연심을 애써 억눌렀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원양?”

하후돈이 이성휘를 올려다보면서 연심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었을 때,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내실로 들어온 애엄마가 도끼눈을 뜬 채 남편을 유혹하듯 그 옆에 드러누운 불륜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장 총애하던 사촌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 있는 조조였기에, 당장이라도 축객령을 내릴 것처럼 하후돈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귀여운 조카님을 보러 왔지. 다행히 애가 엄마를 안 닮아서 성격이 엄청 온순하네.”

“큭! 쓸데없는 소리를!”

반박할 수 없는 하후돈의 말에 조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침음을 삼켰다.

감히 비겁하게 경험들을 근거하여 말하다니.

“나가라! 앙이한테 방해된다!”

“이모가 귀여운 조카님을 보러 온 게 어때서.”

옥신각신하며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는 조조와 하후돈의 모습에 이성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소란을 들었는지,

계속 자고 있던 조앙 또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엄마와 이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큭…! 더 이상은 용납 못한다!”

조홍을 첩실로 들이는 것만 해도 울화통이 울컥 치밀었지 않은가.

더 이상은 안 된다.

첩실을 둘씩이나 들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귀관은… 남편은 나만의 것이다.

누구와도 공유할 생각이 없으며,

누구에게도 그의 사랑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이성휘를 슬쩍 유혹하는 듯한 하후돈의 행동에 조조는 가시들이 돋친 질투를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좀 빌려쓰면 어때서.”

하후돈이 툴툴대듯 말했다.

“내 남편은 물건이 아니다!”

그에 조조는 강하게 항변했다.

* * *

사촌언니 조조가 패국조씨 가문의 권세와 영향력을 총동원하여 혼담을 물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귀한 배경과 혈통을 가졌으며,

출중한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배필을 찾아주겠다.

조인은 언니의 자상한 배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언니께서는 나를 걱정하여 혼담을 주선하기로 하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에 둔 사내가 있다.

언니의 남편이며,

또한 사촌동생의 남편이기도 한 이성휘였다.

이미 그에게 마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순결 또한 바쳤다. 그렇기에 조인은 그가 아닌 어느 사내와도 혼인을 치를 생각이 없었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혼담에 집중하고 있는 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조인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만 했다.

“더 이상 숨기고 있을 수만은 없어. 언니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우물에서 갓 떠낸 냉수로 얼굴을 씻으면서 고민을 떨쳐낸 조인은 언니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언니의 남편을,

형부(??)를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다.

설령 그 때문에 경애하는 언니와 절연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라도.

분명 미움을 받게 되겠지.

지금까지 받아온 모든 총애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더 이상 언니에게 사실을 숨긴 채 기만하고 싶지 않았던 조인은 용기를 내어 이실직고하려 했다.

“아닙니다, 자효 님께서 모든 부담을 짊어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결심을 내린 조인은 이성휘에게 자신의 속내를 전달했다.

그에,

이성휘는 자신이 부담하겠노라고 말했다.

“제가 말씀을 드린다면… 이해하실 겁니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남편이 처제와 불륜을 행했음을,

천하의 어느 아내가 이해해준단 말인가.

이미 한 차례 전적이 있었기에 이성휘는 결국 조조로부터 진노를 받게 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때는 유야무야하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와 같은 기적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안일함이었다.

“표기장군,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함께 동참하겠다며 발걸음을 내딛는 조인의 모습에 이성휘는 고개를 내저었다.

오히려 화를 돋울 뿐이다.

홀로 가는 게 최선일 것 같았다.

언젠가는 결국 밝혀야 할 일이었다.

스스로에게 되뇐 이성휘는 둘째 처제와도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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