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1화 〉 331. 호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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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 정벌에 성공하여 도겸군을 멸망시킨 정남장군(????) 조인은 휘하 장졸들에게 ‘하늘이 내린 장수’로 불리게 되었다.
도겸군을 격파한 것은 물론,
증원으로 가세한 원술군과 손견군마저 무찔렀다.
수십 기의 기병들만을 대동한 채 전선을 누비면서 고립된 아군들을 몇 번이고 구출해낸 전적은 호사가들로부터 크게 회자되면서 명성을 널리 알려졌다.
“승전이다!”
“정남장군께서 역적을 물리치셨다!”
서주자사(???史) 도겸의 머리를 베어 조정에 바친 조인은 휘하 장수인 우금과 차주에게 서주를 맡긴 뒤에 진류군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인원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진류군 시가지에 연주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병마를 이끌고서 연주 변경을 습격했던 도겸의 침략에 벌벌 떨어야 했던 백성들은 조인의 승전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대단하오, 장군!”
“정남장군은 하늘이 내린 장수가 틀림없다!”
서주 정벌에 참전했던 장졸들은 조인에게 진심어린 경의를 표했다.
철천지원수였던 도겸을 죽였다.
또한 조조군의 숙원이었던 서주 정벌을 달성했다.
검을 휘두르며 적진을 돌파하던 그 용맹스러운 모습은 천하제일검을 떠올리게 했다.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둔 조인의 활약에 황실과 조정은 물론, 군부 또한 정남장군 조인을 하늘이 내린 장수라고 부르게 되었다.
“수고 많았다, 자효.”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무수히 많은 인파들로부터 환대를 받게 된 조인은 이윽고 조조를 알현했다.
승전보를 받은 조조는 견실하게 제 역할을 수행해낸 사촌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에 조인은 감읍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헌데 그 상처는….”
“전투에서 입은 부상입니다.”
새하얀 뺨에 새겨진 붉은 흉터.
꽤 깊게 베였는지 흉터가 매우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에 새겨진 흠집을 발견한 조조는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사촌을 바라보았다.
“자효.”
알고 있다.
무장에게 있어,
상처와 흉터는 무가(?家)의 상사(??)라는 것을.
그러나 총애하는 사촌동생이… 언젠가 정인을 만나 연모를 하고 혼인을 치르게 될 사촌동생의 얼굴에 깊은 흉터가 새겨진 것을 보게 되자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
“미안하다.”
“제가 미숙하여 부상을 입었을 뿐입니다.”
조조의 사과에 조인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충성심을 표현했다.
설령 얼굴에 흉터를 입을지라도.
만약 다음 전투에서 더 끔찍한 부상을 입게 될지라도.
전투에 종군함에 있어 결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겠노라는 결연한 마음이 담긴 모습을 보였다.
“네 혼사는 내가 직접 책임지겠다.”
“…괜찮습니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언니의 말에 조인은 곤혹스러움에 물든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도톰한 입술을 뻥긋 움직였다.
하지만 말을 꺼낼 용기가 도통 나지 않았는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전쟁에서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망설임에 물들어 있었다.
“우리 패국조씨 가문과 인척을 맺으려는 가문은 얼마든지 있다. 명망 높은 사대부 가문의 자제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인물을 골라 혼담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
얼굴에 흉터를 입고 돌아온 사촌동생을 향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조조는 자신과 가문의 영향력을 총동원하여 훌륭한 배필을 간택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계속 좌시하고 있던 혼담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었다.
“앙이를 낳은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말이다. 너에게도 그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
자신과 조홍은 이성휘와 혼인하였으나 오직 조인만이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상태였다.
그 점이 불안을 촉발시켰다.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동생을 등한시한 채, 자신만 계속 여인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 * *
패국조씨 가문을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던 사대부들의 혼담이 줄어들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으나,
얼굴에 부상을 입고 돌아온 뒤부터 혼담이 부쩍 줄어들게 된 것은 명백했다.
사대부 가문들은 그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여인을 명망 높은 사대부 가문의 며느리로 들일 수 없다는 속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기에 조조는 크게 분노하게 되었다.
“감히 이 버러지들 따위가…!”
조앙을 임신한 이후부터 계속 억눌러온 분노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내 사촌동생을 감히,
얼굴에 흉터가 생겼다는 이유로 배척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패국조씨 가문을 위해 견마지로를 마다하지 않았던 사촌동생을 향한 미안함만큼 사대부 가문들을 향한 분노가 치밀게 되었다.
“명단에 적힌 놈들을 모조리 대리시에 처넣어라!”
“예, 주군!”
조조는 호위장 허저를 불러 패국조씨 가문과의 혼담을 철회했던 사대부 가문의 가주들을 잡아들일 것을 명령했다.
그에 허저와 호위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명부,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진궁이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달려왔다.
성난 말벌을 자극한 듯,
호위병들로 인해 집무실이 크게 소란스러웠다.
분개에 찬 반응을 보이는 조조의 모습에 금발의 여인은 속으로 ‘공자를 낳으시더니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셨네.’라고 중얼거렸다.
“감히 혼담을 끊은 발칙한 놈들을 징벌하려 한다.”
“하아, 명부….”
가족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결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조조의 극단적인 성격에 진궁의 시름은 크게 깊어지게 되었다.
말 안 듣는 어린아이를 어쩔 수 없이 보살펴야 하는 보모의 심정이 과연 이러할까.
비분강개하는 조조의 모습을 바라보던 진궁은 납작한 가슴만큼이나 너그러움을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주군의 배포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명부께서 강요하시는 것보다는… 정남장군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정남장군에게 마음에 담아둔 사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자효에게 말인가…?”
진궁의 말에 조조는 잠시 분노를 억누르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곰곰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효가 마음에 둔 사내라….
만약 그런 사내가 있다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이었다.
신분과 혈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성휘와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누면서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설령 상대가 평민일지라도, 만약 그 사내를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다면 전력을 다해 밀어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던 사촌동생을 향한 배려일 테니까.
“명부께서도 천하제일검과 그러한 사랑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크흠.”
장난기가 묻은 진궁의 물음에 조조는 새하얀 뺨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했다.
암.
그렇고말고.
신분과 혈통을 초월한 끝에 결국 맺어졌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분명 자신과 남편의 사랑을 애절하고 낭만적인 연담으로 기록할 게 틀림없었다.
“자효에게… 마음에 둔 사내가 있다면 좋겠군.”
이성을 향한 애절한 사랑을.
여인으로서의 진심어린 행복을.
사랑하는 남편을 통해 느꼈던 그 행복을 사촌동생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조는 하루라도 빨리 사촌동생이 진심으로 연모하는 사내와 사랑을 나누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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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현이 끝난 이후,
궁궐을 나선 조인에게 이성휘가 다가왔다.
흑발의 여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갑자기 다가올 줄은 몰랐는지 성큼성큼 걷던 두 다리가 움찔 떨렸다.
“표, 표기장군….”
조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귓가 뒤로 넘겼던 머리카락을 다시 내렸다.
뺨에 새겨진 흉터를,
그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항상 예쁜 모습들만을 보여주고 싶은데….
혹시라도 이성휘가 뺨의 흉터를 보고 실망하게 될까봐, 만인들 앞에서 항상 당당하고 의젓한 모습만을 보이던 여걸이 어깨를 움츠린 채 두려움을 품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가, 감읍한… 말씀입니다.”
이성휘의 찬사에 조인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도톰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기쁨을 애써 참고 있는 것인지 미소를 담아낸 입가가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까.
존경해온 무인으로부터 칭찬을 받게 된 조인은 펄쩍펄쩍 뛰고 싶을 정도로 기쁨에 폭 빠졌다.
“죄송합니다, 표기장군. 제가 미력하여… 얼굴에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그가 실망하게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
조인은 결국 뺨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흉터를 보여주었다. 월극의 창끝에 베인 상처였다.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흉터가 매우 선명했다.
“아프진 않으십니까?”
이성휘가 손을 뻗으면서 흉터가 새겨진 조인의 뺨을 정성스럽게 쓰다듬었다.
거친 감촉이 뺨을 훑었다.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 조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떤 표정과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티가 역력했다. 두 팔이 움찔움찔 떨고 있는 것을 통해 지금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으, 아으으…! 괘, 괜찮습니다앗…!”
쿵쾅쿵쾅!
심장이 격하게 두근거렸다.
과연 용맹한 여걸답게 심장소리까지 쩌렁쩌렁했다.
물론 입에서는 귀여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결코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무장에게 있어 흉터는 공훈의 증거입니다. 부상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곤란하겠으나…, 저는 자효 님께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셨으면 합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진지함에 물든 이성휘의 충고에 조인은 흉터에 대한 수치심을 말끔하게 잊었다.
마음속에 물든 감정은 단 하나,
눈앞의 사내를 향한 진심어린 사랑뿐이었다.
이 남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조차 바치겠다.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부터 순종적으로 변하게 된 조인은 그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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