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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29화 (329/616)

〈 329화 〉 329. 생명과 죽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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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 4개 주를 제패한 원소군의 위명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일까.

잠시 영토 확장을 중단한 채,

허도 건설에 온 힘을 기울이던 조조군은 곧바로 정벌을 단행했다.

흑산적 토벌과 서주 정벌.

중원을 제패한 뒤 군사력을 계속 증강해온 조조군은 동시에 대규모 군사행동에 나섰다.

분명 하북의 패자로 군림하게 된 원소에게 큰 위기감을 느낀 것이리라.

천하의 호사가들은 하북과 하남의 패자들이 대치하는 천하이강(?下二)이 머지않았다며 떠벌려댔다.

“표기장군이 하내군에 입성했다고 하옵니다­!”

시녀가 들뜬 목소리로 알렸다.

그에 흑발의 여인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휘가 사예주에 도착했다.

흑산적 토벌을 위해 병주(??) 태원군(太??)까지 진격했던 만승천자의 군대 또한 사예주로 무사히 귀환했으리라.

역사에 길이 남을 대승을 이끈 군세가 무탈하게 귀환하였음에 조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리움에 젖은 눈길로 바닥을 응시했다.

사랑스런 남편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애아빠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리라.

“흥흥, 흥흥흥….”

소식을 알린 시녀가 물러난 뒤 흑발의 여인은 흥겨움에 찬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곧 남편이 돌아온다.

하내군에 입성했다면 사흘 내로 도착하겠지.

아니,

어쩌면 득남 소식이 너무 기쁜 나머지 전력으로 질주하여 하루하고도 반나절 만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후후.”

행복을 머금은 흑발의 여인이 흡족함에 물든 미소를 흘렸다.

기쁜 것이리라.

전쟁터에 나섰던 남편의 귀환이.

곧 만나게 될 애아빠와 아들의 재회가.

과연 이성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매번 냉철한 무표정을 고수하는 남편이라도 두 눈을 꾹 감은 채 옹알이를 연신 중얼거리는 귀여운 아들의 애교에 무표정의 가면이 와르르 무너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흑산적 세력을 철저히 궤멸시켰으니 하북 4개 주를 제패한 원소는 더욱 빠르게 하북의 전력을 결집시킬 터.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주시해야겠군.’

10여 년 동안 병주에서 세력을 떨치면서 역병과도 같은 공포와 두려움을 떨쳤던 흑산적 세력이 결국 멸망했다.

두령 장연은 목 없는 귀신이 되었고,

그를 따르던 수만 명의 부하들은 양곡의 골짜기에 파묻힌 채 매장되었다.

흑산적 토벌을 통해 하북을 제패한 원소군의 전력을 확인하게 된 조조는 더욱 원소를 경계했다.

“주공, 공자를 모셔왔사옵니다.”

조조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천하의 절반을 차지한 원소를 경계하고 있었을 때,

시녀가 조앙을 품에 안은 채 데려왔다.

항상 입에 물기를 좋아하는 아기답게,

조앙은 시녀의 옷소매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침범벅으로 만들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침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릴 정도로 시녀의 옷소매를 물고 있는 조앙의 귀여운 모습에 조조는 굳은 표정을 풀며 웃음을 터트렸다.

“앙아.”

조조가 두 팔을 부드럽게 뻗으면서 시녀의 품에 안긴 조앙을 건네받았다.

쭈우욱.

끈적끈적한 실타래가 이어졌다.

부지런히 옷소매를 우물대고 있었는지 침으로 흠뻑 젖었을 정도였다. 또한 조앙의 얼굴이 온통 끈적끈적한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옷소매를 엉망으로 만들면 안 되지.”

조조가 짐짓 훈육하듯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곧 엄한 목소리는 갓난아기의 귀여운 얼굴에 그만 풀어지고 말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었기에,

수십만 명의 생명들을 모두 도륙하려 한 냉혈의 군주조차 마음이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흐웃!”

사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에 그대로 근엄함을 내려놓은 조조는 행복에 찬 신음과 함께 꼭 껴안았다.

의복에 끈적끈적한 침이 묻었지만,

흑발의 여인은 결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들을 향해 무한한 사랑을 전달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후계자이자 아들이었기에.

* * *

하루하고도 반나절 뒤,

해질녘의 주홍빛 하늘이 드리웠을 때 이성휘과 무관들과 함께 진류군에 도착했다.

조조의 예상이 실로 정확했다.

전령으로부터 득남 소식을 듣자마자 무관들과 함께 전력으로 질주하여 진류군에 도달한 것이다. 그를 보여주듯 말이 거칠게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맹덕 님, 수괴 장연과 그 무리들을 모두 척살하고서 돌아왔습니다.”

“수고 많았네.”

양곡 전투의 승전보를 알리는 이성휘의 보고에 조조는 환희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이윽고 조조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두 손에는 금실로 수놓은 포대기에 쌓은 생명은 두 눈을 말똥말똥 뜬 채 말끄러미 눈앞의 남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승전보를 올린 이성휘는 자신을 바라보는 갓난아기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아니,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미약하게 떨리는 두 눈을 통해 이성휘가 크게 동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의 내심을 간파한 조조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앙이… 입니까.”

이성휘가 당연한 물음을 했다.

그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일세, 귀관과 나의 아들일세.”

아들.

드디어 아들과 만났다.

오늘로 생후 2주가 된 갓난아기.

태중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아들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했다.

“저와 맹덕 님의 아이…. 정말 작군요.”

조조에게서 갓난아기를 건네받게 된 이성휘는 값비싼 도자기를 품평하듯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혹여라도 다칠까,

안절부절못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명으로 천하를 뒤흔들었던 천하제일검이 두 손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본 장수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큽!”

“크흐흐…!”

그 모습이 참으로 조심스러웠다.

두 팔을 뻗으면서,

천천히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끌어안았다.

아들을 바라보는 두 눈에 걱정과 우려가 가득했다.

수많은 생명들을 도륙하며 피범벅으로 물들였던 자신의 두 팔이 혹시라도 갓 태어난 아기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이성휘는 그것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아.”

자신을 품에 안은 사람이 아버지인 것을 직감한 것일까. 조앙이 아기자기한 두 팔을 움직이면서 온몸을 뒤척였다.

아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이성휘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당혹감에 서린 침음을 흘렸다.

“아들.”

이성휘가 입을 열면서 불렀다.

그에 화답하듯,

두 눈을 똘망똘망 빛내던 조앙이 손을 뻗었다.

“아들.”

이성휘가 재차 불렀다.

연이은 부름에 조앙이 옹알대는 소리를 냈다.

* * *

양곡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뒤 중원으로 돌아온 표기장군(????) 이성휘가 생명의 경이로움을 두 손으로 느끼고 있었을 때,

정남장군(????) 조인은 죽음의 잔혹함을 두 손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으, 으아악!”

“조조군이다! 대체 누가 성문을 연 것이냐!”

조조군 병사들이 성난 파도처럼 활짝 열린 성문을 통과하면서 팽성을 점령했다.

팽성 벌판에서 벌어진 대규모 회전(會戰).

위태롭던 전황을 단번에 뒤엎어버리면서 장엄한 역전승을 거둔 조조군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던 팽성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원술군은… 용맹하다던 강동의 호랑이는 대체 어찌 되었단 말이냐!”

“모두 패주했습니다! 사방이 온통 조조군입니다! 내부의 변절자들이 몰래 성문을 연 모양입니다!”

“이, 이런 죽일 놈들!!”

대규모 회전에서 결국 패주하게 된 손견군과 원술군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정남장군 조인.

건무장군 하후돈.

두 여걸들에 의해 원술군 세력은 다시 치욕을 경험하게 되었다. 양성 전투에 이은 두 번째 대패였다.

“커헉!”

“조조군 놈들이 기어코!”

콰직­!!

굳게 닫혔던 내문이 열렸다.

이윽고 날카로운 병장기를 치켜든 조조군 병사들이 팽성의 내곽에 난입했다.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모두 죽였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조조군 병사들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도겸군의 저항을 짓밟아버렸다.

“팽성의 장졸들이여, 어서 항복하라!”

“원술군과 손견군은 패주했다! 더 이상 너희들에게 승산은 없다!”

앞서 조조군에 투항했던 기도위(???) 장패와 동료 장수들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도겸군에게 투항을 종용했다.

하지만 머뭇대는 병사들이 많았다.

저항하느냐, 투항하느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도겸군 병사들은 여전히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안일한 모습에 장패는 전장에서 거머쥔 수급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것은 비명횡사한 채 죽은 부곡장(?曲?) 조표의 머리였다.

“조표가 죽었다! 서주자사가 그토록 자랑하던 단양병도 모두 전멸했다! 그런데도 더 싸울 셈이냐!!”

핏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수급을 번쩍 들어올린 장패가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크게 일갈했다.

부곡장 조표가 죽었다.

용맹무쌍하던 단양병도 결국 전멸했다.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된 도겸군 병사들은 하나둘씩 병장기를 떨어트리면서 투항을 받아들였다.

“주군을 지켜라!”

“절대로… 절대로 놈들을 안에 들여선 안 된다!”

성문을 돌파해낸 조조군이 마침내 내곽까지 점령하면서 도겸 일가가 있는 내원(??)에 도달했다.

내원을 수비하던 근위병들이 호기롭게 달려들었으나 결국 대세를 뒤집지 못한 채 무너졌다.

내부의 저항마저 끊어낸 뒤,

조조군 무관들은 좌우로 물러선 채 길을 열면서 정남장군 조인과 건무장군 하후돈을 맞이했다.

“정남장군, 내부를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도겸과 두 자식들이 놀란 망아지처럼 침소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고 합니다!”

돌격을 담당했던 무관들의 보고에 조인과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뒤이어 무관들이 뒤따랐다.

패망을 앞둔 늙은이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무수히 많은 방해와 훼방들을 모두 쳐부수고 난공불락의 요새마저 떨어트린 정복자들은 과거의 원한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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