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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27화 (327/616)

〈 327화 〉 327. 하늘이 내린 장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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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이 달려와 원술에게 알렸다.

“주군, 파로장군(????) 손견이 승세를 잡은 모양입니다!”

“그게 정말이냐!”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던 전황을 전전긍긍한 채 지켜보고 있던 원술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손견이 적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연 용맹하기로 유명한 강동의 호랑이다웠다.

드디어 양성 전투에서 입은 치욕을 환관 년에게 되돌려줄 때가 왔음에 원술은 주먹을 바르르 쥐면서 승전보가 당도하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잘했다, 손문대!”

원술이 화려하게 꾸며진 등채를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드디어 승리가 눈앞에 왔다.

곧 조조 년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 있을 터.

조조군을 몰아낸 뒤 병석에 누운 도겸을 협박하여 서주의 지배권을 삼킬 생각이었던 원술은 탐욕에 물든 두 눈을 번뜩였다.

“승전을 감축 드리옵니다.”

“곧 손견이 적장의 수급을 가져올 겁니다!”

원술을 보필하던 참모들이 아첨꾼처럼 혓바닥을 놀리면서 벌써부터 승전을 입에 담았다.

실로 듣기 민망한 수준이었으나,

아첨과 아유를 좋아하는 원술은 크게 웃으면서 아첨꾼들의 재롱을 받아들였다.

드넓은 서주가 내 손아귀에 놓이게 될 터.

수많은 백성들.

광활하게 펼쳐진 곡창지대.

풍요로운 농업기반을 발판으로 십만 대군을 양성한다면 다시 예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원술이 서주를 취하려는 이유였다.

‘도겸, 병석에 누운 그 늙은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지. 이 원공로가 네놈을 대신하여 서주를 다스려주겠다! 안심해라, 네놈의 피붙이는 모두 살려줄 터이니.’

자신을 한껏 자비로운 위인으로 포장한 원술은 높은 고지에 선 채 손견군이 조조군을 상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과연 호쾌했다.

실로 통쾌한 장관이었다.

철옹성처럼 견고한 위용을 자랑하던 조조군의 군세가 점점 뒤로 밀릴 때마다 원술은 기고만장해진 모습을 보이면서 전선에 투입된 장수들에게 용전을 명령했다.

* * *

부곡장(?曲?) 조표,

팽성교위(????) 여유.

두 장수들이 이끄는 1만의 군세가 성문을 박차고서 전선에 개입했다.

원술군의 참전으로 전황이 뒤바뀌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에 의지한 채 버티던 도겸군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도겸의 명령을 받든 조표와 여유는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며 검을 뽑아들었다.

“놈들을 쳐라!”

“팽성 벌판에서 죽어간 전우들의 넋을 달래자!”

조표가 이끄는 용맹한 단양병(??兵)과 여유가 지휘하는 정예부대를 선두로 한 병력이 돌격을 감행했다.

그에 대응하여 돌격을 막아선 병력은 앞서 조인에게 투항했던 장패였다.

출세와 안위를 위해 조조군에 투항한 장패와 휘하 장수들은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음을 보여주듯 도겸군의 공격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조표, 사공 어르신께 네놈의 수급을 바쳐야겠다!”

“이 더러운 배신자 같으니!”

무관으로 받아준 은혜를 저버린 채 조조군에 투항해버린 장패를 전장에서 마주하게 된 조표는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충성과 절개를 잊은 배신자를 이렇게 빨리 조우하게 될 줄이야.

같은 주군을 보필했던 두 군세가 앙숙을 만난 것처럼 부딪치게 되면서 격렬한 접전을 벌였다.

“도겸, 그 늙은이에게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 모두 황실과 조정에 투항하라!”

“닥쳐라! 그 요사스러운 혓바닥부터 요절을 내주겠다!”

장패를 따르는 손관, 오돈, 윤례, 창희가 검을 치켜들면서 달려들었다.

도겸군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용맹하기로 유명한 단양병들이 창을 내지르면서 더러운 배신자 군세를 공격했다.

“놈들을 쳐라!”

“배신자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조조군이 원술군과 손견군의 맹공에 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을 때,

후열에 배치된 장패는 팽성에서 출격한 도겸군 병력을 막아서면서 교전을 치렀다.

놈들을 결코 보내선 안 된다.

만약 팽성에서 출격한 도겸군 병력이 조조군의 후미를 공격한다면 원술군과 손견군의 맹공을 결코 버틸 수 없을 터.

항장(?) 장패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조조군을 구원했다.

* * *

백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면서 눈앞의 적을 응시했다.

적의 총대장이다.

정남장군(????) 조인.

대적함에 있어 결코 부족함이 없는 상대였다.

피가 끓어올랐다.

혈류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 손으로 월극을 거머쥔 손책은 조인의 수급을 베어 만천하에 이름을 떨치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잡졸들은 빠져­!”

조인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든 조조군 무관들을 일거에 쓸어버린 손책이 재차 돌격을 감행했다.

입신양명에 혈안이 된 듯,

짙은 녹색을 품은 눈동자가 맹렬하게 번뜩였다.

날카로운 창술로 조조군 무관들을 모두 말에서 떨어트린 손책은 곧 코앞까지 도달하여 조인에게 월극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불빛이 번쩍였다.

금속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도검과 월극이 서로 맞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조인과 손책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흥, 제법인데! 그래야 싸울 맛이 나지!”

사납게 이를 드러낸 손책이 미친 듯이 월극을 휘두르면서 조인을 압박했다.

그에 조인은 빠르게 검을 휘두르면서 손책의 공격들을 모두 받아쳐냈다.

손책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아버지 손견을 닮아 지독한 싸움꾼의 기질을 타고난 손책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즐거워했다.

“하하핫­!”

손책이 월극을 풍차처럼 붕붕 돌리면서 태세를 바로잡았다.

만만치 않은 적수였다.

설마 수차례 합을 주고받았음에도 버티다니.

아버지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었던 손책이었기에 자신의 공격을 계속 버텨내는 조인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정남장군 조인! 이 손백부의 이름을 잘 기억해둬!”

“…….”

“뭐, 어차피 죽게 될 테니까 기억해봤자 별 쓸모는 없을 테지만 말이야.”

“…….”

손책이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도발하고 있음에도 조인은 결코 대응하지 않았다.

대응할 가치도 없었으며,

굳이 대응할 이유 또한 없었기에.

깊게 찢어진 뺨을 타고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거칠게 물든 호흡을 토해낸 흑발의 여인은 부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꿀 먹은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싸늘한 무표정을 고수한 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조인의 모습에 손책이 미간을 찡그렸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눈앞의 여인은 불리함에 직면했음에도 결코 다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너희 조조군의 무패(無?)도 끝이야! 곧 우리 아버지께서 강동을… 언젠가는 천하를 도모하실 테니까!”

손책이 일갈하며 월극을 내질렀다.

그에 조인은 검을 쳐올리면서 날카롭게 파고든 월극을 걷어냈다.

카아앙!!

병장기를 마주한 채 부딪쳤다.

서로 거리를 좁힌 조인과 손책은 부릅뜬 눈을 노려보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온몸의 힘을 실어냈는지 두 여걸들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이겼다고… 생각하나?”

침묵을 계속 머금고 있던 조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에 손책은 잠시 놀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사나운 미소를 흘리면서 그 물음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너희들은 우리 아버지의 손에 전멸하게 될 거야! 서주를 눈앞에 둔 채…, 결국 연전연승의 전설이 추락함과 동시에 패망의 길을 겪게 되겠지!”

손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여걸들은 크게 병장기를 내지르면서 거리를 벌렸다.

날카로운 검을 뻗었다.

묵직한 월극을 고쳐잡았다.

전장의 중심에 서게 된 조인과 손책은 당장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흉포한 살기를 토해냈다.

‘아버지, 조조군을 쳐부순 뒤에 도겸과 원술까지 모두 쳐부수고 아버지에게 천하를 안겨드릴게요!’

손책이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 손견에게 모든 영광을 바치기 위함이다.

원술 같은 필부 따위에게 고개를 숙일 생각이 전혀 없었던 손책은 언젠가 주변 세력들을 모두 제패한 뒤에 아버지를 군주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하극상이 무슨 대수야? 원공로, 그 자식도 결국 뒤통수를 쳐서 세력을 만든 놈이잖아. 난세에 하극상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렇게 중얼거린 손책은 적의 총대장을 쓰러트리기 위해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과연 조인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결코 이길 수 없는 적수는 아니었다.

수십 합의 공방 끝에 우위를 점하게 된 손책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결코 빈틈을 보이지 않는 적수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확신을 품었다.

“너희들의 진격은 여기서 멈춘다.”

조인이 단언하듯 말했다.

허풍처럼 들리는 발언에 손책은 실소를 토해냈다.

“뭐? 네 군세가 반쯤 쓸려나갔는데 아직 상황이 파악 안 돼? 너희들은 곧 전멸할 거야. 대패를 당했다는 소식조차 전하지 못할 정도로 떼죽음을 당할 거라고.”

손책이 한 걸음 다가서면서 월극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원술군과 순견군에게 기울었던 전황이 완전히 뒤집힐 정도의 변수가 벌어졌다.

넓은 전장이 내려다보이는 구릉 위로 3만에 달하는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군세들은 모두 조조군의 군기를 들고 있었다.

부우우우우우우우!!

위풍당당한 등장을 알리듯,

구릉 위로 모습을 드러낸 조조군은 나팔소리를 크게 울리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후돈과 하후연이 이끄는 병력이 마침내 팽성 벌판에 당도한 것이다.

예주(??) 패국(?國)에 주둔한 채 원술군의 개입을 기다려온 하후씨 남매의 군세는 강행군을 벌인 끝에 적들의 후미를 잡았다.

“뭐, 뭐야…! 어디서 온 군세들이야….”

산불이 급히 치솟듯이.

썰물로 빠진 바닷물이 다시 차오르듯이.

텅 빈 구릉 위에 수만 명의 군세가 집결했다.

손책이 크게 경악하여 비명을 토해내는 것은 당연했다.

어느 누가 놀라지 않을까.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 전황이,

적의 증원군으로 인해 다시 뒤엎어지게 될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즈, 증원군…! 어떻게 저 많은 병력이 단숨에 서주까지 온 거지!”

조조군의 증원부대가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아니,

저들은 증원부대가 아니다.

웅장한 기염을 뽐내면서 모습을 드러낸 저 병력들은 전투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 온 충각(??)이다. 아군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하여 유리한 고지를 접한 것이리라.

“제, 젠장…! 아버지!”

손책의 두 눈에 경악이 서렸다.

조조군에게 앞과 뒤를 동시에 잡혔다.

곧 저들이 돌격을 감행한다면 총공세 때문에 앞으로 급히 쏠리게 된 원술군은 단번에 무너지게 될 터.

짐승처럼 직감만으로 패배를 예상한 손책은 본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아버지를 걱정했다.

“공격하라! 여남원씨 가문의 떨거지들을 모조리 다 죽여라!!”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패국의 여걸이 언월도를 어깨에 짊어진 채 소리쳤다.

건무장군(????) 하후돈.

조조의 충직한 심복이 대군을 이끌면서 등장했다.

지금쯤 후미를 잡혔다는 소식에 벌벌 떨고 있을 여남원씨 가문의 망나니를 떠올린 하후돈은 동생 하후연에게 총지휘를 맡긴 채 선봉부대를 이끌고서 돌격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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