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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26화 (326/616)

〈 326화 〉 326. 하늘이 내린 장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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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연승을 거듭한 끝에 팽성을 포위해버린 조조군의 맹공은 도겸 일가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기어코 놈들이 다시 쳐들어왔다.

지난 팽성 전투처럼 아군 장졸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할 게 분명했다.

핏물과 시체들로 붉게 물들었던 팽성 벌판을 떠올린 도겸 일가는 성벽 너머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조조군을 보며 더욱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아, 아버님…!”

“조조군 놈들이 당장이라도 팽성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성루 위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조조군 군세를 목격한 도상과 도응이 병석에 누운 아버지 도겸에게 달려와 다급함에 찬 목소리를 토해냈다.

손을 뻗으며 아버지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제발 어떻게든 해달라는 듯이,

유약한 성정의 두 아들은 두려움이 응어리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조, 그 빌어먹을 것이…! 기어코 이 도공조의 목숨을 빼앗으려 왔구나!”

두 아들의 절박한 외침에 도겸이 마른 기침을 토해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창백한 안색.

비쩍 마른 몸뚱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기침을 토해냈다.

이미 도겸은 망자처럼 싸늘한 얼굴빛을 띄고 있었다.

팽성 전투의 대패로 모든 의욕이 꺾여버린 도겸은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였다. 수많은 반란들을 평정하며 손견과 함께 무명을 떨쳤던 군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로 처참했다.

“주군!”

부곡(?曲?) 조표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도겸의 침소를 출입했다.

믿기 어려운 비극이 벌어진 듯,

조표의 얼굴은 두려움에 질린 상태였다.

“기도위(???) 장패…! 그 배은만덕하기 짝이 없는 놈이 주군께서 베푼 은혜를 저버리고 조조 년에게 항복했다고 합니다!”

“커헉! 쿨럭쿨럭…! 그, 그게 사실인가!”

“손관, 오돈, 윤례, 창희… 장패와 어울리던 장수들까지도 모두 적들에게 투항했습니다.”

장패와 여러 장수들이 휘하 군세를 이끌고 조조군에게 투항해버렸다.

그 말은 곧,

팽성군과 마주하고 있는 하비국(下?國)이 한 번의 교전도 없이 조조군에게 넘어갔다는 뜻이었다.

만약 팽성이 함락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면 하비국으로 도주하여 웅거할 생각이던 도겸의 전략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되었다.

“네, 네 이놈들이…!”

쿨럭쿨럭­!

도겸이 입을 틀어막은 채 기침을 토해냈다.

총애해온 무장들의 배신에 도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

황건적을 상대로 분전하던 그 용맹을 가상하게 여겨 중용하였거늘,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몰리게 되자 곧바로 적에게 투항했다.

더러운 배신자 놈들.

구천지하에 떨어져서도 네놈들을 저주하겠다.

도겸이 이를 빠득 갈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종사(??) 미방도 도주하여 조조군에게 투항했다고 합니다.”

도겸에게 미방의 배신을 알린 조표는 짐짓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도겸에게 물었다.

“동생 미방은 도망쳤지만 별가종사(????) 미축은 아직 팽성에 있습니다. 하명을 내리시면 당장 별가종사를 추포하겠습니다.”

미방과 호응하여 미축이 혹시라도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웠던 조표는 당장 추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표의 말을 듣고 있던 도상과 도응 또한 별가종사 미축을 포함하여, 동해미씨 가문의 식솔들을 모두 잡아들일 것을 덧붙였다.

그들의 말에 도겸은 고개를 내저었다.

“별가종사 미축은 결코 배신할 인물이 아니다. 결코 그를 의심하지 말라.”

“하지만 아버님… 만약 별가종사와 동해미씨 가문이 사병들을 동원하여 성문이라면 열게 된다면 팽성이 순식간에 함락될 겁니다!”

“그를 의심하지 말라고 하였다!”

“…….”

연쇄적으로 벌어진 배신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음에도 도겸은 미축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미축은 결코 배신할 인사가 아니다.

팽성이 함락되어 세력이 멸망하게 되더라도 절개를 꿋꿋하게 지키리라.

도겸은 조표에게 결코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주군!”

팽성교위(????) 여유가 달려왔다.

돌연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그의 표정에서 뜨거운 환열이 느껴졌다.

“아군과 동맹을 맺은 후장군 원술이 대군을 이끌고 달려왔습니다! 지금 팽성을 포위한 조조군 놈들과 일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후장군(???) 원술이 대군을 이끌고 달려왔다.

또한 선봉에 선 인물은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는 손견이었다.

가뭄 뒤의 단비처럼,

그 소식을 들은 도겸 일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기뻐했다.

호랑이처럼 용맹과 무력으로 수많은 전투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손견이라면 능히 조조군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표기장군 이성휘는 병주 정벌에 파견된 상태였기에 정면으로 자웅을 겨뤄볼 만했다.

‘비록 유비를 영입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무명 높은 강동의 호랑이가 나서준다면 능히 승산을 논할 만하다!’

원술군의 참전으로 역전의 가능성을 논하게 된 도겸은 부곡장 조표와 팽성교위 여유에게 팽성의 군세를 이끌고 원술군을 지원할 것을 명령했다.

상대는 중원을 제패한 조조군이다.

원술군이 가세하였어도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주군, 맡겨주십시오!”

“반드시 조조군을 격파하겠나이다!”

도겸의 명령을 받든 조표와 여유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팽성의 병력은 총 1만 5천.

두 장수들은 정예부대를 포함한 1만의 병력을 이끌고 출진하였다.

조조군을 격파할 절호의 기회다.

안과 밖에서 동시에 공세를 감행한다면 결국 조조군도 무너지게 될 터. 두 장수들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군세와 함께 성문을 박차고 나섰다.

* * *

선두의 손견군이 맹공을 퍼부었다.

과연 용맹한 강동 출신답게,

손견군 병사들은 거침없이 적진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조조군 군세의 전열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수차례 맹공을 퍼부었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견고했다.

“기병들을 모아라!”

“다시 공격한다! 놈들의 전열을 무너뜨려라!”

손견의 휘하 장수였던 황개와 한당이 크게 소리치면서 기병들을 소집했다.

몇 번이고 일점돌파를 벌였다.

하지만 그를 비웃듯이 조조군은 끝내 공격을 버텨냈다.

날카로운 병장기를 치켜든 채 철옹성처럼 굳게 전열을 유지하고 있는 조조군의 강성함에 손견군 장수들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뭐가 저리 견고하단 말이오!”

“전혀 빈틈이 없소이다… 과연 중원을 제패한 놈들답구려!”

돌격에 투입되었던 조무와 정보가 숨을 거칠게 토해내면서 억수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정남장군(????) 조인.

조조의 종친이자 심복답게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군세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단기필마로 나타나 공격을 받아치는 역공에 회심의 일격이 매번 무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아아아!!”

백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약이 잔뜩 오른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월극을 휘둘렀다.

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리 쳐부숴도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런 전투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돌격해! 다 죽여 버려­!!”

손책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돌격을 감행하는 원술군 병력에게 소리쳤다.

장수 교유가 이끄는 군세였다.

손책의 용맹에 크게 감명을 받은 교유는 수천 명에 달하는 군세를 이끌고 적진에 돌격했다.

“놈들은 크게 지친 상태다! 제아무리 견고한 전열이라도 연이은 공격에는 어쩔 수 없을 터!”

손견과 손책의 맹공에 조조군의 전열은 너덜너덜해진 걸레짝이나 다름없었다.

교유는 손견군의 일점돌파로 크게 취약해진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전선을 돌파한 뒤에 곧바로 적의 본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과연 교유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조군의 전열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버, 버텨라!”

“절대로 적들에게 무너져선 안 된다­!”

말을 탄 조조군 무관들이 소스라치게 놀란 목소리로 공격에 휩쓸린 채 뒤로 나가떨어진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안 된다.

이대로 전열이 무너질 순 없다.

만약 전열이 무너지게 된다면 다른 전선들 또한 잇달아 무너지기 시작할 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손을 쓸 도리도 없이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리라.

“커헉!”

“크아악!”

창검에 찔린 조조군 병사들이 피를 토하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결국 방어진형이 와해되었다.

손견군의 맹공과 원술군의 수적 우위에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조인의 병력이 패주에 직면했다.

마치 혀를 날름거리는 뱀이 아가리를 쩍 벌리면서 먹잇감을 집어삼키듯이 조조군의 앞면과 측면을 점점 둘러싸면서 집요하게 공세를 이어나갔다.

“자, 장군­!”

원술군의 공격에 계속해서 밀리던 아군 병력이 굘국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였을 때,

흑발의 여인이 달려들었다.

대동한 병력은 겨우 수십 기.

흑발의 여인은 높게 치켜든 검을 사정없이 휘두르면서 아군을 압박하던 원술군 군세를 찢어발겼다.

“적의 총대장이 나왔다!”

“정남장군 조인! 저 계집이 바로 조인이다!!”

돌연 난입하여 포위망에 구멍을 냈다.

과연 사나운 맹장이다.

불과 수십 기의 병력을 이끌고서 돌격을 감행한 조인의 과감한 행동에 원술군 병사들은 크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러서지 마라!”

“하늘이 내린 장수께서 오셨다!”

지용(??)을 모두 겸비한 조조군의 명장.

조조의 사촌이자 심복이며,

또한 천하제일검 이성휘의 부관이기도 하다.

휘하 장졸들로부터 ‘하늘이 내린 장수’라 불리게 된 조인은 등장과 동시에 불리하던 전황을 금세 역전시켰다.

“하하하!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나­!!”

백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극창을 힘껏 휘두르면서 불리함을 뒤집기 위해 등장한 조인을 공격했다.

쩌저적­!

날카로운 극창이 투구를 가격했다.

금속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조인의 투구가 반쯤 썰린 채 밑으로 툭 떨어졌다.

“부하들이 결국 궁지에 내몰리면 분명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손책이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단번에 목을 치려했건만,

반사적으로 급소를 회피한 탓에 투구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일격에 당해주지 않겠다는 것인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적장의 모습에 손책은 즐거운 듯 사나운 미소를 흘렸다.

“나는 손견의 딸, 손책이다! 네 수급을 차지하여 천하에 명성을 떨칠 여장부지!”

“손견의 딸….”

흑발의 여인은 뺨이 도려내진 것처럼 뜨겁게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면서 검을 들어올렸다.

제법 깊은 자상을 입었는지,

화끈거리는 통증이 뺨을 감싸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급습을 받은 조인은 자신을 손견의 딸이라고 밝힌 소녀를 노려보았다.

작은 소녀이나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손견만큼이나,

어쩌면 손견보다도.

강동의 호랑이를 쏙 빼닮은 여걸을 응시하던 조인은 아군을 패주 직전까지 치닫게 만든 원흉을 제거하기 위해 검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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