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25화 (325/616)

〈 325화 〉 325. 패국조씨 가문의 후계자(3)

* * *

===========================

후장군(???) 원술이 4만의 병력을 이끌고 서주 팽성군에 당도했다.

동맹을 맺은 도겸군을 구원하고자 친정에 나선 원술은 양주 전선에서 급히 복귀한 손견군을 선두로 내세우면서 팽성을 포위하고 있던 조조군을 위협했다.

또한 원술의 휘하 장수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기령. 교유, 양강. 이풍. 악취.

일군을 지휘하는 다섯 명의 장수들과 거느린 채 참전한 원술은 위풍당당한 풍채를 뽐내내면서 감히 동맹을 위협하는 오만불손한 적을 노려보았다.

“환관 년이 기어코 예주마저 점령하더니 겁이 없어졌군! 이제는 예주에 이어 서주까지 집어삼킬 작정이더냐, 이 아귀 같은 년이!”

양성 전투의 패배로 예주의 패권을 빼앗겼던 원술은 과거의 치욕을 떠올리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지난날의 공포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가슴속 응어리진 공포를 억눌렀다.

양성을 시산혈해로 물들였던 그 괴물 같은 놈은 지금 병주에 있지 않은가? 지금 저 군세를 이끌고 있는 장수는 조조의 사촌이라고 들었다. 한낱 계집 따위에게 자신이 패배할 리가 없었다.

“공격하라! 양성에서 받은 치욕을 되돌려주겠다­!”

화려한 마갑을 걸친 백마를 타고 있던 원술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윽고 나팔소리가 울렸다.

총진격을 알리는 군세의 신호였다.

지평선 너머까지 울리는 나팔소리에 원술군이 흙먼지를 가득 일으키기 시작했다. 총 4만에 이르는 병력이 일제히 공세에 나선 것이다.

“여남원씨 가문을 위해!”

“주군에게 영광을! 놈들을 모두 죽여라!”

원술을 추종하는 여남원씨 가문의 장수들이 창검을 치켜들면서 군세를 이끌었다.

양성의 치욕을 어찌 잊겠는가.

그 치욕을 되갚아줄 때가 도래하였음에 원술군 장수들은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원술군 장졸들이 일제히 달려들면서 조조군과 일전을 벌이게 되었다. 사나운 고함과 함께 날카로운 화살들이 쏟아지면서 2차 팽성 전투가 발발했다.

“강동(??)의 용맹한 강병들아! 중원을 제패한 패자들에게 우리 손가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다!”

선봉을 맡은 손견군이 가장 먼저 조조군에게 달려들었다.

손견이 맹호처럼 검을 휘두르며 망설임 없이 전장을 휘어잡았다.

곧 강동의 전사들이 뒤따랐다.

황개, 정보, 한당, 조무가 달려들면서 손견과 함께 조조군을 상대로 맹위를 떨쳤다.

“내가 바로 손견의 딸, 손백부다! 내 이름을 앞으로 잘 기억해둬라!!”

햇볕에 반사되어 찬연하게 빛나는 백금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월극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날카롭게 휘두른 월극에 조조군 무관이 피를 토해내면서 쓰러졌다.

일격에 기세를 점해버린 손책은 사나운 웃음을 터트리면서 아버지 손견을 뒤따랐다.

과연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는 손견의 딸답게 손책은 중원을 제패한 세력과의 싸움에서도 매우 과감하게 나아갔다.

“원술, 감히 주군의 앞을 또 다시 막아서려는 것인가!”

“활을 쏴라! 여남원씨 가문의 명성을 진흙탕에 처박아버릴 때다!”

정남장군(????) 조인을 보필하던 악진과 우금이 선두에서 군진을 이끌었다.

놈들이 몰려오고 있다.

피비린내를 맡은 산짐승들처럼 몰려오는 모습이 실로 야만스럽기 짝이 없었다.

조조군 궁병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면서 원술군에게 겨눴다. 이윽고 우금의 명령에 궁병들이 날카로운 화살을 쏘았다.

“쏴라!”

“놈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라!”

수천 발에 달하는 화살들이 하늘을 새카맣게 물들였다.

노리는 표적은 원술군의 증원부대.

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병력을 증원하기 위해 뒤따르고 있는 후열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전열을 무너뜨리지 마라. 끝까지 사수한다.”

조인이 검을 뽑아들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라.

결코 적들의 공격에 전열이 무너져선 안 된다.

원술군의 선두에 선 손견군의 공세가 제법 매서웠음에도 조인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차가운 무표정을 고수한 채 냉철한 면모만을 보일 뿐이었다.

* * *

도겸군과 동맹을 맺은 원술군이 서주 정벌을 방해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결국 원술군이 가세했다.

그에 조조군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원술군을 대비하여 패국(?國)에 주둔하고 있던 하후돈과 하후연 남매가 움직였다.

패국에서 팽성까지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두 맹장들이 지휘하는 병력이 곧 전선에 도착하게 될 것이었다.

“원공로… 결국 움직였군. 썩은 고기를 찾아 들판을 헤매는 들개 같으니라고.”

양주(??) 구강군(九??)에서 계속 절치부심하면서 힘을 기르던 원술이 군세를 일으켰다.

당연히 조조는 그를 예상하고 있었다.

원술은 탐욕스러운 야심가다.

또한 제 분수도 모르고 천하의 패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필부이기도 했다.

조조군이 서주의 풍요로운 곡창지대를 노리고 침공을 개시한 것처럼, 원술도 계속 서주를 집어삼킬 궁리를 해오고 있었기에 조조군의 침공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군세를 일으킨 것이리라.

“증원이 도착할 때까지 전선을 계속 유지한다면 쉽게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서주 정벌군이 원술군의 맹공에 패주하게 된다면 하후돈과 하후연의 증원군은 팽성군에서 각개격파를 당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조조군 장수들 중 어느 누구도 그를 염려하지 않았다.

정벌군을 이끄는 총대장은 조인.

냉철한 무략과 판단력을 겸비한 명장이다.

설령 팽성의 도겸군 병력이 원술군의 맹공에 가세하더라도 조인은 끝까지 전선을 사수해낼 것이었다.

“상서령은 어찌 되었는가?”

“무사히 합류했다고 합니다, 명부.”

허도(??)에서 토목공사를 진두지휘하던 상서령(書?) 순욱이 급히 전선에 투입되었다.

하후돈, 하후연 남매와 함께 전선에 투입된 순욱은 지금쯤 허도의 병력을 이끌고 합류했을 터였다.

이번에야말로 서주를 점령하겠다.

조조는 종친과 심복들을 모두 팽성군 전선에 급파하면서 서주 정벌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만약 이번에도 정벌에 실패한다면 본초에게 추월당할 위험이 크다. 반드시 이번에 서주 정벌을 완수해야 한다.”

“물론입니다, 명부.”

결국 흑산적 세력이 멸망했다.

공손찬을 멸망시킨 뒤,

병주의 태행산맥에 웅거하던 마지막 적들마저 쓰러트린 원소는 더 이상 거칠 게 없어졌다.

분명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과 증강을 거듭할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조조는 서주 정벌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아암.”

포대기에 돌돌 말린 채 엄마의 품속에 꼭 안겨 있던 아기가 두 팔을 쭉 펴면서 길게 하품했다.

여전히 두 눈은 꾹 닫고 있었지만,

항상 우물우물 달싹이는 입술만큼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흑발의 여인이 방긋 웃으면서 기뻐했다.

“주공, 공자께서 젖을 드실 시간이옵니다.”

“그래.”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시녀가 짐짓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조는 소중하게 안고 있던 조앙을 시녀에게 건네주었다. 패국조씨 가문의 공자를 두 팔로 안아든 시녀는 다른 시녀들과 함께 집무실을 나섰다.

‘음, 명부께서 직접 젖을 물리시진 않는군.’

그를 지켜보던 진궁이 중얼거렸다.

직접 수유를 하지 않는 이유.

가장 신임을 받고 있는 참모는 주군의 매우 평평한 가슴을 보고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속마음을 들킨다면 곧바로 평동장군 조홍처럼 위병들에게 끌려가고 말겠지.

진궁은 입을 꾹 다문 채 무표정을 유지했다.

매번 경솔한 발언 때문에 경애하는 언니로부터 진노를 받는 조홍과는 달리 진궁은 매우 눈치가 빠른 여인이었다.

‘하긴 공자에게 수유하면… 그나마 있는 가슴도 사라지실지도 모르니까. 음, 천하제일검이 매번 바람을 피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진궁은 이성휘가 낙양제일미 시녀와 늦은 밤에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흘리던 장면을 떠올렸다.

납작한 명부와는 달리,

청초한 아름다움을 품은 낙양제일미는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내가 없는 동안에 앙이를 책임지고 보살필 유모를 구할 생각이다.”

“유모… 말씀입니까?”

“앙이를 무사히 낳았으니 보름 정도 몸조리를 하고서 다시 친정(??)에 나설 생각이다. 내가 없는 동안에 앙이를 보살필 어미가 필요하다.”

실로 씁쓸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계속 외정(外?)을 되풀이하며 천하를 누벼야 할 터. 중원을 제패하였음에도 여전히 많은 적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에 결코 친정을 멈출 수 없었다.

‘일단 빈약한 명부와는 정반대의…, 가슴이 큰 여인을 수배해야겠군. 고귀한 출신과 포용력 넘치는 성품을 겸비한 여인을 선발하여 유모로 임명한다면 공자께서 배를 곯는 일은 없으실 테니.’

목이 몇 번이 달아나도 모자를 정도로 불경한 말들을 중얼거린 진궁.

0.5인분.

실로 형편없는 곡창이다.

풍요와 풍성 그 자체인 사촌들과 비교하면 실로 빈궁할 정도였다.

납작한 가슴을 힐끗 쳐다본 진궁은 만약 주군이 수유를 전담한다면 필시 공자께서 배를 굶주리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보냈다.

“군사,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겐가?”

조조가 물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중얼거리는 진궁의 모습에 궁금증을 느낀 듯했다.

“공자께서 훌륭한 재목이 되실 수 있도록… 시기상조인 줄 알면서도 잠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물음에 진궁은 천연덕스럽게 보일 정도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