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4화 〉 324. 패국조씨 가문의 후계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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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진류군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다.
황제 유변이 축하의 말을 전했으며,
조정대신들 또한 패국조씨 가문의 경사를 축하해주었다.
중원의 패자와 천하제일검의 아들.
장남이나 장녀에게 지위와 가산을 물려주는 관례에 따라, 언젠가 장성하게 된다면 패국조씨 가문을 뒤이어 물려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후계자를 낳았으니 앞으로 패국조씨 가문은 더욱 거세게 황실과 조정을 압박해올 게 분명합니다.”
소부(少?) 공융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에 화음후(???) 동승이 우려에 찬 반응을 보였다.
“소부의 말이 옳은 것 같소. 조맹덕이 장성한 아들을 낳았으니… 황실과 조정을 수호해온 천하제일검은 결국 패국조씨 가문의 심복으로 돌아서지 않겠소?”
자신의 딸이 황제 유변의 후궁이었기에 동승의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천하가 누구의 것인가.
유씨인가.
아니면 조씨인가.
중원의 모든 권력들이 패국조씨 가문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우려한 동승은 결국 ‘한나라의 역적이었던 왕망이 황제를 겁박하여 황위를 찬탈했던 것처럼 역천을 행할 것이다.’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역천(??).
지금의 조조에게는 역천을 완수하고도 남을 권력이 있었다.
전란과 기아에 시달렸던 중원 백성들이 점점 패국조씨 가문을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된 이후부터 동승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허나 머리를 맞댄 채 고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모든 군권이 패국조씨 가문에 있으니 말이오.”
황건적의 난과 함께 난세를 맞이하게 되면서 백면서생들조차도 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권력을 손에 넣고,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힘’이 필요하다.
힘은 당연히 잘 훈련된 군대를 의미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환난에 휩쓸렸던 선비들은 번번이 무시해온 무(?)의 중요성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화음후께서 황상의 의중을 잘 살펴주십시오. 천하의 이치가 땅에 떨어졌으나… 황상께서 친히 격문(?文)을 쓰신다면 황실과 조정에 충성하는 재야의 충의지사들이 크게 들고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공융은 동승에게 황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회유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오만방자하게 세력을 떨치고 있는 패국조씨 가문의 야욕을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분명 그들은 결코 넘보지 말아야 할 만승천자의 옥좌마저 도모하려 들 게 틀림없었으니.
과연 성현의 후예답게,
공융은 뛰어난 말재주와 처세술을 겸비했다.
동승을 설득한 공융은 황실에 충성하는 충의지사들을 결집시키겠노라고 약속했다.
“계속해서 권력을 탐하려는 조맹덕과는 달리, 여남원씨 가문의 후예인 원본초는 황실을 숭상하고 조정에 항상 존의를 표시해온 의인입니다. 원본초에게 밀지를 보내어 군세를 준동시킨다면 오만불손한 패국조씨 가문을 끝장낼 수도 있을 겁니다.”
공융은 뛰어난 식견과 명망을 자랑했지만 겨우 그것뿐이었다.
문재(文?)에 재능이 있을 뿐,
사람의 속내를 간파하는 혜안이 실로 형편없었다.
그래서 공융은 조조와 마찬가지로 천하를 도모하려는 원소를 겸허하고 겸손한 의인이라고 평가했다.
여남원씨 가문의 후예인 원소가 중원에서 패국조씨 가문을 축출하면 황실과 조정이 과거의 권위와 위엄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까지 덧붙였다.
“알겠소. 소부의 말대로 귀인(?人)와 함께 황상을 직접 설득해보도록 하겠소이다.”
과거 동탁군에 소속된 장수였다가 황제에게 귀의하여 황실의 일원이 된 동승은 식견이 매우 짧은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공융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현혹되어 곧이곧대로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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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업을 물려받을 후계자의 탄생으로 패국조씨 가문은 환열에 휩싸이게 되었다.
아들,
건장한 아들이 태어났다.
중원의 패자와 천하제일검의 피를 이어받은 후계자의 탄생에 패국조씨 가문의 원로들은 두 팔 벌려 크게 기뻐했다.
평생 노처녀로 살 것처럼 이성에게 결코 관심을 주지 않았던 여식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가. 그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였다.
“오뚝한 코가 맹덕을 쏙 빼닮았습니다.”
“당숙 어르신을 닮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분명 잘생긴 미남이 될 게 틀림없습니다!”
가문의 원로들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가문의 경사를 듣고 모여든 원로들은 푹신한 포단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앙.
아기의 이름은 조앙이었다.
실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부친인 이성휘가 직접 작명하였음을 들은 원로들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극찬했다.
“크흠! 건장한 후계를 낳았으니 앞으로도 우리 패국조씨 가문은 크게 번창할 것일세.”
“물론입니다, 당숙 어르신.”
포단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조앙을 시녀들에게 맡긴 채 마당으로 나온 조숭은 원로들에게 패국조씨 가문의 금의주행(???行)을 예견했다.
누가 감히 우리 가문을 막겠는가.
오랜 숙원이었던 후계자가 태어났으니 더 이상 거칠 게 없었다.
머지않아 후계자가 탄생했다는 낭보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더 많은 사대부와 호족들이 패국조씨 가문에 귀의하기 위해 대문을 두드릴 것이었다.
“어르신들이 엄청 기쁘신가 봐요.”
“당연히 그럴 테지.”
가문 어르신들이 마당으로 나간 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조조와 조홍이 돌아와 두 눈을 꾹 감은 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조앙을 돌보았다.
잠시 칭얼거릴 법도 하건만,
패국조씨 가문의 작은 후계자는 그저 입술만 우물우물 달싹이면서 단잠을 이어갈 뿐이었다.
“정말 귀엽구나.”
새하얀 뺨에 홍조를 새긴 흑발의 여인이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뺨을 쿡 찔렀다.
부드럽다.
그리고 뜨거웠다.
갓 태어난 아기이기 때문일까.
생명의 온기가 온몸에서 넘쳐흐르고 있었다.
무려 열 달이라는 시간 동안 애지중지하면서 보살핀 태중의 아이와 만나게 되었다. 쿨쿨 자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조조의 두 눈에 따스한 모성애가 가득했다.
몹시 기뻤다.
구름 위를 푹푹 걷는 것처럼,
행복으로 만들어진 달나라를 걷는 듯했다.
지금 기분이라면 대역죄를 제외한 모든 죄들을 겸허하게 용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손 좀 보세요, 엄청 작아요.”
조홍이 부드러운 손길을 뻗으면서 꾹 움켜쥐고 있는 조앙의 작디작은 손을 맞잡았다.
작고 가녀렸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래서 조홍은 최상급 도자기를 정돈하듯 매우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기를 대했다.
“자렴.”
“네, 언니.”
쓰다듬던 조앙의 손을 내려놓은 조홍이 빙그레 웃으면서 조조의 부름에 답했다.
이윽고 조조가 입을 열었다.
“허락하겠다.”
“네?”
“귀관의 아이를 낳는 것을… 두 눈 꾹 감고 허락해주겠다는 말이다.”
“네에?!”
조홍이 놀라 소리쳤다.
거슬릴 정도로 소리가 컸는지,
곤히 자고 있던 조앙이 미간을 찡긋 움직였다.
감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의 단잠을 방해하는 소음에 조조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 반응에 조홍은 헙! 소리를 내더니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앙이를 낳으면서… 그리고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말이다.”
천하를 얻은 것만큼,
어쩌면 천하를 얻은 것보다도 훨씬.
귀여운 아들을 둔 엄마가 된 조조는 무궁무진한 행복과 고양감에 휩싸였다.
자신이 그간 사촌동생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었음을 스스로 느낀 조조는 겸허히 남편의 아이를 낳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어, 언니…!”
언니의 자비로운 허락에 조홍은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감격에 찬 모습을 보였다.
경애하는 언니께서,
질투와 시기의 감정이 응집된 것처럼 독점욕을 주장하던 언니께서 드디어 허락을 해주셨다.
조홍은 당장이라도 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 절을 올릴 것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주공.”
조조와 조홍이 곤히 자고 있는 조앙을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을 때,
문 너머로 시녀가 다가왔다.
꽤나 급한 일이었는지,
시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병주에서 전령이 도착했사옵니다.”
“벼, 병주에서 말인가….”
이성휘가 보낸 전령이 분명하다.
계속 이성휘의 소식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조조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표기장군께서 대승을 거두셨다고 하옵니다!”
“과연 대승인가.”
역시 내 부관이다.
역시 나의 남편이며,
역시 앙이의 아빠였다.
대장군 하진과 내로라하는 장수들조차도 감히 이기지 못했던 흑산적 세력이 멸망했다.
이번에도 큰 활약을 세웠겠지.
시녀가 가져온 낭보에 조조는 활짝 웃음을 지으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수줍은 미소와 함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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