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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18화 (318/616)

〈 318화 〉 318. 천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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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골짜기 위에서 날카로운 화살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분명 원소군의 기습이다.

봉화대들이 내뿜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광경을 본 흑산적 병력들이 사방에서 밀려들었다.

과연 수십만 명의 규모를 자랑하는 흑산적 세력답게 양곡을 들이친 원소군 병력을 단숨에 포위해버리면서 기울던 전황을 다시 역전시켰다.

“저기 원소가 있다!”

“흰 갈기의 말을 타고 있는 년이 원소다!”

누더기를 몸에 두르고 있던 도적들이 날카로운 칼끝으로 원소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살육의 원인이 바로 저기에 있다.

도적들의 두 눈이 살의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어깨까지 금발을 늘어뜨린 미녀의 모습을 본 도적들은 여인의 달콤한 살결을 범하고 싶다는 육욕을 드러내면서 괴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주군을 엄호하라!”

분무장군(????) 저수가 우렛소리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명령했다.

원소군 병사들이 창검을 들었다.

오랜 강행군으로 크게 지친 상태였음에도 아름다운 주군을 지키기 위해 용맹을 과시했다.

이윽고 원소군과 흑산적의 전면전이 벌어지면서 살육과 유혈이 반복되었다.

여광, 여상 형제가 지휘하는 병력이 선두에 선 채 적들의 날카로운 예기를 막아냈다.

“화살들이 날아온다!”

“어서 방패를 들어라! 놈들을 막아야 한다!”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방향과 위치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연쇄적으로 반복된 혼란으로 전황이 요동쳤다.

그를 보며 원소가 혀를 찼다.

긴장된 두 눈으로 전장을 응시했다.

조운에게 정예부대를 일임한 채 이성휘를 지원하도록 했다. 과연 이성휘와 조운은 비장(??) 장연의 수급을 취했을까. 조급한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렸다.

“원소 년의 수급은 이 청우각이 벨 것이다!”

“여기 중산(中山)의 유석도 있다! 원소 년은 썩 나와서 내 칼을 받으라!”

날카로운 월도를 든 흑산적 두령들이 수천 명에 달하는 군세와 함께 등장했다.

놈들이 온 곳은 양읍현(???) 방면.

분명 곽도가 대치하고 있는 전선에서 온 병력이 틀림없었다.

양곡 본진을 습격당했다는 급보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지원군을 이끌고 달려왔다. 설마 이렇게 빨리 흑산적이 대응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원소군 장수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열을 갖춰라! 뒤로 물러나지 마라!”

머리 위로 쏟아지는 화살들.

사방을 포위한 채 압박해오는 적 군세들까지.

실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저수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병력을 지휘하면서 적들에 맞섰다.

‘성휘와 자룡이 장연과 휘하들의 수급을 벨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돼요. 만약 우리들이 공세에 뚫리게 되면 특공에 투입된 성휘가 위태로워질 테니까…!’

시간을,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새카맣게 몰려든 대군을 노려보던 원소가 칼자루를 뽑아들면서 각오를 드러냈다.

차앙­!

금빛을 머금은 보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싸움에 나선 원소는 밀려드는 흑산적 병사들을 상대로 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누가 감히 이 원본초의 목숨을 노리는가! 네깟 놈들이 감히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세 명의 병사들을 베어 쓰러트린 원소가 날카로운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전장을 휘어잡았다.

주군께서 직접 싸우신다.

아름다운 용맹을 뽐내고 계신다.

보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원소의 모습을 지켜본 원소군 병사들은 더욱 과감하게 응수하면서 공세를 퍼붓던 흑산적에게 도리어 반격을 가했다.

“원소 년이 앞으로 나왔다!”

“빌어먹을 여남원씨 년을 죽여라! 저 년이 바로 전우들을 죽인 흉수다!”

어깨까지 찬연하게 빛나는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직접 싸움에 나섰다.

결코 뚫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듯,

흰 갈기의 백마를 탄 금발의 여인은 무관들과 함께 전선을 누비면서 달려드는 흑산적을 베어냈다.

과거 대장군부의 장수로 활약했던 원소는 결코 다른 무장들에 뒤지지 않을 무예를 갖추고 있었다. 날카로운 검술로 적들을 상대하며 피 튀기는 전장 속에서도 거뜬히 싸움을 이어나갔다.

“커헉!”

“워, 원소!”

시리도록 차가운 검광이 번뜩일 때마다 원소의 앞을 가로막던 병사들이 쓰러졌다.

히이잉­!

백마가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늘씬한 미녀를 태운 백마가 거침없이 네 발을 움직이면서 바닥에 쓰러진 흑산적 병사들을 짓밟았다.

“쏴라!”

“저 년만 죽이면 우리가 이긴다!”

앞으로 겨눈 창검들을 돌파하면서 맹위를 휘두르는 원소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 흑산적 두령들은 곧 궁병부대를 불러들였다.

궁병들이 활을 겨눴다.

활시위에 내걸린 날카로운 화살들이 원소를 조준했다.

그에 원소군 무관들이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주군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간파하자마자 말에 힘껏 박차를 가하면서 궁병들에게 달려들었다.

“주군께서 위험에 처하셨다!”

“더러운 도적떼들 따위가 감히 주군을!”

우리들의 주군께서 적에게 노려졌다.

그를 좌시할 원소군이 아니다.

벌떼처럼 달려들어 전선을 돌파하던 주군을 엄호했다.

아름다운 주군께서 위험에 처하셨을 때 원소군 장졸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한 채 목숨을 내던진다. 아름다운 주군을 지키고자 달려든 장졸들은 새카맣게 쏟아지는 화살비 속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크윽! 주군을 엄호하라!”

“화살을 두려워 말라!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날카로운 화살을 맞은 원소군 병사가 쓰러졌다.

그럼에도 엄호를 풀지 않았다.

바로 옆의 전우가 쓰러졌음에도 결코 겁에 질린 기색이 없다.

원소를 중심으로 한 진형이 형성되면서 흑산적 무리들을 계속 깨트렸다.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무수의 군대를 쳐부수는 모습이 실로 용맹무쌍했다.

“대, 대체 저것들은 뭐냐!”

“어째서 저놈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냐!”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날아드는 화살조차 몸으로 받아내면서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흑산적 두령들은 아연실색한 반응을 보였다.

어째서 저놈들은,

당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가.

어깨와 몸에 화살이 꽂혔음에도 악에 받친 고함소리를 내지르면서 달려드는 원소군 병사들의 모습에서 오한과 두려움을 느꼈다.

“물러서지 마라! 우리들은 흑산의 호걸들이다!”

“결국 놈들은 지치게 되어 있다! 대세를 뒤엎지 못한 채 모조리 이 양곡에 묻히리라!”

양곡의 골짜기들을 포위하고 있는 흑산적의 병력은 무려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우리들의 뒤에 십만 대군이 있다.

흑산적 두령들은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주장하면서 두터운 포위망을 재정비했다.

“제멋대로 날뛰는 원소 년을 붙잡아라!”

“대명문가로 유명한 여남원씨 가문의 종년을 범할 기회란 말이다!”

원소군의 기세가 용맹하나,

결국 회광반조(回光返?)처럼 덧없이 꺼지게 될 것이다.

고작해야 수만 명에 불과한 병력이 어떻게 골짜기를 여러 겹으로 포위하고 있는 십만 대군을 이기겠는가.

결국 독 안에 든 쥐처럼 포위된 놈들은 결국 오늘을 버티지 못한 채 무너지게 되리라.

꽈아아아앙!!!

흑산적 두령들이 승리에 강한 확신을 느끼고 있었을 때,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렸다.

흑산적의 산채가 위치한 장소였다.

시뻘건 화마가 번뜩이면서 폭발함과 동시에 우렛소리처럼 사나운 폭음이 발생했다.

“대, 대관절 무슨 일이냐…!”

“산채가 불타고 있다! 난데없이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지 않은가!”

폭음에 놀라 광분하던 군마를 애써 진정시킨 두령들은 떨리는 눈으로 불길을 바라보았다.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맹렬한 화마가 흑산적의 요새를 삼켜버렸다.

요새를 집어삼킨 뒤에 주변 삼림으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아찔한 빛을 품고 있는 불씨들이 바람에 실려 흩날렸다.

“자, 장연 두령이 설마!”

“두령이 당했다…! 두, 두령이 죽었다!!”

골짜기들 사이로 메아리처럼 울리듯 굉음이 확산되었다.

그를 듣지 못한 병사들이 없을 정도로 거센 불길과 함께 터져나간 굉음은 빼곡하게 밀집된 군중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놈들이 오고 있다!”

“표기장군의 대장기…! 천하제일검 이성휘다!!”

산채를 습격했던 황제의 군대가 시뻘겋게 물든 불길을 등진 채 흑산적 군세에 달려들었다.

선두에서 나부끼는 표기장군의 대장기.

온몸에 피칠갑을 한 남성이 검을 휘두르면서 원소를 도모하려 했던 병사들을 일거에 찢어발겼다.

“전군­!!”

승기를 잡을 때가 왔다.

승리를 실은 바람이 불길에 실려 날아들었다.

표기장군의 대장기를 통해 확신을 느끼게 된 원소는 핏물에 절은 보검을 높게 들어올렸다.

아름다운 금발이 나부꼈다.

새하얀 얼굴에 강한 확신이 드러났다.

하북 전역을 제패한 여장부는 천하제일검이 가져온 승기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나라를 기만한 도적들을 공격하라!!”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크게 사자후를 내질렀다.

이제 전투의 막을 내릴 순간이다.

오늘 드디어 더러운 해악들이 모두 멸절되리라.

계속해서 저항과 반격을 거듭하면서 전장을 유지하던 원소군이 일제히 총공세에 접어들었다.

“성휘!”

“괜찮으십니까, 본초 님.”

피칠갑을 한 남성이 다가왔다.

아름다운 처녀는 환열에 찬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역전을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본초 님께서 승기를 거머쥐실 때입니다.”

“물론이에요!”

이성휘의 말에 원소는 대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천명(??).

드디어 천명이 내려졌다.

사랑하는 남성과 함께 전장에 서게 된 원소는 지금까지 결코 느껴본 적 없는 환희와 열망을 경험했다.

두려움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저 강한 의지와 격정만을 느낄 뿐.

천하제일검을 옆에 둔 하북의 패자는 결코 흠집을 찾아볼 수 없는 완전무결한 승기를 맞이했다.

“천명은 이 원본초에게 있다!”

이 사람이 계속 내 곁에 있어준다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바로 나의 천명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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