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7화 〉 317. 병주일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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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 그리고 적의 거점을 단시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훈련된 강병들이다.
원소군은 두 요소들을 모두 충족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무수히 많은 적들을 모조리 궤멸시키고도 남을 전력 또한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돌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 세례.
날카로운 화살들이 살벌한 예기를 발산하면서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마치 벌집을 뒤흔든 듯했다.
제 발로 적들의 심장부에 진입하게 된 병사들은 죽음을 각오한 채 오로지 앞으로 내달렸다.
“원소군이다!”
“어서 경종(??)을 쳐라! 놈들이 쳐들어왔다!!”
골짜기 위에 설치된 봉화대들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쳤을 때는 원소군이 이미 양곡에 진입한 뒤였다.
낙평 방면에서 밀고 들어왔다.
상대적으로 경계가 취약했던 통로로 진입한 원소군은 밀물처럼 단번에 들이쳤다.
게다가 선두를 맡은 병력은 병주 출신의 정예병들로 구성된 만승천자의 군대였다. 또한 선두를 지휘하는 장수는 무인들의 정점이라 불리는 천하제일검 이성휘였다.
“카하악!”
“괴, 괴물 같은 놈이다!!”
푸화아악──!!
난폭하게 말을 몰면서 방어선에 뛰어든 천하제일검의 맹공에 흑산적의 전열이 붕괴되었다.
거대한 호랑이가 달려든 듯했다.
괴력을 두른 검격을 내리찍을 때마다 도적들이 핏물을 토해내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누가 감히 천하제일검을 막겠는가.
표기장군(????)의 대장기가 바람에 크게 나부꼈다.
“씨발! 여기까지 등산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금발을 늘어뜨린 여걸이 방천화극을 붕붕 휘두르면서 달려들었다.
머리카락에 엉겨 붙은 나뭇잎.
흙투성이가 된 새하얀 얼굴과 붉은 갑옷까지.
강행군이 매우 지독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비장을 뒤따르라!”
“나라를 어지럽힌 도적들이다! 다 죽여라!!”
치열한 격전이 시작되었다.
흑산적 세력의 심장부로 난입한 병력들에 의해 금방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강제로 전열을 찢어발기려는 원소군.
그에 맞서 흑산적 병력들이 새카맣게 밀려들었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이 뒤엉키면서 끔찍한 시산혈해가 펼쳐졌다. 살육과 비명이 난무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천하제일검이 돌격하며 혈로를 만들어냈다.
“안 놓칩니다!”
활을 겨누고 있던 장료가 말을 탄 채 전장을 누비고 있던 흑산적 두령의 머리를 적중시켰다.
흑산적 두령이 툴썩 쓰러졌다.
날카로운 화살에 머리가 뚫린 채 절명한 것이다.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에도 신궁에 필적하는 궁술을 자랑했던 장료는 낙양에서 동탁군을 벌벌 떨게 만들었을 때처럼 화살 한 대로 승기를 잡아냈다.
“장연은 썩 나와라!”
“만승천자의 군대가 나라를 훔치려 한 도적을 잡으러 왔다!”
길목을 틀어막고 있던 흑산적 병력이 노도처럼 밀려든 공세에 휩쓸렸다.
파도에 모래성이 덧없이 무너지듯,
새카맣게 밀려든 군세가 사분오열을 거듭하며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저게 바로 천하를 요동치게 만든 중원의 패자들인가…!’
원소를 호위하던 회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맹위를 떨치는 군단을 바라보았다.
이성휘. 여포. 장료. 고순.
그리고 여러 걸출한 장수들이 황제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
맹공을 가할 때마다 철옹성처럼 굳게 닫혔던 적들이 패주와 패퇴를 이어나갔다. 특히 선두에서 날뛰고 있는 이성휘가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 때마다 적 군세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여포와 장료, 그리고 만승천자의 군대를 이끄는 휘하 장수들이 모두 나처럼 변방 출신이라고 들었다.’
황군(??)의 군기를 든 장수들이 용맹을 토해내는 모습에 잠시 감화된 것일까.
조운은 넋을 잃은 채 그들의 분투를 지켜보았다.
물러섬 없이 맹공을 이어나간다.
과연 황제의 군대는 일당백을 주장할 만했다.
그들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소문들이 결코 허명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조운은 무인으로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의 막연한 동경심을 품게 되었다.
“자룡.”
“예, 주군.”
하얀 삵의 가죽으로 입가를 가린 채 이성휘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조운은 원소의 부름에 응답했다.
“정예부대를 이끌고 표기장군을 지원하세요. 반드시 장연을 끝장내야 합니다.”
“존명.”
원소의 호위를 왕문에게 전임한 조운은 휘하의 정예부대를 이끌고 이성휘의 지원에 나섰다.
곧 분무장군 저수가 공격을 명령하면서 원소군 또한 공세에 가세했다. 조운은 그 틈을 노려 흑산적 군세를 뚫고 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이성휘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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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금속음이 귓가를 때렸다.
우렛소리처럼 우렁찬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분명 원소군의 급습일 터.
저항에 가로막혔던 원소군을 크게 비웃던 두령들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놈들의 군세가 얼마나 되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원소 년의 병력이 골짜기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다는 것 밖에는….”
“빌어먹을! 수만 명은 넘는다는 말이로군!”
뇌공의 재촉에 전황을 살펴보고 돌아온 전령이 아연실색한 채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두령들의 얼굴은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놈들의 병력이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무려 수만 명의 병력이다.
빼곡하게 골짜기를 메울 정도로 많은 병력이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처럼 본거지를 들이친 것이었다.
“두장과 손경이 밀물처럼 달려드는 놈들을 막고 있다고 하네!”
“다급한 경황 중에 다행이로군!”
수색에 투입되었던 두장과 손경이 적들을 막고 있다. 그 소식을 들은 두령들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도망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두장과 손경을 희생양으로 삼은 채,
자신들만 살아서 궁지를 빠져나가려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스스로를 호걸(??)이라 칭하지만 결국 근본은 도적에 불과함을 구차한 행동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낙평 방면으로 들어왔다면 북쪽과 동쪽이 모두 놈들에게 점령당했을 거다. 지금 당장 하서(??)로 퇴각한다!”
장연이 두령들에게 퇴각을 명령했다.
우리들은 장졸이 아니다.
저들과 사생결단을 내듯 싸워줄 이유가 없다.
긍지와 자존심을 위해 목숨을 내버리는 것은 절대로 도적들의 의무가 아니다. 자신들은 그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살인과 약탈을 거듭했을 뿐이지.
‘금강야차(????)조차 흑산의 호걸들을 감히 위협하지 못했거늘! 원소, 이성휘… 이 빌어먹을 연놈들이 내게 수모를 입히는구나!’
곧 산채를 비우고 떠날 준비를 하는 두령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장연이 이를 빠득 갈면서 중얼거렸다.
한나라는 패망했다.
명맥과 권력을 잃은 채 몰락하고 말았다.
야심과 탐욕에 젖은 군웅들에 의해 한나라가 갈기갈기 찢어발겨졌거늘, 너덜너덜해진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한나라에 무슨 힘이 있어 우리들의 숨통을 위협한단 말인가.
“두령, 어서 피해야 합니다!”
“놈들이 벌써 턱밑까지 달려왔습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부하들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위험을 알렸다.
놈들이 벌써 가까이에 이르렀다.
성난 멧돼지처럼 무작정 돌격하면서 아군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침입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했던 망루와 목책들을 모두 무너뜨리면서 진공하는 이성휘와 원소의 공격은 장연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두장 두령과 손경 두령이 전사했다!”
“저, 저 괴물은 대체 뭐냐! 온몸에 피칠갑을 한 짐승이 아닌가!”
산채를 수비하던 흑산적 병사들이 질겁하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본 장연은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온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 멍청하게 있다간 영영 재기의 기회를 놓치게 될 터. 그렇기에 장연은 힘껏 박차를 가하면서 타고 있던 군마를 재촉했다.
“이럇!”
황색의 한혈마가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면서 질주를 시작했다.
노련한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흑산의 호걸들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겼던 놈이 이윽고 내 목숨마저 노리고 있음을.
“침입자다! 어서 막아라!”
“대체 중턱에 있던 놈들은 뭘 했단 말이냐!”
흑산적을 대표하는 두령이 웅거하는 산채를 수비하고 있던 병사들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잘 훈련된 정예임을 보여주듯,
피칠갑을 한 괴물이 살점들이 덕지덕지 묻은 검을 치켜든 채 난입했음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이윽고 용맹과 충성을 겸비한 흑산적의 정예병들은 맹수처럼 달려든 괴물에게 참혹하게 찢겨나갔다.
“커헉!”
“으, 으아아아!!”
등 뒤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고막을 찢어발길 것처럼 사나운 비명소리였다.
이성휘가 산채를 들이치기 직전에 한혈마에 의지한 채 현장을 빠져나간 장연은 부하들의 끔찍한 비명소리를 통해 막연하게 느낀 위기감이 결국 현실이 되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장연! 장연은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쩌어어어억──!!
피칠갑을 한 악귀가 앞을 가로막고 있던 흑산적 두령의 머리통을 뽑아버리면서 소리쳤다.
뜨거운 피분수가 솟구쳤다.
여전히 전성기임을 과시하듯 맨손으로 거뜬히 찢어발겨버렸다.
검을 내던지면서 망루 위에 있던 흑산적 궁병을 참살한 이성휘는 맨손으로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때려눕히고 찢어발기면서 장연의 이름을 연이어 소리쳤다.
“으으… 으아아아…!!”
그 옆에 있던 회색 머리카락의 여성은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으로 창을 쥔 채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맨손으로 사람을 찢어발긴다.
겨울잠에 굶주렸던 곰이 사람을 습격하듯 맨손으로 곤죽을 만들어버리는 이성휘의 모습에 대경실색한 반응을 보였다.
조운은 꼴사납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목에 두른 하얀 삵의 가죽이 가려주고 있음을 매우 다행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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