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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16화 (316/616)

〈 316화 〉 316. 병주일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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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은 속도가 생명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총력을 건 속공은 생사의 저울대에 오른 도박과 다름없었다.

만약 적들이 간파하여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한다면 회심의 반격처럼 감행한 속공은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적들이 공격을 간파하는 것보다도 먼저 적의 심장부에 도달해야만 했다.

‘금강야차(????) 하진도 쓰러트리지 못한 흑산적을 상대로 전격(??)이라….’

원소를 대신하여 본영의 지휘권을 양도받은 곽도는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전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산적 거점들을 동시에 들이쳤다.

무려 2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동원된 총공세였다.

분명 장연의 시선은 맹렬한 공세가 반복되고 있는 이쪽 전선에 집중되었을 터. 장연이 보낸 척후병들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연이어 올라왔다.

“공격하라!”

“놈들의 산채에 불을 질러라!”

수천 발에 달하는 불화살들이 곡선을 그리면서 우거진 삼림을 성벽으로 삼고 있던 흑산적의 산채에 떨어졌다.

이윽고 불길이 치솟았다.

시뻘건 화마가 입을 쩍 벌리면서 산채를 꿀꺽 삼켜버렸다.

원소군의 맹공을 수차례 버텨내면서 난공불락의 철옹성임을 주장했던 흑산적 산채가 결국 마지막 포위공격을 이겨내지 못한 채 검은 연기에 가로막혔다.

“으, 으아악!”

“쿨럭쿨럭! 불길이 밀려든다­!”

화재 속에서 병사들이 뛰어나왔다.

뜨거운 불길과 지독한 연기를 피해 병장기조차 버린 채 뛰어나온 흑산적 병사들이었다.

원소군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앞으로 겨눈 날카로운 창검을 힘껏 내지르면서 구사일생으로 화재에서 탈출한 도적들을 찔러죽였다.

“모조리 죽여라!”

“빌어먹을 도적놈들이다! 자비를 베풀지 마라!”

연이은 공격 실패로 수많은 전우들을 잃어야 했던 원소군은 악에 받친 상태였다.

천하를 훔치려 한 도적들이다.

살인과 약탈, 방화를 저지르며 무고한 백성들을 살육한 버러지 무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푸욱­!

파하악­!!

핏물이 뿜어졌다.

날카로운 창끝이 배를 가르면서 핏덩이가 튀어나왔다.

참혹한 장면이 연이어 펼쳐졌다.

이성을 잃고 달려든 병사들이 가차 없이 살육을 반복하면서 사방이 핏물로 물들었다. 실로 지독한 피비린내가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외야(外?)가 계속 주군을 휘두르는 것이 나 또한 못마땅하네만… 이렇게 된 이상 결국 주군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곽도가 굳은 표정으로 전선을 관망하고 있던 남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로장군(????) 국의였다.

여전히 주군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었는지 그의 얼굴은 한껏 불만으로 가득했다.

충성을 다해 보필했던 주군으로부터 근신을 명령받았던 국의는 맹대, 여위황으로부터 계속 감시를 받고 있었다.

“어째서 주군은… 계속 그놈에게 미련을 두고 계신지 모르겠소.”

표기장군 이성휘는 조맹덕에게 불변의 충성을 맹세한 무장이다.

결코 놈을 손아귀에 쥘 수 없을 터.

어째서 주군께서는 그놈에게 계속 미련을 두고 계신단 말인가.

지금까지 주군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해왔다.

그럼에도 결국 그놈을 택한 주군의 결정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놈은 결국 주군의 패업을 가로막는 최대의 원흉이 될 거요. 군사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소.”

“물론 나도 동의하네만.”

국의의 말에 곽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천하제일검 이성휘.

놈은 천하에 당해낼 자가 없는 일기당천이다.

조맹덕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심복은 끝까지 주군을 위해 검을 휘두를 것이 틀림없었다. 분명 최후의 순간까지 저항할 터. 천하제일검을 참살하기 위해선 수많은 병력들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지금은 무운을 빌 수밖에 없지 않겠나? 주군께서 결국 적진으로 향하셨으니. 주군의 마음을 현혹하고 있는 이성휘를 도모하는 것은 그 다음으로 미뤄도 되지 않겠는가.”

“만약 주군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내 기필코 놈을 죽이겠소!”

곽도가 두 눈을 번뜩이면서 뱀처럼 속삭였다. 그에 국의는 살의를 불태우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주군께서 출정하셨다.

지금쯤 적의 심장부를 앞두고 계실 터.

무엇보다 주군의 안위가 우선이었던 국의는 이성휘를 도모하려는 계획을 뒤로 미룬 채, 흑산적의 거점들에 맹공을 이어나가고 있던 곽도를 지원하면서 주군의 무운을 빌었다.

* * *

전령들이 도착했다.

적의 동태를 주시하던 척후병들이 재빠르게 달려와 보고했다.

­결국 경릉현(???)을 빼앗겼다.

­연이어 산채들에서 화마가 치솟고 있다.

­원소군이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총공세를 반복하고 있다.

민첩하고 재빠른 척후들이 장연에게 연이어 전황을 보고했다.

놈들의 맹공에 제법 매섭다.

계속된 맹공으로 태원군의 여러 산채들이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하북 전역을 제패한 군벌 세력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전선에 가로막힌 원소군을 비웃던 두령들도 슬슬 긴장하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원소 년이 제법 절박한 모양입니다. 결국 싸움에서 진 개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게 뻔한데도 계속 발악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장연의 심복이었던 뇌공이 애써 태연자약한 척 행동하면서 입을 열었다.

놈들의 기세가 제법 사납다.

과연 그들의 위명이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흑산적 두령들은 여유로운 모습을 이어나갔다.

군부의 장수들을 총동원하여 침공했던 대장군 하진조차 험준한 산세에 가로막힌 채 철수할 수밖에 없었기에, 최후의 발악을 반복하는 원소군 또한 결국 철수하게 되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천하제일검이라는 놈도 결국 원소 년처럼 그저 허명에 불과했나 보오.”

“하하핫! 놈에게 뭐 뾰족한 방법이 있겠소?”

“금강야차도 결국 험준한 산세들에 가로막혀 도망쳤소이다. 제깟 놈들이 용을 써봤자 우리들의 문턱에도 못 올 것이오!”

원소군의 거듭된 맹공에 일말의 두려움을 느낀 두령들은 애써 너스레를 떨면서 태연하게 행동했다.

그 모습을 주시하던 장연은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는지 척후들을 이끌고 있던 두장과 손경을 호명했다.

“놈들에게 무슨 잔꾀가 있을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당장 인근 지역들을 샅샅이 수색해라.”

병적일 정도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장연의 모습에 두장과 손경은 내심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연이은 저항들에 가로막힌 원소군이 어떻게 양곡까지 오겠는가.

날래고 용맹하던 제비도 결국 노쇠를 피할 수 없었는지 배중사영(?中??)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예, 두령!”

두장과 손경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한 기우에 불과하다.

노파심에 찬 늙은 호랑이의 걱정일 뿐이다.

그러나 두령의 명령을 감히 거부할 수 없었던 두장과 손경은 척후들과 함께 주변을 정찰했다.

* * *

두장과 손경이 휘하 병력을 이끌고 길목들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나 적들이 있을 리 없었다.

전선에서 헛되이 피를 흘리고 있는 놈들이 양곡 주변까지 어떻게 온단 말인가.

두 눈에 보이는 것은 녹음 밖에 없다.

살갗을 베는 억센 풀들.

저 너머까지 한없이 펼쳐진 나무들.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주변을 수색하던 두장과 손경은 욕지거리를 토해내고 싶은 심정으로 불평을 쏟아냈다.

“이런 빌어먹을!”

“대관절 적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만약 적들이 대군을 이끌고 인근까지 진입했더라면 당연히 위기를 알리는 봉화가 올라올 터.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들마다 봉화를 설치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봉화들은 감감무소식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은 늙어빠진 호랑이의 노파심 때문에 무익한 개고생이나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장 돌아간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고 전해야겠군!”

“그러세! 괜히 힘만 뺐군.”

두장과 손경이 수색에 투입되었던 척후들을 불러들이면서 신경질을 냈다.

며칠 동안 개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두 장수들이 분기를 토해내는 게 당연했다.

“자, 장군! 장군­!!”

땡볕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두 장수들을 향해 허리에 검을 찬 부하가 달려왔다.

어디서 불이라도 크게 났는지,

두 팔로 우거진 풀밭을 가르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봉화가… 봉화가 올랐습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어디서 봉화가 올랐다고!”

척후병들을 총동원하여 방면 길목들을 모두 수색하던 두장이 크게 대노하여 소리쳤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데,

어떻게 위기를 알리는 봉화가 오른단 말인가.

적들이 만약 대군을 이끌고 영역을 침범했다면 당연히 척후병이 움직임을 포착했을 터. 1천 명이 넘는 척후병들을 모두 투입했음에도 무엇 하나 발견한 적이 없었다.

“이, 이쪽이 아닙니다…! 놈들은 낙평(?)의 험준한 산세를 통과하여 곧장 양곡으로 들어섰습니다!”

“양곡…! 여기까지 쳐들어왔단 말이더냐!”

낙평 방면,

놈들은 태행산맥을 통과했음이 틀림없다.

병주(??)와 기주(??)를 양분하는 경계선 역할을 하는 태행산맥을 통과하여 양곡에 이르렀다면 당연히 척후들이 적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왜냐하면 흑산적의 척후병들은 대부분 상당군과 인접하고 있는 고을들을 중심으로 촘촘한 경계망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손경과 함께 척후병들을 이끌고 본진으로 귀환하던 두장은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을 토해냈다.

거의 본진에 다다랐을 때,

새카맣게 물든 연기들이 하늘을 가득 뒤덮을 것처럼 미친 듯이 솟구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두 개가 아니다.

낙평 방면과 마주하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모든 봉홧둑들에서 지독한 연기가 일제히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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