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화 〉 315. 병주일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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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기동전을 결사반대했던 정로장군(????) 국의를 배제한 채 전술을 수립했다.
그에 원소군 장수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국의가 누구던가?
공손찬의 몰락을 알린 계교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주역이다. 또한 수많은 부곡들을 거느린 군부의 2인자이기도 했다.
나서지 않았던 전투들이 없으며,
또한 참전했던 전투들마다 활약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국의가 원소의 노여움을 받아 근신을 명령받았다는 소식이 군중에 널리 알려졌다. 원소군은 훗날 적대관계가 될 이성휘에게 의존하는 듯한 원소의 모습에 우려를 품게 되었다.
“주군, 정로장군이 비록 오만하고 방탕한 성정이라고는 하나… 하북 제패의 일등공신이지 않습니까. 아량을 베풀어주십시오.”
분무장군(????) 저수가 국의를 다시 한 번 중용해줄 것을 호소했다.
비록 그는 교만방자한 성정이나,
지금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전공들을 세운 명장이다.
계교 전투에서 공손찬이 자랑했던 백마의종을 전멸시킨 것은 물론, 돌연 역습을 받아 전멸의 위기에 직면했던 주군 원소를 구원하기까지 했다.
드높은 용맹과 충성을 겸비한 명장을 한 번의 실수만으로 전투에서 배제시킨다면 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술렁이게 될 게 분명했다.
“분무장군은…, 제가 사내에게 빠져 사리분별을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시 시름에 잠겼던 금발의 여인이 근심에 찬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물었다.
그에 저수는 어찌 자신이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겠냐며 몸을 떨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오랜 연심에 푹 빠진 나머지 사리분별을 잃었을지도 모르죠.”
원소가 도톰한 입술을 꾹 깨물면서 중얼거렸다.
본인 또한 불안감을 느낀 것이리라.
동요하고 있음을 보여주듯 그녀의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내가 과연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인가.
사적인 감정에 결국 이성과 판단력이 무뎌지게 것은 아닐까, 원소는 끝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제 목표는 여전히 확고해요.”
이윽고 원소가 고개를 들면서 입을 열었다.
내 목표는 분명하다.
내 야망은 결코 변질되지 않았다.
천하를 거머쥐겠다는 웅대한 야망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원소는 흑산적 세력의 절멸이 천하통일의 패업으로 이어지는 중차대한 한 걸음이 될 것임을 천명했다.
“이번에 흑산적 세력을 모조리 근절하지 못하면 중원을 장악한 맹덕에게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완전한 천하이강(?下二).
그것이 바로 원소가 흑산적 토벌을 계획한 이유였다.
어떻게든 아군 세력을 중원을 제패한 조조군과 비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원소는 단기결전으로 불리한 전황을 뒤집으려는 이성휘의 계획에 찬동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빨리 맹덕을 따라잡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불만분자를 계속 어르고 달랠 수는 없어요. 저를 따르지 않겠다면 철저히 배제할 수밖에요.”
황제를 끼고 천하의 제후들을 호령하는 조조를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한다.
뜀박질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 빠르게,
더욱 스스로를 다그치며 달려야 했다.
국의가 하북 제패의 일등공신인 것은 분명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교만과 아집을 버리지 못한 국의는 제 욕망을 위해 행동할 뿐이므로, 더 이상 그를 곁에 둘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주군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어떻게든 국의를 다시 중용하도록 주군을 설득하려 했던 저수는 결국 원소의 결정을 수긍하게 되었다.
결국 여러 문제들을 떠안게 되겠으나,
어쩔 수 없이 아군이 받아들여야 할 부담이었다.
“주군, 정로장군에게 충성하는 부곡들이 무려 수천 에 달합니다. 정로장군이 불순한 행동을 벌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만약 출정했을 때 국의가 반란이라도 일으키게 된다면 아군은 전멸의 위험을 겪게 된다.
그를 우려한 저수는 국의를 경계할 장수들을 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저수의 말에 원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맹대와 여위황에게 경계를 명령하겠어요.”
맹대와 여위황은 원소를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충장들이다. 그들이라면 분명 국의의 으름장에도 결코 굴하지 않을 터.
곽도에게 본진의 지휘를 위임한 원소는 대군을 이끌고 내일 당장 출정하려 했다.
이것은 시련이다.
하북 4개 주를 제패한 이 원본초에게 과연 천명(??)이 함께 하는지를 묻는 시련.
가슴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공포와 두려움은 없었다.
오직 열망과 환열만이 가슴속에서 벅차오를 뿐.
천하의 명운을 건 전투가 펼쳐진다.
중차대한 결전을 앞두게 된 원소는 병력들을 이끌고 발해군에 입성하여 웅대한 포부와 함께 거병을 선언했던 영광스러운 날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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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 장연.
그는 난세를 틈타 우후죽순으로 난립했던 흑산적의 두령들 중에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낸 거두였다.
날래고 용맹하여 ‘제비’라 불리었으며,
교활한 꾀와 속임수들을 동원하여 연이어 관군들을 격파한 끝에 병주의 군벌로 성장했다.
우두머리로 섬겼던 장우각이 죽자, 장연은 그의 병력을 흡수하여 병주(??)를 중심으로 기주(??), 사예주(???) 지역까지 영향력을 떨치면서 한나라 황실과 조정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놈들의 동태는 어떠냐.”
두터운 호랑이 가죽을 허리에 두른 중년 남성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두령에게 물었다.
장연의 물음에 좌교가 입을 열었다.
“몇 번 패퇴를 겪더니 잠잠해졌습니다. 아마 놈들도 결국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흐음.”
돌연 상당군을 강습하여 흑산(?山)의 호걸들을 궁지에 내몰았던 원소군이 계속 침묵을 유지했다.
태원군의 험준한 산세에 의지한 채 항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아군 세력의 저항 덕분이다. 맹렬한 기염을 토해내던 놈들도 결국 힘을 다했는지 더 이상 공격을 퍼붓지 못하고 있었다.
“천출 대장군도 감히 이 장연을 쓰러트리지 못했거늘, 여남원씨 가문의 얼녀 따위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여겼더냐.”
한나라 황실이 장연과 두령들에게 벼슬을 하사하는 굴종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는 흑산적 토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토벌군을 파견하였으나,
모두 각개격파를 당한 채 망신만 당했을 뿐이다.
그 패전들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 십상시들은 결국 3개 주에 걸친 흑산적 세력의 영향력을 용인해주는 대가로 정전을 맺어야만 했다.
“크하핫! 조정의 개들이 어찌 두령을 이길 수 있겠소이까!”
“다만 아쉬운 것은 원소, 그 계집년을 아직까지 두령에게 바치지 못했다는 것이오! 제법 미색이 뛰어나다고 들었소만.”
우저근, 왕당, 손경 등의 두령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원소군을 크게 비웃었다.
그간 전투에서 병력을 많이 잃었으나,
수십만 명이 넘는 무리들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다시 보충하면 그뿐이다.
지금까지 압도적인 규모를 동원한 소모전으로 조정군을 수차례 격파해온 흑산적은 상당군과 태원군에서 원소에게 연전연패를 당했음에도 여유가 한껏 넘쳐흘렀다.
“주군, 저한테 군세를 맡겨주십시오! 제가 원소 년을 사로잡아오겠습니다!”
난폭한 성정의 두령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원소군의 침묵에 자못 교만해졌는지,
그는 양곡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이끌고 원소군의 진지를 급습하겠다고 말했다.
“닥쳐라! 주제도 모르고 나서려고 드느냐!!”
두령들과 담소를 나누던 장연이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소리쳤다.
혈기에 못 이겨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산채를 비우고 출정하려는 어리석음을 꾸짖었다.
우리가 서두를 필요는 없다.
시간이 무익하게 흐를수록 점점 궁지에 몰리는 것은 놈들일 테니.
오랜 굶주림에 지쳐 피폐해진 적들을 급습하는 일이라면 모를까, 아직 원소군은 강성한 상태였기에 구태여 놈들을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두령!”
장연이 두령들이 보는 앞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을 때,
갑주를 걸친 전령이 박차고 들어왔다.
전선에서 급보가 도착한 것이리라.
장연과 두령들의 시선이 전령에게 집중되었다.
“원소군이 일제히 진공을 시작했습니다! 경릉현(???)과 대릉현(大??) 방면의 척후들이 보내온 급보입니다.”
“원소 년이 다급해진 모양이군.”
하북 전역을 제패한 군벌 세력이 총공세를 시작했다는 급보가 도착했음에도 장연과 두령들은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일 뿐이다.
발버둥 치다가 결국 쓰러질 터.
험준한 산세에 의지한 채 항거하고 있는 흑산의 호걸들에게 패퇴를 반복할 뿐이리라.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천혜의 철옹성에 웅거하고 있는 흑산적 두령들은 오만과 아집에 물들어 있었다.
“우저근.”
“예, 두령!”
완전히 방관하지는 않겠다는 듯,
장연은 기골이 장대한 장수를 호명했다.
“머저리 같은 놈들의 시선이 전선에 쏠린 틈을 노려서 병참을 끊어버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 적들이 성난 황소처럼 무작정 앞으로 들이박기 시작했다.
토벌이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 불안감이 원소군의 둔영에 팽배하여 있을 터.
하진 또한 조급함을 떨쳐내지 못한 끝에 무작정 돌격을 반복했다가 어마어마한 피해와 손실만을 떠안은 채 패퇴한 바가 있다. 그리고 병주를 침공한 원소군 또한 하진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었다.
‘모래알처럼 잘게 흩어진 하북을 모두 제패한 여장부라고 하여 기대했더니, 결국 필부의 용맹을 가졌을 뿐인 계집년에 불과했군.’
장연과 두령들은 원소군은 험준한 산세를 뚫지 못한 채 꼴사나운 패주를 당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원소는 절대로 호락호락한 여인이 아니었다.
전선에 나선 병력은 별동대일 뿐이다.
그들의 공격은 본대의 움직임을 속이기 위한 교란에 불과했다.
원소와 이성휘의 본대는 크게 우회하여 협소한 길목을 돌파하고 있었다.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겠다.
기필코 네놈들을 모두 절멸시킬 것이다.
이를 빠득 갈면서 각오를 다진 원소는 이성휘와 함께 험준하기로 유명한 산세를 가로지르면서 흑산적의 급소를 향해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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