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화 〉 314. 안팎의 위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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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장에게 미끼 역할을 맡기는 것은 결코 전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전쟁에서 승전하더라도,
만약 총대장이 전쟁에서 전사하게 된다면 그 전쟁은 패배보다 못한 최악의 승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성휘는 동맹관계에 있는 세력의 장수였으며, 언젠가는 적으로 만나게 될 관계였다.
만약 원소군 장수들이 이성휘가 원소에게 미끼 역할을 맡도록 진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유지해온 조조군과의 동맹관계는 철저히 파탄이 나게 될 게 분명했다.
“흐음, 그럼 어떻게 분무장군과 정로장군을 설득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원소가 고민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팔짱을 끼며 고심을 거듭했다.
압박된 두 팔의 영향으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당장이라도 툭 튀어나올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었다. 그 모습을 본 이성휘는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본초 님, 부하들의 반발과 반대가 하늘을 찌를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본초 님에게 의도적으로 위해를 가하려는 행동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원소군의 부하들이 차도살인(???人)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표기장군 이성휘가 흑산적의 손을 빌려 주군을 처리하려 든다, 분명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었다.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진 원소군의 장수들은 주군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정으로 유명하다. 설령 주군의 허락이 하더라도 할지라도 거센 반발을 드러내면서 출진을 가로막으려 들 터였다.
“성휘가 제게 위해를 가할 리 없잖아요.”
“그렇게 속단하실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순진무구한 반응을 보이는 원소의 모습에 이성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원소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보건데,
일부러 이성휘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행동한 듯 보였다.
무뚝뚝한 남동생을 놀리기를 좋아하는 누나를 보는 것 같았다. 원소의 철부지 같은 장난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이성휘는 깊은 시름을 흘려야만 했다.
“성휘는 정말 걱정이 많네요.”
원소가 한쪽 눈을 찡긋 깜빡이면서 장난기가 흘러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졸지에 놀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성휘는 곤혹스러움에 물든 쓴웃음을 지었다.
“극도의 위험과 위기를 동반한 전투를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이 겪었어요. 특히 공손찬과 일전을 치렀던 계교 전투에서는 적들의 손에 목숨을 잃을 뻔했었죠.”
그녀는 한 마리의 백조와 같았다.
빼어난 기품과 자태를 뽐내면서도,
물에 가라앉지 않도록 한없이 두 발을 힘껏 내젖는 치열한 노력을 반복했다.
수많은 난전들을 승리로 이끈 덕분에 지금의 원소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북 4개 주를 거머쥔 진정한 패자로 등극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태원군에 웅거하고 있는 흑산적 세력을 모두 뿌리 뽑아야만 했다.
“이번에 반드시 흑산적을 멸망시킬 거예요. 난세를 이용하여 온갖 악랄한 만행들을 벌여온 그 악적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받아내겠어요.”
놈들을 모두 몰살시킨다.
오로지 그것을 위해 병주에 온 것이다.
진심으로 연모하며… 또한 진심으로 신뢰하는 사내와 함께 전장에 서게 된 원소는 강한 확신에 찬 상태였다.
천하제일검이 옆을 지켜주고 있다.
그렇기에 원소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흑산적 세력들이 도처에 깔린 사지로 발걸음을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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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휘하 제장들을 모두 소집하여 흑산적의 거점을 공격하겠노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장(??) 장연이 있는 양곡을 친다.
직접 군세를 지휘하여 험준한 산세들을 뚫고 양곡을 급습하겠다는 원소의 발언에 저수와 국의는 물론, 곽도 또한 아연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주군, 흑산적 세력이 강세를 부리고 있는 인근 군현들조차 아직 정벌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장연이 있는 양곡을 도모하시겠다니요!”
군략과 전술에 능한 숙장(??)인 저수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실로 무모하고 위태로운 방법이다.
만용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험준한 산세들로 둘러싸인 적진 중심으로 진공하게 된다면 치중을 모두 포기해야 할 터. 아군 세력의 도움이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로 전투를 치러야 함을 의미했다.
“그렇습니다! 결코 불가한 일입니다! 다시 한 번 재고하여 주십시오!”
국의 또한 저수와 함께 원소의 결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성휘를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진심으로 전쟁의 승패가 우려스러웠기에 꺼낸 말이었다.
사실상 모 아니면 도.
어쩌면 지금까지 일군 세력들을 모두 잃는 최악의 참사를 겪게 될지도 모르기에 결사반대를 외쳤다.
원소를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겠노라고 맹세했던 국의는 하북 제패를 달성한 시점에서 최악의 도박을 범하려 하는 그 결정에 두려움을 품었다.
‘저 빌어먹을 놈이 대체 주군에게 무슨 간계를 부렸단 말인가!’
국의가 두 눈을 부릅뜨며 방금 전까지 주군과 독대했던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이것은 간계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따위의 전술을 고안해낼 수 있단 말인가.
흑산적의 손을 빌려서 주군을 제거하려는 차도살인의 계책이 틀림없다. 주군을 일부러 사지로 내몰아서 처리하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표기장군! 무슨 간악한 흉계로 주군의 혜안을 가렸는가!”
국의는 당장 이 자리에서 검을 뽑아들 것처럼 살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상체를 숙이면서 검을 뽑아들 것 같은 행동을 취했다.
자신이 제아무리 용을 써도 천하제일검에게 일초지적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감히 아름다운 주군에게 차도살인의 계책을 지껄인 놈을 결코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물러서라, 정로장군!!”
콰앙,
원소가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감히 누구의 허락을 받고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날카로운 고함이 쩌렁쩌렁 울리면서 국의를 제지했다.
매서운 기세에 국의가 어깨를 떨었다.
온몸을 짓누를 듯한 위압감을 느낀 국의는 이를 악다물면서 한 걸음 물러서야 했다.
북방의 귀신을 꺾어버리고 하북 전역을 제패한 패자의 기백은 국의는 물론, 군사회의에 참여한 참모와 장수들을 위축시켰다.
“이게 대체 무슨 경거망동인가, 정로장군! 어서 주군에게 사죄를 올리게!”
국의를 만류하려는 듯 곽도가 손을 뻗으면서 얼음장처럼 매서운 대치에 끼어들었다.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살의.
원소의 붉은 눈동자가 살의로 물들었다.
살의로 번뜩이는 주군의 두 눈을 본 곽도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국의가 불경죄로 처형될 것을 두려워한 곽도는 국의의 어깨를 짓누르면서 황급히 제지했다.
‘분명 주군은 저 빌어먹을 놈의 간악한 꾀에 넘어가신 게 틀림없다! 영민하시던 주군께서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방책을 결정하시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치중을 완전히 내버린 채 적진으로 침투하는 극단적인 강습은 결코 주군에게 어울리지 않는 최악의 전술이다.
지금까지 원소를 보필하며 수많은 전쟁들을 승리로 장식했던 국의였기에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 저 죽일 놈 때문이다.
주군을 현혹시킨 것은 물론,
전선에 참전한 아군들을 모두 사지로 내몰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 주군을 현혹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감히 주군을 시해하려는 흉계를 꾀하려고 들다니!’
곽도의 필사적인 제지로 잠시 몸을 굽힌 국의는 주군의 마음을 완전히 독차지하고 있는 이성휘를 노려보면서 살의로 변질된 질투와 시기를 토해냈다.
이대로 당할 순 없다.
어떻게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주군이 스스로 사지로 향하려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주군, 저 빌어먹을 놈이 그렇게나 좋으십니까!’
이성휘에게는 물론,
지금까지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았던 자신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원소의 행동에 크게 분노하게 되었다.
목숨을 걸고 싸웠다.
맹세컨대 단 한 번도 목숨을 아꼈던 적이 없었다.
억하심정이 밀려들었다.
진심으로 충성했던 나를 이렇게 박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연심에 현혹되어 훗날 적대관계가 될 숙적을 위하는 주군의 행동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목숨을 다해 싸웠건만 내게 이따위 수모를 입히다니! 천하를 제패하겠다는 야망을 품은 원본초는 계집에 불과했군. 결국 사내에게 다리를 벌릴 뿐인 천박한 계집이었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강습을 계획한 인물은 이성휘 휘하의 참모라고 들었다.
만용과 오만에 찬 작자가 분명하다.
지금까지 거둔 연전연승에 취해 이따위 전술을 고안했음이 틀림없었다.
스스로 묫자리로 달려드는 꼴이나 다름없는 공격에 참전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던 국의는 그럴 법한 명분을 만들어 뒤로 빠지려고 했다.
“정로장군, 그대에게 근신을 명하겠습니다. 뒤로 물러나 처분을 기다리세요.”
“…받들겠습니다.”
원소의 명령에 국의는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는 심정을 품으면서 군막을 나섰다.
분명 이번 전투에서 빠지게 될 터.
휘하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자살행위 따위에 어울리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사이좋게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성휘에게는 물론,
충성과 경애를 마지않았던 주군에게까지 저주의 말을 보냈다.
“잠시 흐름을 끊어서 미안하군요. 어서 회의를 시작하세요.”
“예.”
결국 국의가 물러난 이후,
분기에 찬 표정을 짓던 원소는 잠시 지끈거리기 시작한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순유에게 군사회의를 진행할 것을 명령했다.
원소의 사나운 기백에 잠시 위축된 모습을 보인 순유는 헛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정돈하고 입을 열었다.
“아군은 양곡으로 이어지는 군현들을 곧바로 향하지 않고 크게 우회하여 들이칠 것입니다. 적들은 절대로 아군이 험준한 산세들로 가려진 낙평(?) 방면으로 치고 들어올 줄은 꿈에도 예상 못하겠죠.”
기존의 진격로가 아닌,
적의 퇴각로로 예상되는 통로를 거슬러 올라간다.
설마 수만 명에 이르는 대군이 어두운 그늘에 가려진 길목을 통과하여 적의 본진을 침공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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