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화 〉 312. 안팎의 위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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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여포 마중적토(????).
흑산적 세력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둬낸 분위장군(????) 여포의 무명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결코 여포를 가로막을 수 없으리라.
적은 숫자에 불과했던 기병대를 이끌고 1만에 달하는 보병군단을 궤멸시키면서 맹장의 정점에 우뚝 섰음을 입증해냈다.
“저렇게 걸출한 장수까지 휘하에 두고 있을 줄이야…!”
정로장군(????) 국의가 이를 빠득 갈면서 질투를 불태웠다.
둔영 어디를 가더라도 여포의 무명을 칭송하는 말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국의는 그 점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일신의 무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휘하에 있는 장수들 또한 선전무전(?戰無?)의 용장이었다.
빈틈과 허점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국의는 이성휘의 흠절을 발견해내지 못했다. 마치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처럼 모든 방면들에게 완벽함을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달을수록,
점점 그것을 받아들이게 될수록.
국의는 가슴을 뚝뚝 녹여내는 듯한 뜨거운 불길을 느꼈다.
‘주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될 놈이다. 필시 저 연놈들은 큰 후환이 될 터. 주군의 천하통일을 가로막는 후환들을 결코 살려둘 순 없지.’
질투는 곧 살심이 되어 타올랐다.
강샘에서 비롯된 살의였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국의는 그 살의를 주군의 천하통일을 위한 대의로 포장했다.
아름다운 주군은 내 여자다.
이 국의야말로 주군을 품을 자격이 있는 사내다.
반드시 여남원씨 가문의 여식을 차지하겠다며 강욕을 품게 된 국의는 이성이 마비된 망령처럼 계속 원소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군의 천하통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천하제일검을 죽여야 하오.”
날래고 용맹한 강병들로 편제된 황제의 군대는 두고두고 화근이 될 터. 국의는 여광과 여상을 불러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다.
그에 여광과 여상 형제는 난색을 보였다.
“처, 천하제일검을 말이오…?”
여광이 황망함에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은 아니다.
본인 또한 흑산적 대군을 상대로 용맹을 떨치던 육군의 존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니.
하지만 설마 살수들을 동원하여 표기장군 이성휘를 암살하자는 극단적인 방책을 꺼내들 줄 몰랐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정로장군. 혈혈단신으로 3백 명에 달하는 흉적들을 몰살한 천하제일검을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이오?”
당혹을 금치 못하는 형 여광을 대신하여 여상이 국의에게 불가함을 전했다.
상대는 천하제일검,
모든 무인들의 정점이다.
어떻게 감히 그를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가능하다면 응당 가세하겠으나,
천하제일검을 암살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가능성 없는 계획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도 창검에 찔리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오. 어찌 천하제일검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소? 내 반드시 수단과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기회를 마련해보겠소.”
여광과 여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의는 결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반드시 천하제일검을 제거하겠다.
강욕과 질투에서 비롯된 살의가 번뜩였다.
수천 명에 달하는 부곡들을 거느린 국의는 마치 극단적인 방법까지 모두 동원할 것처럼 광기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를 본 여광, 여상 형제는 두려움을 품게 되었다.
“주군께서는 알고 계시오?”
여광이 물었다.
그에 국의가 대답했다.
“한나라의 표기장군을 도모하는 일이오. 구태여 주군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싶진 않소. 양손을 더럽히는 것은 이 국의만으로 충분하니.”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수줍음에 물든 온화한 미소를 그 빌어먹을 놈에게 지어주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노가 치밀었다. 그 광경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살심이 솟구쳤다.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주군의 얼굴을 절망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피학적인 욕구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장군.”
여광과 여상 형제를 보낸 뒤,
잠시 상념에 빠진 국의에게 휘하 무관이 다가왔다.
“호관에 주둔한 채 주군의 명령을 기다리던 지원군이 군문에 당도했습니다. 총사는 분위장군입니다.”
“하필 분위장군이란 말이냐. 하필 고지식한 인간이 총사를 맡았다니.”
분위장군 저수가 3만에 이르는 지원군을 이끌고 당도하였다는 소식에 국의가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정도만을 고집하는 인간이다.
표기장군 이성휘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듣게 된다면 필시 반대하고 나설 터.
주군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다소의 불의를 받아들일 줄 아는 치중종사(?中??) 심배였다면 교섭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나, 외골수인 저수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장군, 곽도 군사가 분위장군과 함께 왔다고 합니다.”
“곽도가 함께 왔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신평과 친분이 있던 국의는 그와 막역한 관계인 곽도와 안면이 있었다.
곽도는 꾀에 능통한 모략가다.
또한 주군의 패업을 위해서라면 능히 제 손을 더럽힐 줄 아는 과감한 성정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분명 자신의 뜻을 전하면 충분히 납득해줄 터.
단독으로 표기장군 이성휘를 도모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국의는 저수와 함께 군세를 이끌고서 군문에 당도한 곽도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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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와 시기에 빠진 사내가 더러운 모략을 품고 있었을 때,
이성휘는 둔영을 한 바퀴 돌면서 병마들을 직접 점검하고 있었다.
휘하 무관들에게 맡기면 될 뿐,
한나라의 표기장군이 직접 관할할 업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성휘는 여전히 무관이었을 때의 버릇들이 버리지 못했다. 간혹 불시에 둔영을 점검하여 무관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주군, 상당군에 포진했던 흑산적 세력들이 북쪽으로 물러났다고 하옵니다.”
이성휘의 뒤를 따르던 가후가 연이어 치렀던 전투의 성과를 보고했다.
상당군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그는 병주 전역을 장악하고 있던 흑산적 세력이 분단되었음을 뜻했다.
국지전으로 전황이 이어지도록 주도한 원소군은 전술과 병력을 총동원하여 거대한 전력을 자랑하는 흑산적 세력을 서서히 붕괴시켰다.
“북쪽… 예상대로 놈들은 태원군에 응취했군.”
“원래 짐승들이 놀라면 한 곳으로 몰리지 않사옵니까?”
죽이고 약탈할 뿐인 짐승들.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요염한 미녀가 눈을 찌푸리면서 흑산적에게 혐오를 드러냈다.
놈들은 반드시 멸망해야 한다.
그 존재만으로 천하의 모든 백성들을 위협하는 해악이었기 때문이다.
“짐승들이라…. 틀린 말도 아니지.”
가후의 말에 중얼거린 이성휘가 재차 입을 열었다.
“연이은 패배로 쫓겨난 짐승들이 결국 궁지에 내몰리게 되었다. 분명 잔뜩 독이 오른 상태겠지. 독이 오른 짐승들은 이판사판으로 달려드는 법이다.”
이성휘는 가후에게 대안을 물었다.
궁지에 몰린 짐승들을 사냥할 방법.
무도군의 암여우에게 몰이사냥을 주문했다.
‘오늘 전투에서 봉선과 문원이 큰 공을 세웠지. 황실과 조정에 주청하여 포상을 내려달라고 해야겠어.’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두 여걸들은 황실과 조정으로부터 받는 포상보다 주인님의 칭찬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터.
하지만 그녀들의 내심을 무뚝뚝하기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이성휘가 알 리 없었다.
“주군!”
가후와 함께 둔영 주변을 순찰하던 이성휘에게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다가왔다.
비서랑(?書) 순유였다.
급히 달려오는 모습을 보건데 찾아다닌 듯했다.
“헥…! 헤엑…!”
그리 많이 뛴 것 같지도 않은데,
순유는 거칠게 숨을 헐떡이면서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땀을 옷소매로 닦아냈다.
전형적인 운동부족 증상이다.
항상 책상머리에 앉아 궁중의 도서와 문서들만 살피다보니 당연히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계책이 떠올랐습니다!”
“계책?”
“예! 태원군의 험준한 산세에 의지한 채 웅거하는 흑산적 두령들을 바깥으로 꾀어낼 비책입니다!”
두 눈을 또랑또랑 빛내면서 비책을 입에 담는 순유의 모습에 이성휘와 가후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머리가 많이 맛이 갔지만…,
지금까지 뛰어난 군략들을 진언하여 수많은 전투들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아니던가.
순유는 뛰어난 모략가이며, 또한 출중한 책략가이기도 한 가후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참모였다.
“공달.”
“네, 주군.”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헤실헤실 웃는 순유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 이성휘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분명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7촌 고모에게 용서를 받을 생각이겠지. 그녀는 어쩌면 도색소설 집필을 감히 상서령에게 ‘허락’을 받아내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깊은 한탄과 탄식을 부르는 이유였다.
“이 비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으신 분은 바로 본초 님이에요.”
“조호이산(?虎?山)을 위한 유인책이군.”
순유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은 이성휘가 두 눈을 부릅뜨면서 입을 열었다.
조호이산.
호랑이를 산에서 끄집어낸다.
험준한 산세에 의존한 채 웅거하는 적들을 제 발로 나오게 만드는 전략이다.
“동맹관계의 군주에게 감히 위험을 부담하게 할 순 없다. 불가하다. 차라리 내가 그 역할을 맡는다면 모를까.”
“주군께서 나서시면 오히려 적들은 더욱 깊게 숨을 텐데요.”
“어쨌거나 불가하다. 다른 책략을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책략을 반려한 이성휘의 모습에 결국 순유는 아쉬움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접을 순 없었는지,
이성휘에게 툴툴대는 목소리로 넌지시 물었다.
“여심 사로잡기의 천재이신 주군께서 나서주신다면 충분히 본초 님을 설득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끄럽다. 가능할 리 없잖나.”
실로 얼척이 없는 말이다.
이성휘는 불쾌감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순유에게 훈계하듯 말했다.
그에 가후는 “주군이라면 능히 가능하고도 남을 것 같사옵니다.”라고 중얼거렸다.
“고모님도 함락시킨 분께서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에요?”
“누가 누굴 함락시켰단 거냐.”
“홀딱 반하게 만든 여자들만 해도 세 자릿수를 넘기실 것 같은데.”
순유가 제 도톰한 입술을 툭툭 건드리면서 중얼거렸다.
그에 이성휘는 등을 돌렸다.
주군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두 군사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발걸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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