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 307. 황제의 군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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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少?) 공융과 그를 따르는 관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주 정벌이 단행되었다.
동원된 병력은 3만 5천.
서주를 1차로 침공했던 그때의 병력과 비교하여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정남장군(????) 조인을 총대장으로,
평로교위(????) 우금, 토구교위(????) 악진 등을 부장으로 하여 군세를 이끌도록 했다.
연주를 정벌했을 당시에 종군했던 강병들을 한꺼번에 서주 정벌에 투입시켰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서주를 정벌하고 도겸군을 멸망시키겠다는 조조의 각오가 드러난 듯했다.
“출진이다!”
“별장들은 휘하를 단속하라!”
서주 정벌군이 마침내 출격하였다.
철컥. 철컥.
갑주를 걸친 병사들이 행군을 시작하자 거친 금속음이 울렸다.
부우우우우우우우───!!
쩌렁쩌렁한 고각소리가 지평선 너머를 뒤덮었다.
선봉이 먼저 움직였다.
곧 중군(中?) 또한 움직이게 되었다.
흰 갈기를 가진 백마를 탄 흑발의 여인이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승전보를 가져오겠습니다, 표기장군.”
간단히 작별인사를 끝낸 뒤,
조인은 말을 재촉하면서 무관들과 함께 나아갔다.
기필코 언니에게 승전보를 바치리라.
고결한 전의와 맹세를 품은 조조군의 명장은 연모하는 사람과 다시금 작별을 고하게 되었음에도 매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참 까칠한 성격이라니까요.”
미련을 곱게 접어둔 채 앞으로 나아가는 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조홍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참으로 철두철미하다.
날카롭기 이를 때 없을 정도였다.
경애하는 언니를 위해 궂은일을 매번 도맡아온 조인은 이번 또한 마찬가지로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결코 반색하지 않는 충성스러운 모습에 조홍이 혀를 내둘렀다.
“그게 자효 님입니다.”
그 어떤 명령이든 복종하며,
설사 불가능에 가까운 명령이라도 반드시 완수해낸다.
과연 대단한 여걸이다.
이성휘는 굳센 의무감과 군인정신을 겸비한 조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이제 곧 가가께서도 출진하셔야죠?”
조홍이 물었다.
그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도에 투입된 병력이 이틀 내로 진류군에 도착할 겁니다.”
이성휘와 함께 육군(?)에 임명된 병주군단이 머지않아 도착할 것이다.
편제된 병력은 총 3만.
3만의 병력을 이끌고 병주 전선으로 향하리라.
여포와 장료가 이끄는 병주군단은 사예주를 뒤흔들었던 최강의 강병이다. 또한 숭산 전투에서부터 이성휘를 따라 종군한 연주의 강병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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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 정벌군이 먼저 출진한 이후,
뒤이어 흑산적 토벌군 또한 출진할 예정이었다.
공융은 서주자사(???史) 도겸을 치는 것에 거센 반대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흑산적을 토벌하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조정대신들과 마찬가지로 찬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흑산적은 기필코 토벌해야 할 적이다.
또한 천하를 어지럽히고 황실과 조정을 기만한 반역도당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공융은 흑산적 토벌에 찬성표를 던졌다.
“병주(??)의 태원군(太??)까지 간단 말이냐! 이역만리처럼 엄청나게 먼 곳일 터…!”
인형처럼 사랑스럽게 생긴 황태제가 두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움에 찬 표정을 지었다.
태원군까지 진군한다니.
그곳은 유주(??)와 경계가 닿아있을 정도로 북방에 위치한 군현이 아니던가.
분명 행군에만 수개월이 족히 걸릴 것이기에 유협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곧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예, 그렇습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담긴 유협의 물음에 이성휘는 심려가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족히 몇 개월 이상을 허비할 터.
흑산적 세력을 격멸하고 돌아올 때쯤이면 이미 아이는 태어난 이후겠지.
첫 아이의 탄생을 보지 못하는 것이 실로 한탄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흑산적 세력을 토벌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므로.
그렇기에 이성휘는 안타까운 마음을 잘라내면서 가슴 깊이 각오를 다졌다.
“황실과 조정, 그리고 백성들을 위한 일입니다. 어떻게 물러설 수 있겠습니까. 심려 마십시오.”
이성휘의 말에 유협은 “차라리 다른 장수를 보내면 되지 않느냐….” 라고 중얼거렸다.
알고 있다.
이성휘가 적임이라는 것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매번 희생을 자처하는 이성휘의 모습이 실로 안타까워 꺼낸 말이었다.
“제가 없는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말거라, 황실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다!”
유협이 제 가슴을 통 치면서 말했다.
조조를 진심으로 미워했지만,
머지않아 태어나게 될 아이는 이성휘의 아이였으므로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도움을 받았던가.
그는 역적들에게 붙잡힌 오라비를 구출한 것은 물론, 하마터면 그대로 명맥이 끊어질 뻔한 한나라 황실과 조정을 구한 은인이었기에 한사코 돕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그대에게 받은 도움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인사치레도 되지 않는다!”
유협이 배시시 웃으면서 이성휘의 손을 꼭 맞잡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입가에 해맑은 미소를 머금었다.
애교 넘치는 여동생처럼 웃는 유협의 모습에 이성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학업에 힘쓰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공부가 어렵지는 않으십니까?”
두 다리를 굽힌 채 몸을 숙이면서 유협과 눈높이를 맞춘 이성휘가 모범생 황태제에게 물었다.
황태제의 본분을 무겁게 받아들였는지,
책봉된 이후부터 유협은 하루도 빠짐없이 절차탁마하듯 학문을 닦고 있었다.
훌륭한 황제가 되겠다는 기대감을 품은 것일까.
작은 황태제의 또랑또랑한 황금빛 눈동자에서 강한 열망이 엿보였다.
“어렵지 않다! 훌륭한 성군이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공부이니!”
“과연 훌륭하십니다.”
이성휘가 손을 뻗으면서 작은 황태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흘러내렸다.
사르륵 흩어지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향기가 물방울처럼 퍼졌다.
공부를 훌륭하게 해낸 모범생에게는 그에 따른 상찬이 필요한 법. 이성휘는 유협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간의 노고를 칭찬해주었다.
“헤헤, 헤헤헤…!”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작은 황태제가 수줍음이 섞인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기쁘면서도 부끄럽고,
수줍으면서도 좀 더 본인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뒤섞였다.
아직 사람의 온정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였던 유협은 칭찬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이성휘의 친절에 두 눈을 글썽거릴 정도로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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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에 이르는 원소군 병력이 험준한 산맥을 돌파하여 마침내 상당군(上??)에 도달했다.
말벌들이 찬 벌집을 건드린 듯,
병주를 점거한 흑산적 병력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밀물처럼 달려드는 공세 때문에 원소군은 잠시 한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흑산적 세력과 목숨을 건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놈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겁먹지 말고 싸워라! 주군께서 우리들의 용전을 지켜보고 계신다!”
선두에서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장수는 걸출한 장수들이 모인 원소군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이었다.
정로장군(????) 국의.
원소가 하북 4개 주를 제패한 패자가 될 수 있도록 조력을 아끼지 않은 공신들 중 한 명이다.
계교 전투에서 공손찬 휘하의 장수였던 엄강을 참수하고 북방 벌판을 휩쓴 백마의종(白馬??)을 전멸시키는 전적을 세운 국의는 원소군의 2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극병들은 창을 들어라! 강노병들은 적들에게 일제히 사격을 가해라!”
훤칠한 용모를 자랑하는 남성의 외침에 선두의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날카로운 창극이 적을 막아섰으며,
또한 화살비가 새카맣게 쏟아지면서 무턱대고 달려들던 흑산적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흑산적의 예봉은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국의는 결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적들이 무너지고 있다! 기병들은 나를 따르라!”
날카로운 장검을 뽑아든 국의가 후열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병들과 함께 돌격을 감행했다.
화살들이 맹렬히 빗발쳤다.
그럼에도 국의는 아랑곳 않고 돌격을 이어나갔다.
양주(?) 서평군(???) 출신답게 국의는 뛰어난 기마술을 자랑하면서 전장을 가로질렀다.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비를 돌파한 기병대는 갈팡질팡하며 흔들리고 있는 흑산적을 단숨에 짓밟아버렸다.
“감히 네놈들 따위가 이 국의의 상대가 될 줄 알았더냐! 하북을 휩쓸었던 북방의 귀신조차도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거늘!!”
국의가 한껏 오만한 자신감을 과시하면서 우렛소리 같은 사자후를 내질렀다.
말을 재촉하면서 도망치는 적들을 향해 장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실로 무자비했다.
‘보고 계십니까, 주군! 이 버러지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병주를 바치겠습니다! 연모하는 주군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하겠습니까!’
국의는 원소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푹 빠진 숭배자들 중 한 명이었다.
어떻게든 부군으로 인정받겠다.
아름다운 주군의 남편이 되겠다는 강한 야심을 품은 국의는 그때부터 매우 노골적으로 행동했다.
주군에게 몇 번이나 구혼을 거절당했음에도 마음을 꺾지 않은 국의는 오만함으로 빚어낸 집착을 더욱 농밀하게 드러내면서 원소를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불태웠다.
‘천하를 품겠다는 당신의 야망을 내가 기꺼이 이뤄드리지. 나는 당신을 품을 터이니.’
원소가 천하를 모두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음을 국의가 모를 리 없었다. 주군의 야심을 익히 알고 있었던 국의는 그것을 이용하여 그녀를 탐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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