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6화 〉 306. 황제의 군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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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대신들로부터 환대를 받으면서 다시 조정에 출사한 공융은 조조에게 근심거리로 다가오게 되었다.
구경(九?)의 벼슬에 임명된 뒤,
공융은 본인의 명성과 가문의 명망을 이용하여 관료들을 결집시키기 시작했다.
이상과 정의감으로 점철된 오만한 명사.
한나라 황실과 조정에 충성하는 젊은 관료들은 성현의 후예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했다. 황실과 조정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패국조씨 가문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겨난 것이다.
“서주자사(???史) 도겸은 오랫동안 황실과 조정에 충성해온 명신이오! 어찌 사사로운 욕심을 명분으로 세워 전쟁을 일으킨단 말인가!”
공융은 먼저 서주 정벌을 반대했다.
도겸은 중원 각지에서 벌어진 반란들을 모두 정벌한 인물이다. 또한 서주자사에 임명되어 황폐화된 서주의 군현들을 풍요롭게 만든 활약도 있었다.
서주 정벌은 사사로운 욕심에 불과하다.
서주의 곡창지대를 빼앗기 위함이며,
부친이 도적떼에게 습격을 당했던 것을 앙갚음하려는 화풀이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했다.
“도겸은 황실과 조정의 국은을 입어 서주자사가 되었음에도 감히 천자(?子)를 자칭했던 궐선과 동맹을 맺고 사대부와 호족들을 위협했습니다. 어찌 그런 작자를 명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응당 토벌하여 국은을 배신한 죄를 물어야 할 겁니다.”
정위(??) 진궁이 궐선과 손을 잡았던 도겸의 행동을 지적하며 공융의 주장을 받아쳤다.
그는 호전적인 야심가이며,
난세를 틈타 권력을 잡으려는 군벌일 뿐이다.
번번이 병력을 동원하여 연주 지역을 자주 침범했던 전적들이 그가 야심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궐선은 서주자사의 손에 목숨을 잃었네. 기만책을 동원하여 역적을 매우 손쉽게 척살하였으니, 이는 오히려 상찬해야 마땅한 활약일세.”
궐선과 손을 잡았던 것은 손쉽게 역적을 제압하려는 기만술이다.
도겸의 행동을 기만술이라 주장하며,
역적을 토벌하기 위해 반역도당으로 위장한 도겸을 충의지사로 내세웠다.
군략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공융이 조조군의 참모들 중 뛰어난 군재를 자랑하는 진궁에게 마치 가르치듯 설명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도겸은 궐선과 손을 잡고 사대부와 호족들을 약탈한 것은 물론, 궐선을 교살한 뒤에는 그 부하들을 휘하에 두어 패악질을 방치했습니다. 패악한 역적에 불과한 도겸을 어찌 소부께서는 옹호하십니까?”
혹시 너도 도겸처럼 반역도당이냐.
진궁이 간접적으로 도겸을 옹호하는 공융을 도발했다.
그 말뜻을 알아들은 듯,
진한 금발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여성의 말에 공융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군재라고는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주제에 제가 잘난 책사라도 되는 것처럼 떠드네. 할 줄 아는 재주라고는 선동 밖에 없는 놈이.’
꼰대도 이런 꼰대가 없다.
제가 천하에서 가장 잘난 줄 알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결코 순응하려 하지 않는다.
공융은 오직 제 연륜과 명망을 믿고 조정을 주도하려는 오만함에 빠진 작자에 불과했다. 북해에서 들은 소문들만으로 도겸을 충의지사로 포장하는 그 행동을 통해 그가 무능한 선무당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그것은 사공(??)이 서주자사를 압박했기 때문이 아닌가!”
“또한 도겸은 제 상관이었던 유주자사를 끔찍하게 살해한 공손찬과 손을 잡았습니다. 거기에 원술과 얼마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합니다.”
공손찬과 원술은 천하가 지탄하는 악인들이다.
황실의 종친을 살해한 공손찬.
도망자였던 자신을 받아준 형주자사를 살해하는 패악을 저지른 원술.
진궁은 도겸이 공손찬, 원술과 손을 잡은 반역도당임을 주장했다. 또한 그를 충의지사로 포장하는 것은 결코 이치에 맞지 않음을 덧붙였다.
‘권력에 충성하여 벼락출세한 계집 따위가 감히…!’
진궁에게 철저히 반박당한 공융은 노여움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분노를 곱씹었다.
나는 항상 옳다.
지혜롭고 현명하며,
드높은 명망을 자랑하는 한나라의 충신이다.
성현의 후예로서 명망을 쌓아온 내가 출신도 모를 계집에게 논박을 당한단 말인가.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한 오만에 잠긴 공융은 수많은 인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자신에게 깊은 망신을 안긴 진궁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서주 정벌은 군략에 능한 정남장군이 수행할 겁니다. 장기전으로 이어지진 않을 터이니 맡겨주십시오.”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듯,
공융과 진궁에게 집중된 시선을 분산시켰다.
조조군의 2인자였던 이성휘의 발언에 조정대신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표, 표기장군이 그리 말한다면 믿겠소….”
옥좌에 앉은 채 공융과 진궁의 논쟁을 가만히 방관하고 있던 유변이 입을 열었다.
무슨 상황인지 헤아릴 수 없으나,
이성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유변이었기에 그 주장을 거들었다.
또한 황태제(?太?) 유협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동했기에 서주 정벌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조정의 여론이 모아졌다.
“표기장군이 직접 나서는 것이 좋지 않겠소?”
사도(??) 왕윤이 물었다.
그에 이성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지금까지 황실과 조정을 기만하며 천하를 어지럽혔던 흑산적을 토벌할 것입니다.”
황하 이북의 산맥지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수백만 명의 흑산적 세력.
하북을 제패한 원소군과 연합하여 오랫동안 살인과 약탈을 일으켜온 흑산적 세력을 멸망시키겠다는 이성휘의 발언에 조정대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흑산적 세력을 멸할 때가 왔다.
황제 유변은 물론,
황태제 유협 또한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 하지만… 병주 흑산적들은 백만 명에 육박하는 숫자라고 들었다…!”
원소군의 맹공으로 궤멸 직전까지 내몰렸던 적 있었지만 그들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숫자는 무려 수십만 명 이상.
스스로를 비장(??)이라 자칭하고 있는 장연을 중심으로 세력이 집결한 상태였다.
직접 병력을 이끌고 병주의 흑산적 세력을 토벌하겠다는 이성휘의 결정에 두려움을 느낀 유협은 우려가 담긴 목소리를 냈다.
“흑산적 세력을 좌시한다면 병주와 인근 군현의 백성들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희생당한 무고한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황실과 조정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흑산적 세력을 멸망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성휘가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흑산적 토벌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기필코 놈들을 멸망시키겠다.
그 목소리에서 날카롭게 벼린 결연함이 느껴졌다.
하북 일대는 물론, 사예주 일대까지 습격하여 수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낸 흑산적 세력을 모두 뿌리 뽑겠다는 이성휘의 주장에 조정대신들은 만장일치로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표기장군은 충신일세!”
“흑산적 세력을 모두 격멸한다면 천하는 다시 태평성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네.”
흑산적 세력에게 빼앗긴 황실과 조정의 권위를 되찾아올 좋은 기회다.
선황(??)이 흑산적 세력을 두려워하여 휘하의 두령들에 벼슬을 내리지 않았던가.
장연을 평난중랑장(??中?)에 임명하고,
휘하 두령들을 모두 장군과 교위의 관직을 내리면서 완전히 백기를 들었던 전적이 있었다.
일찍부터 선황을 따랐던 조정대신들은 이번 기회에 그 오만한 도적놈들에게 황실과 조정의 위엄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감히 비천한 무부(??) 따위가…! 출신도 모를 놈이 일신의 무력만을 믿고 위세를 떨치는군!’
한낱 무부 따위가 황실과 조정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음에 공융은 깊은 한탄을 입에 담았다.
난세가 도래한 탓이다.
사직을 무너뜨리려는 도적들이 활개를 치면서 창검을 숭상하게 된 것이리라.
뼛속까지 전통과 유교를 중시하는 학자였던 공융은 황제와 황태제 또한 한낱 무부를 총애하고 있음을 매우 경계했다.
“황실과 조정을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그대는 과연 한나라의 충신이다!”
순금을 녹여낸 금실처럼 아름다운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소녀가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병주의 흑산적을 모두 궤멸시킨다면 도탄에 시름하는 백성들의 삶 또한 크게 개선될 터. 그리고 흑산적에게 미온한 대처를 보인 부황(??)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폐하, 육군(?)을 이끌고 출진하겠습니다.”
육군,
황제의 군대를 출진시키겠노라고 말했다.
그에 옥좌에 앉은 유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표기장군을 믿네…! 어서 육군을 이끌고 나아가… 병주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해주게!”
“존명.”
육군의 병마지권(兵馬之?)을 상징하는 보검을 허리에 찬 이성휘가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취했다.
“병주의 반역도당들을 모두 토벌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해내도록 하겠습니다.”
황제의 군대가 출격한다.
토벌 대상은 흑산적.
황건적의 난을 틈타 대대적으로 거병했던 도적 세력을 토벌하기 위함이다.
황실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군기들을 높게 치켜든 채 반역도당들을 섬멸하리라.
육군의 병마지권을 관장하는 장수가 바로 천하제일검(?下?一?) 이성휘였기에 결코 황제의 군대가 패전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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