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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03화 (303/616)

〈 303화 〉 303. 폭풍전야의 그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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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질투가 심한 편이다.

그것도 매우.

근본도 모를 여자는 물론,

측실이 예정된 사촌이 꼬리를 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조조의 명을 받은 무위중랑장(??中?) 허저가 호위병들을 지휘하며 조홍을 집무실에서 끌고 나가는 광경을 본 이성휘는 그것을 다시 재확인했다.

“흥, 측실 주제에 감히…!”

불쾌감에 찬 콧방귀를 낀 조조가 차갑게 식은 냉차를 마시면서 중얼거렸다.

열불을 꺼트리기 위함인지,

냉차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노기를 발산했다.

이성휘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서늘한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는지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정말 일남(??)으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이성휘가 물었다.

그에 조조가 대답했다.

“걱정 말게. 가산을 모두 압류한 뒤에 변경으로 무전여행을 보내주려는 것이니.”

“…….”

세간에서는 그것을 ‘유배’라고 부릅니다.

이성휘는 애써 그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감히 눈앞에서 꼬리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총애하던 사촌을 망설임 없이 교주(??)로 보내려는 무정함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드, 들키는 순간 파국이다…!’

조인. 초선. 여포. 장료.

만약 그녀들과도 몰래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조조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성휘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단기필마로 동탁군에게 특공을 걸었을 때만큼이나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아니,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와 중압감을 경험하는 상태였다.

자승자박. 인과응보. 자업자득. 사필귀정.

여러 사자성어들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현혹해댔다.

“왜 그러는가, 귀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흑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른 미녀의 새하얀 얼굴을 본 이성휘는 죄책감을 곱씹게 되었다.

범람하듯 죄책감이 몰아쳤다.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할까?

아니,

대체 뭐라고 설명할 건데.

처제2가 유혹하여 동침했습니다.

황태제의 시녀와 동침했고,

두 부하들과도 함께 동침해버렸습니다.

당신을 향한 일편단심을 지키고자 최대한 거부하려 했습니다만, 결국 그녀들을 탐하고 싶다는 육욕에 지고 말았습니다.

‘음. 능지처참은 일단 예약인가.’

머리. 몸통. 팔. 다리.

하나도 붙은 채 태어난 몸뚱이가 따로 떨어진 채로 바닥을 나뒹구는 것을 상상했다.

“맹덕.”

“왜 그러는가, 귀관?”

“…그간 무심하여 죄송합니다.”

이성휘의 말에 조조는 찻잔을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귀관이 나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며 매번 서한을 보내주지 않았나? 나는 귀관에게 받은 서한들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네.”

상석에 앉은 조조가 몸을 일으켰다.

그 뒤,

서랍장 위에 둔 궤짝을 들었다.

궤짝 안에는 그간 이성휘가 보낸 서한들이 순서대로 곱게 정리되어 있었다. 쉽게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듯했다.

“나중에 앙이가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장성하게 되면… 귀관이 쓴 서한들을 보여줄 것일세!”

그때가 기대된다는 듯,

조조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새하얀 뺨을 수줍게 붉히면서 기뻐하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는 자리에 앉은 채로 몸을 들썩였다.

죄책감이 폭발했다.

이런 현모양처를 두고,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다니.

그래,

스스로 황하에 몸을 던지자.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죄책감의 파편만이라도 덜고 싶었으니.

“저, 전…!”

두 손으로 무릎을 움켜쥔 이성휘가 바들바들 떨리는 입을 열었다.

“맹덕을 연모합니다!”

“고, 고맙네….”

진심어린 목소리로 돌연 사랑을 고백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고백이 몹시 기뻤는지 새하얀 뺨을 붉혔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평생 사랑하기를 맹세했던 남편이 사랑을 고백했는데.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여준 적 없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다.

“나 또한 귀관을 연모하네.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아직도 어색하지만 말일세.”

귀관.

실로 투박스러운 호칭이다.

그에게 좀 더 사랑스럽게 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여졌다.

대체 어떻게 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육체관계를 맺음으로서 아이까지 가졌음에도.

여전히 조조는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처녀처럼 행동했다.

“귀, 귀관은… 가가, 라는 호칭이 좋은 겐가?”

작은 다람쥐처럼 귀여운 흑발의 여성이 입술을 우물우물 씹으면서 물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섬섬옥수처럼 고운 손가락을 연신 지분거리면서 복잡한 속마음을 표현하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아, 아니면…! 혹시 내가 불러줬으면 하는 호칭이 따로 있는 건가?”

조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고민했다.

당신. 자기. 여보.

과연 어떤 호칭이 좋을까.

그것들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웠다.

한 번씩 모두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앙이 아빠!”

“예?”

“단둘이 있을 때만… 귀관을 앙이 아빠라고 불러도 되겠는가!”

잘 익은 사과처럼 달아오른 얼굴.

흥분에 가득 찬 뺨과 파르르 떨리는 입가.

촉촉하게 젖은 붉은 눈동자와 새빨갛게 물든 귓가까지.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애써 억누르면서 과감하게 용기를 낸 조조의 폭탄발언에 이성휘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치는 감정을 경험했다.

“…….”

앙이 아빠.

진짜 부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앞서간 건가?”

“아닙니다. 맹덕의 남편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서… 오히려 기쁩니다.”

“후웃­!”

환하게 웃으면서 입을 연 이성휘의 대답에 조조가 부끄러움에 물든 신음을 흘렸다.

* * *

수십만 명에 육박하는 청주 황건적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둔 유비군이 마침내 귀환했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대군을 물리친 끝에,

용맹한 세 자매들은 마침내 북해상(北??) 공융을 구출하는 성과를 달성해냈다.

공융이 구출되어 돌아왔다.

그 소식을 들은 조정대신들은 성현의 후예가 돌아왔다며 환희를 금치 못했다.

“얼마나 노고가 많았는가!”

“북해상, 무사히 조정으로 돌아와 기쁘네!”

과거 공융과 함께 조정에 출사했던 동료들이 몰려나와 그를 반겼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주제에,

동료들은 거짓말을 읊으면서 애써 숙연한 척 행동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공융은 명망 높은 건안칠자(??七子)의 한 명이며, 또한 여러 요직들을 두루 거쳤던 성현의 후예였기 때문에 관료들은 생환을 반기면서 아부를 늘어놓았다.

“하늘께서 도우신 겁니다!”

“유비군이 큰 활약을 세웠습니다! 하마터면 성현의 가계가 끊어질 뻔하지 않았습니까?”

공융과 친분이 있던 조정대신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공융을 구한 유비군에게 큰 포상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동조하듯 공융이 입을 열었다.

“물론이오! 청주에서 수십만 대군을 무찌른 여걸들에게 큰 포상을 내려야 마땅하오! 내 직접 조정에 표문(?文)을 올리도록 하겠소.”

자신들을 돌연 극찬하기 시작한 공융의 행동에 장비는 ‘저 꼰대가 왜 저러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온갖 거만을 떨던 주제에,

갑자기 개과천선이라도 한 것인지 겸손한 척을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영 아니꼬웠다.

위선과 가식에 찬 얼굴로 선인처럼 행동하는 공융의 모습에 토악질이 밀려왔을 정도였다.

“익덕, 괜한 경거망동은 말아라. 우리는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다.”

청룡언월도를 든 흑발의 여인이 경거망동의 대명사인 여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제지했다.

안희현(???)에서 독우를 힘껏 매질했을 때의 성격이 나올까, 그것을 우려한 것이리라.

“나도 알아, 언니. 그냥… 저 꼰대가 짜증났을 뿐이야. 우리야 포상이나 받으면 되니까.”

성현의 후예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으니 어마어마한 포상을 받게 될 터.

괜한 치기에 빠져 순탄대로처럼 펼쳐지게 될 벼슬길을 놓칠 순 없었다.

이제 조정에서 벼슬살이를 하게 되겠지!

과연 어떤 무관직을 하사받게 될까.

맏언니는 고관대작에,

또한 자신은 둘째 언니와 함께 장군에 임명될 것이 틀림없었다.

“흥흥흥.”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저 꼰대와 작별이고,

우리 세 자매들은 모두 벼슬길에 오를 테니까.

거친 변경생활과 이제 작별이라는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문거, 어서 궁궐로 가세!”

“황상께 문후를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분명 황상께서도 그대를 몹시 어여쁘게 여기지 않겠나!”

곧 공융은 조정대신들에게 이끌려 진류군의 궁궐로 향했다.

오만과 편협을 겸비한 이상가.

자신의 이상과 판단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극단적인 독불장군.

공융은 곧 사공(??) 조조의 정적이 될 터였다.

황실과 조정을 장악한 조조군 세력에 강한 적개심을 가진 공융은 구경(九?)의 벼슬 중 하나인 소부(少?)에 임명되자마자 정적을 축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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