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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02화 (302/616)

〈 302화 〉 302. 천하이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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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北)의 원소.

중원(中?)의 조조.

공손찬군의 멸망으로 원소가 하북을 제패하게 되면서 천하가 이강(二)으로 양분되었다.

누가 천하를 차지하겠는가!

천하의 수많은 호사가들은 드디어 중원의 패자에게 호적수가 생겼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자효.”

“예, 언니.”

조조의 부름에 조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본초와 결전을 치르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하명하십시오.”

이윽고 조조는 조인과 여러 장수들의 면면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서주를 쳐라. 서주의 풍부한 물자들이 필요하다.”

도겸이 황건적을 대대적으로 토벌하고 서주 호족들과 연계하여 선정을 베푼 덕분에 서주는 수확기에 수십만 석에 달하는 곡식들을 거둘 정도로 유명한 농업지대가 되었다.

곡창들이 모두 가득하였으며,

또한 가을이 되면 드넓은 벌판이 모두 노랗게 익을 정도였다.

비록 늘그막에 접어든 도겸이 아첨꾼들을 낀 채 여러 실정을 저질렀으나, 미축과 손건 등의 우수한 관료들이 포진되어 있었기에 서주의 풍요로움은 여전히 건재했다.

“예! 반드시 서주를 바치겠습니다!”

도겸.

그 늙은이를 이번에야말로 죽이겠다.

패국조씨 일가를 살해하려 했던 도겸은 여전히 철천지원수였다.

부하 장개의 독단으로 밝혀졌으나…,

그럼에도 패국조씨 가문의 종친들은 도겸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었다.

“귀관.”

“예, 맹덕 님.”

조인에게 명령을 내린 뒤,

조조는 이성휘에게 또한 명령을 하달했다.

“황실 병력을 이끌고 흑산적을 치게. 본초, 그 여자에게 우리들의 힘을 보여주게.”

“알겠습니다.”

흑산적 토벌은 결코 원소군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들의 힘을,

중원을 제패한 조조군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일 뿐.

또한 한나라 황실과 조정을 수호하는 육군(?)의 위엄을 천하에 떨치려는 의도도 있었다.

“언니, 조정대신들 중에 원소를 내심 옹호하고 있는 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배은망덕한 놈들…, 지금까지 누구 덕분에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광록대부(光?大?) 양표는 물론,

여러 조정대신들이 원소를 옹호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원소가 청류파 관료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탓이다.

뛰어난 군재와 군략을 겸비한 원소를 추종하는 인물들이 조정에 가득했다. 그들 대부분은 조정에 출사했던 원소와 교분이 있는 경우였다.

“분명 원소와 내통하고 있을 겁니다!”

“조정 놈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위병들을 풀어 감시토록 하겠습니다!”

악진의 선제공격 주장을 배격했던 조정대신들의 행동은 호전적인 장수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놈들은 원소의 끄나풀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아군을 팔아넘길 게 분명하다.

호적수의 등장에 압박감을 느낀 장수들은 크게 예민해진 상태였기에 매우 과격하게 반응했다.

“정황이 그러할 뿐…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도, 상서복야와 의논하여 관료들을 단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심과 경계를 계속 방치한다면 거센 폭력이 되어 몰아칠 터.

장수들의 호전적인 성향을 우려한 이성휘는 불온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료들을 엄중하게 단속하겠다는 의견을 꺼냈다.

“귀관이 나선다면 관료들도 경거망동하진 못할 테지.”

그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정대신들은 원소에게 호의적이나,

그 호의가 이성휘에게 보내는 경외와 존경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휘두르며 수많은 역적들로부터 황실과 조정을 구원해낸 천하제일검은 조정대신들의 기대와 외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흠흠.”

“표기장군이라면….”

이성휘가 직접 나선다는 말에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던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순응했다.

천하제일검.

조조군의 2인자.

무의 정점이며, 또한 주군의 남편이기도 한 이성휘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귀관.”

“예, 맹덕 님.”

충성스러운 부관의 모습을 응시하던 조조가 이윽고 입을 재차 열었다.

“조정과 계속 친분을 유지하되… 결코 조정을 신뢰하지는 말게. 놈들은 과거의 권위와 위엄을 하염없이 쫓을 뿐인 구태(??)에 불과하니.”

“명심하겠습니다.”

괜한 기우일지도 모르겠으나,

조조는 계속 조정대신들과 교분을 맺고 있는 이성휘를 우려하고 있었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조정대신들은 여전히 탁상공론이나 내세우고 있을 뿐. 난세의 실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샌님에 불과했다.

혹시라도 사랑하는 부관이 교활하기 짝이 없는 조정대신들에게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까, 조조는 그것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 * *

군사회의가 끝난 뒤,

조조와 이성휘는 오붓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내정(??)과 외정(外?)을 잠시 제쳐두고 그간 있던 일들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그간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는지,

새하얀 뺨을 발그랗게 붉힌 흑발의 여인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수다스러운 입을 계속 움직였다.

“요즘 들어 부쩍 태동이 늘었다네. 후후, 귀관을 닮아 무척 부지런한 게지.”

조조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볼록 솟은 배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생명의 태동이 느껴졌다.

벌써부터 밖에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리라.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커진 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조조는 사랑하는 남성을 쏙 빼닮은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면서 모성애가 담긴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아버지께서 이틀에 한 번씩은 꼭 들르신다네. 그간 무심한 모습들만 보이시더니…, 딸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는 항상 안부를 확인하러 오실 정도로 유별난 모습을 보이시는군.”

산모에게 좋은 보약들을 수레에 가득 담아서 보낼 정도로 지극정성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린 조조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고지식하던 아버지께서,

설마 이렇게 팔불출이 되실 줄이야.

지금쯤이면 사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터이니 조덕과 함께 버선발로 뛰어올 게 틀림없었다.

“중차대한 일이지 않습니까.”

“귀관의 말이 맞네. 언젠가 패국조씨 가문을 이끌게 될 터이니.”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귀여운 딸도 좋겠지만…,

부관을 닮은 듬직한 아들이 태어났으면 했다.

분명 부관을 쏙 빼닮아 잘생긴 용모를 타고나겠지.

훤칠하게 자란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패국조씨 가문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20년 이후의 미래를 상상했다.

“앙(밝을 앙: )…. 정말 좋은 이름일세. 대체 어떻게 그 이름을 생각한 겐가? 밝고 높은… 그리고 높은 곳으로 오른다는 의미가 담긴 한자가 아닌가!”

아무래도 조앙, 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쏙 들은 모양이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 또한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기뻐해주었다.

“가가!”

흑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옆으로 질끈 묶어낸 여인이 화사한 미소와 함께 이성휘에게 안겨들었다.

방금까지 군사회의에 참석했던 조홍이었다.

허심탄회하게 안기고 싶었는지,

집무실에서 조조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던 이성휘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꼭 끌어안았다.

뭉클­.

커다란 유방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부드러운 살결에서 과육처럼 달콤한 향기가 났다.

“가가…?”

조홍이 꺼낸 새로운 호칭에 이성휘가 멋쩍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곧 혼례를 올릴 텐데, 계속 무뚝뚝하게 부를 순 없잖아요? 물론 표기장군의 얼굴은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뚝뚝하지만요.”

괜한 사족은 안 붙여도 돼.

쿡쿡 웃음을 터트리는 귀여운 소악마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사랑하는 남편과 사촌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바라보던 조조의 두 눈이 가늘게 휘었다.

지금까지 충성과 충의를 다해 봉행해온 사촌을 머나먼 변경으로 유배 보낼 것 같은 기운을 발산했다.

일남(??)와 남만(??).

과연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

남편을 “가가.”라고 부르면서 애교를 살살 떠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었다.

하해와도 같은 자비를 베풀어 측실(??)로 들어오도록 용인해주었건만, 얌전히 뒷전으로 물러나 총애의 찌꺼기나 받아먹을 것이지… 살살 약 올리듯 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는 사촌의 행동에 분노가 솟구쳤다.

‘그, 그럼 나도… 가가, 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분노를 곱씹던 조조가 이윽고 눈을 돌리면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가가(??).

형, 오빠를 부르는 호칭이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부르는 호칭이기도 했다.

‘아니…! 감히 측실 따위와 같은 호칭을 쓸 수는 없지. 다른 호칭을…! 가가가 아닌 다른 호칭으로 부르겠다.’

측실이 남편을 ‘가가’라고 부른다면,

정실인 자신은 가가보다 더 친밀한 호칭으로 불러야 마땅하리라.

본처(??)로서 위엄과 자존심이 달린 일이기에 조조는 혼례를 올리기 전까지 마땅한 호칭을 정하겠노라고 계획했다.

‘일단 저 불여우 같은 년을 일남이나 남만으로 보낸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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