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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01화 (301/616)

〈 301화 〉 301. 천하이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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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 4개 주를 통일한 패자(者)가 탄생했다.

조조는 곧장 소집령을 내렸다.

장수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소집령을 받든 장수들은 진류군으로 빠르게 집결하게 되었다.

신속한 명령체계를 가진 조조군답게 전선에 파견된 장수들이 모이기까지 겨우 며칠 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소군이 하북을 완전히 규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토구교위(????) 악진이 소리치며 말했다.

결코 이대로 둬선 안 된다.

군세를 동원하여 업성(??)을 공격해야 한다.

악진은 만약 이대로 원소군이 4개 주를 모두 규합한다면 거대한 화근이 될 것이라며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그렇습니다!”

“원소군을 결코 이대로 둬선 안 됩니다!”

다른 장수들도 악진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소군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다.

각 전선에 투입된 병력들을 모두 동원하여 백마(白馬)를 넘는다면 원소군은 지리멸렬하여 흩어지리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전을 겪어본 바 없는 조조군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원본초는 황실의 종친인 유주자사(???史) 유우를 살해한 악적, 공손백규를 죽인 의인일세. 어찌 의인을 공격한단 말인가?”

광록대부(光?大?) 양표가 나서며 말했다.

원소는 폭정과 폭력을 일삼았던 공손찬을 토벌하여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았다.

황제와 조정대신들이 모두 소집된 어전회의에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원소군을 공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일 줄이야.

조조군 장수들의 호전적인 모습에 몇몇 조정대신들은 탐탁지 않다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전쟁을 벌인단 말인가?”

“차라리 원본초에게 벼슬과 봉토를 주어 달래는 편이 좋지 않겠소.”

조정대신들은 원소에게 벼슬과 봉토를 하사하여 스스로 복종하게 만들자는 회유책을 제안했다.

굳이 유혈을 볼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백성들이 전란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나칠 정도로 호전적인 장수들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전란을 원치 않을 터였다.

난세와 전쟁에 깊은 염증을 느끼고 있던 조정대신들은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며 전쟁을 반대했다.

“고관대작들은 빠지시오!”

“전쟁에 대해서 뭘 안다고….”

갑옷을 걸친 장수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그들의 거친 압박에 놀란 조정대신들은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잠시 뒤로 물러섰다.

“그만. 황상께서 보고 계십니다.”

무겁게 내려앉은 냉철한 목소리가 살벌한 분위기를 강하게 짓눌렀다.

철컥.

황금 갑주를 걸친 흑발의 여인이 한 걸음 다가서면서 좌중을 휘어잡았다.

평동장군(????) 조홍.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진 언니를 대신하여 그녀가 어전회의에 참석했다.

언니를 대신한다는 중압감 때문일까,

조홍은 어전회의에 참석한 면면들을 힐끗 노려보면서 누구도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물러서라, 토구교위.”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짧게 기른 여인이 두 눈을 매섭게 뜨면서 악진에게 경고했다.

정남장군(????) 조인이었다.

예주 전선에서 잠시 물러난 뒤,

진류군에서 군부를 지휘하게 된 조인은 엄격한 위압감을 휘두르며 호전적인 장수들을 이끌었다.

조인의 경고에 자신이 경망스러운 행동을 보였음을 깨달은 악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로 물러섰다.

“일단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백마와 연진에 군세들을 배치시키는 게 좋겠지. 저들도 선제공격을 구상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붉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걸이 사나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건무장군(????) 하후돈.

연주 3군을 통솔하는 감군이었던 그녀는 먼저 기주와 맞닿은 전선들에 병력을 증원할 것을 건의했다.

불여우처럼 신중하고 교활한 성격의 원소가 무턱대고 공세를 벌일 가능성은 적으나….

원소의 장수들은 주군을 위해서라면 불난 집에 볏짚을 떠안은 채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용맹했기 때문에 미리 대비가 필요했다.

‘회임을 한 사공이 잠시 조정을 비웠어도… 패국조씨 가문의 위상은 빈틈이 없군.’

왕윤이 조홍과 조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조홍. 조인. 하후돈. 하후연.

비록 조조가 뒤로 물러났으나,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조씨와 하후씨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매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누구도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으리라.

사공(??) 조조의 번견과도 같은 종친들이 가차없이 반란을 진압할 것이기에.

* * *

표기장군(????) 이성휘가 도착했다.

천하제일검.

낙양대전의 영웅.

날카롭게 뜬 눈과 표기장군의 권위를 상징하는 묵빛 갑옷.

갑옷을 걸친 채 궐문으로 들어온 이성휘의 모습에 좌중은 숨을 내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를 주목했다.

“충!”

“충!”

허리에 검을 찬 무관들이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천하제일검에게 경의를 표시했다.

성문교위에서 어림총사를 거친 뒤,

군부의 2인자인 표기장군에 오른 위대한 무인.

마침내 서량의 역적을 섬멸하여 천하제일의 칭호를 얻어낸 이성휘는 모든 장졸들로부터 존경과 외경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우웃!”

무거운 분위기가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

짤막한 두 다리로 이성휘의 뒤를 졸졸 따르고 있던 흑발의 소녀가 긴장된 듯 침음을 흘렸다.

속관(??) 사마의.

허도에 있는 가후와 순유를 대신하여 이성휘를 보필하게 된 사마의는 흑요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굴리면서 주변 장소를 눈에 담았다.

“처, 천천히 좀 가셈…! 다리 아픔!”

히잉, 사마의가 투정을 부렸다.

그 툴툴대는 목소리에 성큼성큼 걷던 이성휘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사공께옵서 안에 계십니다.”

뒤를 졸졸 따르던 사마의가 헥헥, 숨소리를 낼 정도로 바쁘게 발걸음을 움직이면서 도착한 곳은 조조의 집무실이었다.

이제 곧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무뚝뚝한 표정에 희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조조의 시녀들은 속으로 쿡쿡 웃으면서 애타는 심정을 떠안고 있는 사내의 모습을 응시했다.

“…….”

이성휘는 이윽고 떨리는 손을 움직이면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계속 뒤를 졸졸 따르던 사마의도 이성휘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려 했다.

“히에엑­!”

하지만 사방에서 뻗은 시녀들의 손길에 붙잡힌 사마의는 출입을 저지당하고 말았다.

금슬 좋은 부부의 재회에 찬물을 폭 끼얹을 가능성이 높은 흑발의 소녀는 시녀들에게 억류된 채 벌꿀사탕을 받게 되었다.

“오오! 벌꿀사탕­!!”

곧 흑발의 소녀는 노란 빛깔을 품은 벌꿀사탕을 입에 가득 머금으면서 기뻐했다.

그대로 이성휘를 잊어버렸는지,

벌꿀사탕을 끊임없이 우물우물 먹으면서 그 달콤함에 미소를 활짝 지었다.

* * *

다시 재회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몇 개월의 시간이 억겁의 세월처럼 느껴지는 듯하다.

부드러운 미소를 활짝 지으면서 맞이해주는 흑발의 여인을 본 이성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귀관.”

듣고 싶었던 말.

듣고 싶었던 목소리.

보조개가 폭 보일 정도로 활짝 미소를 짓는 조조의 모습을 본 이성휘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을 가득 물들이는 것을 경험했다.

어떻게 이를 표현해야 할까.

이성휘는 진심으로 그를 고민했다.

나의 형편없는 말재주로 어떻게 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망설여졌을 정도였다.

찰나의 순간에 번뇌를 느낀 이성휘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법으로 그녀에게 속마음을 표현했다.

“그간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방법은 실로 명료했다.

있는 그대로,

그저 마음속 진심을 전달했다.

여전히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로 수개월 만에 만난 사랑하는 연인에게 마음을 꺼냈다.

“풋! 아하하하!”

새하얀 뺨을 불그스름하게 붉힌 조조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체면을 잠시 잊은 채,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백을 한 남성을 향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어찌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그만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귀엽다.

귀여워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이 반한 남성은 여전히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귀관, 나도 보고 싶었다네. 이토록 사랑스러운 남편을 어찌 보고 싶지 않았겠나?”

“크흠….”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듯한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가 헛기침을 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심장이 쿵쿵 뛰는 듯하다.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성휘는 유쾌함에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는 조조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이 또한 건강하다네.”

흑발의 여인이 성모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손길로,

천천히 배를 쓰다듬으면서 모성애를 표현했다.

그 성스러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성휘는 거친 손길을 뻗으면서 그녀의 새하얀 뺨을 쓰다듬었다.

“건강하게 잘 태어날 걸세. 우리 ‘앙이’ 말일세.”

거칠고 메마른 손바닥이 부드러운 뺨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애정을 전달했다.

행복에 찬 애정이 느껴졌다.

재회를 기뻐하는 사내의 마음이 가득 담긴 애정이었다.

조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뺨을 쓰다듬고 있던 이성휘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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