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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00화 (300/616)

〈 300화 〉 300. 천하이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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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중원을 제패하고,

원소가 하북을 마침내 통일했다.

세력의 균형이 급박하게 격변하고 있었음에도 서주(??)의 도겸군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였다.

팽성 전투에 참전했던 3만의 병력들 중 태반을 잃고 패주했던 서주자사(???史) 도겸은 결국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울화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언니,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청룡언월도를 든 흑발의 여인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도겸군으로부터 서한이 도착했다.

서한의 내용은 구원.

황건적 대군을 모두 무찌르고 북해상(北??) 공융을 구해냈던 것처럼 간악한 조조군으로부터 부디 서주를 구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해왔다.

“흐음, 글쎄~?”

의동생의 물음에 선두에서 말을 타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갸웃 흔들면서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하늘하늘한 새하얀 백발.

진한 색채로 점철된 붉은 눈동자.

가녀린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젖가슴이 위용을 자랑했다. 갑옷으로도 완전히 압박할 수 없었는지 움직일 때마다 위아래로 출렁출렁 흔들렸다.

“아무리 궁핍한 처지라고 해도… 몇 번이나 신세를 졌던 조조군과 싸우라니, 정말 무리한 부탁이지.”

위로 길쭉하게 뻗은 토끼귀 머리장식을 하고 있던 백발의 여인이 곤혹스러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도겸군의 제안은 실로 난해했다.

무시무시한 조조군과 싸워달라니,

서주를 위해 옥쇄(??)하라는 말과 진배없지 않은가.

도겸군으로부터 서주자사의 관인(??)을 양도하겠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원 최강의 군벌과 싸워달라는 제안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맞아! 무리한 부탁이야, 무리한 부탁이라구!”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녀가 장팔사모를 번쩍 들어올리면서 소리쳤다.

불가능하다.

절대 제안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세 자매들 중 막내였던 장비는 결사반대를 주장하듯 매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절대로 불가능해! 어떻게 조조군하고 싸워?!”

당장이라도 입에 게거품을 뿜을 것처럼 장비가 격렬하게 어깨를 떨어댔다.

조조군,

중원 3개 주를 차지한 최강의 세력이다.

무려 12만에 육박하는 동탁군을 불과 3만의 병력으로 궤멸시킨 낙양대전(?大戰). 동탁의 목을 썰어버리고 수만 명의 병력을 모두 진멸한 천하제일검의 위명은 천하를 뒤흔들었을 정도였다.

‘운장 언니는 어린 남자애들이 연관되어 있지 않으면 제정신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문제는 현덕 언니인데…!’

제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몰아붙이듯,

불구덩이나 다름없는 전선으로 매번 뛰어들었던 맏언니의 특이한 성벽을 떠올린 장비는 혹시라도 도겸군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까 두려워했다.

이번만큼은 안 된다.

어떻게든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

만약 온몸에 피칠갑을 한 천하제일검과 전쟁터에서 조우하게 된다면 곧바로 오줌을 지릴 테니까.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서주자사를 매몰차게 외면하는 것은 무척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어렵겠네.”

“그럼, 당연히 그렇지!”

혹시라도 도겸군을 돕게 될까,

전전긍긍하며 대답을 기다리던 장비는 맏언니의 결정에 화색을 지으면서 기뻐했다.

드디어 그 망할 성벽을 떨쳐낸 걸까.

처음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은 맏언니의 모습에 장비는 눈물을 쏟을 것처럼 두 눈을 글썽이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병력으로는 무리일 테니까.”

수많은 병력들이 뒤를 따랐다.

유비군의 병력은 1만 7천.

겨우 1만을 넘겼던 의용군 병력은 황건적 세력과의 싸움으로 크게 성장했다.

북해상 공융의 병력과 청주 각지에 뿔뿔이 흩어졌던 관군들까지 모두 흡수한 유비군은 한 세력을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원 3개 주를 차지한 조조군에는 감히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일단 진류군으로 돌아가자. 북해상 어르신을 진류군까지 안전하게 모셔야지.”

“알았어.”

도겸군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유비군은 귀환을 서둘렀다.

연주에 진입한 뒤,

곧바로 연주성을 통과하여 진류군으로 향했다.

“어르신, 머지않아 진류군에 도착할 겁니다.”

“제법 오래 걸리는군.”

공융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안전하다.

목숨을 위협받을 일이 없다.

유비군의 도움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공융은 신분과 출신을 내세우면서 거만한 모습을 보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병사들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것처럼 구차한 모습을 보이더니, 치안과 안전이 확보된 연주에 도착하자마자 안하무인처럼 행동했다.

실로 대단한 철면피가 아닐 수 없었다.

* * *

공손찬과 숙명의 대결을 펼쳤던 원소가 마침내 하북을 거머쥐었다.

결국 공손찬군은 멸망했으며,

뿔뿔이 흩어졌던 하북 4개 주는 원소가 차지했다.

전령을 통해 급보를 듣게 된 조정대신들은 하북 최강의 세력으로 우뚝 서게 된 원소군의 비상에 자중지란을 일으키듯 크게 술렁이게 되었다.

“소식 들으셨소? 원소가 하북 4개 주를 모두 석권하였다고 하오!”

“북방의 귀신이 역경루에서 목숨을 끊다니… 그 소식을 듣고도 차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불과 수천 명의 군세로 무려 30만에 육박하던 황건적 대군을 무찔렀던 북방의 귀신이 죽었다.

소식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는지,

조정대신들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은 채 황망함을 토해내기 바빴다.

한편 일부 관료들은 원소가 하북을 통일했다는 소식에 두 눈을 번뜩이면서 벌써부터 제 잇속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원본초는 천하가 인정한 의인이다. 분명 도움을 베풀면 곱절로 그를 갚을 터…!’

‘얼녀 출신이긴 해도… 사세삼공(四世三?)의 여남원씨 가문이라면 믿을 수 있지! 오랫동안 대들보 역할을 해온 한나라의 명문가가 아닌가!’

원소는 탁류파에 속한 여남원씨 가문의 혈육이었음에도 청류파 인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부모의 6년상을 치렀으며,

또한 재야의 거두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여러 명사들과 교분을 맺고 있었으므로 명망이 대단했다.

효심이 깊으며 학식 또한 출중하다.

대장군(大??) 하진의 막료로 활동하며 군재와 군략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동탁이 천하를 어지럽히며 황실과 조정을 능멸했을 때는 직접 군대를 인솔하여 전쟁을 벌이는 등의 우국충정을 행했다.

효(?)와 충(?)을 두루 갖춘 원소에게 관료들이 마음을 보내는 것은 매우 당연했다.

“어르신, 원소는 효심이 깊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여걸입니다. 황실과 조정의 권위를 무시하는 조맹덕과는 전혀 다른 애국지사입니다!”

“조맹덕은 감히 황제 폐하를 뒷전으로 쫓아내고 모든 권한들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에게 어찌 황실과 조정을 맡기겠습니까!”

혈기왕성한 젊은 관료들이 원소군을 크게 옹호하면서 원소를 지지할 것을 강권했다.

그에 사도(??) 왕윤은 우려를 드러냈다.

“조조가 황실과 조정의 권위를 크게 어지럽힌 것은 사실이나, 황제 폐하와 우리들을 역적의 손에서 구해주지 않았는가! 국록(國?)을 먹는 자들이 어찌 배은망덕한 말을 입에 담는 겐가!”

경거망동하듯 행동하는 젊은 관료들을 향해 왕윤이 대노한 표정을 지으면서 크게 꾸짖었다.

실로 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이토록 경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줄이야.

조조와 패국조씨 가문이 황실과 조정의 권위를 계속 업신여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황실과 조정은 동탁의 손아귀에 진작 끝장났을 것이었다.

게다가 쇠퇴한 황실과 몰락한 조정을 대신하여 패국조씨 가문이 관료들에게 녹봉을 지급하고 있지 않은가.

패국조씨 가문의 도움으로 굶어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주제에 곧바로 딴마음을 품는 관료들의 모습에 왕윤은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내 앞에서 두 번 다시 그딴 말을 지껄였다간 궁궐 밖으로 쫓아낼 낼 터이니 그 입을 조심하게!”

왕윤의 날카로운 불호령에 젊은 관료들은 아연실색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설마 왕윤이 이토록 화를 낼 줄은 몰랐기에 관료들은 그를 더욱 두려워했다.

“어찌 역정을 내십니까, 사도.”

상서복야(書??) 사손서가 역정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왕윤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들이 경동(??)한 것은 사실이나,

모두 황실과 조정을 생각하여 꺼낸 의견이 아니겠는가.

불호령을 당한 젊은 관료들처럼 황실과 조정의 권위를 짓밟은 채 온갖 방약무인한 모습을 보이는 패국조씨 가문에 악감정을 품은 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렇기에 사손서는 그들을 변호하듯 말했다.

“황상께서는 조조를 신임하고 계시네.”

“예, 소신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지금까지 많은 선정을 베풀어 중원 백성들을 풍요롭게 한 조조의 능력과 자질을 본 유변은 순순히 뒷전으로 물러났다.

얌전히 뒤로 물러난 뒤,

평범한 촌부(??)처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난세의 격변 속에 항상 슬픔과 고통들을 겪어온 황제가 다시금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왕윤은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사도, 원소가 하북 4개 주를 모두 제패했다는 소식에 다들 동요하고 있습니다.”

사손서의 말에 왕윤이 시름에 찬 목소리를 냈다.

“아! 사도.”

왕윤과 담소를 나누던 사손서가 문득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윽고 사손서가 말했다.

“표기장군이 곧 진류군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사위가 말인가?”

“예…. 다른 전선에 부임된 장수들도 모두 집결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위.

틀린 말은 아니다.

수양딸이 표기장군과 연분을 맺고 있으니.

만약 조조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거센 풍파가 들이닥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천하제일검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왕윤은 시집도 안 간 수양딸을 시비(??)로 내어주면서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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